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노 모요코(안노 히데아키의 부인이기도 하다~)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사쿠란>은 롭 마셜의 오리엔털리즘 가득한, 나쁘게 말해서 백인들이 게이샤에 대한 환상을 집대성한 영화 <게이샤의 추억>에 대한 대답으로 매우 적당한 영화다.

두 편의 영화 모두 현란한 시각적인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게이샤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두 편의 영화의 접근법은 완전히 다른데, 다소곳하고 순종적인 게이샤 사유리(장쯔이)를 내세우고 있는 <게이샤의 추억>과 달리 <사쿠란>의 여주인공 키요하(츠지야 안나)는 영화의 도입부부터 자신을 조롱하는 동료 게이샤를 걷어차는 강단을 보여주는 만만치 않은 성격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게이샤는 예인 VS 게이샤는 매춘녀
롭 마샬의 영화 <게이샤의 추억>에서 게이샤라는 직업은 일종의 예인으로서 규정된다. 영화의 결말부에 대사에서 이런 규정이 내려지기도 하고 영화 전체의 서정적인 무드에서도 이런 정서는 지배적이다. 서구인들이 홀딱 넘어가는 일본적인 양식미가 이 영화를 채우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런 정서는 드러난다. 하지만 <사쿠란>의 키요하는 자신의 매춘녀라는 자각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게이샤의 추억>의 사유리가 자신과 탈출을 도모하는 언니와의 연결 고리가 끊어지고 우연히 만난 첫사랑인 회장(와타나베 켄)을 만난 이후 게이샤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지 않은 것에 비해서, 키요하는 자신에게 주어진 그 운명을 끊임없이 거부한다. 영화 속에서 키요하는 탈출을 시도하다 반복적으로 묶여버리는데, 이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키요하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또 일본 내에서도 강한 개성을 자랑하는 시이나 링고의 반역적인 록 음악이 사운드트랙을 구성하고 있는 <사쿠란>에 비해 존 윌리엄스의 애상적인 사운드트랙이 전체 영화의 분위기를 조율하는 <게이샤의 추억>은 확실히 차별적이다.

<게이샤의 추억>

<사쿠란>
온화함 VS 강렬함
이 두 편의 영화의 대조적인 차이점은 두 편의 영화의 미술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게이샤의 추억>이 주로 여성적이고 신비스러운 색이 강조된 온화함을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로 선택했다면 포토그래퍼 출신의 니나가와 미카가 연출한 <사쿠란>은 원색 중심의 강렬한 색감이 두드러져 보인다. 이런 색채의 선택은 두 편의 영화의 대조적인 스타일에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게이샤의 추억>이 어쩔 수 없는 할리우드식 해피 엔딩을 선택하는데 비해서 <사쿠란>은 훨씬 진보적인 결말을 맞이하는데, 이는 두 영화의 주인공들이 가진 개성에서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게이샤의 추억>에 비해 <사쿠란>이 개인적으로는 훨씬 더 호감을 갖게한다.
두 편의 영화가 보여주는 대립 구도의 양상도 사뭇 다르다. <게이샤의 추억>에서 악역을 맡고 있는 공리의 사유리에 대한 괴롭힘은 공리가 겪는 심리적 한계라는 측면으로 설명되고 있지만 하지만 설득력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쿠란>의 주인공 키요하 역시 주위의 게이샤들에게 질투를 사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기본적으로 이 영화가 그런 질투에 대해 보내는 감정은 그리 적대적이지 않다. 키요하가 어릴 적 사사받는 쇼히(칸노 미호)의 경우에는 어쩌면 키요하가 그 바닥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교육시켰다고 할 수 있고 키요하가 성장한 후 농간을 부리는 악역 타카오는 여자라는 굴레에 얽매여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 동정적인 존재로 묘사된다.

이들을 제외하면 키요하의 동료들은 자신만만한 키요하에 은근한 연대 의식을 보여주는데, 특히 어린 게이샤들과 키요하가 같이 등장하는 몇 몇 장면들은 그런 여성간의 연대들이 보여지는 장면들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사쿠란>의 주인공 키요하는 세상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인물이 아니기에 통쾌하다. 키요하는 타인의 눈에 들기 위한 노력들을 그리 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이 직접 사랑을 선택하는 주체적인 인물이다.
<사쿠란>은 여전히 수동적인 여성이라는 관점을 유지하고 있는 <게이샤의 추억>과 거의 정반대편에 서 있다.
아무래도 현대의 관객이라면 늘어지듯 애조를 띄고 있는 우울하고 위선적인 <게이샤의 추억>보다는 보수적인 에도 시대에도 현대적인 활력으로 가득 찬 <사쿠란>에 더욱 매력을 느낄 것이다.
두 편의 영화를 한 번쯤 비교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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