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은 언제나 수수께끼다. 결코 정답이 없는... 하지만 여자는 수수께끼를 넘어서는 미스터리다. 완벽한 미스터리의 결정판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그런지 사랑이라는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는 항상 여자의 손에 들려있게 마련이다. 마치 자연의 법칙처럼... 그런데 그 사이에 돈이 끼어들게 되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메머드급 불가사의가 되어버리곤 하니, 이또한 신의 섭리일까? 영화 [오리지날 씬]은 감당하기 버거울 것같은 세번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탄탄한 시나리오로 무장한 채. 그리고 그 철벽 시나리오를 제대로 복제한 안젤리나 졸리는 급기야 나를 당혹케 하였다. 가히 메머드급으로! 우리말 <원죄>라는 제목의 영화는 사형 집행대가 바로 코앞에 놓여 있는 감방안에서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하는 안젤리나 졸리의 회고로부터 시작된다. 창살 가득 클로즈업된 '입술 미녀' 특유의 도톰한 입술을 통해, "이 이야기는 <러브스토리>가 아닙니다."라는 첫 마디를 던짐으로써 수도 없이 뒤집어질 반전을 예고하는 것으로 그 서막을 여는 것이다. 감방 안의 여죄수. 그녀는 사형 집행대를 바라보며 고해성사를 하는 중이다. 자신의 목뼈를 부러뜨릴 사형대를 준비하느라 간수들의 손놀림은 분주하건만, 그녀의 고백은 담담하고 차분하다. 오히려 그 장면과 분위기를 즐기는 듯한 그녀의 야릇한 미소는 그녀가 소위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여자임을 증명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렇게 도입부터 강한 '냄새'와 자신감을 풍기는 영화는 '재미'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결코 실망을 안기지 않는다. 부자임을 밝히지 않은 쿠바의 한 부호와 '도시의 번잡함에서 탈출하고 싶었을 뿐'이라는 미국 처녀의 첫 만남, 뭔가 심상찮은 초고속(당일치기) 웨딩마치, 첫날밤부터 왠지 수상쩍은 신부의 거동들... 이쯤되면 우리는 그들의 만남 뒤에는 반드시 음모가 도사리게 된다는 것쯤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거기까지는 매우 쉽다. 하지만 아쉽게도 섯부른 판단은 거기서 접어야 한다. 왜냐하면 결론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기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결코 녹녹치만은 않은 이 영화의 맛을 '어리둥절' '왔다갔다' '당혹과 혼란' '끊임없는 반전'으로 표현하고 싶다. 잘 짜여진 시나리오(구성)를 통해서만 취할 수 있는, 목구멍을 짜릿하게 치면서 넘어가는 57도짜리 위스키처럼 강한 그 '맛' 말이다. 그것은 영화가 "사랑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는 평범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전개 방식이 진부하지 않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이다. 118분동안 거의 20여 분(分)을 주기로 계속되는 반전은 '역시 여자란 이해하기 힘든 동물(?)이 아닌가!'라는 상상을 자극하고도 남음이 있다. 게다가, [오리지날 씬]은 쿠바의 세 도시를 오고가며 진행되는 덕에 쿠바(또는 남미)의 특이한 정취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강점을 지녔다. 커피 농장, 고풍스런 교회, 야자수가 늘어선 저택, 마상 데이트, 자유분방한 카니발(축제) 분위기, 가면 무도회와 예사롭지 않은 춤사위들, 나름대로 우아한 오페라극장, 그리고 고대 로마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특이한 매음소굴까지... 한마디로 볼거리가 가득이다. 그녀의 눈빛에는 사랑의 묘약이 담겨있는 걸까? 영화는 눈길 한번 닿는 것만으로도 무너져내리는(사랑에 빠졌다고 착각하는) 남자들로 차고 넘친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그녀를 떡 주무르듯 조종할 수 있는 남자가 있다는 사실은 삶의 아이러니를 고스란히 담고있지 않은가. 어찌되었건 두 남자 사이를 오가는 졸리의 심리변화가 결국은 남자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상황은 어찌 그리도 우리네 삶을 닮았는지... "이 이야기는 <러브스토리>가 아닙니다." 고해성사를 마치고 형장을 향해야 할 시간 마지막으로 졸리가 남긴 말이다. 그리고 이 마지막 멘트를 날린 그녀는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다. 그렇게 사라진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두 남자의 생사여탈권을 거머쥔 졸리는 돈을 택할까 사랑을 택하게 될까? 