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2)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0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9.0
  • 50대 10.0
리뷰 총점 종이책
젊은 예술가에게, 금산씨와 비평가인 나에게 쓰는 편지
"젊은 예술가에게, 금산씨와 비평가인 나에게 쓰는 편지" 내용보기
P {MARGIN-TOP:2px; MARGIN-BOTTOM:2px} 1.    과학을 제외한 모든 인간의 사상은 문학에 지나지 않아. 다양한 철학자들의 서로 다른 말도, 사회학자와 언론인들의 말과 행위도 몽롱한 가능성의 연기에 콜록거리는 다양한 인간의 표정에 불과해.     2.    비평이라는 영역은 문학 중에서도 가장 함정이 많은, 떨어져도 전혀 아프지 않은 함정이 널려 있지. 이 영역을
"젊은 예술가에게, 금산씨와 비평가인 나에게 쓰는 편지" 내용보기

1.

 

 과학을 제외한 모든 인간의 사상은 문학에 지나지 않아. 다양한 철학자들의 서로 다른 말도, 사회학자와 언론인들의 말과 행위도 몽롱한 가능성의 연기에 콜록거리는 다양한 인간의 표정에 불과해.

 

 

2.

 

 비평이라는 영역은 문학 중에서도 가장 함정이 많은, 떨어져도 전혀 아프지 않은 함정이 널려 있지. 이 영역을 방황하는 경박한 비평가의 비참함은 작가의 비참함을 훨씬 능가하지. 이 비참함은 피할 수 없어. 모든 것이 상품으로 전락하는, 수량으로 평가되는 세계에서 이 경박함을 피할 수 있는 비평가가 어디 있을까?

 

 당신과 마찬가지로, 나도 두려워. 도망칠 곳이 활자 속 밖에 없다는 사실이. 그리고, 외부는 없다는 사실이. 점차적으로 누군가와, 딱히 이유도 없이 멀어지는 기분. 그렇게 문학과도 멀어질거야.

 

3.

 

 사회는 사람들의 습관에 의해 유지되지. 이것이 습관이라는 것을 싫어하는 어떤 개인의 혁명을 사회가 혐오하는 이유야.

 

 이미지나 활자로, 언어로 기록되거나 발화될 수 없는, 세부, 거기에 진실이 있지. 개인의 습관과 기억, 지나치게 되는 순간 속에. 수많은 부딪힘과 말보다는, 침묵 속에서 스쳐가는, 잠깐의 눈빛 속에서 그 사람을 더 잘 알 수 있어.

 

 그런데 관습이란 이런 것을 무시하지. 나에게 상식을 지키라고 했었지? 상식이 때로는 물리적인 폭력보다 더 잔인해.

 

4.

 

 어떤 연대와 형식을 요구하는 당신에게, 자꾸만 예의와 관습을 내게 가르치려는 당신에게 요즘 읽은 한 작가의 글을 짧막하게 들려주고 싶어.

 

 "우리 모두가 부스러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이들이 연대의 새로운 방식을 찾으려고들 고민을 깊게 하고 있습니다. 그이들이 뭉치는 생각을 하는 동안 나는 부스러지는 생각을 해볼 참입니다." (박금산, <바디페인팅- 제3부 소설은 아름다워 中)

 

 나는 부스러지고 싶어. 어떤 연대도 실은 이기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김광석의 <먼지가 되어> 라는 노래를, 알아? 타인을 껴안을 수 없을 때는 먼지가 되어서, 옷섶 사이에 비루하게 붙어서라도, 같이 머물 수 있다면.

