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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집이 있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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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선생의 이야기는 슬프다. 생전에 어린이들이 슬픈 이야기는 쓰지 말아 달라고 편지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권정생 선생은 세상이 슬픈데 어떻게 슬픈 이야기를 쓰지 않을 수 있느냐고 어느 해인가 <몽실언니> 개정판 서문에서 쓰신 적이 있다. 권정생 문학은 슬플지언정 솔직하다. 어떠한 거짓과 꾸밈도 없다. 그의 가장 큰 미덕은 진실함이다.<초가집이 있던 마을>은 저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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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선생의 이야기는 슬프다. 생전에 어린이들이 슬픈 이야기는 쓰지 말아 달라고 편지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권정생 선생은 세상이 슬픈데 어떻게 슬픈 이야기를 쓰지 않을 수 있느냐고 어느 해인가 <몽실언니> 개정판 서문에서 쓰신 적이 있다. 권정생 문학은 슬플지언정 솔직하다. 어떠한 거짓과 꾸밈도 없다. 그의 가장 큰 미덕은 진실함이다.


<초가집이 있던 마을>은 저자의 '한국전쟁 3부작' 가운데 가장 먼저 씌어졌다. 이 작품을 연재하고 나서, <몽실언니>와 <점득이네>가 발표되었다. <초가집이 있던 마을>은 경북 산골 마을 어린이들이 겪은 전쟁 이야기다. 유준, 복식, 종갑, 금동, 학분, 화순, 솔송, 너구리 아저씨들이 갑자기 들이닥친 전쟁으로 가족과 친구, 집과 학교를 잃고 큰 상처를 입으며 살아남은 이야기다. 이야기는 유준이네를 중심으로 풀려 나가지만, 여기에 나오는 어린이들 하나하나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전쟁은 일상을 파괴했다. 학교와 마을은 폭격에 사라져 버렸다. 고달픈 피난살이끝에 간신히 고향에 돌아왔지만 그동안 알고 지내던 이웃들이 죽고, 다치고, 사라지고, 잡혀가 죽임을 당했다. 이야기는 어린이들이 성년으로 자랄 때까지 계속되지만, 전쟁이 이들에게 남긴 상흔은 깊기만 하다. 가슴 속 깊이 상처를 안고 스스로 삶을 마감한 복식이는 유준이에게 남긴 편지에서 사슬을 끊고 자유를 찾아야 한다고 썼다. 


복식이가 그토록 찾고 싶어했던 자유는 서로 미워하지 않는 세상, 싸움과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자유일 것이다. 산등성이 복식이 무덤 저쪽에서 들국화 꽃향기가 가득가득 날아오고(본문 366쪽)' 유준이, 금동이, 화순이가 복식이의 유서를 같이 기억하는 풍경으로 이 긴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소년소설'이지만, 한줄 한줄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어린이,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이야말로 꼭 <초가집이 있던 마을>을 읽고, 자신이 찾아야 할 '자유'는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a 2017.03.2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흙을 닮은 아이들은 어디에 (초가집이 있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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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79흙을 닮은 아이들은 어디에― 초가집이 있던 마을 권정생 글 분도출판사 펴냄, 1985.7.1.  흙을 가꾸어 살던 사람은 흙으로 집을 지었습니다. 흙을 가꾸면서 흙으로 집을 지은 사람은 흙에서 나는 풀을 거두어 옷을 지었습니다. 흙을 가꾸면서 집과 옷을 지은 사람은 밥도 흙에서 지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지구별 어디에서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흙을 보금자리로 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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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79



흙을 닮은 아이들은 어디에

― 초가집이 있던 마을

 권정생 글

 분도출판사 펴냄, 1985.7.1.



  흙을 가꾸어 살던 사람은 흙으로 집을 지었습니다. 흙을 가꾸면서 흙으로 집을 지은 사람은 흙에서 나는 풀을 거두어 옷을 지었습니다. 흙을 가꾸면서 집과 옷을 지은 사람은 밥도 흙에서 지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지구별 어디에서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흙을 보금자리로 삼고, 흙을 밥과 옷으로 삼으며, 흙을 벗과 이웃으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흙은 보금자리도 아니요, 밥도 옷도 아닙니다. 한국뿐 아니라 지구별 어디를 가든 흙은 아무것이 아닙니다. 흙으로 짓는 집이 아닌 시멘트로 짓는 집이 되고, 흙으로 얻는 밥과 옷이 아닌, 석유로 만드는 밥과 옷이 됩니다.