결과를 보지 않은 채 넘겨짚거나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특히 여자와 돈에 관계된 일이라면... 러브스토리>러브스토리>원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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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자신의 베스트 '사랑' 영화가 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의 사랑이 나에겐 참 강렬했어, 그래 사랑이란 이런거지 혹은 나도 이런 사랑을 할 수 있다면... 하는. 나 역시도 손에 꼽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있지만, 아름답지 않지만 너무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는 사랑이야기도 있다. 내게 그런 영화가 바로 '오리지날 씬(Original Sin)'이었다. 사랑이 사악한 것일 수도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정말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공감을 갖게하는 영화, Original Sin 원죄(근본악). 벌써 7년도 더 지난 영화여서 어떻게든 다시 보고 싶은 생각에 온갖 DVD 샵을 뒤져도 다 품절. 결국 인터넷으로 구매를 해야했는데 '무삭제판'이라니.. 무슨 포르노 찾는 기분으로 간신히 다운로드 받아 오랫만에 다시 보게 되었다. 뭐, 7년이란 시간 동안 나도 변했기 때문에 그때만큼 충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다시봐도 꽤 자극적인 영화다.
일단, 이 영화는 대략 멀쩡한 한 남자가 팜므파탈 같은 여자를 만나면서 완전히 망가지는 내용이다. 대신, 그 팜므파탈이 안젤리나 졸리이기 때문에 당시의 내겐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게 된 것도 이 영화가 계기였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사랑은 지독히도 집착적이다. 끈적거리는 늪에 빠진 느낌이랄까. 몇년 동안 뇌리에 남았던 대사가 있다. "그녀를 사랑하나? 그녀에게 모든 것을 주고 싶으면 사랑이고, 그녀의 모든 것을 빼앗고 싶으면 욕정이지." "나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주고도 싶고, 모든 것을 빼앗고도 싶어!" 이 대사가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 함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영화에서 사랑을 아름답기만한 감정으로 포장을 한다. 그것이 훨씬 쉽고, 또 이상적이다. 왜냐면 현실에서는 아름답기만한 사랑이란, 없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사랑스러울 때가 있으면, 죽도록 미울 때도 있는 것이고, 한없이 주고 싶을 때가 있다면, 또 그만큼 기대하게도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천국 만을 경험하지 않는다. 천국이란, 지옥을 경험할 수 있을 때 깨달을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것이 사랑이다.
오리지날 씬에서는 사랑의 극단적인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집착과 애증, 함께 있기 위해 무슨 짓이든 불사하는 광기어린 사랑.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시궁창에 빠진 여자를 백마탄 왕자가 구원해 주지만, 이 영화에서는 시궁창에 빠진 여자와 함께 시궁창으로 뛰어드는 어리석지만 행복한 남자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그 남자의 사랑은 바보같은 것일까? 비를 맞으며 걷고 있을 때, 우산을 씌워 주는 사람과 함께 비를 맞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누가 옳다, 그르다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처럼, 어쨌든 이 두 사람은 결과적으로는 함께이다. 백마탄 왕자에 대한 판타지처럼,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내 세계로 망설임 없이 넘어와 버리는 남자에 대한 역시 상반된 판타지를 만족시키는 영화였기에 내게는 잊지못할 사랑 영화로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마음의 사치 - 김윤아
사랑, 빛나던 이름 사랑, 지나고 나면
그날 이후 나는 죽었소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그 마음의 사치에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것 아닌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