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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물도 어떻게 바라보는냐에 따라 참으로 달리 보인다. 익히 알고 있듯이 세한도와 추사체로 유명한 김정희와 북한산순수비와 황초령비 등 <진흥왕순수비>를 찾아낼 정도로 금석문을 뛰어나게 해석해내는 연구자로 유명한 김정희, 그리고 어린 시절 박제가를 스승으로 모시고, 커서 정약용을 스승이자 벗으로 사귀며 조선의 성리학도, 청의 고증학도 넘어선 <실사구시>를 몸소 실천하던 실학자로 유명한 김정희, 이렇게 세 가지 모습이 따로 또 같이 한 권의 책에 녹여 놓고서 살펴보니 뜻밖에 새로운 모습의 김정희를 발견할 수 있는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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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나에게 추사 김정희가 누구냐 묻는다면 딱 한 마디밖에 할 게 없다. 추사체를 완성한 조선 후기의 학자. 그나마 추사체라는 것도 실제로 본 적이 없고 그냥 이름만 아는 수준. 하긴 김정희뿐만 아니라 어느 역사적 인물인들 내가 잘 아는 이가 있을까. 이래 가지고는 역사적 소양이 저조하다 할 수밖에. 인물과 그 주변 인물간의 관계, 사건과 배경을 연계해 시대적인 흐름을 함께 이해하고 있어야 옳을 터인데, 거기까지는 차례가 멀었다. 뭐 푸념은 여기까지.
김정희가 박제가의 제자였고, 정약용과도 인연이 있었으며,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스승이라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무엇보다 그가 단순히 글씨를 잘 쓰는 서예 대가가 아니라 조선 후기의 뛰어난 실학자였다는 것은 이제라도 알게 됐으니 천만 다행. 특히 그는 금석학에 열정적이었다. 금석학이란, 돌이나 금속 등 오래된 유물에 새겨진 글자를 해석해 그 역사적 위치를 가늠하는 학문을 말한다. <황초령 신라진흥왕순수비>와 <북한산 신라진흥왕순수비>를 발견해 고증을 한 것은 김정희의 대표적인 업적이다. 나는 그간 고려나 조선 시대의 학자들은 대체 왜 고조선이나 삼국 시대 연구를 소홀히 했을까, 혹은 역사 연구를 했다면 어떤 방식으로 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졌었다. 다행히 김정희처럼 실증적인 역사 연구에 힘쓰는 이들이 그때도 있었다는 점과, 그 연구 방법까지 알게 되었으니 1석2조.
[실학을 꽃피운 천재 예술가]는 이처럼 김정희의 역사적 위치나 업적을 드러내기 위한 책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적인 시선으로 그의 일생을 조명하는 데 이 책의 소임이 있는 것 같다. 그의 탄생과 죽음을 따라 가며 당시 조선 지배층의 실태를 가늠하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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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대상으로 쓴 위인전이기에는 참 아까운 책이다. 추사(완당) 김정희에 대해 쉬우면서도 정확하게 쓴 책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김정희 연구의 입문서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당대 유력한 가문이었던 경주 김씨 가문의 종손으로 양자된 김정희는 인생 중반기까지는 어려움 없이 살아간다. 그러나 정조 사후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기에 권력가들의 모함을 받아 제주도 유배생활(10년), 함경북도 북청 유배생활(1년)을 통해 그 유명한 '추사체'를 완성한다.
추사체의 위대함은 모든 뛰어난 서체를 다 거쳐 마침내는 아무런 기교가 필요 없는 본래의 글씨체로 돌아간 점이다.(159)
그는 학문 뿐만 아니라 금석학, 미술, 난 그리기, 서예에 능통한 예술가였다. 김정희의 난 그리는 법을 배우기 위해 흥선대원군이 된 이하응 조차 그의 제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하응은 김정희에게서 배운 난 그리기를 연습하여 당대 최고의 난 그리기 전문가로 이름 났다고 한다.
위리안치된 제주도 대성현에서는 그의 학문과 예술을 배우기 위해 끊임없이 제자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그가 특히 아꼈던 제자 이상적은 역관이라는 직업을 통해 스승에게 때마다 연경에서 서적을 들여와 보내주었다고 한다. 변함없는 제자 이상적을 위해 불후의 명작 '세한도'를 그렸다고 한다.
추사 김정희의 글씨체도 유명하지만 더 높이 사야할 학문분야는 '금석학'이라고 본다. 금석학은 비문이나 바위에 새겨진 글씨를 탁본하여 연구하는 학문이다. 성리학에 반대하여 고증학을 연구하고 있던 김정희는 금석학을 통해 <삼국사기>에 기록된 진흥왕순수비를 고증하여 밝혀 낸 인물이다. <<삼국사기>가 허구맹량한 책이 아니라 실제의 역사를 담은 책임을 밝혀낸 것이다. 글씨체만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를 고증한 역사가인 셈이다.
"금석이 국사 책보다 나은 점이 이와 같으니, 옛 사람들이 금석을 귀중하게 여긴 까닭이 어찌 하나의 옛 물건이라는 것에만 그칠 뿐이겠습니까" (95)
성경에는 감옥에 갇힌 사도 바울 스승을 곁에서 도와주는 제자들이 등장한다. 이처럼 스승 김정희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제자들이 있다. 허련과 신헌은 스승의 손과 발이 되어 주었다.
71세의 나이로 죽음을 맞이 하기 직전 김정희는 이태껏 살아오면서 가장 즐거웠던 반찬은 두부와 오이, 생강과 나물이며 세상에서 가장 즐거웠던 모임은 부부와 아들, 딸과 손자들의 모임이었다며 소박하고 다정한 김정희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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