  게다가 한국 곳곳에 군부대가 또아리를 틉니다. 군부대 언저리는 지뢰밭이 되고, 남녘과 북녘을 가르는 자리에 길디길게 쇠가시그물이 뿌리내립니다. 젊은이는 총을 쏘고 칼을 부리며 주먹을 휘두릅니다.



.. “팔을 내리거라.” 가까이 온 선생님이 부드럽게 말했다. 둘은 팔을 내렸다. 유종은 콧등이 찡해졌다. “앞으로는 싸움 같은 것 하면 못 쓴다.” “예.” “둘이서 손 붙잡아라.” 둘은 잠자코 문식은 오른 유종은 왼손을 꼭 잡았다. “배고프니까 어서 집에 돌아가거라.” 유종은 코를 훌쩍 들이키곤 고개를 꾸벅하며 절을 했다. 문식이도 꾸벅했다. 유종은 먼저 4학년 교실로 달려갔다. “싱야, 인제 집에 간데이.” 유준이 얼른 가까이 다가갔다. “놀지 말고 쌔기 가야 된대이.” “응.” “중들 거랑물에 수제비 뜨만 안 된대이.” “응.” “씨름하고 놀지 마래이.” “응.” “보리깜비기 따먹지 마래이.” “응.” “군딩이 똑바로 쫄곧게 뛰어가아래이.” “응.” “펏떡 가아라.” 유종은 가까스로 풀려나자 측백나무 울타리 옆으로 빠져나가 운동장으로 뛰어갔다. “종아야, 같이 가자.” 뒤에서 문식이 책보를 허리에 동여매며 따라가고 있었다 ..  (19∼20쪽)



  요즈음은 코를 훌쩍이는 아이를 못 만납니다. 코를 훌쩍이면서 볼이 빨갛게 얼어붙도록 바깥에서 뛰노는 아이를 못 만납니다. 여름에 땀으로 범벅이 되면서 햇볕에 얼굴과 살갗이 흙빛처럼 까무잡잡하게 타는 아이를 못 만납니다. 실컷 뛰놀면서 땀냄새가 시큼한 아이를 못 만납니다.


  그리고, 코를 훌쩍이는 어른도, 겨울에 볼이 빨갛게 얼어붙거나 여름에 땀냄새가 시큼하도록 흙내음을 온몸으로 맞아들이는 어른도 좀처럼 못 만납니다. 도시에서 일하는 사람은 기름 냄새와 기계 냄새가 몸에 뱁니다. 아직 시골에 남아서 흙을 만지는 사람은 일이 고되어 으레 술잔을 들이켜니, 흙내음이나 땀내음보다는 술내음이 짙고, 담배내음에 접니다.


  더군다나 무와 배추와 시금치를 비롯한 몇 가지 남새가 아니고는 딱히 건사하지 않는 흐름입니다. 온갖 들풀을 들나물이나 들밥으로 삼지 않는 흐름입니다. 도시에서는 아예 엄두를 낼 수 없고, 시골에서는 몇 가지 남새가 아니면 뽑아서 없애거나 약을 쳐서 죽여야 하는 몹쓸 것으로 삼습니다.


  어른들 스스로 흙내음을 잃으면서 풀내음을 잃습니다. 어른들이 흙을 만지면서 남새를 거두더라도 흙을 가꾸는 삶이 아니라, 흙에서 ‘농산물’을 더 많이 뽑아내려는 몸짓이니, 손에 흙이 묻었어도 흙내와는 동떨어지고 풀내하고도 동떨어집니다. 논둑과 밭둑은 농약밭이요. 빈터나 풀밭도 농약구덩이입니다. 그나마 시골에 몇몇 아이들이 남았다 하더라도, 이 아이들은 풀밭에서 뒹굴지 못합니다. 풀밭에서 뒹굴지 못할 뿐 아니라, 풀밭에 앉을 수 없고, 느긋하게 앉아서 쉴 풀밭조차 거의 자취를 감춥니다.



