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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어렵다고 생각된 그 순간부터 내게서 시가 멀어져갔다. 어렸을 때는 그래도 시 몇줄 써서 자랑도 하고 했었는데, 성인이 되어 마주한 시들은 내게 어려움이라는 이미지만 남겼고 그래서일까 시를 읽는 일이 드물어졌다. 오랫만에 동시집을 읽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게 되니 아이들 책에 눈이 자주 가게 되고 그러다보니 동시집까지 읽게 되었다. 첫 느낌은,,,,맞아. 이런게 시였구나. 내가 좋아했고 내가 썼던 시들이야. 라는 생각. 그랬다. 여전히 동시는 나를 시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었다. 나를 시의 세계에서 쫓아낸 것도 시였고 다시 나를 불러들이는 것도 시다. 어른들의 관념에 파묻힌 시에 주눅들어 살다가, 있는 그대로의 사물과 현실을 바로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게 해주는 동시의 세계에 폭 빠져들었다. 그래서 고마웠다. 동시집을 읽는다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의 세계로, 어른들에게는 아련한 추억과 아름다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는 듯하다. 이 동시집은 신인들의 시들이 수록된 시지만, 동시를 읽는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 시집이었다. 기성 시인들의 작품을 많이 접하지 못해서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참 좋았다.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마트에 사는 귀신]을 쓴 한선자 씨의 시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마음을 그대로 읊은 듯하다. 제목만으로도 남편은 공감을 표한다. 나는, 오히려 표제로 삼은 한선자씨의 시보다는 다른 이들의 시가 더 마음에 든다. 박방희 씨의 [와르르와르르 무너지는 소리]외 시들은 말, 언어의 유희를 느끼게 한다. 단어 하나로 많은 걸 이끌어내는 시인의 솜씨가 [새], [왜 모과?], [개기],[왜가리]등에 잘 나타나있다. 나는, 특히 [이야기꾼은 심심해서 이야기를 만들었다]외 여러편을 쓴 이옥용씨의 시들이 마음에 든다. 동시 속에 동화가 숨어있다. 아이들도 그 이야기 속에 나처럼 빠져들듯하다. 이옥용씨의 다음 시들이 기다려질 정도이다. [선사인의 그림일기]외 시를 쓴 박영식씨의 시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잔잔한 시들이다. 동시를 읽으며 한순간이나마 기분좋은 상상에 빠져들 수 있어서 참좋았다. 가끔은 동시를 찾아서라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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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웃음이 들어갔다 나갔다, 풀방구리 쥐나들듯 했다. 건넌방에 기말고사 공부한다고 앉은 큰아이, 조금 전에 내가 소리질러 들어가라 한 일 까맣게 잊어버리고 다시 나와 시 한 편 들어보라 귀찮게 했다. "세상에 말야, 콩이 어쩔건데, 어쩔건데? 한댄다." 큰아이, "고런 건 먹어버려야지."하고는 얼른 들어가 버리고. 조그만 상 펼쳐 일기 쓴다고 앉은 둘째, 조금 전에 내가 일기 빨리 쓰라고 소리질렀던 일 까맣게 잊어버리고 가까이 와 시 한 편 들어보라 귀찮게 했다. "게임하는 눈과 집게손가락 때문에 귀신이 쪼그라들었대." 둘째, "어른들은 그런 게 무서워?"하고는 멀찍이 가 버린다. 고것 참, 재미있어 죽겠는 시가 한아름인데, 공부하느라 제대로 음미해보지도 않는 아이들. 공부하라 소리지르긴 했어도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진다. 굽이굽이 예쁜 시들, 읽는 내내 웃음이 들어갔다 나갔다, 풀방구리 쥐나들듯 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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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도 시를 잘 읽지 않지만 아이들도 다른 책에 비해 동시를 잘 읽지 않는 것 같다. 이는 다만 우리집 얘기만은 아닌 모양이다. 어느 부모교육 현장에서 매일 시를 읽어주라고 당부하던 강사님 말씀이 생각난다. 함축적인 시어를 매일 접하는 것이 인성교육과 지적교육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셨다. 심성 교육에 좋다는 기억을 아직도 갖고 있지만 실행에는 못 옮겼었다. 아마 나의 게으름과 아이들의 시큰둥한 반응에 기가 꺾였던 모양이다. <마트에 사는 귀신>은 제 5회 푸른 문학상을 탄 시인의 작품이라니 왠지 관심이 간다. 어떤 시들이 실려 있을까? 제목도 독특하고, 표지 그림도 코믹하다. 책을 펴치면 먼저 시인상을 받은 네 명의 작가 작품을 만난다. 작가마다 개성이 다른 동시들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남다르다. '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표현력이 돋보이는 작품과 매우 음악성이 강한 시어들, 작가마다의 다른 맛을 풍기는 시어들이 그림과 더불어 살포시 마음에 와서 안긴다. 