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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라는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수년간에 걸쳐서 로마사를 정리한 책인데 유려한 문체와 함께 독특한 해석등으로 꽤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 책을 보고 왠지 아쉬움이 느꼈던것은 로마제국이 동서로 갈리기전까지만 나오기 때문이다. 이책에 나오는 이른바 '비잔티움 제국'에 관해서는 나오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 로마역사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그뒤의 역사 즉 동로마사를 알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왠걸 동로마역사에 관한 책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리고 더 알아보니 학계에서도 동로마사에 관한 관심이 별로 없는거 같았다. 동로마사에 관한 인식이 별로 안 좋다는 것이었다. 천년을 이어온 로마제국에 그런 인식이 있다는것이 의외였었다. 유명한 '로마제국쇠망사'를 썼던 에드워드 기번은 노골적으로 동로마제국을 폄하했고 다른 많은 작가나 역사가도 그런 인식을 나타내곤 했는데 이 얼마나 편협한 시각인가. 만일 그렇게 형편없는 나라였다면 1000년이 넘는 세월동안 그렇게 오랫동안 번영했을까. 그런 의문이 누구나 들것이다. 최근까지 그런 의문을 속시원히 풀어주는 책이 없었는데 올해 나온 이 비잔티움 연대기라는 책은 그런 궁금증을 상당부분 해소시켜 주는 책이라고 할만하다. 로마 제국은 다 알다시피 이탈리아 반도에서 시작해서 현재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일부를 장악했던 고대의 대제국이다. 그때의 문명이 지금 유럽의 자산이 되었으면 물론이고. 그런데 그 찬란했던 제국이 동서로 분리되는 사태가 왔다. 서로마제국와 동로마제국으로 나뉘게 된것이다. 그렇게 나뉜 로마제국중 서로마제국은 얼마 못가서 멸망을 하게 되고 유일하게 동로마제국만이 로마제국의 정통성을 이어서 무려 천년넘게 존속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 동로마제국이 생겨나게 되는 배경과 전개 과정 당시의 역사적 사실등에 관해서 쓰고 있다. 사실 로마 제국이 동서로 나뉘게 된것이 어떤 내란때문일줄로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혼자서 나라를 다스리기에는 너무 일이 많아서 황제 스스로가 또다른 황제를 만들어서 공동으로 나라를 다스릴려고 한것이 그 시초였단다. 말하자면 평화적 정권이양이라고 해야하나? 근데 사람이란게 가면 갈수록 더 많은걸 가질려고 하는 욕심이 많고 특히 권력욕이란게 그리 나누기가 쉽지 않은데 권력을 나누기로 한것은 지혜롭다고 할만하다. 어쩌면 그때 그렇게 나누지 않았더라면 적절한 통제력을 가지지 못한 제국은 벌써 망했을지도 모르겠다. 제국의 체제는 황제 한 사람에게서 공동황제 즉 정제가 있었고 그 정제 다음으로 여러명의 부제가 있어서 각각의 영토에서 통치를 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나중에 고착화가 되어서 동과 서로 제국 자체가 나누어지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럼 그 시발점은 어디로 삼아야할까? 여기서는 콘스탄티누스대제를 이야기 하고있다. 콘스탄티누스황제 당시에 로마는 동서로 갈려지지 않았지만 명목상 수도인 로마를 버리고 오늘날의 이스탐불인 콘스탄티노블을 건설하면서 동과 서가 서서히 분리되는 단초를 마련하게 된다.물론 콘스탄티누스황제는 제국을 동서로 분리할려고 한것은 아니었을것이다. 여러가지면에서 떠오르는 동방에 좀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을것이고 쇠퇴하고 있던 로마를 대신한 강력한 도시를 원했을수도 있다. 어쨌든 그의 의도는 성공한듯이 보이지만 제국의 분리까지 예상했을까 싶기도 했다. 