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은 모든 것을 포용하고, 또 배제한다.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갖어야 한다. 자기 자신과 자주 마주 앉아야 한다. 모든 창작은 생각에서 탄생한다." - 박경리 기념관- |
|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의 신작을 기다린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독자 입장에서 '내가 그를 좋아하게 했던 글의 기대수준이 매번 충족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만용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그러기를, 혹은 더 뛰어넘기를 바라고 또 그러지 못할까봐 불안해하곤 한다. 김용석 선생님의 글은 참 신기할 정도로 매번 어느 만큼의 기대수준을 채워주는 면이 있다. 그의 '미녀와 야수 그리고 인간'을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책을 나오는 족족 사들이기 시작했다. 상당한 깊이와 내용의 글을 상당히 자주 내시는 편인데, 깊이아 넓이의 4막 16장, 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 두 글자의 철학등등..무엇하나 빠지는 책이 없었다. 지난 번 '두 글자의 철학'으로 대중성까지 획득한 그가 이번에는 한겨레 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책으로 모아서 냈다. 앞부분의 '동화', '문학', '영화'의 고전을 철학적인 관점에서 돌아보는 내용은 '미녀와 야수'의 그것과 유사하여 무척 즐거웠다.
매번 새로운 시점에서 무심코 반복해서 보고 또 보던 작품이나 이야기를 다시 보게 만들고, 거기서 시작해서 꽤 깊은 곳 까지 파고들게 만들어주는 그의 글은 brain washing의 기쁨을 충분히 주며 지적인 잡다함까지 더해준다는 부록까지 준다.
나 또한 그가 열거한 동화나 영화, 문학작품을 내 관점에서 다른 시각으로 사유를 해본 바 있어서 그가 철학적인 관점에서 풀어내는 것은 또다른 감칠맛을 준다.
예를 들면 이렇다.
'미운 오리 새끼'의 경우 나는 노력하지 않는 백조 새끼, 피가 다른 혈족으로 어차피 노력하지 않아도 결국 백조라는 우월한 종족임을 깨닫게 되는데 그의 성공에는 어떤 노력도 없다는 점에서 '고아환상'을 충족시켜준다고 보았다. 이에 비해 김용석은 같음만 껴안는 열림은 닫힘이라는 관점에서 이 동화를 풀이하고 있다.
역시 동화란 참으로 얘기꺼리가 풍부한 담론의 화수분이라는 생각.
신문연재였기 때문에 글은 읽기 쉽지만 그에 비해서 전작에 비해 호흡이 짧아서 좀 얘기를 하다가 마는 기분이 든다는 것은 아쉬움운 점이다.
|
|
[철학정원]은 한겨레에 2005~2006년에 걸쳐 연재된 글들을 씨앗으로 삼고 있는 쉰 다섯 꼭지의 짧은 글들의 모음이다.
동화,문학,영화,철학,정치/사회/문화사상,과학분야의 고전들로부터 뻗어나온 다양한 사유를 작가의 감칠맛 나는 표현과 해석으로 유쾌하게 즐길 수 있었다.
쉽게 흥미를 유발하는 동화로부터 시작해서 과학분야로 끝맺는 구성적인 탁월함도 돋보인다.
쉰 다섯 가지의 고전을 다루고 있지만 글쓴이의 말처럼 고전 소개나 해설이 아닌 고전으로부터 발아된 '생각하기의 뻗어나감'이다.
김용석씨의 탁월하고 절묘한 단어선택과 따로따로인 것 같지만 책 전반에서 일관적으로 보여지는 다양한 분야간의 넘나듦은 읽기와 생각하기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generalized specialist'보다 'specialized generalist'가 요구되는 시대, '통섭'의 미학이 돋보일 시대에서 생각의 실가닥을 방사형으로 뻗어나가게 도와줄 단초가 될 수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동화편 모두와(단순한 동화들은 어쩌면 당대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하거나 풍자하고, 다가올 미래의 현실을 가장 실감나게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문학편의 <오레스테이아>,<오이디푸스왕>,<알케스티스>, 영화편의 <시민 케인>, 철학편의 <우정론>,<캉디드>, 정치/사회/문화사상편의 <군주론>, 과학편의 <시데레우스 눈치우스>,<솔로몬의 반지>,<이기적 유전자> 꼭지들을 흥미롭게 읽었다.
