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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시인, 그의 시를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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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천상병 시인은 뚜렷이 기억되는 시인이다. 동백림 사건으로 살아 생전 유고시집이 나온 유일무이한 시인이니. 처음 내가 접한 천상병 시인의 시는 '강물'이었다. 시의 첫 연을 읽고 끝 연을 읽으면서 나는 알 수 없이 북받치는 감정을 느꼈다. 그것은 시 속에 감추어진 내가 느낀 슬픔때문이다. 강물이 흐르고, 시인은 운다. 그 시인의 눈물과 강물의 흐름은 대체 무엇이 먼저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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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천상병 시인은 뚜렷이 기억되는 시인이다. 동백림 사건으로 살아 생전 유고시집이 나온 유일무이한 시인이니. 처음 내가 접한 천상병 시인의 시는 '강물'이었다. 시의 첫 연을 읽고 끝 연을 읽으면서 나는 알 수 없이 북받치는 감정을 느꼈다. 그것은 시 속에 감추어진 내가 느낀 슬픔때문이다. 강물이 흐르고, 시인은 운다. 그 시인의 눈물과 강물의 흐름은 대체 무엇이 먼저이고 무엇이 나중이며 무엇이 합하여진 것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시를 읽으며 느낀 것이 시의 전통적인 해석과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그 속에서 시인의 슬픔을 느꼈다. 시의 감상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그것이 실재세계에 대한 시인의 시각이든 아니면 평론가가 써놓은 시각이든 상관없이 어린 시절의 나는 그 시 속에서 울었고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 뒤 나를 사로잡은 시는 대개 천상병 시인의 초기 작품들이었다. 약속, 사상계에 발표한 새, 서대문에서, 그리고 너무도 유명한 귀천까지. 그 작품들은 내 가슴에 살아있다. 그러나 나는 이 시인의 작품에서 눈물과 회한을 느꼈다. 간결하기까지 한 문체 사이로 떨어지는 슬픔은 낙엽과도 같고, 봄의 빛과도 같다. 모순된 이미지가 스며들어 나를 감동시켰던 시들이다.

 

그리고 오래도록 나는 천상병 시인의 시를 접하지 못했다. 아마 시에 대한 내 관심이 덜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 방송프로그램에서 천상병 시인의 근황을 보고 불현듯 그의 시들을 떠올렸다.

 

귀천 이후 그의 시는 조금 달라진 모습이었다. 내게 그의 시는 그리움과 이념화와 현실의 묘사로 보여졌다. 거울이란 시를 보면 나는 반대로 비춰지는 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모습에서 철학자를 떠올린다. 좌우가 바뀐 상을 보며 닮았다 말하는 사람들에게 거울의 상은 실제인가? 아닌가? 그 문제는 매우 복합적이고 대답하기 어렵다. 사람들은 실체가 아닌 상을 보며 실체처럼 여긴다. 그 누구라도 비춰지는 상이 실체가 아님을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춰지는 상은 실체로 간주되는 것, 다르지만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 많은 생각을 하며 그 시를 읽어내렸다.

 

시인은 내게 어떤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짧게 아무렇지도 않게 쓰여진 듯한 시 중 시인의 진심을 담은 시는 무엇인지 궁금해하며 책장을 덮었다.

 

책장을 덮으며 다시 귀천이 떠올랐다. 대개의 한국인이 그렇듯 나는 귀천을 좋아한다. 그것은 알 수 없는 그리움의 감정이다. 마치 내 가슴과 정신 속에 내재되어 있는 감정을 시인이 글로 표현한 것과 같은 근원적인 그리움이다.

 

그 어느 때인가 귀천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귀천이 코팅된 종이를 들여다 볼 때 누군가 일본어로 시를 번역하면서 空이라 하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天을 떠올렸던 기억이 난다. 귀천, 하늘로 돌아가는 것이니 그 하늘이란 허공이 아닌 관념속에 존재하는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일 것이다. 시인에게 하늘이란 아마 천국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가서 지상에서의 소풍이 아름다웠노라고 말하겠다 할 수 있었겠지.

