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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 내용이 너무 어렵다. 지자체간 중앙부처의 예산을 둘러싼 소리없는 전쟁? 정도로만 예상하며 편하게 책장을 열었는데... 책의 절반을 넘기도록 점점 더해지는 묘한기분. 좋은 구절은 만나면 적으려고 준비했던 노트엔 '지루한 불안감' '기분나쁜 긴장감' '답답함'...등 내 생각, 내 기분만 적혀 있을 뿐이다. 작가의 생각을,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똑같이 이해하고 똑같이 인정할 필요는 없지만...그래도 이 책은 답이 없는 수학문제를 푸는 기분. ......'주민을 위해서'란 모든 주민들께 공평하게 동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입니다. ...... (101쪽) 잠시 이야기에서 벗어나긴 하지만 이 구절을 읽으며 그간 공무원들에게 가졌던 일종의 원망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다. 나는 처음으로 민원을 제기했지만 업무담당자는 나와 같은 사람을 수없이 만나고 상대했을 것이므로 그들에게 규범과 법이란 예외가 있을 수 없겠구나 하는...일종의 이해와 동감. "그야 물론 두 마을은 서로를 적으로 삼아 싸워 왔습니다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전쟁이라는 사업을 공동으로 수행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웃 마을의 협력이 없었더라면 전쟁을 시작하는 일도 끝내는 일도 불가능했을 테니까요. ..." (271쪽) 뭔가가 조금 잡힐 듯 하다. 이걸 말하고 싶었던 걸까? 그동안 주인공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던, 내 의지와는 아무 상관없다던 주문같은 말과 어떠한 긴장도 없던 두 마을의 싸움이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 손뼉도 부딪쳐야 소리가 난다는 논리를 깨우쳐주기 위해...? 서로에게 총구를 겨눈것이 아니라 같은 목표에 다른 과정으로 도달하는 것일뿐이라는...? 그래, 끝까지 읽어보자.... "...... 전쟁은 물론 파괴적인 행위이지만, 유사 이래 우리 인간 문명이 전쟁에 의해 큰 진보를 거듭해 온 것 또한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 어떤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긴 관점에서 볼 때 전쟁 사업의 투자 효과는 2.5배라고 하더군요." (306쪽) 아, 이거구나. 의도하던 그렇지 않던 전쟁은 우리와 함께 계속되고 있지 않은가... "...... 그럼 전쟁하고 전혀 관계가 없는 기업에 재취직할 생각인가요? 그런 기업이 정말로 있다고 생각해요? 설사 그 기업 자체는 전쟁에 직접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해도 전쟁을 통해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발생한 이윤은 이 나라 경제 구석구석까지 돌아가고 있는데 말입니다." (308쪽)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기분. 등잔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우리와 함께 하는 전쟁을 깨닫기 위해 300여쪽의 책장을 넘긴 셈이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과 위기철 작가의 글 [무기팔지마세요]를 읽고 전쟁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파는 장남감 총과 총알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우리나라 소녀와 미국의 소녀를 통해 전쟁반대 운동으로까지 확산되는 내용이다. 물론 일부 과장된 표현이 있기는 하나 전쟁은 그렇게 우리 곁에 아주 가까이 우리도 모르게 함께 하고 있었음을, 아이들의 장난감도 단순히 장난감만은 아님을 알 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잊었다. 여기 이웃마을전쟁 속에 정찰업무를 하면서도 전혀 전쟁을 실감하지 못했던 주인공 '나'처럼... 옮긴이의 말을 읽으며 이제야 정돈이 된다. 내가 어려워하며 읽은 것이 잘못된 시간이 아니었음을. 옮긴이가 말하는 색다른 공포가 책장을 덮고나서야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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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마을의 전쟁이라는 표지의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나 일본 작가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미사키 아키에 대해서 무지한 상태에서 그저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기면서, 총칼이 난무하는 전쟁은 아니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전쟁에 대해서 실감하게 된 듯 하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한국전쟁. 6.25는 지금도 우리 민족의 가슴에 한이 되어 서려 있다. 아직까지도 통일이 되지 못하고, 38선으로 갈라진 우리 민족에게 전쟁이란 다시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될 역사이기도 하다. 작년에 다녀온 독일에서도 서독과 동독의 문화적 차이 이외에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다른 시선들이 부담스러웠다. 한 나라안에서 같은 시민이지만, 풍기는 인간미며, 빌딩숲에서 싸늘한 분위기, 전쟁이란 그 만큼 많은 차이를 낫게 하는거 같다.