동화와 영화, 고전과 현대물, 철학과 과학, 문학 등 여러분야와 여러매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생각하기의 유쾌함을 즐길 수 있다.
|
|
각 분야별로 고전이라고 불릴만한 책 54권에 대해서 무엇을 설명해 주거나 지식을 주는것이 아니라 |
|
우리사회는 언제인가부터 지독한 물신주의에 빠져 정신적 가치는 한낱 종이조각에 불과한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자본주의 정신은 곧 돈이라는 천박한 사고방식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생각한다는 것 그것은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하고 도식화된 삶의 경로를 설정해놓고 그 경로만이 옳바른 것이라고 가르치는 현실에서 다양한 분야의 고전을 통해서 사유란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를 되새겨보게하는 책이다. 총 6부로 구성되어 있고, 동화, 문학, 영화,철학, 정치.사회.문화사상.과학이라는 개별 주제밑에 적절한 물음을 던져주는 고전의 배치를 통해서 살면서 만날수 있는 다양한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해보도록 해준다. 사람은 누구와는 관계를 맺고, 어느 집단,사회, 나아가서는 한 국가에 소속하게 된다. 이러한 집단내의 개인은 결국 타자와 상호 교류하면서 끊임없이 자아를 추구하고, 관계속에서 일어나는 협동,경쟁,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서로다른 주제를 가진 다른 분야의 다양한 고전을 통해서 우리가 얻을수 있는 것은 삶의 다양한 경험들이 어떻게 개인에게 체화되고 그것이 개인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귀속된다 할수 있다. 사유가 죽어가는 시절에 적절한 물음을 던지고 그것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석의 여유를 가질수 있도록 쉽게 쓰여진 책이라 할수 있다. 이책에 흐르는 삶에 대한 자세랄까 하는 점은 다음글에 잘 나타나있다고 본다 "하지만, 곡마단의 행렬이 모두 떠난뒤, 공연 천막이 있던 자리에 남겨진 커다란 동그라미 자국 안에 떠돌이는 홀로 남는다. 떠돌이는 버려진 궤짝에 걸터앉아 쓸쓸한 모습으로 뭔가 잠시 생각하더니, 찢어진 곡마단 포스터를 꾸깃꾸깃 접어 재기 차듯 그것을 툭차고는 돌아서서 홀로 길을 떠난다" _"아웃사이더의 희극은 왜 슬픈가?:-채플린 <서커스)-중에서 -p.188
삶이란 공허할수도 있지만,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고 그속에서 끊임없이 회의하고 사유하기 때문에 삶은 결국 풍성할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
|
고전에서 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철학적 사고의 끄나풀을 제공하는 책이다. 이 작품은 55편의 고전(동화, 문학, 정치, 사회, 과학) 속에서 그동안 교양으로, 상식으로 알고 지내던 것들의 이면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제한된 지면에서 많은 작품을 다루다보니 각 장에서 끌어낼 수 있는 '꺼리'가 매우 한정되어 있지만 그 깊이만은 45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동네 감자탕 집보다 더 깊었다. (정말이에요. 너무 깊어서 속이 안 보이더라구요....ㅡㅡ;; 재미없군..)
그 중에서 동화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가지고 '공간의 의미'에 대해 논한 장을 읽은 느낌과 생각을 간단히 적는다.
시간과 공간은 닭과 달걀이라는 존재론적 모순(?)에 처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허나 닭&달걀과는 다르게 시간은 철저히 공간에서 비롯된 관념이다. 공간은 실체이다. 따라서 변화한다. 이 변화의 과정을 인위적으로 분절한 것이 바로 시간이다. '현재'는 '지금'이면서 동시에 '여기'인 셈이다. 따라서 시간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먼저 공간을 적절히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합정역 부근에 축지법을 알려주는 학원이 있다. 도대체 무엇을 가르칠까? 과연 수강생이 있을까? 하는 내 의문에 혹자는 무공으로써의 축지법이 아니라 철학으로써의 축지법을 전수(?)하는 곳이라고 살짝이 알려주었다. 다시 말해, 시간의 개념을 다시 세워준다는 것이다. 이는 방금 앞에서 이야기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우리에게는 늘 넉넉한 공간이 주어진다. (물리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공간도 포함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시간에 늘 쫓기듯 한다. 허나 이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에서 비롯된 허무의 강박일 수 있다. '여기'를 잘 활용하는 것이 '지금'을 채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