YES마니아 : 로얄 2*****h 2009.04.23. 신고 공감 4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반어가 전달되는 사회을 위한 각고의 노력
"반어가 전달되는 사회을 위한 각고의 노력 " 내용보기
반어가 전달되는 사회을 위한 각고의 노력      바디 페인팅 - 박금산 연작소설  도무지 농담이 통하지 않는 사회, 반어가 사라진 사회, 반어가 전달되지 않는 그 사회는 사회자체가 소멸되어야 한다. -본문 중에서   이 소설을 접하게 된 계기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나는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라는 첫 페이지가 나온 문장을 복사해 건네준 지
"반어가 전달되는 사회을 위한 각고의 노력 " 내용보기

반어가 전달되는 사회을 위한 각고의 노력

     바디 페인팅 - 박금산 연작소설

 도무지 농담이 통하지 않는 사회, 반어가 사라진 사회, 반어가 전달되지 않는 그 사회는 사회자체가 소멸되어야 한다. -본문 중에서

  이 소설을 접하게 된 계기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나는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라는 첫 페이지가 나온 문장을 복사해 건네준 지인의 친절한 소개였고, 다른 하나는 “돈보다 노벨상을 타야죠.” 라는 제목으로 책 전문 뉴스 사이트에서의 쌩뚱맞은 인터뷰 기사를 보고 나서였다. 이러한 반어법과 엉뚱함 때문에 끌렸다는 것이 솔직한 내 대답이다. 우울증을 치료하려면 병원에 가야할 것이고 책을 쓴다는 것은 먹고 살려는 의지 혹은 욕망 또는 쓰지 못하면 안 될 뭐 그럴듯한 이유가 돼야 하거늘 노벨상이라....... ‘너무 솔직하거나 거창한 것 아냐.’ 라는 물음이 앞섰다. 책의 마지막장을 덮고 나서 비로소 그 물음의 일부 해답을 찾았다. 너무도 솔직해서 미워지는, 소심해 보이는 그가 미워지다가도 안쓰럽고, 그 고민이 기특하고 가상하여 보듬어 주고 싶고, 연약해 보이지만 내심 강단[剛斷]있는 친구를 만나는 느낌. 그것이었다.

 이 연작소설은 4부(작가는 바디 페인팅 1호, 2호, 3호, 4호 이런 식으로 이름을 붙여 놓았다.)로 구성되어 있다. 1호와 2호에서는 가난한 젊은 작가의 우울증을 치료하기위해 학원을 등록하고, 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8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인도를 가기위한 분투기와 이러한 제도(기관으로부터 지원금을 받는)에 대한 양심에 찔리는 솔직한 고민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우울한 것일까? 그는 병원이 아닌 영어 학원을 등록하고 이래저래 다시 학원등록비를 환불받는(학원의 규정상 불가능한)행위를 하며 제도와 규정에 갈등한다. 작가 박금산은 '금치산자'에서 따온 필명으로 글을 쓴다. 본명은 박영준(작품에 그대로 나옴.)이다.

  문학은 자유를 말하는 것이지 자유 그자체가 아니다. 작가는 자유를 갈구하는 사람이지 자유인이 아니다. p74

  청계광장에서 동대문까지 매일  만보하며 무료한 침잠을 통한 현대판 “구보씨의 하루”를 재현한다.

 베냐민이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과 산책 모티프를 분석하면서, 거니는 것이 곧 글쓰기의 일부이다. 라고 한 말에 의지해서 걷고 또 걸었다. p144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 대학원을 진학하면서 작가는 교육제도에 대한 자신의 담론을 이와 같이 한탄한다.

 내가 대학원에 진학 할 때 그들은 나의 이상인 실천가가 되기 시작했었다. 대학원은 공부를 못하거나 제도에 성실하지 못하여 학점이 낮아 취직이 안 되는 사람,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사람, 사회 적응력이 없는 사람이 가는 곳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그런 곳이었다. 대학이 연애하거나 데모하거나 동아리 모임을 하는 곳으로 존재했듯이 말이다. p147

 청계천 물가를 맨발로 거닐며 문득 생전 처음 보는 보도블록 문양에 시선을 돌린다. 양각 혹은 음각된 금색의 동판블록에 새겨진 글씨들. ‘영원한 감동 전태일 평전’ 그는 블록을 따라 걷다 전태일 상 앞에 서있다. 마치 부베의 어느 동상 앞에서 존재를 깨달은 로깡댕처럼(사르트르의 구토)스치는 생각들 깨달음을 통해서 작가의 실존적 욕구와 윤리관을 미학적으로 형상화한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근로기준법 책을 안고 검은 연기와 함께 산화한 젊은 노동자 전태일의 삶을 자연스레 꺼내든 이유는 여기에 있다.