이책은 그렇게 시작하여 1453년 오스만투르크에 의해 멸망하기까지 천년이 넘는 동로마, 비잔티움 제국에 대해서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그 첫번째 권인 이 책은 콘스탄티누스의 치적과 함께 서로마의 분리, 그리고 서로마의 멸망까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글이 어렵지 않게 서술되어 있고 중간 중간에 사진이나 연표같은 여러 자료들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쓰여진 책같다. 다만 주요 황제들의 이름이 비슷해서한번에 읽지않으면 나중에 누가 누구인지 알아보기에 헷갈릴꺼 같다. 콘스탄티누스황제, 콘트탄티우스황제 이런식이니 말이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정치사위주로 서술되어서 문화나 예술,사회,경제같은 다른 분야의 모습을 보지 못해서 아쉽기도 하다. 하기야 1000년이 넘는 대제국의 전모습을 몇권의 책으로 담아내기가 그리 쉽겠는가. 이 책은 원래 3권짜리 양장본으로 나왔는데 몇가지 번역상의 오류등을 고치고 분권을 해서 6권짜리로 새로 나온 첫번째권이다. 3권이 편한지 6권이 편한지는 모르겠으나 책값은 비슷한거 같다. 보기에는 6권으로 분권한것이 더 나아보이나 한번에 집중에서 읽을수 없는 단점도 있는거 같다. 1000년을 넘게 이어온 대제국 비잔티움. 오랜세월 그 진짜 모습을 알기 어려웠는데 이제 그 베일에 쌓였던 제국의 속살을 들여다볼수 있는 기회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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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리뷰입니다. 내용보다는 전반적인 것들에 대해 써봤습니다.
내용이 방대하기 때문에, 1권짜리 집약서를 먼저 읽기를 권하고 싶다. 트레드골드의 '비잔틴 제국의 역사'나 오스트로고르스키의 '비잔티움 제국사'를 권한다. 구할 수 있다면 이 3부작의 축약판으로 출판된 종횡무진 동로마사 를 봐도 좋겠지만, 내용이 그대로 겹치므로 권하고 싶지 않다.
방대한 분량에 비해서, 보조 자료 역할밖에 할 수 없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이 책이 학계에서 별다른 대접을 못받고 있다는 사실로도 알 수 있다. (이를 예상했듯, 저자도 머릿말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책을 펴자마자 나오는 콘스탄티누스 황제 즉위 전후 상황이 상당히 모호하게 설명되어 있으며,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축약되어 있다. 콘스탄티누스와 맥시미아누스/막세티우스 사이에 존재해야할 셉티무스 세베루스 황제가 완전히 빠져있다는 - 연표에서도 찾을 수 없다 - 점은 솔직히 이해할 수가 없다. 중요하지 않아서 빠질 수도 있다지만, 그럼에도 콘스탄티누스가 아들과 황후를 살해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인용문과 가설로 넉넉한 분량을 쓰고 있는데, (그럼에도 결론은 '불확실. 알수없다'로 끝난다) 이는 '대중을 위해 이야기 식'으로 썼다는 저자의 저술 방향을 잘 말해준다. 독자는 이를 충분히 인식해 주었으면 한다. 이 책은 재미있는 부분은 강조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은 역사적 의미와는 상관없이 축약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특별히 혼란스러운 콘스탄티누스의 시대가 끝나면, 사정은 좀 나아져서 그런대로 평이하고 꼼꼼한 서술로 되돌아간다. 유스티아누스 황제나 벨리사리우스 장군 부분은 너무 평이하다 싶을 정도이다. 하지만 두께에 비해서 상당히 빠르게 페이지가 넘어간다. 이는 기본적으로 우수한 저작과 읽기 쉬운 번역 때문이다. 내용과 질을 역사책이라는 관점에서 따지면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대중서 개념에서 접근하면 결코 다른 역사서에 뒤지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다 읽는데 성공한 독자들에게는 '1453 콘스탄티노플 최후의 날'을 권하고 싶다.
