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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이 땅에서 전쟁이 끊인 날이 며칠이나 될까? 정확한 통계치는 알 길이 없지만 역사의 많은 부분을 전쟁이 차지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특히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전쟁은 낯선 것이 아니다. 직접 6.25를 경험하진 않았다 하여도 우리 모두는 지구상에 유일하게 존재하고 있는 분단국가에 살고 있다. 그리고 조금 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면 일제 식민지 시대와도 만날 수 있다. 폭력은 인간의 본성인 것일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던져 보며 나는 한 권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의 표지에 쓰여진 후쿠자와 유키치(이하 후쿠자와)라는 낯익은 이름 때문이었다. 이 책은 후쿠자와의 저서인 <문명론의 개략>을 고야스 노부쿠니(이하 고야스)라는 사람이 읽고 쓴 글을 우리나라 사람이 다시 번역한 것이다. 한 사람의 사상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쓴 원전을 읽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하지만, 일본어를 전혀 알지 못하는 나와 같은 사람에겐 훌륭한 번역서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해설서(!)를 번역해놓은 것이니 이를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처음에는 약간 혼란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많은 부분이 고야스의 시각에서 쓰여졌으며, 마루야마 마사오의 <’문명론의 개략’을 읽는다>라는 책까지 만나볼 수 있는… 아무래도 나에게는 다소 어려운 책일 수밖에 없었다. <문명론의 개략>이 쓰여진 것은 대략 130년 전의 일이다. 유럽 제국주의가 아시아에 서서히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던 그 시절, 일본 사회는 변화를 갈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변화가 어떠한 방향성을 지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말이 많았다. 아니, 자립국가로서 앞으로도 존재할 수 있을지 여부조차도 불투명했다. 이러한 혼란기에 후쿠자와는 일본의 문명화, 즉 근대화가 어떠한 방향성을 지녀야 하는지 이 책을 통해 설명하려 들었다. 그는 문명을 상대적인 것으로 파악했다. 문명과 야만은 단절된 개념이 아니며, 특정 국가라 하여 문명 혹은 야만의 상태에 영원히 머무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그렇기에 아직 문명의 단계에 속하지 못한 일본과 같은 국가들도 문명을 향해 나아갈 수 있으리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문명국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그의 사상으로부터 나는 아시아 특유의 정서(?)라 할 수 있는 덕(德)을 유럽적 법률, 질서로 대체하려는 그의 몸부림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에게 서양의 문명은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 외부 세력에 의한 피동적인 개화가 아닌 일본인에 의한 의식적, 전략적인 개화, 이는 분명 자국의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 말은 좋다. 하지만 일본이 이 과정에서 서구 세력이 지닌 침략자의 모습마저도 모방했음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안타깝게도 나는 일본이 범한 이러한 역사적 어리석음[愚]의 원동력을 후쿠자와의 사상으로부터 읽어낼 수 있었다. 그는 일본이 진입해야만 되는 선진 국제사회의 두 축을 상업과 전쟁으로 보았다. 평시에는 경제활동을 통해 그리고 일[事]이 있으면 무기로서 우위를 점하는, 후쿠자와는 그것을 근대적 주권국가이자 국민국가가 지닌 특징으로 파악했다. 게다가 그는 국가를 이루는 사람들 개개인이 아닌 일국(一國)단위의 사고가 필요하다는 입장까지 선보였으니, 다소 무리가 있는 해석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그의 사상은 전체주의와도 닮아 보였다. 지난 70년대 유행했던 나팔바지나 미니스커트가 새로이 각광을 받는 것을 보면 역사는 돌고 도나 보다. 후쿠자와 사후 100년이 지난 오늘날, 잃어버린 10년을 막 지난 일본은 더 넓은 사회를 위한 태동을 시작했다. 내적으로는 경제발전을 꿈꾸고 외적으로는 자위대의 해외 파병 등 군사적 입지를 다지는… 이러한 일본의 움직임은 100년 전 후쿠자와가 보았던 근대적 주권국가의 특징과도 유사하다. 일본은 다시 한 번 전체주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텁텁한 기운이 입안을 감싸고 돈다. 후쿠자와의 사상을 그리고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이해하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는 것을 새삼스레 다시 한 번 느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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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명개화의 선각자 후쿠자와 유키치1만엔 지폐 속에 살아 있는 후쿠자와 유키치 1만엔은 우리의 1만원권처럼 일본의 최고액 화폐이다. 그런 화폐속에 왜 왕족이 아닌 한낱 근세 지도자중의 한사람의 얼굴이 들어있는 것일까 그는 일본이 서양에 비해 뒤떨어졌고 어떻게하면 일본을 근대군가의 반열에 올릴수 있을까를 온몸으로 고민하고 평생을 바친 일본인의 은인이며 선각자이다. 메이지유신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본의 문명개화를 이끈 정신적 지도자 오늘날 일본 양대 사학의 하나인 게이오기주쿠를 설립해 교육 계몽을 이뤄낸 실천적 행동가 일본이 걸어온 치열했던 근대화의 길을 짚어볼 수 있는 책이다. 그런 사람들이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을때 우리는 무엇을 했나 반성하게된다. 지난 역사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자는 다시금 그 역사를 되풀이하게 되어있다고 우리는 근세의 우리의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한권이니 부담없이 하루를 투자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