YES마니아 : 골드 e***h 2010.01.14. 신고 공감 1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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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전집 - 기인이 남긴 순수한 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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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귀천> 중에서   산다는 것과아름다운 것과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한창인 때에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새여 너는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나쁜 일도 있었다고그렇게 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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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귀천> 중에서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새> 중에서

 

 

<귀천>으로 유명한 고 천상병 시인은 문단에서 기인으로 통했다. 어느날 갑자기 행적이 묘연해서 지인들이 백방으로 수소문했으나 못 찾았단다. 문인들이 시인을 기리는 마음에 유고 시집 <<새>>가 출간되었다. 알고보니 풍찬노숙하던 중에 쓰러져서 행려병자로 몇년 간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것. 살아 생전에 유고 시집이 나왔으니, 기인이란 명성이 헛되지 않다. 첫 시집이자 유고시집이 <<새>>인 이유는 초기시 중에 '새'란 제목이 많고, 새의 표상을 애용한 덕분이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귀천>이 수록돼 있다.

 

 

 

 

현대사는 기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박정희 정권 시절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모진 고문을 당했다. 이른바 동백림 사건으로 유명한 대형 공안 사건으로 예술인과 유학생들이 대거 피해를 입었다. 고 최종길 서울대 법대 교수는 동생이 중앙정보부 엘리트였음에도 의문사를 당했다. 천상병 시인은 동베를린을 견학한 지인에게 막걸리값을 종종 받았다는 빌미로 끌려가서 평생 후유증에 시달렸다. 평소 천진한 얼굴로 문인들에게 막걸리값을 달라 했던 그였다. 얼마나 어이없는 비극인가.

 

 

 

 

<<새>> 이후의 작품은 운율이나 기교보다 일상에서 느낀 깨달음, 삶과 죽음, 근원에 대한 단상과 신앙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순수한 시심에 정감이 간다. 막걸리, 맥주 찬양부터 가난, 카페 '귀천'을 운영하며 생계를 책임진 아내 목순옥 여사에 대한 고마움까지. 읽고 있으면 마음 한켠이 따스해진다. 시도 <막걸리>, <맥주>, <아내>, <장모님>, <찻집>. 일상의 소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땅을 가지고 싶지만,

돈이 있어야 한다.

돈을 많이 벌어야 겠다.

 

 

땅을 가지고 있으면,

초목을 가꾸고,

꽃을 심겠다.

 

 

- <땅> 중에서

 

 

 

 

돈 많이 벌어서 땅을 사고 싶다. 그렇게 매입해서 하고 싶은 일이 초목을 가꾸고 꽃을 심겠단다. 속인이 보기엔 허탈하기 그지없다.

 

 

 

 

하늘에 둥둥 떠있는 구름은

지상을 살피러 온 천사님들의

휴식처가 아닐까.

 

 

- <구름> 중에서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나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뺵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행복> 중에서

 

 

 

 

아내는

카페를 경영하고 있다.

 

 

...

 

 

그렇잖아도

좋은 아내인데

돈도 버는 것이다.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하다.

 

 

- <아내> 중에서

 

 

 

 

가난했지만 행복했다. 고문 후유증에 말이 어눌하고 걸음은 어색했지만, 행려병자로 정신병원에 다니며 지인들에게 막걸리값을 얻어 썼지만, 행복할 줄 알았다. 문인들도 시인을 기인으로 여겼을 망정, 꺼리거나 홀대하지 않았다. 기행은 때묻지 않은 시심에서 나왔고, 시는 소박하나 울림이 크다.

 

 

 

 

정비석의 <<김삿갓>>과

이재운 씨의 <<토정비결>> 두 책은

한국 지식인이면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 <꼭 읽어야 할 책> 중에서

 

 

 

 

시인은 꼭 읽어보라고 했는데, 여전히 <<김삿갓>>과 <<토정비결>>을 읽지 못했다. 시인을 좋아한다면서 당부는 지키지 못했다. 빚진 마음이 든다. 생전에 시인이 맥주와 막걸리값을 충당하며 행복을 주었던 인사동 찻집 <귀천>. 목순옥 여사가 타계한 뒤로 본점 문을 닫았다. 이제는 조카가 2호점을 운영 중이다. 아마 시 <진이> 주인공인 처조카 영진 씨가 아닐까 싶다.

