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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라는 단어는 다들 입에 올리길 꺼려한다. 죽음이란 막연히 무섭고 불길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누군가 죽음에 대해 묻는다면 어떻게 답해야 할까? 죽음을 초연하게 받아들이기란 가능할까? 이 책은 죽음을 차분하고 담담하게 그려내 그 답을 한 번쯤 생각해 보게 한다.
이야기는 어느 날 오리가 자신을 뒤따라 다니는 죽음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사실 죽음은 늘 오리 곁에 있었지만, 죽음의 순간이 다가오기 전까지 오리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죽음의 존재를 깨닫고 오리는 죽음과 자맥질도 하고, 나무도 오르는 등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오리는 문득 추위를 느끼고 죽음의 순간을 직감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리는 죽고, 죽음은 오리를 강에 띄워 보낸다. 죽음은 조금 슬프지만 묵묵히 오리의 마지막 순간을 바라본다.
이 그림책에는 여백이 많다. 오리와 죽음만 그려진 채 나머지는 빈 공간으로 남겨진 페이지가 군데군데 눈에 띈다. 이 책을 쓰고 그린 작가 볼프 에를브루흐는 여백을 통해 독자에게 사고할 기회를 준다. 오리와 죽음 외에는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페이지를 보며 독자는 차분히 죽음을 곱씹어 본다. 여백 또한 그림의 일부인 셈이다. 마치 좋은 문학 작품이 적절한 생략과 암시를 통해 독자에게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도록 유도하는 것과 같다. 단조로운 색조를 사용한 점도 이 그림책의 특징이다. 오리와 죽음 모두 비슷한 톤의 베이지 색채를 사용했고, 연못과 강물을 표현한 어두운 녹색 외에 두드러지는 색은 딱히 없다. 무채색의 색조를 주로 사용하여 평온한 죽음을 그려냈다.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그림은 아마 오리가 숨을 거둔 장면이 아닐까? 그 때만큼은 짙은 녹색 빛이 한 쪽을 꽉 채워 오리가 죽음을 맞이한 순간의 고요함을 잘 보여준다. 죽음은 오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 어떤 두려움도, 호들갑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조금의 슬픔과 평안함만이 있을 뿐이다. 이 책의 원제는 ‘오리, 죽음 그리고 튤립(Ente, Tod und Tulpe)’이다. 죽음은 오리의 마지막 순간에 그간 들고 다니던 자주색 튤립을 오리 곁에 두어 추모한다. 자주색 튤립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라고 한다. 어쩌면 죽음은 단절이 아니라 영원함이라는 암시가 아닐까.
작가는 이 그림책을 10년에 걸쳐 쓰고 그렸다고 한다. 그림책 장르에서 손꼽히는 작가도 죽음을 그림책으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았으리라. 환갑을 목전에 두고 발표한 이 작품엔 작가가 오랜 기간 고민한 죽음이란 무엇인지 잘 녹아 들어있다. “죽음은 오랫동안 떠내려가는 오리를 바라보았습니다. 마침내 오리가 보이지 않게 되자 죽음은 조금 슬펐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삶이었습니다.” 죽음과 삶은 이분법적으로 생각되기 쉽다. 흑백논리처럼 죽음의 반대는 삶, 삶의 반대는 죽음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 속 죽음이란 삶의 일부이다.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순간, 막연한 두려움은 줄고 자연스러운 순리로 마주할 자신이 생긴다. 죽음을 앞에 두고 ‘뭔가 정말 신나는 일을 해 보자.’고 말하는 오리처럼 도리어 활기가 생겨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 인간은 죽음을 삶의 반대말로 생각했기에 죽음이 두려웠던 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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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누구나 다 두려워하는 단어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평상시에는 그것이 그리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죽음에 대해 고민하고, 그것을 통해 역설적으로 삶에 소중함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어쩌면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늘 함께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다.
삶이 멈추는 순간 죽음이 시작되고, 삶의 의욕이 넘쳐날 때 죽음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내가 함께 있을께>는 죽음이라는 소재를 다룬 그림책이다.
이 책에서 '나'는 죽음을 의미한다.
병에 걸리지는 않을까, 혹은 사고가 나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고민들은 결국 자신의 삶이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오리를 통해서 이러한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실상 사람들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누군가의 부음을 받고 죽음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되듯이,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나의 삶이 다른 이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으며, 나의 부재 또한 누군가에게는 가슴 아픈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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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볼프 에를브루흐 작가님의 내가 함께 있을게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민감하신 분들은 참고 부탁드립니다. 보통 저승사자를 상상하면 무섭게 생겨서 우리에게 벌을 주고 데려갈 것 같은 이미지인데 이 책의 죽음은 어쩌면 무척 외로울 죽음이 오는 순간을 함께 있어주는 친구처럼 묘사합니다. 그런 죽음을 다루는 방식이 죽음에 대한 미화나 큰 서사 없이도 잔잔하고 사실적이게 묘사되어서 더 울림이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