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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라파엘전파라는 화파를 접한지 거의 10년이 되어간다. 라파엘전파는 pre-reaphaelites라고 해서 라파엘 시대 이전의 미술을 부활시킴으로써 당시 영국의 미술을 개혁하고자 했던 그룹이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이상적인 매끈함과 아카데미에서 환영받았던 아름다운 그림에 반기를 들고 자연 그대로를 답습하고 15세기 이탈리아 미술의 솔직하고 사실적인 화풍으로 돌아가자고 했던 화파로 그 중심에는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와 존 에버렛 밀레이, 그리고 윌리엄 홀먼 헌트가 있었다. 사실 내가 라파엘전파에 관심을 가졌던 계기를 만들어 준 화가는 워터하우스였다. 그는 라파엘전파형제회의 일원은 아니었지만 그의 그림들이 라파엘전파의 특징들을 가지고 있었음에는 틀림없었다. 워터하우스로 인해 라파엘전파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들에 관한 책을 찾던 중 구입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후 여러번 읽기는 했지만 이번에 런던 출장을 계기로 라파엘전파의 그림들이 가득한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에 꼭 가보기로 결심했던지라 다시 한번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라파엘전파가 기나긴 미술 역사 속에서 그렇게 눈에 띄는 화파도 아니고 내부적인 갈등과 모순을 가지고 있었던 화파였지만 나는 그들이 자연을 묘사하는 섬세함과 인내심을 높이 평가한다. 그림 속에 사실적으로 표현된 자연의 묘사를 위해 여러날을 바깥에서 때를 기다리던 화가들의 에피소드는 그림 앞에서 경건함까지 느끼게 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그림은 워터하우스의 <레이디 샬럿>과 밀레이의 <오필리아>였다. 그냥 도판으로만 보아도 마냥 좋았던 그림을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의 어느 방에 들어가는 순간 두 그림이 위 아래로 동시에 걸려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의 그 감동이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야기가 있는 그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중세 시대의 전설이나 문학적 한 순간을 표현한 그들의 그림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이 라파엘전파의 모든 그림들을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영국 미술의 짧은 순간을 장식했던 그들에게 경의를 표할 정도의 지식은 충분히 전달해주고 있다. 영국 여행을 앞두고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를 방문할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문학 속 이야기가 아름답게 표현된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이 책을 품에 안고 가기를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