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지 않는 것을 쫒는 사람들의 반석, 토마스 윌리스 [영혼의 해부]의 해부를 시작하며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며 수많은 감각, 인지의 순간과 마주치게 된다. 고대 이집트로부터 사람들은 사유한다는 사실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탐구했으며 철학적 사유를 통한 계속된 질문에도 비물질적인 정신(Sprit) 혹은 영혼의 본질을 알아내지 못했다. 그 당시 인류에게 이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은 불가지론의 영역이었으며 당연히 신의 주관아래 놓인 것이었다. 인류는 모든 정신적인 힘은 심장 속에 보관되어 있으며 생명의 탄생<즉, 심장의 박동>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신에 의해 준비된 그것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오래도록 지녀왔다. 메스를 들며 이 책은 근래 유행하고 있는 쉬운 과학에세이처럼 보이기 쉬우나 잡다한 주변의 과학상식이나 난해한 개념을 수박 겉핥기 하듯 쉽게 풀어써 세간의 인기에 편승하여 대중의 선택을 받게 되는 흔한 인기과학서적과의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뇌를 해부하여 각종 질병에 대한 과학적인 인식방법을 찾으려 한 잊혀진 의학자 토마스 윌리스에 치중된 전기의 모습을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총 12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토마스 윌리스의 활약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부분을 만나려면 무려 제6장 ‘윌리스의 회합’ 부분까지 153페이지나 되는 망망대해를 헤매다 와야 한다. <그러나 이 막연한 항해가 결코 쓸데없는 시간 낭비가 아니라는 것은 책을 덮는 순간에 오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앞 부분은 1547년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일어나기 이전까지 고대로부터 뇌와 영혼에 대한 해부학적, 인문학적 지식에 대한 개괄적 소개가 나와 있다. 그 순서를 어림잡아 요약해 보면, 고대 이집트 - 알크마이온 - 플라톤 - 아리스토텔레스 - 갈레노스 - 베살리우스 까지가 되겠다. 영혼에 대한 인류의 고찰은 자연과 영혼이 결합되어 있다고 여겨진 세상에서는 주술사나 예언자의 손에 있었고, 세계에 대한 인식이 철학이라는 바다속에서 만나게 되었을 때 그 공은 철학자들에게 넘어오게 되었다. 이 책에서 밝히고 있듯이 토마스 윌리스는 그 영혼의 고찰이라는 거대한 인류의 공을 철학자의 손에서 의과학자의 손에 옮겨 놓은 인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혼의 해부]속에서 내가 본 것들 이 책은 무척 쉽게 읽힌다. 전문적인 과학지식을 전달하는 최신의 학술지나 논문이 아님도 한 이유라 할 수 있지만, 토마스 윌리스를 전면에 내 세우지 않아도 그의 사상과 업적을 드러내는데 부족함이 없는 주변인들의 도움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 책을 주저없이 선택하게 할 수 있는 몇 가지 매력을 꼽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고대로부터 인류가 가져온 영혼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어떻게 탐구되고 현대에 이어져 뇌신경학의 발전을 이루게 되었는지에 대한 역사를 자연스럽게 전달해 준다. 현대에 와서 MRI<자기영상공명장치>를 이용한 뇌 단층촬영이 가져온 여러 과학적 발견들과 정신분석학에서 신경정신질환의 심리적 치료방법까지 토마스 윌리스의 업적이 어떤 연관성을 가지는지 고찰하고 있으며, 최신의 의학정보까지 상세하게 전달해 주고 있다. 둘째. 의학적인 부분에만 한정되지 않은 사회. 문화. 정치적 배경에 대한 탐구가 읽는이에게 무한한 지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영국의 16-17세기의 청교도 혁명과 왕정복고의 과정속에서 왕당파의 지지자였던 토마스 윌리스의 행보를 통해 당시 정치적 변화를 통한 사회. 