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상 투덜투덜, 말이 많으면서도 이번엔 어떤 말도 안되는 모험이 펼쳐질까? 하는 생각에 손이 가게 되는 금서목록 6권. 재미라는 것에는 여러가지 방향성이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도 일종의 재미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만큼 만족스러운 부분은 어느정도 보여줘왔던 작품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 6권은 많이 실망했습니다. 비운의 히로인인 아이사의 대사가 등장하고, 겸둥이 코모에 선생님이 많이 나왔다는 점에서는 좋았지만 말입니다. 작품 자체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숨가쁜 액션 묘사와 박진감 넘치는 전투장면 연출이 부족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또한, 금서목록을 읽으면서도 항상 미지근하게 이해하고 넘어갔던 '카미조의 기억상실' 부분 역시 걸리는 것은 마찬가지 였습니다. 학교에 갔는데 기억을 잃었다는 것을 들키면 여러가지 복잡한 일이 일어나니까 그것을 막기 위해 아는 척을 해대는 연기를 한다, 이 행동 자체에 비장함을 느끼는 분이 계시다면 분명 6권에서의 카미조의 모습은 멋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애초에 얼토당토않는 이유로 기억을 잃었다는 것을 계속 숨기고 있는 그의 행동 자체의 의문을 갖고 있는 저에게는 이중, 아니 다중인격 혹은 여러 개의 모습을 갖고 스토리의 진행에 따라 작가가 편리한 부분을 꺼내어 쓰는 살아있지 않은 가상 캐릭터라는 느낌만이 들 뿐이었습니다. 거기다, 전편까지의 이야기에서도 카미조는 확실히 강대한 적에게 들이대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매진 브레이커의 능력을 가진 오른손을 그토록 자신만만하게 여기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자신은 모든 것을 잃어도 상관없다, 이 국면을 타개할 수만 있다면 나 따위는 희생하겠다, 그런 모습을 엿볼 수 있었죠. 그러나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그러한 비장감이 현격하게 떨어집니다. 오른손의 능력을 자신만만하게 들이대며, 돌덩이가 떨어지고 총알이 튕겨나오는 전쟁터와 같은 아수라장 속에서도 자기는 당연히 죽지않고 사건을 해결하고 돌아오겠다는 다분히 '주인공임을 의식한' 행동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전투를 치르는 것과, 자신의 목숨까지 왔다갔다 할 지도 모르는 전투를 헤쳐나가는 것은 의미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전과 같은 비장감이 흐르지 않고 절대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는 전투에서 박진감은 떨어질 수 밖에 없으며, 항상 '평범한 고등학생' 임을 강조해왔던 그의 주먹에 맞고 셰리가 바닥에 몇 번이나 튕기며 자빠진다는 묘사는 화끈하기는 커녕 이게 개그 소설을 보고 있는 것인지조차 의심하게 만듭니다. 표현이나 묘사에 있어서는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만, 지금까지는 그다지 뒷꿍꿍이와는 관계없이 전개되는 감이 있었던 내용에서 상대적으로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무언가 거대한 시나리오가 움직이는 느낌은 받았습니다. 교회의 마법 세력의 이야기, 허수학구의 비밀, 학원도시 전체의 존재의의에 대한 의심 등, 조금 더 무거운 시나리오가 등장한다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