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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성장한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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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성장한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 김옥, 󰡔손바닥에 쓴 글씨󰡕     어린이에게 역사는 원칙적으로 기억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살아가고 있는 지금 현재가 역사이고, 과거의 역사는 이야기된 역사로 인식될 뿐이다. 과거의 기억(역사) 때문에 어른들은 고통스러워하지만, 어린이는 고통스러워하는 어른들을 보며 고통스러운 감정에 빠진다.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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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성장한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

- 김옥, 󰡔손바닥에 쓴 글씨󰡕

 

 

어린이에게 역사는 원칙적으로 기억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살아가고 있는 지금 현재가 역사이고, 과거의 역사는 이야기된 역사로 인식될 뿐이다. 과거의 기억(역사) 때문에 어른들은 고통스러워하지만, 어린이는 고통스러워하는 어른들을 보며 고통스러운 감정에 빠진다. 역사(적 의미)는 그처럼 고통스러워하는 어른들을 통해 어린이의 뇌리에 간접적으로 각인된다. 이런 점에서, 어린이들이 인식하는 역사동화 속의 역사는 실제의 역사가 아니라, 어른들의 고통을 통해 이야기된 역사라고 말해야 한다. 어른들의 기억은 이미지로 고착되어 상처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그것이 이미지로 남아 있는 한, 역사적 상처는 끊임없이 지금 현재로 되돌아오는 비극의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당장, 625 전쟁을 경험한 세대들이 한국사회를 여전히 이데올로기의 전쟁터로 내몰고 있고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지 않은가. 역사적개인적 고통에 새겨진 끔찍한 이미지는 개인의 삶을 불모의 삶으로 만들고, 일상의 삶마저 불가능하게 한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말할 수 없는 고통은 돌려 말하면 화해할 수 없는 고통의 밑자리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른들의 고백은 가슴 속의 한을 씻어내는 씻김굿의 형식과 무관할 수 없다. 누군가에게 가슴 속의 한을 말할 수 있어야만 치유는 비로소 시작된다. 말은 또 다른 말을 부르고, 그런 말들이 모임으로써 가슴 속의 한이 진정된다. 김옥의 손바닥에 쓴 글씨(󰡔손바닥에 쓴 글씨󰡕, 창비, 2002)를 통해 어른들의 고백에 담긴 의미에 대해 좀 더 살펴보도록 하자.

 

 

그런데 그 때였어. 오빠가 거기 있었던 거야. 죽은 사람들 사이에. 무엇으로 얼굴을 맞았는지 피에 범벅이 된 채 일그러진 오빠의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었지.

어머니와 나는 그 앞을 그냥 지나치려 했어. 그러나 아, 그 때 나는 보았어. 피와 흙먼지로 범벅이 되어 있는 옷 사이로 나와 있는 피묻은 손을. 퉁퉁 부은 채 반쯤 보이는 손바닥에 흐릿하게 씌어진 그 글씨는 바로 내가 며칠 전 오빠의 손바닥에 장난처럼 써 주었던 그 글씨였어.

숙희 은반지’ (󰡔손바닥에 쓴 글씨󰡕, 86~87)

 

 

김옥의 손바닥에 쓴 글씨는 오빠의 억울한 죽음을 자기 탓으로 생각하는 한 여인(상수 어머니)의 비극적 삶을 다루고 있다. 하얀 봉투 속에 말라버린 꽃씨를 간직한 채 자신만의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던 상수 어머니에게 고백은 자신의 고통과 정직하게 대면하는 순간을 의미한다. 고백의 중심에는 5월 광주에서 죽은 쌍둥이 오빠에 대한 가슴 아픈 기억이 자리잡고 있다. 오월이 생일인 그녀는 생일선물로 당시 유행하던 은반지를 사 달라고 오빠에게 조른다.