동시는 아이들이 쓴 시와 어른들이 쓴 시로 구별되는데 여기 실린 동시들은 아이들 마음 자락을 잘 살펴 표현해 놓은 어른들 작품이다. 특히 뒤편의 초대작가 작품 중에 <늙은 호박>에 나오는 싯구가 마음에 와 닿는다. 심심해서 엄마 몰래/ 손톱으로 꾹꾹 찔러 보았어.// 네 몸 색깔이 변하며 썩어갈 때/ 난 가슴이 철렁했어./ 어쩜, 거기부터 썩었을까?/ 내가 손톱으로 꾹꾹 찌른 곳 말이야// 아이의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장난삼아 한 일이 호박을 썩게 한 원인이 된 것이다. 나도 언젠가 늙은 호박을 장식 삼아 집에 둔 적이 있었는데 관리 소홀로 무심히 썩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얼마나 안타깝던지... 진작 요리라도 해 먹지 않은 나의 게으름을 탓했던 적이 있다. 시속에서 자신의 체험을 발견하게 되면 쉽게 공감하게 된다. 아이들의 체험을 풍부하게 하고 심성을 곱게 가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들과 함께 고운 시어로 이 가을, 아니 겨울 초입을 따뜻하게 열어 보는 것도 멋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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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몹시도 현대적인 느낌이 팍팍~ 전해져 당연히 요즘 아이들이 지은 동시겠거니 생각했다.
마트에 왜, 어떤 귀신이 사는고 했더니 엄마의 지갑을 터는 귀신이며 나를 달디 단 것에 홀리는 귀신들이 엄마의 지갑에 든 현금이며 카드도 털어내고 사탕이며 아이스크림을 먹으라고 나를 노린단다.ㅎㅎ
정말 그렇다. 가기 전엔 오늘은 꼭 요것만 사야지 하고 들어선 마트에서 온갖 물건들이 '나도 데려가요~'하는 것처럼 나의 눈에 쏙쏙 들어오니 말이다. 그러다 가격이라도 조금 싸다싶으면 이것저것 카트안에 담고보니 돌아올 땐 장바구니에 다 들어가지도 않는다.
그러고보니 정말 마트에는 우리의 눈에 보이지않는 귀신들이라도 사는 것일까.......
아빠,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에 아이의 마음 그대로 전해져 깔깔 웃음도, 한 조각 감동도 흘러나오는 동시들이 정말 4~50대를 훌쩍 넘긴 어른들의 작품인 것을 알고 한편으로 감동이 밀려온다.
아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마음에 간직하고 살아가는 어른들의 이야기일까....... 어쩜 그리도 꼭 아이의 속마음, 느낌 그대로일까?
검은 칸 흰 칸 횡단보도를 사다리 삼아 검은 강에서 물귀신이 잡아챌까봐 조심조심 건너는 한 토막 시에서는 딸아이의 모습이 보이고, 문 앞에서 서성이며 선뜻 방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서는 모습에서 나의 속타는 마음도 느껴진다.
아기자기한 그림도 보고 우리의 모습이 담긴 동시가 새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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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회 푸른문학상을 수상한 한선자, 박방희, 이옥용, 박영식 시인의 글들이 다양하게 실려 있다. 거기다가 먼저 등단한 여덟 명의 시인들의 동화까지 덤으로 실려 있다. 시집을 펴자 울긋불긋 색깔도 각각, 모양도 가지각각인 꽃들이 웃음 짓는 꽃동산에 들어선 듯 했다. 예전에는 동시가 아름다운 자연을 노래하는 것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기쁘고, 슬프고, 화나고, 가슴 아린 여러 소재들을 다루고 있다. 이런 여러 빛깔의 동시는 결국 아이들의 다양한 정서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어른들이 시보다는 소설을 더 많이 읽듯이, 아이들도 동시보다는 동화를 더 많이 읽는 편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몸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야채와 고기를 골고루 먹어야한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들의 정서를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는 읽는 책도 다양하게 접해야한다. 특히 동시는 아이들의 창의력, 상상력, 감수성을 높이는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이러한 능력을 중시한다. 그러니 지금이 가장 아이들에게 동시를 읽어주기 좋을 때인 것이다. 비싼 돈 들이지 않고서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동시 읽히라고 말한다면 너무 경제적인 논리처럼 느껴지는가. 그렇지만 교육적인 측면에서든, 경제적인 측면에서든, 우리 아이들 정서에 이로운 것이라면 주저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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