.. “선생님, 용서해 주이소. 송아지 제발 살리 주이소.” “건방진 자식! 송아지 안 버리면 총살이야!” 헌병은 총구멍을 유준네 아버지 가슴 앞에 들이댄다. 아직도 새파란 청년이다. 전쟁마당에선 어른 아이도 없다. 사느냐 죽느냐 오직 하나만을 택할 뿐이다. 유준네 아버지는 송아지 고삐를 놓았다. 헌병이 송아지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음매애애…….” 송아지는 울면서 어둠 속 언덕 밑으로 굴러 내려갔다 ..  (64∼65쪽)



  흙을 먹는 삶이 아니라, 농약과 비료를 먹는 삶입니다. 흙에서 얻는 곡식과 열매가 아니라, 비료와 농약으로 뒤섞인 흙에서 억지로 끄집어내는 ‘농산물’입니다. 시골지기부터 스스로 손과 몸에서 흙내와 풀내를 잃으니, 시골아이도 흙내와 풀내하고 동떨어집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는 어른은 두말할 것 없이 흙내와 풀내를 모릅니다. 도시에서 아무리 유기농이나 친환경을 먹는다 하더라도 흙내나 풀내를 알지 못합니다. 도시에서는 ‘몸에 좋은 것’을 찾기는 하지만, 몸을 살리는 흙을 찾지 못하고 알지 못하며 생각하지 못합니다. 몸에 좋은 밥이 나오려면, 흙이 좋아야 하고, 흙이 좋으려면 풀이 좋아야 하며, 풀이 좋으려면 숲이 좋아야 하고, 숲이 좋으려면, 사람이 사랑과 꿈으로 좋은 숨결이어야 하는 줄 헤아리지 못합니다.


  흙을 닮는 아이가 자랄 수 없는 요즈음 얼거리입니다. 사회와 경제와 문화와 교육 모두 흙을 등집니다. 마을과 학교에서도 흙을 안 가르치고, 교과서는 흙을 아예 못 가르칩니다. 직업훈련이나 입시교육에서도 흙은 아예 모르쇠입니다. 대학교를 마쳤건 대학원을 다녔건 나라밖에서 배우고 돌아왔건, 흙을 슬기롭게 다루거나 건사하는 아름다운 넋인 사람을 만나기 몹시 어렵습니다. 시골에서 살겠노라 도시를 떠나더라도, 흙을 손수 아끼고 배우고 돌보고 사랑하려는 넋이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흙을 모르는 어른이 아이를 낳으면, 아이는 무엇을 보고 배울까요. 흙을 알려고 하지 않는 어른이 아이를 낳아 학교에 보내면, 아이는 무엇을 보고 배울까요. 흙을 살피지 않고 찾지 않으며 생각하지 않는 어른이 아이를 낳아 학원에 넣거나 책을 사다 읽히면, 아이는 무엇을 보고 배울까요.



.. 단 위의 교장 선생님도 하던 말을 중간에서 그만두고 잠시 기다리다가 내려왔다. “얘야, 왜 우니? 왜 우니?” 우화자 선생님은 눈물이 뒤범벅이 된 학분이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아 주면서 달래지만 학분이 울음소리는 더 커지기만 한다. “선생님요, 학분이네 아부지랑 어매캉 폭탄 맞아 죽었삐렀니더.” 5학년 줄에서 구경하던 같은 원호동에 살고 있는 순용이가 무뚝뚝하게 가르쳐 줬다. “어머나!” 우화자 선생님의 낯빛이 하얗게 질린다. “방안에서 자다가 폭탄이 떨어져 납따그래졌뿌랬니더.” 종찬이가 말해 놓고 찔끔했다. “납따그래졌뿌랬니더”가 아무래도 좋은 표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  (125쪽)