문화적 세계에 대한 복원은 마치 그 시기로 돌아가 옥스퍼드의 교정을 거니는 듯 한 착각에 빠져 나로 하여금 무척 재미있게 책장을 넘기게 했다. 셋째. 기존의 인식을 뒤엎는 혁명<철학, 과학, 의학혁명 등>적 사상의 출현을 만날 수 있다. 15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이러한 일련의 혁명적 사건들은 1600년대 말까지 이어지며 영국 뿐 아니라 유럽, 나아가서는 인류의 지성사에 큰 획을 그었다.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가 주장한 우주관의 변화로부터 시작하여,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지동설, 로버트 보일의 열역학법칙의 발견, 로버트 훅의 현미경을 통한 미세생물학의 정립,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르네 데카르트의 철학, 리처드 로워의 최초의 수혈실험과 베살리우스의 인체해부도, 토마스 홉의 물질주의 철학, 존 로크의 계몽철학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에서 큰 획을 그은 과학, 철학등의 혁명적 이론들이 어떻게 잉태되었고 세상을 변화 시켰는지 가늠하게 해 준다. 어찌 보면 440페이지가 넘는 짧지 않은 글 속에서 주류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게 될 여지가 없지 않지만 ‘칼 지머’라는 작가는 섬세한 글쓰기를 통해 마치 몸의 모든 장기가 미세한 신경돌기를 통해 뇌에 연결되어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듯이 토마스 윌리스라는 뇌를 중심으로 이 모든 방대한 지적영역을 종횡으로 결합시켜 놓았고 우리가 인식하지 않고 호흡하고 심장이 박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활자가 눈에 들어와 읽히게 하는 재주를 부려 놓았다. 더불어, 이런 자연스러운 글 읽기가 가능한 것은 ‘조성숙’씨의 깔끔한 번역도 큰 장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해부학 실습실을 나서며 [해나무]라는 출판사에서 출판된 이 책을 통해 이 출판사의 도서를 몇 권 더 구입하여 읽게 되었다. 주로 생명의 기원과 인류의 마지막 미개척지로 남아있는 ‘뇌’에 대한 책들을 출판하고 있는 전문 출판사인데 일단 원본도서의 선정이 매우 훌륭하며 전반적인 번역수준도 어려운 과학관련 도서임에도 불구하고 오역이 적고 모래알갱이 씹 듯 껄끄러운 직역투의 번역이 자주 눈에 띄지 않아 믿음이 간다. [영혼의 해부]또한 튼튼한 양장제본에 표지 디자인과 활자체의 선택, 배본과 활자배열 등등이 별로 흠 잡을 곳 없이 잘 만들어져 있다. 책장 어디에 꽂혀도 잘 어울리는 책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요즘<워낙 판형이 개성적이고 눈에 띄기 위해 붉은색 계열을 사용한 표지가 많아서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다.> 오랜만에 잘 생긴 녀석을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다. 특히,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요즘. 대학생활을 앞두고 있는 예비대학생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기를 적극 권하고 싶다. 흔한 통속소설과 가벼운 신변잡기류의 책들보다 [영혼의 해부] 이 책 한 권이라면 앞으로 대학생활을 통해 지성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인문학적 지식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서 해보는 가벼운 몸풀기 체조 혹은, 스트레칭에 적합할 것이라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예비 대학생들에게 적극 추천해 본다. 읽는 내내 지적유희의 즐거움이 여러분들의 머릿속에서 좋은 느낌으로 남아있을 것이기에... ... |
|
영혼 靈魂 soul, spirit [명사] 1 죽은 사람의 넋. ≒영(靈)·유혼(幽魂)·혼령·혼신(魂神). 2 육체에 깃들어 마음의 작용을 맡고 생명을 부여한다고 여겨지는 비물질적 실체. ≒음영령·형상령. 3<가톨릭>신령하여 불사불멸하는 정신. ≒영신(靈神). 4<불교>육체 밖에 따로 있다고 생각되는 정신적 실체. ≒영가(靈駕)·영각(靈覺).