 

 

 

 

나하고 아내한테서는 

아이가 하나 없고

스물 두 살짜리 여조카 진(眞)이가

우리 부부의 딸처럼 되어 있다.

 

 

본명은 영진(榮眞)인데

그냥 진(眞)으로 통한다.

 

 

- <진이> 중에서

 

 

 

 

시인 부부에게 딸 같았던 처조카 영진 씨는 진(眞)이로 불렸다. 참이란 뜻이 시(詩)에 담긴 마음과 우연히도 어울린다. 대학생 시절 막상 서울에 적을 두고 살았으면서, <<천상병 전집>>을 책장 중간 칸에 꽂아놓고 세상이 미울 때 훑었으면서, 막상 목순옥 여사 생전에 찻집 '귀천'에 들르지 않았다. 정비석 작가 <<김삿갓>>과 이재운 씨의 <<토정비결>>도 읽지 않았다. 천상병 시인을 좋아한다고 자부하기는 부끄럽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회 생활에 시달리고 사람에 시달리면 시집을 집어든다. 산골 소풍을 다녀온 듯하다. 맑은 개울물에 마음이 정갈해지고 따스한 햇살에 문득 뭉클해진다.

a*****a 2017.01.0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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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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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시인의 귀천은 누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시를 물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시다. 오래 전 새언니로부터 받은 편지에서 인용된 시의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아 물어보니 귀천이라는 시라고 했다.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렸던 시라며 알려 주었는데 우리 때는 배운 적이 없어 전혀 몰랐던 것이다. 나중에 한 생각이지만 어떻게 이런 시를 몰랐을까 하며 나의 무지함에 부끄러웠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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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시인의 귀천은 누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시를 물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시다.

오래 전 새언니로부터 받은 편지에서 인용된 시의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아 물어보니 귀천이라는 시라고 했다.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렸던 시라며 알려 주었는데 우리 때는 배운 적이 없어 전혀 몰랐던 것이다. 나중에 한 생각이지만 어떻게 이런 시를 몰랐을까 하며 나의 무지함에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감동적이며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을 처음 접한 그때의 감동이 아직까지도 전해진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언제 읊어도 마음을 정화시키는 구절이다. 견디기 힘든 일이 있을 때 이 구절을 생각하며 소풍 왔다 돌아갈 날을 생각하면 진정이 되곤 한다.

이처럼 현재의 삶을 소풍 온 듯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매일 매일이 즐거울 것이다.

이 책은 천상병님의 글들을 전집으로 묶어 그의 삶 일대기를 보는 듯하다.

년도 별로 4부에 걸쳐 구성되어 자서전을 보는 듯 하기도 한다.

그의 젊은 시절 사진을 비롯해 결혼식 사진도 실려 있다. 그토록 아름다운 시와 함께해서 인지 얼굴에서는 천진함과 순수함이 느껴진다.

인사동에는 아직까지도 부인이 운영하는 찻집 귀천이 있다고 한다.

함축된 표현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어 일기를 보는듯한 느낌도 든다.

이렇듯 년 도별로 쓰여진 시에는 천상병님의 삶이 고스란히 베여있다.

글을 쓰는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가난했지만 가장 큰 행복을 맛보았고 돈과 행복은 상관이 없음을 생전의 삶에서 알 수 있고

시에서도 표현되었듯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갔던 천상병님의 삶을 들여다보며 존경심마저 든다.

마흔 세살의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고 아이가 없는 그는 어머니와 조카와 살았다는 것을 아내라는 제목의 시에서 정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초록을 좋아하는 작가의 시에는 곳곳에 초록빛이 뭍어 난다.

그의 아내가 운영하고 있다는 인사동의 귀천에 꼭 한번 들러보고 싶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에 시집을 들고 가보면 어떤 기분일지 기대된다.

