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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손'의 역사 《왼손잡이의 역사》
"'바른손'의 역사 《왼손잡이의 역사》" 내용보기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제법 활약하면서 그가 태어날 때부터 왼손잡이가 아니라 부친의 선견지명(?)으로 '만들어진 왼손잡이'라는 에피소드가 한때 회자된 바 있다.  류현진까지 예로 들지 않더라도 요즘엔 왼손잡이를 흉이라고 여기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흉은 커녕 아이가 태어나 왼손잡이임이 확인되면 왠지 모를 기대감-특출함, 우월함에 대한-을 갖는 것 같다.      3
"'바른손'의 역사 《왼손잡이의 역사》" 내용보기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제법 활약하면서 그가 태어날 때부터 왼손잡이가 아니라 부친의 선견지명(?)으로 '만들어진 왼손잡이'라는 에피소드가 한때 회자된 바 있다.  류현진까지 예로 들지 않더라도 요즘엔 왼손잡이를 흉이라고 여기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흉은 커녕 아이가 태어나 왼손잡이임이 확인되면 왠지 모를 기대감-특출함, 우월함에 대한-을 갖는 것 같다.

  

  30여 년 전-내 기억을 기준으로-만 하더라도 좀 달랐다. 난 학교에서 왼손잡이임을 숨겼다. 왼손잡이를 대놓고 흉보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당시 나의 잠재의식 속엔 왼손잡이가 흉으로 인식돼 있었던 것 같다. 다들 오른손으로 라켓을 잡는데 나만 왼손으로 잡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꽤 절박하고 심각했다. (그냥 다수인 무리에 포함되고 싶은, 외톨이가 되기 싫은 단순 심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왼손잡이를 좋은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면 숨기기까지 했겠는가 싶다.)

  가정교육의 영향도 컸던 것 같다. 왼손잡이인 나에게 부모님은 밥먹기와 글쓰기 모두 오른손으로 가르치셨다. 왜 오른손이 '바른손'이고 왼손잡이는 '빠구잡이'인지 따질 생각은 전혀 못 했다. 그러 오른손으로 안 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필사적으로 따랐던 것 같다.

  

  이 책은 이런 '왼손잡이의 흑역사'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서구사회에서 더욱 뿌리 깊게 존재했음을 잘 보여준다.  고대에는 왼손잡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좀 약했던 것 같고, 종교-기독교와 성경-와 더불어 부정의 각인이 깊어진 것은 자명하다. 악(惡)이 선(善)의 부재(不在)인 것처럼,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 자질이 결여된 자'이다. 왼손잡이의 특성은 비정상적인 이상 증세일 뿐이다. 이런한 개념은 여기에 덧붙여진 가치 판단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가 앞으로 다루게 될 모든 글에서 찾을 수 있는 보편적인 진리이자 최소 공리이다.(p.71)   

 

  아래 글들은 저자가 인용해 놓은 문장을 몇 개 더 골라 재인용한 것들이다.  

 

 "왼손잡이들은 옳은 일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거꾸로 된 사람들이어서 우리는 그들이 진짜 사람인지 자문하곤 한다."

 

  "우등한 인종에는 왼손잡이가 거의 없다. 반대로 왼손잡이는 몇몇 열등 인종에 더 많다."

 

  "내가 병리학적이라고 명명한, 왼손잡이에 관한 이론은 이와 같은 신체적 이상 증세와 범죄, 정신 착란, 간질, 정신 박약과 같은 윤리 질서의 이상 증세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를 무엇보다 잘 보여준다. 사람들이 왼손잡이를 경멸하여 그를 불길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은 사실상 진리를 과장하고 일반화한 것뿐이다. 오랜 관찰만이 이를 알려주고 입증시켜 줄 수 있었다."

 

  첫 번째 문장이 17세기(F. 데 꿰베도, 1608, p.230~231), 두 번째가 19세기(G. 들로나이, 1883, p.213) 것이다. 세 번째는 20세기(O. M. 라느롱그, 1905, p.508~509)에 쓰여진 글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아졌다고 생각하는가? (다소 장황하고 번역도 좀 거친 듯한데, 내가 보기에 가장 세련되고 영악한 글은 세 번째다.)

 

  왼손잡이에 관한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면교사다. 편견과 확신,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관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린 여전히 정상과 비정상,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현재 우리가 지극히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고 있는 많은 가치관들이 우리 후손들의 시각에서 무지하고 터무니없는 낡은 사고 방식이라고 비판받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있겠는가?(옮긴이의 말, p.310)

 

  이제부터는 사족이다. 아, 정말 읽기 힘들다. 10여 년 전 제목에 꽂혀 사 놓고 몇 번을 들었다가 놨는지 모른다. 번역투 문장(더이상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이 잘 읽히지도 않고 박사 논문이라더니 각주도 너무 많다. 물론 왼손잡이의 역사를 일별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라지만 임팩트 없이 주욱 열거하는 듯한 전개도 집중력을 잃게 한다.

d*****o 2015.03.09. 신고 공감 0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