붉은 심장 모양은 여전히 사람들 마음(또는 영혼)의 표징이다. 마음이 답답하거나 슬플 때에 사람들은 심장 부근의 가슴을 친다. 연인들은 심장과 심장이 맞닿을 수 있도록 껴안으며 사랑을 표현한다. Heart. 이 단어는 심장,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뜻한다. 이러한 관습과 언어 형식은 고대 과학의 유물에 불과하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심장이 인간 영혼의 중심지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들의 감정과 사고, 의지 등 인간 행동 전반의 핵심에는 뇌의 메커니즘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나 고대의 사람들은 ‘물컹한 살덩어리’에 불과한 ‘뇌’에 인간의 ‘고귀한 영혼’ 이 있다는 것은 영혼 자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했다. 뇌의 존재를 하찮게 여겼다기보다는 영혼을 신과 동일시하는 영혼숭배의 정신이 크게 작용하였다. 수많은 철학자와 연금술사, 약제사, 신비주의자들은 우주에도 영혼이 있으며, 이 영혼은 자신들의 의지를 실행하기 위해 행성과 별을 통해 정기를 전달해준다고 믿었다.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심장이 열기와 지성의 중심이라고 생각했고, 그의 영혼 사상은 누대에 걸쳐 신봉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뿐 아니라 플라톤, 데카르트, 갈레노스 등 수많은 학자들이 인간 영혼에 대한 학설을 정립했다. 그 이론들은 지극히 종교적으로 치우친 것도 있고, 엉뚱함에 실소가 터지는 것도 있다. 그러나 그 이론들은 거듭된 연구와 실패 속에서 꾸준히 발전했고, 마침내 사람들의 관심은 심장에서 뇌로 옮겨졌다. 뇌를 중심으로 인간을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철학, 과학, 종교적 격변기 속에서 인간 영혼에 대한 연구는 수많은 위험을 안고 있었다. 17세기 영국 역시 수많은 학설과 이념의 대립으로 대혼란을 맞고 있었다. 의회파와 왕당파의 대립에서 비롯한 청교도 혁명과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열병 등. 이 혼란의 한가운데에서 토머스 윌리스와 그의 동료들 - 윌리엄 하비, 로버트 보일, 훅 등 -은 인간 영혼의 해부를 시도하였다. 그리고 토머스 윌리스를 위시한 과학자들의 뇌 연구는 현대과학의 시초가 되었다. 토머스 윌리스. 현대과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빛나는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 이름은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바로 제자 로크의 사회적 명성에 가려져 그의 업적은 그늘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신경의 구조와 작용을 통해 이성과 정신의 작용을 이해하려던 윌리스에 반해, 로크는 정신작용의 결과인 관념을 중시하였다. 인간의 정신을 물질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웃으면서, 정신의 작용은 불가해한 것이고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토머스 윌리스가 뇌과학 발전에 끼친 지대한 영향을 인정하면서 그에 대한 연구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영혼의 해부』는 인체의 연구, 그중에서도 인간 영혼 연구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신경생리학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고 있다. 그 흐름에 토머스 윌리스의 연구과정과 성과, 그리고 그의 삶을 싣고 있다.
『영혼의 해부』는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토머스 윌리스는 4장에서부터 등장하며, 5장에서부터는 본격적으로 다뤄진다. 그 이전의 장들에서는 앞서 언급했던 연금술에서부터 심장과 뇌를 두고 영혼의 거주지를 논쟁하는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의 이론을 소개하고 있는데, 수많은 학자들의 이름과 이론들의 방대함 때문인지 다소 지리멸렬하게 느껴진다. 끝없는 인내와 집중력이 필요하다. 5장부터 토머스 윌리스의 삶과 연구과정, 이론 등을 다루고 있지만, 토머스 윌리스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토머스 윌리스를 중심으로 두고 있기는 하지만, 그 곁가지라고 할 수 있는 그의 동료들, 그 시대의 학자들과 이론들이 1~4장의 형식과 마찬가지로 서술된다. 한 학자와 이론의 형성에는 그 이전의 학설과 동시대의 학설의 영향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서술양식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끝없이 뻗어나가는 곁가지들이 독서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곁가지라는 것도 지엽적인 것이 아니라 토머스 윌리스와 현대의학의 형성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므로 가볍게 읽어 넘길 수가 없다. 그 중요성만큼이나 내용도 굉장히 난삽하다. 의학용어나 철학용어들이 예사롭게 등장하는데, 간단한 주석조차 달아놓지 않고 있다. 주석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400페이지가 넘어가는 방대한 분량을 읽는 동안 열 개 남짓. 아무래도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의 뇌는 혹사당했다. 그러나 이 책에 담긴 과학의 역사와 근대의학의 성과는 우리들에게 중요한 가르침을 준다. 바로 생명의 존엄성이다. 육체적, 정신적 생명의 존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자주 이 중요한 사실을 잊고 육체와 정신을 함부로 다룬다. 잊지 말아야 하겠다. 토머스 윌리스를 비롯한 지난 시대 수많은 학자들의 끊임없는 연구와 실패를. 지금 이 순간에도 생명을 유지하고 연장하기 위해 ‘머리를 감싸고’ 연구 중인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고를.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해야지. 호흡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고, 듣고, 느끼고, 사유하고, 판단할 수 있음에. |
|
여느때와 같이 책을 거실 쇼파에 둔 채 설겆이를 하고 있었다. 집에 들르신 시어머니가 이 책을 보시고는 약간 의아한듯 하셨다. 설겆이를 마치고 과일을 가지고 거실 쇼파로 온 나를 보시고는 표정이 좋지 않으셨다. 신앙심이 매우 깊으신 어머니로써는 며느리가 이런 책을 보다니..하는 심정이셨다. 책 제목만 보시고는 무속적인 미신적인 이상한 책으로 오해를 하신거다. 간신히 책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 하였지만 그래도 아직 마음이 안 놓이신듯해서 책을 펼쳐 보여 드리며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철학자도 나오고 신경에 대한 책입니다라고 설명을 드렸다.. 그제서야 어머니는 책 제목이 그래서...