 

그런데, 비상시국이어서 시내에 나가지 말라는 부모의 말을 뒤로 하고 은반지를 사러 나간 오빠가 공수부대원의 총에 맞아 죽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난다. 위의 인용문은 도청 앞 상무대에서 피 묻은 손바닥에 씌어 있는 숙희 은반지라는 글자를 보며, 숙희가 오빠의 죽음을 확인하고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그녀는 오빠를 사지(死地)로 내몰았다는 부모의 꾸중이 두려워 오빠의 시체를 외면한다. 상수 어머니의 고통은 바로 이곳에서 시작된다. 오빠의 죽음도 죽음이지만, 순간적인 이기심 때문에 오빠(의 시체)를 외면했다는 죄책감이 그녀의 뇌리 속에 박혀 그녀를 고통스런 상황으로 내몬다. 역사적 비극의 시작은 오빠의 죽음으로 비롯되었지만, 그 비극은 오빠의 시체를 외면했다는 또 다른 죄책감과 맞물려 살아남은 자의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작가 김옥은 이러한 상수 어머니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을 상수의 이해하는 마음에서 찾고 있다. 상수는 광주의 오월을 알지 못합니다. 아니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어머니는 용서 받고 싶다고, 잊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 아픔을 상수와 함께 나눠 지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역사 속으로, 아픔 속으로 함께 들어가자고 말하는 것입니다.”라는 말에 작가의 생각이 분명히 드러나는 바, 작가는 어머니의 고통을 함께 하고자 하는 어린 아들의 정신적 성장의 과정을 통해 두 세대가 간직해야 할 삶의 윤리를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비 오는 봄날, 꽃씨를 허공 속에 흩뿌리는 상수의 행동은 어머니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 고통을 어머니와 함께 하려는 상수의 의지를 보여준다. 어머니의 한으로 기록된 광주의 비극적 역사는 타자의 고통을 감싸 안는 어린 존재의 정신적 성숙과 맞물려 새로운 맥락으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김옥의 손바닥에 쓴 글씨는 어린 상수의 정신적 성장보다는 상수 어머니의 비극적 기억(이미지)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 동화로서는 명확한 한계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역사의 비극적 이미지에 억눌린 어머니의 삶은 고백이라는 소설적 장치를 통해 상수에게 전해지지만, 그것은 상수라는 한 존재의 내면적 삶으로 수렴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상수가 기억하는 광주는 어머니의 기억 속에 각인된 역사로 한정되어 광주가 지닌 역사적 의미는 그만큼 고통스런 역사라는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제목 그대로 이 작품의 주인공은 손바닥에 쓴 글씨라는 비극적 이미지이고, 내용 역시 그것을 넘어서지 못한다. 그렇다면 작품 속에서는 과연 무엇이 변한 것일까? 어머니를 대하는 상수의 마음이 변했을까? 어머니를 대하는 상수의 마음은 소설의 처음이나 끝이나 변함이 없다. 작가가 어머니의 고통을 이해하는 존재로서 상수를 그리고자 했다면, 상수는 이미 더 이상 성장할 필요가 없는 존재였던 셈이다. 어른들의 고통을 이해하는 존재로서 상수의 삶만 있을 뿐, 어린이로서 상수의 삶은 철저하게 배제하는 서사적 정황도 이 작품을 성장하는 아이의 서사로 보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로 제시될 수 있겠다.