 테러는 인간 중에서 약한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극단의 방법이다. 때로는 그와 같이 자기 자신에게 테러를 가하는 삶도 나타난다. p182

 그렇게 자신에게 테러를 가하며 산화한 젊은 노동자 전태일의 모습은 멀리 인도의 가정부 이자 비루한 삶을 살았던 한 바비 할더 회고록을 읽고 바비에게 편지를 쓰며 3호의 문을 연다. 3호는 이 바비란 여인에게 쓴 긴 서간문이다. 전태일과 바비. 나라와 종교와 성과 사상이 다른 그렇지만 어둡고 척박한 현실을 살던 두 인물을 통해 작가는 삶의 고통을 꼼꼼한 보도국 기자처럼 최대한 사실대로 기술하려한다.

 나는 기록의 소중함을 알고 있다. 나의 움직임을 소설 문장으로 옮겨오고 있는 지금의 모든 작업은 그런 기록을 위한 게 아니냐. 기록을 무시한다는 건 나의 소설, 그리고 나 자체를 무시하는 격이 된다. p125

사실대로 기록하는 것이 잘된 소설에 필요한 요건인가봐. (중략) 사실과 소설의 경계가 우리에겐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p248

 바비는 12살 나이가 많은 샹카와 12살에 결혼을 한다. 그녀의 삶은 아이 둘을 낳고 동물적인 학대를 받으며 남편에게 버림을 받고 쫓겨난다. 그녀는 쿠마르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신데렐라가 된 하녀’란 회고록을 펴내며 세상에 알려졌다.

 이 눈에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약자를 지목하게 되죠. 샹카는 당신을 적의 대리물로 보았던 것입니다. (중략) 적의 대리물로 자기의 몸을 내세웠던, 그래서 시원스럽게 불태워버렸던 청년의 삶을 기억해 주세요. p234

 마지막 4호는 인도의 멜가트에서 보낸 19일간의 기록이다. 기행문이다. 식견이 좁은 나에게 있어 마지막 4호를 읽기에 너무도 힘들고 솔직히 지겨운 독서였다. 그 만큼 세밀하고도 깊은 작가의 성찰과 행위의 꼼꼼함이 질렸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지막 4호에서 작가는 그가 말하고자한 의미를 정확히 설명한다.

 정치인들이 긍정문을 말하지만 그게 거짓인 거는 그들이 금욕을 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불행을 그림으로써 행복을 말하는 것 이게 문학의 임무래요. 어디서 읽은 적이 있어요. 제가 하는 말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문학은, 불행을 보는 거거든요. 그래서 기대돼요. 멜가트에 가서 행복을 볼지 불행을 볼지. 아마도 난 자꾸만 불행의 조건들을 찾으려고 하겠죠. 작가니까요.p288

 문학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는데, 불행의 조건들을 종합하면서 그걸 통해 행복을 말하는 거, 미래를 생각해보게 하는 것, 그게 내가 할 일이지 않을까 싶어요. 금욕하면서 긍정문을 말하는 게 작가는 아니니까요. 존재자체에 비용이 드는 이 시대에, 돈이 의미를 장악하는 이 시대에, 여행의 의미는 어떤 경비를 가지고 출발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p290

 작자 박금산은 자신의 책이 소설코너나 수필 코너에 자리 잡길 원한다. 그만큼 소설과 수필의 장르를 엄밀히 구분 짓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하면서 창의적이다. 인도여행에 뜻을 둔 독자라면 보아두어야 할 부분이 많다. 그러나 이 작품은 결론적으로 대중적 일수는 없다. 대중적이지 않아서 나처럼 재미와 흥미만을 쫒던 이들은 분명 당황하거나 화를 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깨달음을 주는 책들은 익숙하지 않아 지루하다.(페이지마다 각주가 많아서 엄청난 집중이 요망됨) 인내를 가르쳐주고, 그러한 인내를 통해서 삶속에 들어 앉아있는 진리의 본모습을 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진리란 쌈빡한 감동과 희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느긋한 침잠과 학구적 인내와 치열한 사고에서 우러나오기 마련이니까. 

s*******0 2008.03.2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