이러한 에피소드를 가지며 읽은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오는 인물들과 주장에 대해서 밑줄을 그으면서 변화해 가는 흐름을 파악하면서 읽었다.학생때 듣고 잊어버렸던 철학자들도 있고, 그 외 다양한 인물들의 연구와 연관성으로 읽는데 한층 흥미가 갔다.
아직도 의학적으로 과학적으로 더 밝혀지고 연구되어야 할 과제들은 많지만 조금씩 실마리를 찾아가는 그들이 있기에 지금은 미심쩍게 남은 부분들도 언젠가는 해결이 되리라 생각된다. |
|
데카르트가 남긴 명언인 'Cogito, ergo sum(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의 존재에 있어서 '사고능력'이라는 것은 크나큰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이런 능력은, 동물과 사람을 구분하는 큰 기준잣대로도 쓰인다 . 오늘날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리뼈 속에 있는 '뇌'라고 불리우는 '사발만한 응고 덩어리'에서 이런 중요한 '사고' 및 신경 처리 등의 '인지'에 대한 대부분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을 기본적인 상식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 상식'이 몇 차례의 커다란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해서 굳혀지게 되었다는 것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리고 그런 변화의 한 가운데에 있던 '토마스 윌리스'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은 더더욱 드물다. 생물학 및 심리학에 대해서는 평균 이상으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만큼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이런저런 책을 뒤적이던 나조차도, 저 사람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앞으로는 이 사람을 웬만해서는 잊어버리지 않을 듯 하다. (물론 혼자 힘은 아니었지만) 최초로 뇌를 두개골에서 꺼내고, 이를 통해서 '영혼'의 존재와 사람의 사고 방식에 대한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할 수 있게 한 사람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사람의 삶을 따라가면서 본 '사고'에 대한 발견은 너무나도 흥미진진하다. 책의 두께만큼이나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어렵지 않으면서도 재미있게 뇌와 사고와 정신에 대한 역사를 훑고 지나갈 수 있다.
기본적인 정신의학도 물리적 접근과 심리적 접근을 동시에 적용하여 치료를 하고 있다. 정신 작용도 기본적으로는 뇌의 화학작용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니만큼, 물리적인 접근은 심리적 접근만큼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정신의 관념적 접근만큼 물리적 접근 또한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영혼'이라는 것을 경외시해서, 정신을 물리적 접근방식으로 연구한다는 것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흥미진진하고, 재미난 이야기와 토마스 윌리스라는 훌륭한 과학자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채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아직도 밝혀져야 할 것이 더 많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정신과학에서 물리적 접근이 중요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어느 정도는 '정신과학'이라면 무언가 경원시하고, 일반 '의학'과는 아주 다른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인식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럴 수록 더더욱 이런 내용들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러기에 이 책은 아주 적당하다. 하드커버에 두꺼운 외형은 조금 부담스럽지만, 흥미롭고 쉬운 내용은 이런 부담을 금방 씻겨내려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
|
쉽고 잘 쓰여진 인문학 책들은 소설의 재미를 보여주기도 한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당시의 시대상과 인물들의 성격이 전달되는 것처럼 느꼈다.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후각을 이용해 런던을 탐사하고 옥스퍼드까지 찾아들어가는 감각적 신선함은 인상적이었다.
