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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내려쓰는 버릇 때문에 본의 아니게 내용 까발리기를 할 우려가 있다. 유념하시고 읽어주시기 바란다.
샐러리맨 김태랑의 대활약을 다룬 멋진남자 김태랑은 약 30권에서 끝이 났다. 그게 2003년이니까 대략 5년 전이다. 전형적인 '일본 기업'이라 할 수 있는 건설업체에 뛰어들어 말단 직원에서 각종 직무를 다 맡아보고 초특급 승진이나 화끈한 로맨스, 결혼, 자녀, 별거, 싸움, 투쟁, 폭주, 해외 출장, 성공, 좌절, 수많은 기인들과의 인맥, 노조, 파업, 정리해고, 분사를 통한 해결, 콘돔 판매원, 정치활동, 상사로 진출, 미국 유학, 세계의 경험...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샐러리맨으로 돌아오기까지...말 그대로 폭주족처럼 거세게 인생을 향해 달려가고 또 현실적이면서도 '만화답게' 현실을 이겨내고 승리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대리만족의 절정을 느끼게 해준다. (뭐 물론 대다수의 샐러리맨들은 김태랑을 부러움과 두려움의 눈길로 바라보는 썩은 동태눈의 엑스트라들처지일지도 모른다.)
이번에 본격적인 시리즈를 시작하기에 앞서 무려 프롤로그까지나 찍어내는 걸 봐도, money wars라고 노골적으로 명시한 제목을 봐도, 다른 시리즈도 아닌 김태랑을 똑같이 다시 들고나온 것만 봐도 역시 이번 시리즈도 전작 김태랑이 정경유착, 공무원부패, 업계의 각종 현안에 대해 일갈했던 것처럼 뚜렷한 시각과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준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거의 예측된 수순이지만, 신자유주의와 세계금융자본주의가 갈수록 거세어지는 현 상황에서 결국 초국적금융자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대한민국도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라 할 수 없는 초국적금융자본과의 대결(?) 혹은 그와의 상생(?) 또는 그로부터의 생존(?) 아직까지는 알 수 없는 내용이 준비되어 있다.
프롤로그에서는 소위 그 '금융자본'을 둘러싼 담론에 대한 간단한 소개, 이에 대해 싸움이 어떻게 전개되고 그것이 왜 중요한가를 나비리아의 이야기를 통해 굵은 필체로 전달한다.
'실질적으로는 아무것도 생산하는 것이 없으면서 엄청난 돈을 굴리고, 심지어 나라의 운명마저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견제받지 않는 거대한 권력'
그리고 그 권력을 집행하는 입장에 앉아버린 김태랑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반응해나가냐를 보여준다. 특유의 파격적인 전개로 프롤로그를 겨우 봉합하기는 했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기본적으로 시장절대주의가 관철되고 있는 작품세계속에서 과연 김태랑이 어떤 가치를 중심으로 맞설 것인가. 나비리아의 붕괴는 간신히 막을 수 있었지만 그건 현실과의 일시적 타협에 불과하다. 그런 기적은 계속 일어날 수도 없는 것이고 또 그런 식으로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김태랑의 입장에서도 그렇다. 더군다나 조지 소로스는 이제 본격적으로 김태랑을 적대시하기 시작했다. 그는 일본을 목표로 삼겠다고 한다. 총성도 없고 폭탄을 떨어뜨리지도 않으니까 그런 전쟁보다는 낫다고 말하는, 한 나라를 경제 파탄에 몰아넣고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냉혹한 돈의 전쟁꾼들. 일반인들은 알지도 못하고 살아가는 영역속에서 그들이 벌이는, 돈에 의한 돈을 위한 돈의 전쟁. MONEY WARS인 것이다.
일단 기본적인 흐름은 거의 전작과 동일한 수준이다. 성실함과 자신감으로 패기있게 밀어붙이는 타입인 김태랑이 새롭게 취직한 외국계 기업에서 세계자본시장에 뛰어들게 되는 이야기가 박력있게 전개된다. 초현실적 인맥관계로 많은 것이 해결되는 약간은 허술한, 그러면서도 상당히 현실감 넘치는 전개방식도 여전하다. 키요할머니나 나비리아의 자이드, 그레이트 모건 등등 김태랑은 여전히 꼭 필요한 모든 것을 동원한다. 그리고 그것은 상당히 결정적이다.
이번 작품에서 아마도 끝까지 김태랑과 함께 할 것으로 보이는 자넷은 이 작가 특유의 '전형성'이 극도로 드러나는 여자 캐릭터로 그려진다. 일단은 선생역할 정도에 머물러 있지만 앞으로의 전개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지는 알 수 없는 노릇. 하긴 일단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적절한 인물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작가가 여자를 이야기하는 방식 자체가 워낙에 남성중심적이라 상당히 거슬리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뭐 나름대로 그게 훨씬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기대가 된다. 결국 사버리고 말았다. 제발 30권까지 가지는 말아줘. 그리고 이번에도 탁월한 해결책을 제시해보기를. 아직까지 답은 없는 듯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