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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그래서 동물적 본능을 어느 정도 절제하며 다른 구성원들과 협력관계를 유지한다. 본능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게 동물적인데 인간은 그런 본능을 감춘 채로 살아가는 존재다. 그런데 그런 본능이 튀어나오게 되는 것이 언제일까? 아마도 극한 환경에 처하게 될 때가 아닌가 싶다. 먹을 것, 마실 것이 부족하고 기본적인 생필품도 부족한데다 몸까지 아프게 되면 인간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본능에 충실해진다. 이를테면 열악한 환경의 감옥에 갇힌 경우에 그럴 것이다. 이 소설 <무명>은 일제강점기 여러 가지 이유로 감옥, 특히나 몸이 아픈 죄수들을 위한 병감에 수용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중편 소설 <무명>은 1932년 2월 <문장> 창간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일제강점기의 문학이다. 작가인 이광수는 동우회 사건으로 실제 감옥 생활을 하기도 하였는데 그때의 경험으로 생생한 옥중 생활을 묘사한 작품을 그려낸 것 같다. 세계 고전 중 비슷한 느낌인 것이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스탈린 시대에 자신의 수용소 경험을 토대로 쓴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가 있다. 억압된 시대에 자유를 잃고 갇혀 있었던 상황을 묘사했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 https://blog.naver.com/thedanny77/223055421500
이광수가 투옥된 '동우회 사건'이라는 것은 이광수를 중심으로 한 지식인들이 회관을 세우고 기관지를 발간하여 계몽 운동을 하다가 180여 명이 검거된 사건이다. 동우회 사건이 1937년이니 이 소설 <무명>은 그 후 2년쯤 후에 발표된 이야기로 당시에 옥고를 치른 경험이 잘 녹아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감옥은 아마도 서대문 형무소가 아닐까 추정된다.
<무명>에 등장하는 주요인물에는 '진상'이라고 불리는 화자인 '나', 도장을 위조하여 사기 친 죄로 투옥된 폐병 환자 「윤」과 앙심을 품고 불을 질러 방화 혐의로 수감된 노인 「민」, 사기 혐의로 들어온 「정」과 공갈 협박으로 취재를 한 혐의의 나름 지식인 「강」이 있다. 이들은 아직 형량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들로 그 와중에 병이 있어 따로 격리된 병감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당시 일제강점기의 감옥이란 것이 요즘처럼 시설과 대우가 좋을 리 만무하기에 이들은 열악한 환경의 감옥에 갇힌 고통과 병으로 인한 고통으로 하루하루 괴로움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본능적과 악만 남은 채 밥 한 숟가락, 멸치 반찬 한 줌에 악을 쓰고 싸워댄다. 먹으면 몸이 아플 걸 알면서도 한 입이라도 더 먹으려고 식탐을 부린다. 인간의 민낯을 아주 생생하게 묘사해 주는 이야기다.
이렇게 저 한 몸만을 바라보며 아등바등 이빨을 드러내지만 결국 하나하나 병을 이기지 못하고 실려 나가게 된다. 죽음이 보이는 순간까지 오면 이 이기적인 인간들이 불경을 구해 외우며 죽어서 지옥에 가지 않겠다고 발악을 한다. 참 인간의 바닥이 드러나 보이는 모습이다. 그런데 또 그 마음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과연 나라면 고상하게 남들에게 양보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딱히 자신 없는 이야기다. 저자인 이광수는 이런 탐욕과 분노의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광수가 계몽 운동에 앞장섰던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소설의 제목인 <무명>도 '무명 배우'나 '무명씨'와 같이 이름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밝을 明 자를 써서 '깨달음이 없다'라는 뜻의 <무명>이다.
그렇게 사소한 것에 아웅다웅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참 인생이라는 것이 허무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아등바등 제 한 몸 아끼며 살아가나 싶다. 아마도 저자인 이광수가 느꼈던 감정이 아닐까 싶다. 역사적으로도 이 시기를 기점으로 민족계몽운동에 앞장 서던 이광수는 일제에 협력적인 친일로 넘어가게 된다. 이 작품 <무명>이 발표된 1939년, 친일 어용 단체인 조선 문인 협회 회장을 맡기도 하고 창씨개명을 하기도 한다. 그런 심정이 녹아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저자의 친일 여부와는 별개로 문학적으로는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관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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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원 이광수의 소설 '무명'(無明)은 일종의 상황소설이다.
미결수인 '나'가 건강이 악화되어 병감(病監)으로 옮긴 뒤 겪은 체험담이 중심 내용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이 작품에는 인간으로서는 차마 감내하기 힘든 감방 안의 비인간적 상황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등장 인물인 '나'를 비롯하여 민, 윤, 정, 강 그리고 간병부로 차출된 피의자들은 그 나름의 처절한 고통을 안고 있으나, 그것 자체가 개별적인 의미나 사건의 중요성을 갖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모든 것은 감방 전체의 폭력적인 상황 제시를 위해 설정된 것이다.
이 작품은 '감방'이라는 구체적 공간의 비정성과 닫힌 상황 속의 비인간적인 정황이 주류를 이룬다. 즉, 이 소설의 상황은 '밀폐된 공간'이라는 극한 상황이다. 식사와 배설을 한 곳에서 해야 하고 잠도 이곳에서 잘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 '병감'에 하루 종일 설사를 하는 환자 피의자와 종일 기침을 해대는 환자들이 함께 수용되어 있다. 민, 윤, 정, 강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감방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병까지 얻었으며 성격적 결함을 지닌 인물들로 부각되어 있다.
이들은 서로 끊임없이 싸운다. 서로 헐뜯고 공격하지만 그 싸움의 내용은 공허하고 대상조차 분명치 않다.
그러나 작가는 인물들 상호간의 갈등과 싸움을 그려내면서도 그 싸움의 결과에 대해서는 진술하지 않고 있다. 그것은 이들은 결국 죽어가거나 병든 채 사라져 가고(민, 윤, 정)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암시하려는 의도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죄수들의 갈등은 '나'의 시선에 의해 그려져 있다. 그러나 화자인 '나'는 끝내 성격과 신분, 죄목이 밝혀지지 않은 채 숨어 있는 구조적 특징을 보여준다. 단지 사상범으로 추측될 뿐이다.
따라서 이 작품의 '병감'이라는 닫힌 상황은, 우리의 식민지적 현실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닫힌 상황 속에서 밥이나 먹고 싸움질하는 환자 죄수들은 일제에 의해 수동적인 생존을 간신히 영위해 가는 우리 민족의 비참한 초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