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방에서 진열된 책을 보면서 든 느낌. '허,참 내~.' 두 개의 엇갈린 생각이 교차했다. '아니 이런 것도 상품이 되나?' '아,맞다.우리한테 이런 시절이 있었지.그래 정말 순수의 시대였어.여의도의 흙먼지 날리는 교정에서 밤늦게 시험 공부차 '조침문'을 외우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 냉큼 집어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책을 펴들었다. 첫번째가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오는가'. 벌써 20년의 시차를 갖고 있다. 당시와 현재의 가장 큰 차이는 당시에는 이 시를 갖고 지은 노래가 없었다. 현재는 있다는 것. 서정주 시,송창식 노래의 '우리는'과 같은 맥락.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려는 지난 20여년간의 노력이 낳은 성과이다.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이 IMF를 거치며 혼란스럽게 여겨지다가, 지금은 제프리 존스가 이야기하듯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선진국이 됐고',월드컵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럼에도 산다는 것 자체가 즐겁기 보다는 일상의 쳇바퀴속에 갇혀있는 것도 사실. 이러한 때 20년전의 추억속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당시의 친구를 만나며 이야기하는 것은 생활속에 상큼함과 함께 활력을 준다. 책장을 넘기며 고전의 맛을 다시 느꼈고,역자가 미식가를 얌체로 표현한 대목에서는 삶의 진국은 과연 무엇일까하고 되새김질하게 했다. 집에 와 마누라한테도 보여주니 '빈처'가 재미있다고 한다. 학교 다닐 때는 시험공부를 하느라 참 맛을 몰랐는데,부담없이 읽으니 재미가 느껴진단다.그러면서 덧붙이는 말.학생때의 감각과 달리 여유롭잖은 생활을 하면서 보니 '실감'이 난다나? 한 권의 새 책이지만,추억이 묻어있는 헌책이기도 하다. 누구보다도 동시대 감각을 갖고 있는 친한 친구에게 옛 추억의 한 조각글과 함께 선물하고 싶다. |
| 국어 선생님이 교단과 책상사이를 오가시며 글을 읽고 두음법칙, 지금은 잘 생각도 나지 않는 음운에 관한 법칙과 주제어 찾기, 저자 등에 대해 설명만 하던 글을 책으로 읽게 되다니...당시엔 땀을 삐질삐질 흘리거나 덜덜 떨며 공부해야만 했던 글들인데 사회에 나와 편안히 읽게 되니 옛날도 생각나고 이런 글을 왜 그렇게 읽어야만 했나라는 생각도 드네요. 하나씩 가볍게 읽다보면 명문들인데 지금 읽어도 공부할 때의 그 느낌이 드는 글도 있지만 옛 친구들이 생각나면서 지나간 시간은 아름답게만 보이는 법이니...그러고 보니 추억은 아름답다라는 말도 생각난다. 그 친구들에게 전화나 한번 해보아야 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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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국사회의 문제를 방황하는 40대 남성들의 행태에서 보는 견해가 있다. 전통적 가치관과 변화하는 가치 속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샌드위치 세대니 낀 세대니 하는 말들이 그들 스스로에 대한 자조섞인 표현들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가 소득수준만으로 중산층이니 뭐니하는 말을 만들지만 않았어도 IMF로 중산층이 무너졌다는 이야기는 없었을 것이다. 청바지와 통기타, 생맥주로 대변되는 청년문화를 이끌었던 세대의 정서적인 유산을 간과했던 것이다. 어쩌면 잊고 있었다고 하는 편이 적절한 표현이다.
이제 잠시 잊었던 기억의 저편을 더듬어 올라가본다.
이책은 그 원점을 국어책에서 찾는다. 정체성과 전통과 사회적 책임을 논하면서 변화를 수용하는 시발점을 시험공부하느라 암기하던 교과서 글들 속에서 다시 찾아낸 것이다. 당시 느끼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40대 중반이 넘어서야 알 수 있는 것은 마음깊은 곳에 작은 흔적으로 젖어있었다는 증거가 된다.
돌아볼 원점이 있는 것을 감사한다. 다양한 원점들이 있겠지만 그것이 좋은 글들로 재구성된 국어책일 줄이야... 그것도 이 나이에... [인상깊은구절] 서시(序詩)/윤동주(尹東柱)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 새벽별 보기 운동(?)을 하며 나름대로 참 힘들었던 시기라고 기억되던 고교 시절. 아득하게만 느껴지던 회색빛 미래에 유난히 좋아하던 국어 시간에도 즐겁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무조건 외워야 하는 고대 시가, 훈민정음, 관동별곡, 상춘곡같은 고전은 마치 외국어처럼 낯설기만 했었는데... 10여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펴본 국어책에는 그때 당시 설레며 읽었던 감수성을 되살리게 하였다. 외울 정도로 좋아했던 피천득 선생님의 인연, 김소운의 가난한 날의 행복, 소나기, 별,이조년의 시조 등등. 짧지만 많은 이야기들. 그 속에서 입시 위주의 경쟁을 잠시 잊고 순순하게 문학 속으로 빠져 들었던 나의 십대를 재발견할 수 있었다. 지나간 시절은 다 아름답듯이 우리가 배웠던 교과서도 훌륭한 교양서가 되어 그때의 감동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또 한 가지 정말 교과서같은(?) 글씨체도 맘에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