정찰이라는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 주인공 기타하라는 출근과 퇴근을 하면서 평소와 다른 점들을 살피는 것이었고, 주변상황을 통해서 현실에 부딪히는 소리 없는 전쟁에 대해서 우리 모습들을 배제하는 듯 보인다.
역사를 거슬러 아주 오래전부터 민족간의 싸움은 되풀이 되고,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서 아까운 목숨들이 희생이 되었다. 전쟁에서 이기면 영웅이 되었고, 이기지 못하면 목숨을 담보로 내놓아야 했다. 되풀이 되는 역사속에서 반복되었던 전쟁. 작가는 과연 소리없는 이웃마을의 전쟁에 대해서 무언가를 전달하려했을 것이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사이에서는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고, 때로는 느끼지 못할 만큼 종전이 되는 생활들. 때로는 자신만이 혼자서 겪는 전쟁이 될수도 있고, 한 사회, 한 나라, 한 가정에서 또한 반복이 될것이다. 어린시절 시험전날 난 수없이 전쟁을 했다.
공부를 해야할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잠이 들것인가? 하지만 지금도 난 소리없이 전쟁을 한다. 아이가 말썽을 피우면 소리를 지를 것인가? 차분히 타이를 것인가? 이처럼 나에게는 어처구니 없는 전쟁들이 매일 반복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전쟁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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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하라는 우편함에 꽂혀 있는 마을 소식지를 보고 "이웃 마을과의 전쟁" 소식을 접하게 된다. 전쟁 개전일로 계획되어 있던 날, 그는 어떻게 전쟁이 벌어질까 궁금해 하면서 하루를 보내지만, 전쟁의 기미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고, 그는 "이웃 마을과의 전쟁"을 그저 농담처럼 웃어 넘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를 전쟁 정찰원으로 임명한다는 연락이 왔다. 그는 그 어디에서도 전쟁의 징후를 찾아볼 수가 없는데, 어떻게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정찰원 임명식에 참여한다. 그러나 정찰원이라고 해서 생계를 포기하고 뛰어 들어야 하는 별다른 활동은 없다. 그저 여느 때와 같이 생활하면서, 다만 출퇴근 길에 이웃 마을을 지나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기록해 보고서로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전쟁이 진행되면서 그는 읍사무소에서 "이웃 마을과의 전쟁" 담당인 고사이씨와 위장 결혼을 해 이웃 마을로 들어가 정찰 활동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도 그는 별다른 전쟁의 징후를 발견하지 못한다. 그렇게 전쟁은 아무도 모르게, 게다가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눈치채지 못하게 진행되다가 개전할 때처럼 종전을 맞이한다.
이웃 마을과의 전쟁은 아주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진다. 사람들이 출퇴근을 하고, 아이들이 등하교를 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마을 주민들에게 전쟁의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시간과 장소를 가려 진행된다. 그리고 예산도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도 이렇게 계획적으로 일을 꾸미고 처리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웃 마을과의 전쟁을 계획한 공무원들은 전쟁도 마을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업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전쟁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희생자들도 다른 사업을 하면서 생기는 희생자들과 마찬가지로 여긴다.
