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타인의 방이란 책을 골랐을 때 제목에서 가장 매력을 느꼈다. 내가 고른 책은 타인의 방뿐만 아니라 최인호씨의 작품이 여럿 실려있다. 처음 이 단편들을 읽을때 갑자기 뜬금없이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가 전개되어 당황하였다. '한 여인이 경비를 서고 있는 나한테 와서 카트하나만 뽑아달라고 하였다. 내가 어릴 적에 마트에서 혼자 아이스크림을 사서 오겠다고 이곳저곳 다니다가 길을 잃어 경비한테 잡혀있던 적도 있었다.' 라는 식의 거의 상관이 없는 이야기가 전개되어 나를 여러 번 당황하여 곤란케 하였다. 하지만 2~3번 나온 이후로는 아 이것이 고등학교 때 배웠던 의식의 흐름기법인가? 하는 생각도 해보아Teak.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내가 과제로 삼은 타인의방을 리뷰해보도록 하겠다. 앞 소설들과는 다르게 타인의방엔 의식이 흐름기법이 사용되지 않은 듯 했다. 우선 그는 30대 초중반으로 예상하였다. 왜냐하면 그는 자식이 없었지만 결혼을 한 상태였기에 난 그가 30대 초중반으로 생각하였다. 또한 그는 출장을 갔다 돌아와서 현관문을 두드리는 부분부터 시작된다. 그가 어떤 사람과 결혼을 하였고 어떤 생활을 하였는지 전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최인호씨의 소설의 매력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여러 단편집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의 단편들 중 어떤 주인공이든 주인공에 대해서 처음부터 설명해주고 시작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우린 책을 읽어나가면서 또한 아무런 관련이 없는 얘기들로부터 우린 주인공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났는지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타인의 방에서는 그는 열쇠가 있지만 아내가 문을 열어 줄 때까지 현관문을 두들기다 화가 치밀어 성질을 내다 옆집사람과 시비가 붙을 정도로 문을 두드렸다. 그는 자고로 남자는 직접 문을 따고 들어가지 않고 아내가 따줘야 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로부터 우린 그가 심한 가부장제의 사고방식과 고집이 세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가 집에 들어왔을 때 아내는 아버지가 위독하셔서 고향집에 내려간다는 편지하나만 두고 나간걸 본 뒤 씁쓸해 하며 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그리곤 욕실에서 아내가 씹다가 붙여놓은 껌을 보고 아내의 특징을 생각해내며 그 껌을 씹는다. 그리곤 여러 생각을 한다. 얼핏 보면 더럽지만 그가 아내를 사랑한다는 것을 그보다 잘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아내에게 화를 잘 내지만 한편으론 없으면 정말 그리워하는 것이 눈에 딱 보일정도이다. 하지만 그는 그의 아내가 놓고 간 편지를 다시 읽고 나선 그게 몇 일전에 쓰고 간 편지가 아닌 것을 알아차렸다. 그 후로부터 남편은 일명 멘탈붕괴 상태인 멘붕에 이르게 된다. 그는 그녀가 바람을 피러 나갔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 또한 바람을 피워 본적이 있고 그의 아내 또한 그것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가 멘붕에 이르러 전구 소켓과 얘기하고 쟁반들이 떨리고 립스틱이 날아가는 듯하다 느낌을 받으며 얼른 그곳을 나가야겠단 생각을 하게 된다. 그의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있단 시점부터 그의 아내는 그것이 아닌 타인의 것이 되어 그 집은 더 이상 남편을 기다려줄 집이 아닌 남편이 돌아오질 않길 바라는 아내의 바람 때문에 그의 집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자신의 집에 들어가도 자신을 반겨줄 아내가 없는 시점에서 벌써 그 집은 타인의 집이 된 것이다. 이 처럼 최인호씨의 작품은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면 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그 점을 생각하면서 읽는다면 견습환자, 무너지지 않는 집등 여러 작품 속에 왜 의미 없는 얘기를 써놨느냐가 아니라 이걸 통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된다고 책을 읽으면서 느꼈다. |
| 최인호는 1970년대를 확실한 자신의 시대로 만들었던 탁월한 작가이다. 수많은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지만 어쨌든 그의 작품들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들어서는 역사소설에 집중하고 있어서 과거의 그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를 역사소설 작가로 알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누가 뭐래도 1970년대의 작가이다. 이것은 그 이후의 작품이 질이 떨어진다든가, 가치가 없다든가하는 말이 아니라 1970년대에 그가 고민하고 그가 만들었던 작품들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는 의미이다. 이 책은 최인호의 초기작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그가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내놓았던 '견습환자'부터 시작해서 '영가'까지의 작품들이다. 자신의 집 안에 들어와서도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결국 굳어가는 '타인의 방'의 주인공, 나병환자들에 대한 사람들의 핍박을 비판하는 '미개인' 등의 작품들은 당시의 문제들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그러면서도 '영가'에서와 같은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상상력들도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이 책은 70년대를 풍미했던 한 작가의 첫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는 의미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