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놀다가 형 하나가 가위 바위 보를 해서 먼저 세 번 이기는 사람한테 300원을 준다고 했다. 1학년 두 남자아이가 힘있게 가위 바위 보를 하는데 드디어 한 아이가 세 번째 이기는 순간
“윽.”
진 아이가 이긴 아이의 배를 주먹으로 힘있게 친 것이다. 결국 맞은 아이는 울며 집에 갔고 전화가 걸려왔다. 아이 말을 들었는데 이러이러해서 누가 때렸다고 한다고. 우리 아이들이 거기 있었으면 어찌 된 일인지 정확히 알고 싶다고. 해질녘에서야 들어온 아이에게 물어보니 맞은 아이가 엄마에게 제대로 말했다. 그런데 그 아이의 엄마가 하나 알려준다.
“다음엔 그러면 안된다고 말하라고 알려주지.”
“그래? 그 말은 안했네-.”
“거기까지 말해줘야지_.”
그렇구나. 그 자리에서 지켜봤으니까 정황만 물어봤을 뿐 동생들이 싸우면 말릴 수 있어야 된다고는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난 미처 거기까지 생각지도 못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학교에서도 왕따가 심각해지는 이유 중에 하나가 그저 가만히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느 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알면서도 나한테 피해가 없는 쪽으로 힘을 실어 더욱 심각해지는 집단 따돌림도 문제지만,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방관하는 자세 또한 잘못 되었음을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제목 ‘썩은 모자’와 ‘까만 원숭이’는 미아와 아바디를 놀리는 말이다. 미아는 그래도 늘상 쓰고 다니는 모자 때문에 놀림을 당하는 거지만 아바디의 겉모습을 보고 놀리는 말들은 너무 심하다. 새까마니까 더 더러워질 것도 없잖아, 외국인은 나가라, 씻지도 않았다, 원숭이 머리털, 너처럼 새깜둥이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라는 말들은 1학년이 아니라 어른이 들었어도 서러웠을 것이다.
검은 피부 때문에 하얀 눈이 더욱 돋보이는 아바디는 베짱있는 아이다. 놀리는 3학년 형아를 눈 똑바로 뜨고 어깨를 쫙 펴서 그냥 지나가게 할 줄도 알고, 팀의 끊임없는 놀림에 분이 풀릴 때까지 한 판 붙을 줄도 안다. 경찰이 되려면 그래야 한다며 모든 걸 호기심있게 바라보고, 상상의 이야기를 잘도 만들어내 낸다. 이런 아이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도 친구가 있어서 일 것이다. 그런데 그 친구는 아바디가 누명을 쓰고 있는데도 보고 있기만 했으니 실망이 오죽 했으랴. 그러고 보니 미아는 자기를 놀릴 땐 야무지게 한 마디 대꾸하면서 아바디가 밀쳐서 넘어지거나 놀림을 당한 것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러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냐며 억울하다는 듯 말하는 미아에게도 진짜 억울한 일이 벌어진다. 반 아이들 모두 미아를 놀리는 가운데 자기 이야기를 먼저 해본 적도 없고 손을 들어 발표한 적도 없은 아바디의 용감한 행동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 그러면서 어려울 때 도와주는 것이 진짜 친구임을 알아간다.
모자를 쓴 두 아이가 나란히 학교에 가면서 신나게 하는 말속에 친구의 의미가 들어있다.
“내 모자는 바람이 불어도, 햇볕이 따가워도, 사고가 나도 날 지켜 줄거야. 또 못된 말에서도.”
다른 사람들, 선생님, 어쩌면 팀도 모자를 쓰고 다닐 수 있을 거라는 아이들의 말이 참 따뜻하게 다가온다.
엄마의 한 마디보다 책 한 권의 힘이 더 크기에 아이에게 책을 건넨다.
“이 책 한번 읽어볼래?”
아이는 자기도 친한 친구집에서 하룻밤 자보고 싶다며 주인공들 몰래 그림속에 숨어있는 난쟁이를 발견하고 좋아라 했다. 재밌다고 몇 번 읽어가면서 글밥 속에 숨은 뜻도 그대로 아이 마음에 스며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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