생각해 보면 우리 일상도 소설 속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매일을 전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출퇴근 전쟁, 취업 전쟁, 쩐(!)의 전쟁, 사랑 전쟁... 아니 매일 매일 살아가는 삶, 그 자체가 전쟁이다. 우리도 모르게 희생자가 생기기도 하고, 자신도 모르게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작가 미사키 아키는 이웃 마을과의 전쟁 이야기를 재미있고 무겁지 않게 들려주고 있다. 게다가 그의 이야기가 틀린 것도 아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단순히 재미에 머물지 않고 뭔가를 생각할거리를 던져준다.
"전쟁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 있습니다. (p. 207)"
"생각해 보면 일상이라는 것도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우리가 자각하지 못한 채로 돌고 돌면 누군가의 피가 뿌려진 땅 위에서 안주하며 누군가의 주검 위에 기반을 쌓고 사는 것이다. 다만 그 사실을 자각하고 있는가 아닌가, 그리고 그것이 자기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가 아닌가 하는 그 차이뿐일지도 모른다. (p. 271)
"이 복잡한 사회에서는 모든 사물을 다의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전쟁은 물론 파괴적인 행위이지만, 유사 이래 우리 인간 문명이 전쟁에 의해 큰 진보를 거듭해 온 것 또한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p. 306)"
2007/11/20 by 뒷북소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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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메멘토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영화를 보던 중 주인공의 대사 한 마디가 너무나 강렬해서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눈을 감아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해도 그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정확한 대사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에게 보이지 않는 일,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일이라고 해서 그 일이 없던 일이 될 수는 없다는 의미였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일들,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내가 매일 접하는 연예계 뉴스만 하더라도 사람들마다 '진실은 저 너머에..'라며 쉽사리 신뢰하지 못하지 않는가. 우리는 보이는 것들보다도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많은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도 보이는 것들에만 집착하고 신뢰하는 경향을 보이곤 한다. 그러한 것이 얼마나 무지한 것인지도 모른채.. 이 책을 읽으면서 메멘토라는 영화가 기억 속에서 상기되었던 것은 이 책 역시 내가 느끼지 못하고, 내가 보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주려 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제목은 '이웃마을전쟁'이다. 어느날 갑자기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던 주인공은 이웃마을과의 전쟁 소식을 듣게 되고 읍의 부름을 받아 전쟁에 참가하게 된다. 하지만 전쟁에 참가하게 되었음에도 주인공은 전쟁을 느끼지 못한채 무심하게 지낸다. 다만, 내 주변의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는 정도만 인식했을뿐. 하지만 주인공과 함께 전쟁 작전에 참가하고 있는 고사이의 '전쟁의 빛을 몸으로 느껴보라'는 말을 듣고 그 때부터 전쟁이라는 것을 천천히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가 무심히 행했던 행동 하나하나가 타인의 목숨을 앗아가는 전쟁의 참혹한 결투였음을 깨닫게 되고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던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뒤늦게 나마 깨닫게 된다.
전쟁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는가. 미국과 이라크, 아프간과의 전쟁, 핵과 미사일, 그리고 많은 희생자들... 이 소설은 이런 전쟁을 중심 소재로 잡고 있기는 하지만 '본격 전쟁 소설'은 아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전쟁은 주인공에게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소설의 구성과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한 소재는 나의 흥미를 끌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지만 저자의 문체 역시도 건조할 뿐더러 긴장감이 느껴질만한 사건없이 진행되다 보니 이게 전쟁 소설인지, 그냥 느긋하게 옛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인지 분간하기가 힘들었다. 아마 저자가 노린 것이 이런 부분이 아닐까싶다. 그리고 저자의 노림수가 아주 적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마지막 챕터가 아닐까. 고사이의 남동생 여자친구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채 자신의 일에 열심히이다. 하지만 그 일이 전쟁 중에 남자친구의 죽음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고 난 뒤 혼란을 느낀다. 이 사실을 미리 알았다고 해서 자신의 일을 그만둔다거나 항의를 하지도 않았겠지만.. 저자가 나에게 이야기해주고자 하는 부분이 몸으로 느껴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나의 독서 내공이 미약한 탓에 이를 문자로 표현하는 것은 어렵게 느껴진다.