  권정생 님이 쓴 《초가집이 있언 마을》(분도출판사,1985)을 읽습니다. ‘초가집’이란 ‘풀집’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예부터 시골지기는 누구나 ‘풀집’이나 ‘흙집’에서 살았습니다. 풀과 흙과 나무로 집을 지었으니, 풀집이요 흙집이며 나무집입니다. 다만, 지난날 시골사람은 굳이 풀집이니 흙집이니 나무집이니 하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예부터 모든 집은 그저 ‘집’입니다. 사회와 문화와 경제와 정치가 달라졌다고 하는 오늘날이 되어서야 ‘시멘트집’ 때문에 따로 ‘풀집’이니 ‘흙집’이니 하고 가르는데, 그나마 이렇게 집살이를 가르는 이들은 지식인이다 보니, 여느 시골자락에서 수수하게 살던 사람이 나누던 낱말을 안 쓰고, 한자를 빌어 ‘초가’이니 ‘초가집’이니 하고 읊습니다.



.. “내사 소련 탱크도 싫제만 미국 비행기도 싫다. 우리 학교 다 때리부신 거는 미국 비행기다. 너그는 미국 비행기가 우리 땅 다 때려뿌샤도 너그만 살아나마 된다꼬 했제? 응, 그랬제?!” ..  (133쪽)



  흙에서 자라는 풀이 열매를 맺어 밥을 얻습니다. 벼알도 보리알도 수수알도 모두 풀알입니다. 풀알은 흙에 뿌리를 내려서 자랍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누구나 흙을 먹는 삶입니다. 소고기를 먹든 돼지고기를 먹든,이 아이들도 흙에서 자란 풀을 먹으니,풀밥이든 고기밥이든 모든 밥은 흙밥인 셈입니다.


  흙에 뿌리를 내리면서 자란 풀을 베어 지붕에 얹습니다. 흙에 뿌리를 박으면서 오래오래 살던 나무를 베어 기둥으로 삼습니다. 흙이 있어야 집을 짓습니다. 바닥과 벽을 흙으로 대기에 흙집이 아니라, 모든 풀과 나무가 흙에서 자라니, 지구별 어디에서나 집을 짓는다고 하면 흙집이었습니다.


  흙에서 자란 풀에서 실을 얻습니다. 흙에서 자란 풀에서 솜을 얻습니다. 우리가 입는 모든 옷은 흙에서 왔습니다. 그래서, 낡고 닳아 더는 못 입는 옷은 두엄더미에 놓아 다시 흙으로 돌아가도록 했습니다.


  사람들 스스로 흙을 먹으면서 흙을 낳고, 사람들 누구나 흙을 누리면서 흙을 가꿉니다. 사람들 모두 흙을 아끼면서 흙을 사랑합니다.



.. “인기야, 아부지 이바구 잘 듣거래이.” “예, 들음시더.” 다섯 살짜리 인기는 아버지를 닮아 무척 똑똑한 아이였다. “니는 내중에 커서 뭐 될래?” “아부지 되니더.” “아부지 되는 거 말고는?” “국군!” “그건 안 돼.” “그라마 인민군!” “그것도 안 돼.” “그라마…… 그라마 대통령!” “그것도 안 돼.” “…….” 인기는 시무룩하게 할 말이 없어졌다. “인기는 사람을 쥑이는 나쁜 놈이 되어서는 안 된다.” “…….” “인기를 쥑이려는 사람을 마주 서서 싸워도 안 된다.” “그라마 달라빼락꼬?” “아니다. 용감히 서서 죽어 주는 거다.” “무섭다아.” “당당하게 죽어 주는 사람이 가장 용감한 사람이다.” ..  (235∼237쪽)



  권정생 님은 조곤조곤 이야기합니다. 여느 시골자락에서 아이들이 서로 어떻게 어울리면서 자랐는지 조곤조곤 이야기합니다. 흙을 닮은 아이들이 어떻게 태어나 어떻게 자라면서 이웃과 동무를 어떻게 사귀는지 조곤조곤 이야기합니다. 사랑이란 무엇이고 꿈이란 무엇이며 삶이란 무엇인지 조곤조곤 이야기합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 하는 금긋기는 부질없습니다. 네가 잘못했느니 내가 잘했느니 하고 따지는 일은 덧없습니다. 네가 잘못했으면 너는 언제까지나 주눅이 든 채 고개를 숙여야 하지 않습니다. 네가 잘못했으면 내가 너를 타이르고 따스히 안을 노릇입니다. 생각해 보셔요. 내가 잘못할 적에 너는 어떻게 하는가요? 너는 나를 타이르면서 따스히 안을 테지요.