한걸음 더 나가고 싶다면 이슬람, 슬라브 지역 및 러시아(키예프/모스코바 왕조)역사/문화와 비잔티움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이 분야를 다룬 책으로는 'Sailing from Byzantium'이 대중적인 책으로 알려져있다.
'비잔티움 연대기'는 비잔티움에 관심을 가지고 이 긴 시리즈를 읽겠다는 결심을 한 분들에게는 미안하게도, 전체적인 그림이 쉽게 다가오지 않을 것 같아 권하기 어려운 책이다. (마땅한 대안이라고는 트레드골드의 번역본 뿐이지만, 번역 수준 때문에 더더욱 권하고 싶지않다.)
참고
트레드골드와 오스트로고르스키의 책은 모두 번역되어 있다. 트레드골드의 비잔틴 제국의 역사는 학술적인 접근으로 내용면에서 상당히 충실하다. 다만 원서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번역본은 (트레드골드의 책은 상당히 비싼 편이다) 번역이 거의 웹자동번역기 수준이라, 읽는 것 자체가 어렵고, 뜻이 전혀 유추 할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문장들이 상당히 많다. (이정도 번역 수준이면 원작과는 완전히 다른책이므로 환불해 줘야 하는게 아닌가 싶을정도) 오스트로고르스키는 읽기 쉽지 않은 편집이며, 내용도 무척 교과서적으로, 지루한 편이다. 2008년 가을 현재 품절로 구하기 쉽지 않지만 대형 서점에서는 일부 재고를 찾을 수 있다. 덧붙여 노리치의 1권짜리 축약판 원서(A short history of Byzantium)는 인기가 없는 건지, 현재 외국 온라인 대형 서점에서도 중고로밖에 구할 수 없다.
이들 책에는 지도만 몇장 있을 뿐 사진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대안으로 '콘스탄티노플과 비잔틴 교회 이야기'라는 책이 있다. 종교서적으로 분류되어서인지 가격도 저렴하나, 구하기가 쉽지는 않다. 교회 건물 사진이 대부분이지만, 일반적으로 비잔틴 예술품 사진은 흔하나 건물 사진은 드물기에 가치가 있다. 설명도 충실하며, 비잔티움 연대기를 다 읽은 독자에게는 아주 유용한 자료가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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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예상하는 것처럼 로마 역사의 연장선에서 비잔틴의 역사를 읽으려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후세의 사건, 십자군 원정을 읽다가 거슬러 올라가 비잔틴을 만난 경우이다. 비잔티움연대기 1편은 서서히 갈라서는 동방과 서방의 로마를 그리고 있으며, 지금 읽고 있는 2편에서는 벼랑끝에 서있는 제국의 그늘을 엿볼 수 있다. 3편으로 넘어가면 그 몰락과 퇴폐는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그곳, 그 시간대의 역사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어쩌면 그 책들이 없었다면 '비잔티움 연대기'는 이전에 그랬듯이 무관심속에 사멸했을 것이다. 따라서 비잔틴은 역사속서 뿐만 아니라 현대의 이 시점에도 로마에 빛을 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비잔틴의 역사는 로마의 역사와 상통하면서도 상당 부분 이질적이다. 의식, 문화, 종교, 군사/행정...모든 면에서 비잔틴인들은 로마를 답습하기 보다 새로운 것을 찾았다. 새롭다는 의미가 강하다는 뜻과 일맥상통하지 않은 점이 애석하다. 비잔틴은 종교에 대한 광신적인 믿음과 그로인한 소모적인 논쟁과 분열, 그리고 로마의 공동체정신에 반하는 개인주의의 만연, 문명화된 게르만족과 새롭게 밀려오는 훈족, 슬라브족, 투르크족, 페르시아의 팽창에 급속하게 무너져 내린다. 그 상황에서도 천년왕국을 지탱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엄청난 희생이 뒤따랐겠지만 그로인해 국가와 혈통을 지탱할 수 있었던 유럽인들에게는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콘스탄티노플의 성소피아 성당에서 보스포루스해협을 바라보는 관광객들은 그런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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