토마스 윌리스라는 인물은 이 책의 주인공이지만 그와 그의 업적을 이해하기 위해선 시대와 공간적 배경을 우선 이해해야한다. 엘리지베스 여왕의 치세가 끝나가던 영국은 바야흐로 근대국가의 기틀을 마련하고 도약의 시기에 접어들었다. 이제 한세기 후엔 산업혁명이 일어날 터였다. 그러나, 역사는 쉽게 흘러가는 법이 없다. 숱한 굴곡과 혼란을 겪으며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갈릴레오는 과학의 기틀을 마련하는등 선구자의 길을 갔지만 박해받았고 르네 데카르트는 종교적 광신에 의지해 철저한 회의에 이르렀지만 결국 과학적 방법론을 제시하는 한편 영혼과 기계로 이루어진 육체라는 이분법적사고를 제시했다. 그러나, 의학에선 아리스토텔레스와 갈레노스의 방법론, 즉 고대 그리스, 로마의 전통이 그대로 답습되고 있었다. 윌리엄 하비가 심장에서 혈액순환이 이루어진다는 걸 발견했지만 인정받기엔 더 많은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과학은 이제 막 태동하고 있었고 아직은 종교의 시대였다. 토머스 윌리스란 인물도 이러한 시기에 의학 발전에 한 몫 하게 되겠지만 그는 평생을 왕당파로 살았다. 요즘으로 치면 완고한 보수주의자라고 할 수 있는데 당시의 종교적 교리를 받들면서 뇌를 해부하고 전통에 어긋나는 사실을 밝힌다는 것은 모순적일 뿐만 아니라 위험한 일이기도했다. 쿠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가 교회로부터 거부당한것은 사실을 밝힘으로써 교회의 권위에 도전을 했기 때문이다. 교묘하게도 그는 자신의 주장을 담으면서도 논란을 피해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제자이기도 한 존 로크에 의해 그가 뇌와 영혼의 활동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한 '정기'라는 것을 거부하고 '오성과 이성'이라는 비물질적 관념으로 영혼을 설명함으로써 그는 수백년간 잊혀지게 된다. 윌리스는 당시의 천재들과 비교해 보면 그다지 뛰어난 인물로 보이진 않는다. 철학적, 정치적으로도 보수적이며 왕당파의 복귀와 함께 행운을 잡아 성공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의사로서도 혁신적인 면모는 드물고 오래된 약제처방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의 동료들인 보일, 훅, 크리스토퍼 렌등 일련의 천재들과의 공동연구와 교우는 그에게 새로운 장을 열어주는데 뇌의 해부와 수많은 진료를 통해 영혼이 뇌에 깃들여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그뿐아니라 뇌의 활동과 영혼을 '정기'의 작용이라는 것으로 설명하려 하는데 이러한 방식은 당시로선 혁신적이었다. 그의 이론에서 '정기'를 '전기'적 자극으로 수정하면 현대 신경학에 잘 맞는 설명임이 드러나는데는 아직도 오랜 세월이 걸려야 했지만 말이다. 당시엔 죽은 자의 뇌를 해부해야 했고 쉽게 부패되어 방부처리 할 수 있는 기술을 발견하기까진 난관이 많았다. 그의 해부 작업과 크리스토퍼 렌의 정밀하고 사실적인 해부도는 뇌의 이해를 위한 상당한 발전을 촉진시켰다. 과히 21세기는 신경학의 세기라고 해도 좋을만큼 최신의 장비를 동원해 살아있는 사람의 뇌를 관찰하고 생각의 지형도를 그려내고 있다. 과학은 이제 인간의 영혼은 뇌안에 있으며 물질을 떠난 영혼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이상하게 들릴 주장이 앞으로 우리에게 받아들여지는 날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그때 토마스 윌리스는 또 어떻게 평가될까? 그는 갈릴레오가 될 수 있을까? 과학과 의학이 인간의 뇌 구석구석을 탐사하고 있지만 인간의 모든걸 이해할 순 없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결국 물리학에서와 마찬가지로 양자적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막다른 골목에 이르기까지 과학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우리는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길 원하지 않을까? 인간의 영혼에 대한 서구 문명과 과학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
|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만들 때 심장은 남겨두었습니다. 그 이유는 심장이 죽은 자의 존재와 지성의 중심이라 여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에 비해 뇌는 사후세계의 여정에는 불필요한 준비물이었습니다. "당신의 영혼(정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책을 오랜만에 참 즐겁게 읽었습니다. 참고문헌만 잠깐 살펴보아도 느껴지듯, 작가는 남다른 정열로 책을 엮었습니다. 사료의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았음이 분명한데, 책이 400페이지 가까이 기술 된 것을 보면 그의 열정이 얼마나 뜨거웠는가가 새삼 소름끼치듯 느껴집니다. |