  미움은 미움을 낳을 뿐이기에, 잘못한 한쪽을 미워하면 안 됩니다. 사랑은 사랑을 낳기에, 잘잘못을 가리지 말고 서로 즐거이 어깨동무할 길을 생각해야지요.



.. 하느님, 네 부모를 공경하란 말씀은 집안에서만 공경하란 말씀입니까? 아니면 시장에서나 전장(싸움터)에서나 부모라면 어디서나 공경하란 말씀입니까? 살인하지 말라 하셨지만, 전쟁터에서는 사람을 죽여도 무방한 것인지요 ..  (299쪽)



  《초가집이 있던 마을》에 나오는 금동이네 어머니는 학교 문턱에도 못 간 분이지만 이웃을 헤아릴 줄 알고, 이녁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알아요. 거지처럼 집도 없이 떠돌며 밥을 얻어먹는 솔송이네를 보며 “우리도 피난 가서 똑같이 있지 않았느냐”며 “조금이라도 도울 생각을 하라”고 아이한테 가르칩니다. 아이도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여태 제가 잘못 생각한 줄 깨닫고 바로 마음을 고쳐먹어요.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콩 한쪽을 나누는 우리네 첫마음이거든요. 대통령이 첫마음을 잃었다고도 말하지만, 가만히 헤아려 보면 누구보다 바로 우리부터 ‘사람으로 태어나서 살아가는 첫마음’을 잃거나 놓치지 싶어요. 끔찍한 식민지살이를 거치고 전쟁을 거치고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우리 마음부터 차갑거나 딱딱하게 굳어 버렸지 싶어요.


  아직도 이 땅 곳곳에 많이 남은 전쟁 자국과 군사독재 생채기입니다. 아직도 풀릴 길 까마득한 이라크 파병 같은 군부대 골칫거리입니다. 전쟁은 이 땅에서 일어난 쓸쓸하고 슬픈 자국으로도 넉넉해요. 이라크이든 팔레스타인이든 또 어느 나라에서든 전쟁이란 발을 붙이지 못해야 해요. 《초가집이 있던 마을》에 나오는 수수한 시골자락 여느 사람들 마음 그대로 살아갈 수 있을 때에 사랑스럽고 따스해요. 미움도 모르고 괴로움도 모르며 서로 어깨동무를 하는 사이가 되어,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삶으로 하루를 지을 ㅈ거에 아름답고 기뻐요.



.. 금동이는 꺼림했다. 하필이면 종갑이네 빈집에 거지가 와서 살다니, 자꾸만 못마땅했다. “어매, 걸버생이가 종갑이네 집 다 때려부스마 어야노?” “뭐락카노? 걸버생이가 어딨노. 그런 말 하마 못씬다. 사람은 살다 보마 오만가지 풍파 다 겪는 거다. 밥 얻어먹는다고 다 걸버생이가 아니다. 종갑이네 집은 비어 두는 것보다 사람이 살면 집간수 더 잘된다.” 달래골댁은 금동이를 나무랐다. “그라마, 모두 걸버생이락꼬 찌지고 뽁든걸.” “다들 몰라서 그렇제. 너그도 지난해 피난가서 바가지 들고 밥 얻으러 간 것 잊았뿌렸나?” “…….” 금동이는 뜨끔했다. 과연 솔송이네도 난리통에 어려운 일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  (187∼188쪽)



  대포 한 자루를 만들지 말고 쟁기 한 자루를 지을 수 있기를 빕니다. 탱크나 전투기 한 대를 만들지 말고 연필 한 자루와 종이 한 장을 지을 수 있기를 빕니다. 참말 이 나라를 지키려 한다면 전쟁무기가 아닌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숲을 가꿀 수 있기를 빕니다.