천상병님의 순수하고 천진함이 가득한 미소를 꼭 닮은 아내를 볼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행운을 기대하며 말이다.

y*****1 2009.03.2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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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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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시집을 읽고   우리들에게 ‘귀천’이라는 시로 널리 알려져 있는 천재시인 천상병은 꾸밈없이 맑고 고운 시를 우리들에게 선물로 남겨 주고 이 세상 소풍을 끝내고 하늘로 돌아간 시인이다. 시를 읽으면서 그런 소풍을 나는 정말 즐기고 사는가 반성이 되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새볓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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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시집을 읽고

 

우리들에게 ‘귀천’이라는 시로 널리 알려져 있는 천재시인 천상병은 꾸밈없이 맑고 고운 시를 우리들에게 선물로 남겨 주고 이 세상 소풍을 끝내고 하늘로 돌아간 시인이다. 시를 읽으면서 그런 소풍을 나는 정말 즐기고 사는가 반성이 되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새볓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70년 6월 창작과 비평에 발표한 ‘귀천’ 전문 )

 

언제 읽어도 가슴 저편에서 세상을 초연히 살면서 동심의 젖은 마음으로 하늘 고향을 바라게 하는 시정에 잠기게 만든다. 삶이란 이처럼 소풍 나온 동심의 소년 소녀의 눈길이 아닌가?

문학 평론가 김우창씨는 천상병의 시를 우리 시대 최후의 서정시라고 명명 한다.

그만이 유독 최후의 서정을 대표한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라져버린 어떤 종류의 서정성이 가득한 시를 대표하는 시인이라는 뜻이다. 1950년대로부터 1970년대까지의 독특한 감수성으로 서정시를 쓴 천상병의 시는 한편으로는 전통적 서정성과 또 한 편으로는 현대적 정서를 표현한 시인이다.

 

천상병은 시적 감정이 조지훈이나 김종삼의 시에 비해 조금은 불안한 세계 인식을 드러내면서도 그 근본적 구도는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의 시는 주로 가난함과 행복, 그리고 선의의 이웃과 자연에 대한 묘사로 주로 그런 분위기 속에 실제 살면서 삶으로 표현한 서정적 시를 썼다.

 

그는 과거의 유산인 전통적 시의 공간과 현대의 부정과 긴장 속에서 되살려진 시의 공간에서 그만의 특유의 서정성을 끌어내는 시를 썼다고 한다.

전집으로 그의 시를 총망라해서 엮은 본 시집을 읽으면서 면면히 시인의 감수성과 동심의 맑고 투명한 눈으로 본 세상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아침 햇빛보다 / 더 맑았고

전세계보다 / 더 복잡했고

어둠보다 / 더 괴로웠던 사나이들,

그들은 / 이미 가고 없다.

(71. 8. 현대문학에 발표한 ‘편지’ 일부)

 

먼저 하늘나라로 간 시인들과 부모님과 조카 영준이를 그리며 쓴 시이다.

 

아침은 매우 기분 좋다. / 오늘은 시작되고 / 출발은 이제부터다.

세수를 하고 나면 내 할 일을 시작하고 / 나는 책을 더듬는다.

하루하루 복이 있을지어다. / 좋은 하늘에서 / 즐거운 소식이 있기를

(86. 8월 월간문학에 발표한 ‘아침’ 전문)

 

아이들은 순진하고 정직하다. / 예수님도 아이가 되지 않으면 / 천국에 못 간다고 하셨다.

나는 아이같이 순진무구하게 / 지금 같이 살았다.

아이들아 아이들아 / 크면 어른이 되는데 / 커도 순진하게 살아 / 내일을 살아다오

/ 그러면 하느님이 돌보시리라. ( 85. 11. 월간문학에 발표한 ‘아이들’ 일부 )

 

나는 아주 가난해도 / 그래도 행복한 편이다. / 돈은 아내가 벌고 / 나는 놀면서 지내니까!

