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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을 깎는다. Black wood? Dong-A 새벽 2시 30분의 고양이 같이 까만 놈이다. 조그만 연필깎이. 손으로 손잡이를 돌릴 때마다 나무 향기가 퐁퐁 솟아 오른다. 나무 세포 안에 숨기고 있던 향 주머니가 톡톡 터지는 걸까? 어쩌면 글씨도 잘 못쓰는 주제에 늘 연필을 쓰는 것은 이 향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사랑이 어쩌니 저쩌니 참 많이도 끄적거린 것 같다. 사랑? 응 사랑...
누군가를 만났는데, 만나기만 하면 점점 헤어지기가 싫어지고, 그 사람이 웃는 모습. 그 사람이 하는 사소한 행동들이 하루 종일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고, 이 사람하고 같이 살고 싶다. 이 사람의 하루하루. 이 사람의 인생에 끼어들고 싶고, 즐거워하는 모습, 슬퍼하는 모습, 나이 들어가는 모습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보고 싶다.
함께 살고 싶다는, 꼭 그러고 싶다는 신호가 24시간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을 때. 그 신호가 하루 이틀이 아니고 한 달 두 달 계속 될 때. 그때가 사고 칠 때가 아닐까? 그러니 사랑은 절대로 철학이나 이상이 아닌 것 같다. 머리의 판단이 아닌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운명의 이끌림. 머리가 아닌 온 몸의 신호, 가슴의 명령. 차라리 그게 맞는 것 같다.
돌처럼 얼어붙은 소주를 한잔씩 녹여 가며 마신다. 취기 보다는 생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RICKY LEE JONES 의 목탄화 같은 음성으로 DON'T LET THE SUN CATCH YOU CRYING 을 듣고 있다. 밤이 점점 깊어 간다. 또 또... 지랄 같은 그리움이다. 당신은 잘 지내고 있는 걸까?
나는 군만두에 소주를 마시며 연필을 깎는다. 조그만 연필깎이에서는 나무 향이 안주가 된다. 오늘은 사랑 따위에 관한 글은 단 한 줄도 쓰지 않을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아직도 파도가 구멍이 숭숭 뚫린 바위를 씻고 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