|
17세기 초, 영혼이 물질적이며 육신과 함께 죽는다는 생각 즉 소멸주의(mortalism)는 분명 획기적인 것이었으나, 청교도 전쟁과 내란으로 얼룩진 당시의 영국에게 이는 신성모독과 같은 것이었다. 이 책은 1장에서 4장에 이르기까지 영혼의 서식처로서 심장을 중요시한 아리스토텔레스적 전통과 더불어 철학에서 천문학, 연금술 등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서술하는데 그 장들을 할애하고 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이렇게 다채로운 관점에서 중세를 파악하지 못했던터라 익숙한 학자들의 이름이 마구마구 튀어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어려움을 느끼며 책을 읽었더랬다. 자신의 주장에 광적인 불관용을 보이는 이들을 향해 존 윌킨스(John Wilkins)가 자신의 책에 '냉담한 독자를 납득시키거나 만족시킬 방도가 없다 해도, 작가는 여전히 자신의 의견을 향유할 수 있다.'(본 책의 본문 125쪽)라는 헌정사를 적었다 했듯 나 역시 당장의 만족을 요구할 방도는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토머스 윌리스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5장에 다다르자 재미있게 읽히기 시작했다. 물론 책 전반에 걸쳐 윌리스와 관련되거나 또는 그의 이론에 영향을 끼쳤을만한 사람과 배경이 계속 펼쳐진다. 어느날 꾼 이상한 꿈으로 인해 그만의 관념론을 정립하게 된 데카르트가 얼마나 거만한 인물이었는지를 알게 된 일은 참으로 흥미로웠다. '진실을 밝히는 일은 아무것도 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일에서 시작된다'부터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익히 알려진 명제까지 데카르트는 어쨌거나 이후의 지식 세계에 큰 파장을 주는 대단한 인물이긴 하다. 그리고 윌리스가 평생 모범으로 삼은 그의 스승 하비에 대한 이야기도 한참 다루어진다. 하비는 조금 괴짜같은 면모를 지닌 것 같지만, 그가 윌리스에게 전한 가르침은 터부시해선 안될 법하다. '눈에 보이는 사실을 택하라'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처럼 해부 장면을 묘사하는 저자의 센스가 식사를 하면서 책을 읽던 나에게 일침을 가했다. (ㅠ.ㅠ)
![]()
책에서도 밝히고 있듯 윌리스의 학설이 근대 서구 사상을 구성하는 주춧돌 중 하나가 되었음에도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유는 존 로크(John Locke)의 책임이라고 하는데, 사회계약론으로 유명한 존 로크가 그의 스승의 연구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물론 나 역시 저자처럼 그가 스승의 영향을 받았음이 분명한 그의 이론들을 확인하면서 미소를 짓긴 했지만.
실수를 바로잡고 동물 정기의 비밀을 밝혀내려면 뇌와 신경을 적절한 방법으로 연구해야 했다. 윌리스가 제대로 된 연구를 수행하기까지 여러 해가 걸렸다. 이에 대해 그는 "지도자나 동료 하나 없이 정도에서 벗어난 길을 걷는 것은 인적이 없는 황야를 여행하는 것과 같다"고 기록했다.(201쪽 중에서) |
|
1644년이다. 영국의 옥스퍼드가 배경이다. 그 시절 영국사회는 매우 어수선 했다. 이 책은 마치 그림을 보는 것처럼 그 시절의 영국사회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영혼의 해부에 대한 책은 단지 영혼의 해부에 관한 것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런 노력을 하던 그 시기가 어떤 시기였는지를 함께 보여줌으로써 윌리엄 하비의 제자인 토마스 위리스라는 한 독보적인 의학자가 한 노력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더욱 생생하게 보여준다. 아직 히포크라테스의 의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시절, 당시의 의학이 인간에게 과연 도움이 되었는가하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는 그런 시점이다. 전쟁이 치러지고 국왕이 참수되고 티푸스와 패스트가 창궐했던 바로 그 시점이었다. 그때 토마스 윌리스는 제자들과 함께 묵묵히 실험만을 계속했다. 모두가 책만을 들여다보던 시기에 그는 실험에 집착했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많은 것들을 밝혀냈다. 그가 발견해낸 것이 불행히도 당시의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그의 놀라운 이론을 의학의 실행에 사용하기에는 훨씬 더 많은 발전이 이루어져야 했다. 그러나 그는 오늘날 의학자, 특히 뇌신경생리학자들이 가야 할 길을 밝혀주는 가로등과 같은 존재였다. 그는 현대 정신의학의 모태가 된 사람이 되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