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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들려주는 이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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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와는 달리 작은아이는 세 살 때부터 세 발 자전거를 탔습니다. 비쩍 마른 것은 제 누나와 똑같지만 얼마나 옹골찬지 쏜살같이 내달립니다. 네 살인 지금은 제 동무를 뒤에 태우고도 씽씽 달립니다. 앙증맞은 세 발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는 모습을 보면 행복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면서 자전거를 처음 배우던 초등학교 때가 생각납니다. 당시 오천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마련
"그림이 들려주는 이중섭" 내용보기
큰아이와는 달리 작은아이는 세 살 때부터 세 발 자전거를 탔습니다. 비쩍 마른 것은 제 누나와 똑같지만 얼마나 옹골찬지 쏜살같이 내달립니다. 네 살인 지금은 제 동무를 뒤에 태우고도 씽씽 달립니다. 앙증맞은 세 발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는 모습을 보면 행복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면서 자전거를 처음 배우던 초등학교 때가 생각납니다. 당시 오천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마련한 자전거는 어른용 고물 자전거인데다 거의 짐자전거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니 처음에는 안장에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지지대 사이에 한쪽 다리를 넣어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자전거만 보면 마음이 들떠 자전거를 타고 이웃 마을까지 갔다 왔습니다. 그러니 자전거는 행복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그런데 화가 이중섭은 세 발 자전거를 갖고 싶어 하는 아들에게 자전거를 사줄 수가 없었습니다. 아들이 일찍 세상을 떠났을 때는 장난감 대신 장난감 그림을 아들과 함께 관에 넣어야 할 정도로 가난했습니다. 십여 년 동안의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겠다고 결심했을 때, 저는 어떤 막다른 절벽 앞에 서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당시 <<사냥꾼들>>이라는 장편소설을 쓰고 있었는데, 어느 한 부분에 가서 꽉 막혀서 도무지 더 이상 글이 진행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우연히도 저는 이중섭이란 화가의 한 삽화를 떠올렸습니다. 팔삭동이로 태어난 첫아들이 디프테리아로 죽었을 때, 화가는 아들이 천당에 갈 때 길동무를 하라고 무릉도원에서 많은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관 속에 넣어 주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삽화는 저의 대학 시절 은사인 시인 구상 선생님이 들려 주신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구상 선생님은 화가 이중섭과 아주 절친한 사이였다고 합니다. (「작가의 말」) 확실히 이중섭의 삶은 동화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없지 않습니다. 이중섭과 지기였던 구상 시인의 삶도 동화와 그리 멀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화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하여 그대로 동화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 세계가 담겨 있어야 비로소 동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아이들 세계라기보다는 화가 이중섭의 아비로서의 세계가 압도적입니다. 이중섭이 그린 그림 '세발 자전거를 타는 아이'가 화자로 등장하지만 실질 주인공은 이중섭인 셈입니다. 장편소설을 쓰다가 막다른 절벽 앞에 서자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는 동기도 마땅찮습니다. 게다가 상상력이 풍부하다기보다는 허황합니다. 예를 들면 화자와 일만 원짜리 돈에 새겨진 세종대왕이 얘기하는 장면이 그렇습니다. 아울러 황금만능의 세태에 대해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대목이나 복사판 그림을 그리는 무명화가가 자신의 작품을 불사르며 자살하는 장면도 목적의식에 너무 치우쳤습니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05.08.2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