(중략) 나에겐 내일도 없고 / 걱정거리랑 없다. / 예수님은 걱정하지 말라 하셨는데

/ 어찌 어기겠습니까? / 행복은 충족이다. / 나 이상의 행복은 없고, / 욕망이라고는 없으니

/ 그저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82. 11월에 한국문학에 발표한 ‘나의 행복’일부)

 

천상병 시인이 남긴 시를 읽으면서 어쩌면 이렇게도 수수하면서도 서정적 분위기를 서슴없이 눈치보지 않으며 얽매이지 않으며 쓸 수 있었는지 그의 삶의 면면이 고스란히 개방되어 있는 투명한 수채화 앞에 눈시울이 젖듯이 가슴 가득 여울져 온다. 각박한 현대 사회 속에 휩쓸려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숲속에서 흘러 내려오는 맑은 생수 같은 예쁜 시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큰 특권이요 축복으로 생각된다.

s***d 2009.03.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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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는 것의 즐거움을 배우다 '천상병 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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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25 천상병 지음 - <평민사> \10,000  내가 시를 읽지 않은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지금까지 내가 읽은 것이라고는 고등학교 국어책에 얼룩진 네모와 동그라미 밖에 없는 것 같다. 수술대에 올라온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해부를 거듭하는 미치광이 과학자처럼, 그 때의 나는 단어와 단어를 분해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누군가가 이미 떨어져 나온 단어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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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25

천상병 지음 - <평민사> \10,000


 내가 시를 읽지 않은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지금까지 내가 읽은 것이라고는 고등학교 국어책에 얼룩진 네모와 동그라미 밖에 없는 것 같다. 수술대에 올라온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해부를 거듭하는 미치광이 과학자처럼, 그 때의 나는 단어와 단어를 분해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누군가가 이미 떨어져 나온 단어가 의미하는 것을 정해놓았으므로 나는 그것이 어떻게 생겼는지 살펴볼 필요조차 없었다. 분해하고 외우고 분해하고 외우는 지루한 반복 속에서 그렇게 내 시 읽기는 차가운 대리석처럼 굳어져갔다.


 그런데 어느 날 “시를 읽지 않는 사람은 느낄 줄 모르는 사람이다.”라는 글귀를 보았다. 그 순간, 시집이 미치도록 읽고 싶어졌다.(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한 순간에서 출발한다) 책이나 더럽히며 달달 외우기보다는 그 안의 내용을 오롯이 느끼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나마 ‘귀천’이라는 시로 익숙한(역시 수업의 힘은 위대하다) 천상병 시인의 전집을 무작정 꺼내들었다. 아, 때론 아무 생각 없이 한 일이 엄청난 가치를 지니기도 하기에 인생이 이토록 즐거운 것이 아니겠는가! 무턱대고 읽은 이 시집, 나에게 참 많은 것을 안겨다 주었다.


 그래, 시란 해부하여 ‘떼어내는 것’이 아니다. 시를 읽고 느낀 감정을 하나하나 ‘붙이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게 감정이란 것이 존재하는가? 당연한 일상 속에서 무뎌질 대로 무뎌져 느낄 수조차 없게 되지 않았나. 확실히, 무뎌진 내 감정은 시집 속의 대부분의 시들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 번 훑어 내려갔을 뿐, 무언가를 느낀다거나 가슴이 벅차오른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로 하여금 조용히 눈을 감고 한 글자씩 따라 읽게 만드는(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몇몇 시들이 있었다. 그 행위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나는 당황스러웠다. 시를 느낀다는 감정이 바로 이런 것일까?


 지금까지도 시가 나를 사로잡았던 그 순간을 생각하면 가슴 한 구석이 따뜻해져온다. 분명, 나는 시를 읽을 줄 모른다. 시인이 의도하고자 했던 것, 시가 어떤 상황에서 쓰였는지에 대한 지식은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나는 이번 시집을 통해서 시가 담고 있는 따스함을, 그리고 그 따스함이 내 몸에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울러 ‘느낀다’는 행위가 주는 즐거움도 제대로 배웠다. 부족을 느낄 수 있는 것 또한 행복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다.

 수많은 감정들이 굳어진 내 마음 속에서 싹을 틔운다.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이 녀석들을 소중히 간직하다 보면, 어느덧 시에 내 감정을 붙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 때 붙여진 내 감정이 부끄럽지 않도록, 꾸준히 읽어서 싹이 잘 자랄 수 있는 좋은 땅을 마련해 주어야겠다.