현재 일어나고는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 없는 전쟁과 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주인공, 행정 상의 일로서 자신의 업무에 책임을 다하는 고사이와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주임, 그리고 직접 전쟁에 참여했다가 희생을 당한 고사이의 동생과 자신도 모르게 전쟁에 참여했던 그 여자친구. 독특한 소재와 각기 다른 인물들의 모습들이 흥미롭게 느껴졌던 소설이었다. 아마도 저자는 이야기에서 벌어지고 있던 전쟁은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다. 다만 전쟁을 바라보는 주변 인물들과 전쟁 같은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우리를 꾸짖고 있을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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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 1시간 후, “음....” 일본소설을 읽는 것에 나름의 제한을 두려고 노력한다. 소위 인기 있는 일본작가들의 작품성향이 나랑 맞지 않는 이유도 있거니와, 일본소설 특유의 허무주의(라고 이야기할 수 있으려나)적인 느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는 내 일본소설의 리뷰에 대부분 등장한다만, 초기만 해도 일본소설을 많이 읽으며(일본소설이 시장에 하도 많이 나오니까) 공감 갔던 때도 있었다. 취향의 차이이겠지만, 일본소설하고는 몇몇 작가들만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맞지 않은 듯싶었다. 그 몇몇 작가들 중, 가쿠다 미쓰요가 대표적이고 이번에 읽은 작품의 작가인 미사키 아키도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한번쯤 읽어볼 수 있는 신뢰성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웃마을전쟁>이 시사하는 의미는 꽤 컸던 것일까.
세계 어느 곳에서는 지금도 전쟁의 중심에 있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가깝게는 이라크 전쟁이 언론을 통해 전달됐지만, 사실 그 모습이 크게 피부로까지 와 닿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희생당하는 많은 이들의 모습을 보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그저 거기서 일뿐 그 이상의 무언가는 없었다. 내가 매정하다느니 하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여겨진다. 정말 가깝게는 지금 한반도 상황은 공식적으로 정전(停戰)상태이긴 하지만 전쟁이 완전 끝난 건 아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누군가 “우리는 지금 전쟁 중이야.”라고 이야기하면, “아, 그래?” 라고 할 뿐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지 않던가. 생각하니 참 기가 막힌 것도 같다. 정전상태인데, 정전=교전 중에 있는 쌍방이 합의에 따라 일시적으로 전투를 중단하는 일인데 그 중심에 있는 우리는 전혀 느끼지 못한다. 물론 이런 말을 했다고 해서 한반도가 다시 전쟁에 휩싸인다는 소리는 아니다.(세상이 어느 때인데~~~, 그러나 글쎄...) 하지만 일단은 공식적으로는 정전이니 <이웃마을전쟁>의 기타하라가 겪는 모순을 우리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이웃마을전쟁>을 읽으면서 기존에 갖고 있는 전쟁에 대한 인식이 조금 바뀐 것 같다. 우리 인류 전체를 통틀어 그 역사를 보면 전쟁은 필요악으로 존재한 것처럼 보인다. 전쟁이 주는 폐허와 암울함도 있지만, 전쟁이 주는 긍정적인 부분(문명세계에 대한 전반적 발달)도 분명히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에 책 본문처럼 난 전쟁을 실제 경험한 적도 없고, 전쟁에 대한 의견에 확신을 갖지도 못한다. 전쟁은 물론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과연 생명을 담보로 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내가 권력자(책임자)의 입장이 아니라 그런 것 일수도 있지만, 생명의 존엄성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누구나 살고 싶다는 생각아래 그 명분이 충분하고 느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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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미사키 아키'의 데뷰작으로 작가에게 2004년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의 영예를 안겨 주고, 또한 이 작품은 133회 '나오키상' 후보에도 올랐는데 당시의 주요 심사평을 보면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고, 그 깊이도 깊다'
작가는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소설의 집필과 관련한 몇 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 했는데,
이 소설의 도입은 기발하다.