  전쟁무기는 전쟁을 부르는 수렁입니다. 쟁기와 낫과 호미는 삶을 부르는 연장입니다. 졸업장과 자격증은 자꾸 계급과 차별을 부르고 맙니다. 웃음과 춤을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찾아야 합니다. 사랑과 꿈을 부를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야 합니다. 서로 아끼고 도우면서 별빛과 햇빛을 가득 누리는 삶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 흙을 닮아요. 우리 모두 하늘을 닮아요. 우리 모두 꽃을 닮아요. 우리 모두 나무를 닮아요. 우리 모두 숲을 닮아요. 우리 모두 사랑이 되어 고운 사람으로 거듭나요. 4348.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이달의 사락 h*******e 2015.01.0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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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집이 있던 그 마을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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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선생님이 사시던 곳으로 문학기행을 떠나기로 결정된 뒤, 그가 살던 마을 주변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 '초가집이 있던 마을'을 읽었다. 해설 해 주시기로 한 선생님께서 이 책을 읽고오면 권정생선생님의 삶과 작품의 배경이 이해가 잘 될거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선생님의 작품을 대부분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 제목은 생소했다.   내가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 중 제일 좋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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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선생님이 사시던 곳으로 문학기행을 떠나기로 결정된 뒤, 그가 살던 마을 주변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 '초가집이 있던 마을'을 읽었다. 해설 해 주시기로 한 선생님께서 이 책을 읽고오면 권정생선생님의 삶과 작품의 배경이 이해가 잘 될거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선생님의 작품을 대부분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 제목은 생소했다.

 

내가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 중 제일 좋아하는 것은 강아지똥이다.  그림책 '강아지똥'을 읽었을 때  처음 느꼈던 충격이 참 컸다. 아무데도 쓸모없다는 개똥조차 민들레의 거름이 되기 위해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그의 생각이 참 눈물나게 아름다웠던 기억이 난다. 강아지똥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을 보았을 땐, 몇번을 보았지만 볼 때마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꼭 기억하고 있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 가슴에 새겨졌다. 나는 가장 밑바닥에서 세상을 살아가야하는 이유를 얘기하는 권정생선생님이 참 좋았다. 그의 글과 그의 삶이 일치하여 얘기하는 것도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권정생 선생님은 비록 돌아가셨지만 그의 삶과 생각이 담긴 책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초가집이 있던 마을'이 그 대표적인 작품이라니 난 기쁜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이 책은 권정생선생님의 사시던 집 근처 안동시 탑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안동에 오래 사셔서 안동사투리가 많은 이 책은 어쩌면 경상도가 아닌 지역의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동에 산지 어언 7년. 그동안 안동사투리가 늘었는지 난 문제없이 술술 넘어갔는데 말이다. 책의 곳곳에 괄호를 통해 그 단어의 의미를 표준어로 표시해 둔 것만 봐도 사투리가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투리가 좀 많다고 느껴지긴 하지만 이 책은 권정생 선생님의 전쟁에 관한 생각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또한 들었다.   

 

'초가집이 있던 마을'은 6.25를 겪은 산골 초등학교 아이들의 이야기다. 갑자기 발생한 전쟁으로 인해 가족도 잃고, 친하게 지내던 친구도 잃어버리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담았다. 유준이 유종이 형제, 인민군이 후퇴할 때 함께 동행한 아버지로 인해 국군과 인민군 사이에서 사상 갈등은 겪는 복식,  문식네, 아버지 어머니와 생이별하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종갑이네,  피난길에 혼인한 후 유복자를 낳아 기르는 누나와 함께 사는 금동이네. 이들은 모두 한 가족처럼 지내는 사람들이었다. 전쟁이 난 후 아이들은 은근히 피난을 떠나고 싶어한다. 재미있겠다는 이유하나만으로 말이다. 아직 철이 없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인 것이다.  어찌하였든 이웃사촌으로 지내는 이들은 함께 전쟁을 떠나게 되었고 힘든 피난길에 배고픔과 추위를 견디던 중 금아의 결혼식을 치루기도 하지만 새신랑을 전쟁터로 보내고 유복자를 낳게 되거나, 종갑네 식구를 모두 잃는 등 가슴앓이를 겪게 된다.  