“하루의 언어를 위해, 나는 노래한다.

 나의 노래여, 나의 노래여,

 슬픔을 대신하여, 나의 노래는 밤에 잠잔다.” - 새 ․ 2 中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 들국화 中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 값이 남았다는 것.” - 나의 가난은 中





j*****n 2010.02.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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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잔한 삶조차도 행복하게 보이는 건 왜일까?
"쪼잔한 삶조차도 행복하게 보이는 건 왜일까?" 내용보기
봄이 성큼 오나 싶었는데 갑작스럽게 닥친 꽃샘추위가 우리네 어깨를 움츠리게 하는 하루다. 참으로 오랜만에 시집을, 아니 시인의 모든 시와 관련된 글들을 담고 있는 전집을 손에 들게 되었다. 따스한 커피와 조용한 음악 더불어 꽤나 오랜 시간 책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돌아왔다. 우리에게는 인생살이를 소풍에 비유하며, 결국 하늘로 돌아가는 삶의 속성을 노래한 《귀천
"쪼잔한 삶조차도 행복하게 보이는 건 왜일까?" 내용보기

 

봄이 성큼 오나 싶었는데

갑작스럽게 닥친 꽃샘추위가 우리네 어깨를 움츠리게 하는 하루다.

참으로 오랜만에 시집을, 아니 시인의 모든 시와 관련된 글들을 담고 있는

전집을 손에 들게 되었다.

따스한 커피와 조용한 음악 더불어 꽤나 오랜 시간 책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돌아왔다.

우리에게는 인생살이를 소풍에 비유하며, 결국 하늘로 돌아가는 삶의 속성을 노래한

《귀천(歸天)》으로 알려진 시인.

하지만 이 책에는 연도별로 저자의 많은 시작들이 한꺼번에 실려 있어

정말 다양한 시들과 시인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많은 이들이 그리는 순수인... 서문에서 천승세님은 이른 시인을 가리켜

'평화만 쪼으다 날아가 버린 파랑새'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책을 열면 저자와 아내 목순옥 여사의 흑백/칼라사진들이 실려있다.

무언가, 이 느낌은? 살짝 뭉클해지는 힘이 있는 흑백 사진들의 마술이

정작 시를 만나기도 전부터 생겨난다.

 

1949년부터 1971년까지의 시를 천상병 시인의 1기라고 분류하여 시들을 모아 두었다.

여기에 70년 6월 '창작과 비평'에 발표되었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귀천'이라는 시가 실려 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시임을 다시금 절감한다.

마지막 연을 읽노라면 시인의 마음과 정서가 오롯하게 내게도 전해오는 느낌이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이후로 저자의 시는 4부에 걸쳐 나뉘어져 있다.

곳곳에 숨겨진 보석같은 시들.

하지만 여느 시인의 시집에서 발견하는 화려함은 찾아볼 수가 없다.

시인의 쪼잔한 삶과 일상, 그리고 소시민의 행복만이 곳곳에 손때처럼 묻어날 뿐이다.

 

나는 아주 가난해도

그래도 행복(幸福)합니다.

아내가 돈을 버니까!

 

늙은이 오십세 살이니

부지런한 게 실어지고

그저 드러누워서

KBS 제 1FM방송의

고전음악을 듣는 것이

최고의 즐거움이오. 그래서 행복.

 

텔레비전의 희극을 보면

되려 화가 나니

무슨 지랄병이오?

 

세상은 그저

웃음이래야 하는데

나에겐 내일도 없고

걱정도 없습니다.

예수님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어찌 어기겠어요?

 

행복은 충족입니다.

나 이상의 충족이 있을까요?

- < 나는 행복합니다 > 전문

 

저자의 이야기는 거짓이 없다.

삶의 소소함이 꼬깃꼬깃 접힌 지폐처럼 호주머니마다에서 나온다.

그걸 잘 펴서, 우리 가슴에 너는 일은 스스로가 해야하지 않을까?

너무나도 가슴아프고, 답답한 일들이 가득한 요즈음에

이런 책 한권 손에 들고 며칠을 뭉게보는 것도 행복할 것 같다.

 

 

o*****o 2009.03.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