o*****s 2017.09.0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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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에 쓴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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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인 김옥 선생님은 80년대 초 광주에서 교편을 잡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동화에는 당시 자가가 그곳에서 보고 느낀 광주 민주화 운동의 시대적 상황이 그대로 묻어나 있다. 동화 [손바닥에 쓴 글씨]는 동생의 반지를 사러 광주 시내로 나간 오빠가 전경들에게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것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숨을 거두는
"손바닥에 쓴 글씨" 내용보기
작가인 김옥 선생님은 80년대 초 광주에서 교편을 잡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동화에는 당시 자가가 그곳에서 보고 느낀 광주 민주화 운동의 시대적 상황이 그대로 묻어나 있다. 동화 [손바닥에 쓴 글씨]는 동생의 반지를 사러 광주 시내로 나간 오빠가 전경들에게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것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숨을 거두는 날까지 괴로워했으며 동생은 오빠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 광주 민주화 운동은 불과 20여년 전에 일어난 부끄러운 우리의 역사이며 떠올리기 힘든 기억이다. 그러나 어른들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도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 알고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기에 작가는 아마 이러한 생각으로 동화라는 장르에 이런 무거운 주제를 담아내지 않았나 싶다. [순이 고모]는 입양이라는 주제를 다룬 동화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해외 입양율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었다. 여기서는 가난 때문에 자식을 해외로 입양시켜야만 했던 할머니의 한과 자기 대신 동생을 보내고 결국 동생이 입양된 집에서 쫓겨나 죽게 된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무 십자가]는 6. 25 전쟁의 아픔을 심도 있게 다룬 작품이며 [두더지 가족]은 이혼한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을 그려낸 동화이다. [두더지 가족]과 [그림 속 풍경]을 제외한 나머지 세 작품들은 부모님 세대의 역사를 담아낸 작품으로 책이 아니면 어린이들이 경험할 수 없는 시대의 이야기이다. 이 책에 실린 다섯 편의 동화는 모두 사회적 문제, 또는 요즘 아이들의 부모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겪었던 역사적 사실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불과 20년에서 50년 쯤 전의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아이들은 그런 사실에 무지하며 엄마, 아빠 시절의 역사적 사실에 무관심하다. 작가는 이런 어린이들에게 당시의 사실을 조금이라도 가까이 느끼게 하고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동화를 쓰지 않았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막 사고가 자라나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고학년에 적절할 듯 하다.
d****v 2004.12.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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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주제를 잘 표현했네요...
"무거운 주제를 잘 표현했네요..." 내용보기
아무래도 어린이 책으로는 좀 무거운 주제가 아닌가 싶었답니다. 어른인 저도 잘 알지 못하는, 약간은 생소한 사회적인 성향의 주제들이었구요. 처음 책을 접했을때의 제 우려와는 달리, 이 책에 실린 다섯편의 이야기에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게 작가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었습니다. 책 머리말에 실린 글인데요. "미움과 아픔과 고통이 없는, 공평하고 의로운 세상
"무거운 주제를 잘 표현했네요..." 내용보기
아무래도 어린이 책으로는 좀 무거운 주제가 아닌가 싶었답니다. 어른인 저도 잘 알지 못하는, 약간은 생소한 사회적인 성향의 주제들이었구요. 처음 책을 접했을때의 제 우려와는 달리, 이 책에 실린 다섯편의 이야기에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게 작가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었습니다. 책 머리말에 실린 글인데요. "미움과 아픔과 고통이 없는, 공평하고 의로운 세상을 기원하는 마음에 이 글을 썼다"고 했습니다. 의로운 세상이라...80년대 초 광주에서 교편을 잡았던 저자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글이라는데요. 쌍둥이 오빠가 동생의 은반지를 사주기 위해 광주시내로 나갔다가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뒤, 평생을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다 한이 맺혀 죽은 엄마와, 오빠를 죽음으로 몰아 넣었다는 죄책감으로 나머지 인생을 죄인인냥 살아온 동생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손바닥에 쓴 글씨"를 비롯하여 해외 입양문제를 다룬 "순이 고모",가난한 생활속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가족간의 다툼과 화해를 그린 "두더지 가족", 아름다운 시골풍경이 떠오르게 하던 "그림속 풍경"등 모두 5편의 동화가 실려 있답니다. 사회적으로 아직까지도 말이 많은 어른들만의 이야기 같은 일들을 다루었는데요. 텔레비젼에서 그런 문제들을 다룰때마다 저 역시도 동시대 사람이 아니라 그런지 가슴으로 와 닿는 부분이 그다지 많진 않았어요. 이 책 역시 언제나처럼, 아이책을 읽으며 많은것을 얻고 배웠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라면 꼭 추천해 주고 싶네요.
p*******2 2003.01.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