석 달 동안 힘들었던 피난생활을 청산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죽어있는 사람들과 지뢰들로 인해 사람들이 놀라고 죽는 일들이 반복되었다. 힘겹게 집으로 돌아왔지만 동네에는 피난길을 떠난 사람과 이런 저런 사정으로 피난을 떠나지 못해 동네에 남아있던 사람들이 서로를 경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마을에 남아있던 사람들이 북쪽공산당 조직에 들어간 것이었다. 평범한 이 땅의 사람들은 소련군이 좋다고 끌어들이지도 않았고, 미군이 좋다고 끌어들이지도 않았는데 순박하고 착한 마을 사람들이 국군에 의해 반역죄를 선고받고 암산 골짜기에서 몇 트럭이나 되는 사람들을 총살해 버린 사건은 참 충격적이었다.

한 나라의 한 동네에서 이웃사촌처럼 지내던 이들이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사건들이 발생한 일들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책 속의 모든 아이들 하나하나의 사연들이 가슴아팠지만 내 마음에 그 슬픔이 오랫동안 남은 것은 종갑이네 집이다. 징용에 끌려가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고, 어머니 또한 집을 떠나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으로 살아가던 종갑이가 피난길에 할머니를 잃고, 피난에서 돌아온 후 미군에게 껌을 구걸하러 간 종갑이가 미군트럭에 치여 죽은 뒤, 세상 살아가 의미를 잃은 할아버지 또한 목을 메고 자살하는 종갑이네는 사연은 너무나 슬펐다. 인민군을 따라 올라간 아버지를 그리워하던 복식이 국군에 들어가게 되자 아버지와 총칼을 겨눌 수 없다며 자살하는 장면 또한 가슴이 쓰렸다. 왜 이 땅의 자식이 부모와 총칼을 겨누어야 하는 것인지 이 안타까운 역사가 참으로 비통했다.

 

책 속의 아이들이 어엿한 성인으로 성장시키며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해방은 누가 시켜주는 것이 아니다. 네 손으로, 네 몸으로 해방을 해야 한다'라고 말이다. 생전에 작가는 전쟁을 참 싫어했다고 한다. 일본에서 세계2차대전을 겪고, 한국에 와서 6.25를 겪으면서 잔인한 전쟁이 싫어 평화를 간절히 염원했다고 한다.  '너무나 아름다운 이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이 없었으면.. 제발 그만 싸우고 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통일이 되어서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는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직전 쓴 글은 이 책을 읽고 나니 더 사무치게 느껴졌다.

1****p 2010.04.0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자유하지 않고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자유하지 않고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내용보기
권정생 선생님이 41세 되던 해인 1978년 1월부터 『소년』에 연재한 작품이다. 연재는 1980년 7월까지 했다. 연재할 당시 제목은 ‘초가삼간 우리 집’이었던 것을 1985년 단행본으로 펴내면서 제목을 바꿨다. 경상북도 산골 초등학교 아이들이 겪는 한국전쟁 이야기이다. 작품 지명을 살펴보면 낯익은 것이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선생님이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일 테다. 작
""자유하지 않고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내용보기

권정생 선생님이 41세 되던 해인 1978년 1월부터 『소년』에 연재한 작품이다. 연재는 1980년 7월까지 했다. 연재할 당시 제목은 ‘초가삼간 우리 집’이었던 것을 1985년 단행본으로 펴내면서 제목을 바꿨다.


경상북도 산골 초등학교 아이들이 겪는 한국전쟁 이야기이다. 작품 지명을 살펴보면 낯익은 것이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선생님이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일 테다. 작품의 시작은 주인공이라 할 안유준이 초등학교 4학년으로 나온다.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 봄이다. 아이들이 오직 먹을 것에만 관심을 둘 만큼 가난한 시절이지만 평화로웠다. 작품은 유준이가 3년 동안 군대를 다녀온 뒤까지 이어지니 십 년 이상의 기간 동안 ‘초가집이 있던 마을’에 불어 닥친 전쟁과 상처를 남겼는지 다루고 있다.


