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브 어페어>의 아네트 베닝의 중년 모습을 볼 수 있다. 여전히 아름답게 나이들었구나...하는 생각과 아름답고 예쁜 연기가 아닌 모습도 보여주는구나...하는 생각을 동시에 하면서.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도 그녀가 출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면서 미국도 이런 영화를 만든다는 게 신기하다. 미국의 액션과 SF, 드라마 장르에 익숙해서 <결혼은 미친 짓일까?>를 묻는 이 영화가 어색하다. 1980년 3월에 총기사고가 일어난다. 자살하려는 여자와 막으려는 남자 사이에 일어난 우발적 사고. 법정과 증인들의 이야기, 두 사람의 사랑과 결혼관이 교차하면서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결혼은 하지 않았으나 자유로운 생활에 익숙한 유대계 의사 허먼 탄아워와 데이비드와 지미 두 아들을 데리고 학교를 운영하는 진 해리스가 만나면서 시작된 이야기. 영화를 보면서 몰입하지 못하고 이 영화를 만든 이유가 자꾸 궁금해지지만 아네트 베닝이 나오는 순간, 그녀가 중간중간 하는 말에 확 빠진다. 처음에 그들이 서로에게 호감을 갖는 순간에 나오는 <Can’t take my eyes off you>부터 흐르는 음악들이 예사롭지 않다. 중년이 지난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로 보기엔 처음 장면들이 그럴 수 없고, 살인사건이 나던 날 아침과 파티장 바깥의 차에 혼자 있는 그녀 배경에 흐르는 음악들은 의도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자살은 꼭 언제든 전화할 수 있는 오랜 친구같았죠."라는 말은 그녀가 복용하는 약들과 총기를 소지하는 과정, 허먼이 말하는 결혼과 진이 말하는 사랑 사이에 명확하지 않은 감정들을 보여주며 갈피못잡는 진의 마음을 표현한다. 그만큼 이 영화를 이해하기에 두 사람의 행동이 행복한 가족의 모습과 다르고 참고인들의 증언 역시 두 사람을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다르다. 이런 해리스 부인을 이해하는 순간은 그녀가 울면서 "텅 빈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으로 표현하면서 말하는 법정증언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 옳은 말을 해 주지 않는 사회, 남자처럼 일하지만 여전히 여성으로 살아야 하는 자신, 사랑하는 사람의 여성편력을 바로 옆에서 보는 여자가 지쳐가는 모습을 표현하며. 젊은이들만 사랑에 목매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면서 14년 동안 겪은 그녀의 상황들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특히, 사건이 일어난 당일의 시간은 세세하게 분할해서 장면과 대화목소리를 로 보여주어 진의 행동을 보는 사람에게 설득한다. 상대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말해야 하는 법정에서도 상대방을 사랑스럽게 보이도록 하는 그녀가 자신의 심신이 피폐해져가면서 망가져가는 모습은 옳고 그름을 넘어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은 존재임을. 69세가 된 1992년에 석방된 그녀, 그녀의 사랑이 매도된 현실을 되살리고 싶어서였을까? 허먼과 진에 대한 시각이 영화가 끝날 때쯤엔 확실해진다. 서로 다른 사랑을 한 남녀가 타이밍까지 어긋났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