전쟁이 시작된다는 날,
이 부분까지 읽고, 이후 작가가 이 소설을 어떻게 끌고 갈지가 궁금해졌다.
도대체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는 전쟁의 모습이 책 속에서는 전혀 묘사되지 않는다. 주인공이 계속 이 전쟁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을 품 듯이 독자도 마찬가지이다.
과연 작가는 전쟁의 어떤 모습을 그릴려고 하는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모호한 상태가
아마도 이 소설에 대한 독자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릴 것이다.
이 소설은 요즘 많이 소개되는 일본 소설들과는 다른 독특함이 있는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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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생각하고 손에 잡은 책 ‘이웃 마을 전쟁’. 책장은 넘어가고 있는데 아직 무슨 이야기인지 도통 모르겠는 상태가 계속된다. 재미가 없는가? 그건 아니다. 과연 전쟁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도무지 상황을 알지 못하는 것은 주인공도 마찬가지이다. 그럼 판타지인가? 그것도 아니다. 참 묘한 소설이라고 생각하며 읽고 있자니 점점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마이사카 마을에 사는 평범한 샐러리맨 기타하라 슈지는 마을홍보지에서 이웃 마을과 전쟁을 한다는 공고문을 보고 약간의 걱정과 의문이 들지만 별다른 변화를 느낄 수 없어 그저 평소처럼 일상을 보낸다. 어느 날 그에게 날아든 통지서엔 난데없이 ‘전시 특별 정찰 업무 종사자 임명’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고 일단은 호기심에 이끌려 정찰 업무를 받아들인다. 매일같이 옆 마을을 통과해 회사에 출근하는 그에게 떨어진 임무는 오고가는 길의 모습을 자세히 보고하는 것. 분명 치열한 전투와 그에 따른 전사자가 있다고 하는데 그의 눈에 비친 정경은 그냥 늘 보던 것과 별다를 게 없다. 그러다 읍사무소의 ‘이웃 마을 전쟁 담당’ 고사이 미즈키와 위장결혼까지 하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흔적 없는 전쟁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게 된다. 마을의 지역 활성화라는 사업의 일환으로 치루고 있는 이웃 마을과의 전쟁. 주민을 위한다는 표명 아래 죽고 죽이는 싸움을 한다는 자체가 모순은 아닌가? 왜 꼭 전쟁이라는 수단을 선택해야 하는가? 전쟁을 빌미로 그 뒤에서 뭔가 이권이 움직이는 것은 아닌가? 모두들 같은 의문점을 갖고 있지만 마을을 지키기 위해 싸우겠다는 순수성을 지닌 열혈 청년도 있는 반면, 전쟁 자체를 하나의 게임으로 생각하는 단순한 청년에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니 마음대로 하라는 태도의 주민들, 서로 뒷거래가 오간 듯한 관리들의 모습을 보며 주인공은 생각한다. 어쩌면 전쟁을 거부할 수 있는 ‘우리’라는 존재는 어디에도 없을지 모른다고. 마치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어차피 사회란 인간 각자의 전쟁으로 이루어지는 것. 헤어나갈 수 없는 구조적 모순을 지닌 이 사회 속에서 아등바등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삶이라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일까. 영화로도 제작되었다는데, 꼭 어울리는 느낌의 캐스팅으로 이루어졌다. 기타하라 슈지역의 에구치 요스케, 고사이 미즈키 역의 하라다 토모요, 정의에 불타는 순수 청년 도모키 역의 에이타까지. 출연진을 보니 영화가 더욱 궁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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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우편함에 꽂혀있는 [홍보 마이사카]란 책자를 본다. 그곳엔 [이웃마을과의 전쟁에 대한 알림]이란 제목이 쓰여있다. 개전일과 예정 종전일, 개최지, 내용사항이 문의처와 함께 적혀있었는데, 주인공은 전쟁이 벌어지면 출근길 거쳐가야하는 이웃 마을로 가는 길이 막힐 것 같아 이르게 집을 나선다. 전쟁이 일어나는 그 첫 날 그러나 여느 때와 다르지 않다. 평소와 다름없는 마을의 모습과 사람들의 얼굴에서도 전쟁 분위기를 찾을 수는 없다. 라디오을 켜도, 늘상처럼 음악이 흘러나오고 교통정보와 오늘의 운세가 들릴 뿐이다.