해거름이 거의 될 즈음, 아이들은 잡은 가재를 버드나무 회초리를 꺾어 꿰미를 만들어 기다랗게 꿴다. 버려 뒀던 꼴망태를 찾아가지고, 제각기 꼴을 베기 시작했다. 그 사이, 산에서 풀을 뜯어먹은 소들은 배가 둥둥 불러 있었다.

“꼴멍 내 미고 갈게. 싱야 송아지 끌고 가래이.”

유종이 미리부터 겁을 먹고 아예 송아지를 유준이에게 맡겼다.

아이들은 휘파람을 불기도 하고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면서, 놀이 곱게 물든 저녁 길을 걸어 내려왔다. (62 - 63쪽)


전쟁이 일어나기 전 풍경은 우리나라 어느 농촌에서라도 볼 수 있는 평화로운 모습이다. 그러나 전쟁은 평화로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종갑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랑 산다. 징용으로 끌려간 아버지가 끝내 돌아오자 않자 어머니는 친정에 가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버지 어머니를 모두 생이별하고 사는 종갑이는 피난길에 할머니마저 잃는다. 전쟁이 끝난 뒤 할아버지에게 먹을거리를 갖다 주고 싶어 미군 트럭을 쫓아가던 종갑이는 그것에 깔려 죽는다. 할아버지는 종갑이를 땅에 묻은 뒤 대추나무 가지에 목을 맨다. 종갑이네 식구는 하나도 살아남지 못한 것이다. 금동이 누나 금아는 피난길에 어렵게 혼인을 하지만 전쟁터에 끌려간 젊은 남편은 끝내 돌아오지 않고 아비 없는 자식을 키우는 신세가 된다.


유준의 둘도 없는 동무 장복식은 아버지가 스스로 이북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알고 입대하기 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아버지에게 총을 겨눌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해방은 누가 시켜 주는 것이 아니다. 네 손으로, 네 몸으로 해방을 해야 한다. 사람은 해방하지 않고, 자유하지 않고는 아무런 가치 없는 썩은 고기와 같다.”는 유서를 유준에게 쓴 뒤 농약을 마시고 자살한다. 양심에 따라 죽음으로 병역을 거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 당시 시대상황의 한계가 안타깝다. 유준은 복식이가 남긴 유서를 언제까지라도 기억하며 “보이지 않는 올가미를 벗기고 해방”하여 “덩실덩실 춤추며 살 수 있는 우리 마을”을 만들기로 마음먹는다.


유준이가 가는 길에 정신적 스승 노릇을 하는 인물이 있다. 권정생 선생님의 생각이 많이 스며든 인물이다. 고재식 아저씨. 아저씨는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지만 자신이 태어난 북녘으로 넘어가지 않고 종갑이네 빈집에 들어와서 산다. “자본주의건 공산주의건 사람은 제 나름대로 좋은 생각을 할 수 있고 그것을 생활화할 수 있는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저씨는 “사람은 일을 해야 착해지고 일하고 나서 쉴 때 가장 즐거운” 거라며 신발  땜틀을 하나 사서 사람들 신발 때우는 일로 밥법이를 한다. 그러다가 정작 마을에서 자리 잡아 잘 살아갈 수 있을 무렵 마을을 떠난다. 통일이 되기 전에는 한 군데 살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닐 것이란다. 유준은 그렇게 둘도 없는 동무 복식을 잃고 정신적 스승 고재식 아저씨마저 떠나보내지만 마을을 지키며 든든하게 살아갈 것이다.


“죽은 사람은 죽어도 역시 살 수 있는 사람은 살아야 된다. 앞서 간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숱한 어려움 다 견디면서 살아왔는데 우리도 견디야제. 화순아, 너어 집 보꾹에 대들보랑 서까래를 한번 봐라. 적어도 백 년 이백 년이 넘었을끼다. 그 집 지을 땐 모두 맨손으로 지었다. 대들보도 서까래도 기둥도 모두 통나무 그대로제. 흙하고 돌하고 나무하고 짚하고, 새둥주리 같은 집인데도 수백 년 끄덕 안 하고 견뎌 왔제. 나는 그런 우리 집이 좋드라.”(361쪽)

YES마니아 : 골드 g*******g 2012.01.1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