며칠 후, 또 우편함엔 [홍보 마이사카]가 꽂혀있다. 생각없이 훑어보던 책자엔 전사자 12명이라고 표기되어있다. 전사자라니, 전쟁 중이긴 한 모양이다. 그러나 주인공의 눈에는 그 어디에도 전쟁이 보이지 않는다. 독자인 나 역시도 전쟁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무슨 숨박꼭질을 하는 중인 것인지, 왜 나와 주인공의 눈엔 전쟁이 보이지않는 것일까.
오늘은 주인공에게 이상한 우편물이 와 있다. [전시 특별 정찰 의무 종사자 임명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것이었는데, 순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전쟁을 볼 수 있지않을까 싶은 생각에 정찰 의무 종사자가 된다. 이웃마을을 둘러보면서 무슨 특별한 일들을 발견하게 되면, 기록해서 보고하면 되는 일인데, 여전히 주인공의 눈엔 전쟁의 모습이 보이지않는 일상의 모습들 뿐이다. 그러다 이번엔 아예 행정업무 종사자인 고사이와 함께 이웃마을에 위장 부부로 잠입하는 임무를 맡게된다.
이 책, 참 희한하다. 이웃마을이랑 전쟁 중이라고 하는데도 책을 읽는내내 그 전쟁의 모습을 발견할 수가 없다. 피비린내나는 전쟁의 참혹함이나, 고막을 찢을 듯한 폭탄소리도 없고, 허물어진 건물이나, 부상자 혹은 불안에 울부짖는 사람들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전사자라고 하면서 그 숫자는 하루 하루 늘어나고 있다. 도대체 어디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독자인 나와 주인공이 전혀 느끼지도 못 하는 이 전쟁이라는 것이 말이다.
고사이는 전쟁을 전혀 느끼지 못 하겠다는 주인공에게 전쟁의 소리를, 빛을, 기척을 느껴 보라고 한다. 단 한 번 긴박하게 전쟁인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장면은 주인공이 이웃마을에 자신들의 잠입이 들켜 도망다닌 그 밤 시간의 일들에서이다. 그때 전쟁의 기척을 느낀 듯도 하였는데, 여전히 주인공이나 독자인 난 전쟁의 그 중심에 서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전쟁이 끝났다고 한다. 전쟁의 시작도 느끼지 못 했는데, 전쟁의 끝조차 알지 못 한 것이다.
전쟁이란 것이 이렇게 그 존재를 의식할 수 없을만큼 시작되고 끝날 수 있을까. 전쟁을 경험해 본적이 전혀 없는 세대의 나는 전쟁에서 소외될 수 있는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저자는 책 속에서 전쟁이란 개인이 의식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전쟁이 눈에 보일 수 있다는 언급을 잠깐 하기도 하는데, 전쟁 속에서 우리가 얻고 잃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책 속엔 전쟁을 대면하는 관료들과 각기 다른 개인들이 있다. 그들 나름으로 그 전쟁을 느끼고 행동하는 것이다. 관료적인 행동 혹은 애국적인 행동 또는 전쟁을 전혀 느끼지 못 할 만큼 전쟁조차 일상의 일부로 느끼며 사는 사람들....
전쟁을 말하면서 그 어디에도 치열한 전쟁의 장면이 보이지않는 책이라니, 이상했다. 우리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전쟁 속에서 누군가를 죽게 할 수 있다는 사실과 전쟁조차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인 논리 속에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또 한 번 느끼게 해 주는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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