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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서는 슬픔도 때론 아름다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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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여일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인터넷 서점에서 김춘수 시인의 '김춘수 사색사화집'을 샀다. 원래 시집이나 시선집을 읽을 때는, 오랜 시간을 두고 시들을 곱씹어 보면서 읽어야 한다. 소가 풀밭에 누워서 느릿느릿 되새김질하듯이, 그렇게 다시 씹어보고 또 씹어봐야 시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너무 오랫동안 이 책을 기다리느라 조바심이 났었는지, 책을 받아든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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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여일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인터넷 서점에서 김춘수 시인의 '김춘수 사색사화집'을 샀다. 원래 시집이나 시선집을 읽을 때는, 오랜 시간을 두고 시들을 곱씹어 보면서 읽어야 한다. 소가 풀밭에 누워서 느릿느릿 되새김질하듯이, 그렇게 다시 씹어보고 또 씹어봐야 시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너무 오랫동안 이 책을 기다리느라 조바심이 났었는지, 책을 받아든 하루만에 급하게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요즈음 우리 나라의 문화계를 이끌어 가는 두 거장들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중 한 명이 칸 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로, 그리고 한국 영화 최초로 '감독상'을 받은 임권택 감독이고, 다른 한 명이 이번에 한국 현대시 100년을 기념해서 한국 현대시를 정리한 대여(大餘) 김춘수 시인이다. 이들에게는 공통된 특징들이 많이 있다. 우선 우리 나라 영화계와 문단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며, 가장 나이가 많은 '살아있는 역사'와도 같은 인물들이라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펼쳐가고 있는 인물들이라는 점 등이다. 임권택 감독은 98번째 작품인 '취화선'으로 칸 영화제의 영광을 안았으며, 김춘수 시인은 지금껏 19권의 시집을 냈으며, 특히 1986년 이후에는 105편의 시를 발표해서 한국 문단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한 다작을 하는 성향은 두 거장의 공통적인 단점이기도 하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세상을 향해 한다는 것은 결국 정갈하지 못한, 그래서 군더더기가 많아진다는 약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도 임권택 감독의 98편의 작품 중에서는 '쓰레기'와 같은 작품들이 상당수 있으며, 감독 스스로도 지난날에 마구잡이로 만든 영화들을 자신의 '원죄'와도 같다고 했었다. 김춘수 시인의 경우는 비록 '무의미의 시'와 '의미의 시'를 오가며 일관되고 균일한 시세계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의 수많은 시에 비해 독자들에게 기억남을 만한 명시들은 극소수에 그치는 한계를 안고 있다. 김춘수 시인이 직접 시를 고르고, 그 시들에 대해 평을 단 '김춘수 사색사화집'은 지난 50여년 동안 문단을 지켜온 거장의 안목을 느낄 수 있는 명시선집이다. 임권택 감독이 '서편제'와 '취화선'에서 보여주는 '예술가적 강박관념'- 나의 영화는 예술이며, 예술은 자고로 이래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는 강박관념. 그러한 강박관념에서 스스로 초월하지 못하는 한 임권택 감독은 예술가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과는 달리, 김춘수 시인은 최대한 말을 아끼고 독자스스로 느끼도록 안내하는 거장으로서의 여유를 보여준다. 그는 '비평이란 자상할수록 좋겠으나 현학적이 되거나 작품 외적인 요소가 작용하거나 하면 자칫 작품으로서의 시의 진가를 헛짚게 된다'(p. 6)고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다고 느낀 것은 김춘수 시인이 영어를 아주 자연스럽게 문장문장에서 섞어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춘수 같은 시인이 시 서평을 쓴다고 하면, 평소 일상생활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우리 토박이 말이나 한자투의 문장을 쓸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아예 국어사전을 옆에 두고 글을 읽기 시작했었는데, 의외로 영어적 표현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 시의 수사에 미스가 없지도 않다(p. 21), 이름 지을 수 없는 감정의 델리키트를 말해준다(p. 24), 마지막 연은 일종의 서프라이즈 엔딩이다(p. 24) 등의 표현들.) 사화집에 소개된 시인들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시인들은 백석이다. 백석은 6.25 이후에 북한으로 넘어가서 활동한 시인으로, "남의 지용 , 북의 백석"이라고 할 정도로 한민족 고유의 토속적인 정서를 구구절절한 시구로 담아냈던 천재시인이다. 김춘수는 그의 시를 이렇게 평가한다. "그의 시는 변역이 불가능하다. 다른 물질적인 시, 이미지즘 계열의 시와 다른 점이다. 스스로 보편성을 차단하고 있다. 거기서 얻는 이득이 무엇일까? 그것을 생각해보도록 하는 것이 백석의 시에는 분명 있다"(p. 62). 다른 언어로는 번역이 불가능하다는 것. 그것은 결국 우리만이 공유할 수 있는 우리의 고유함을 의미하며, 그래서 백석의 작품들은 더욱더 소중하고, 따라서 반드시 그에 대한 올바른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그는 '아마추어 시인'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시로 간주되는 육당 최남선과 노동자시인 박노해 등을 지목한다. 최남선 등의 시인들을 가르키며, '그들은 그 당시에 있어서도 시의 아마추어였다. 그들의 시(?)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했고, 박노해의 시는 '메시지는 상대(시에서는 독자)를 구속한다(p. 82)'며 '관념이 시를 압도하면 시가 아니고 산문이 된다'(p. 83)고 평가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문구는 '성스러운 것에는 수다스런 수식이 없다'(p. 62)는 문장. 이 글을 쓰고있는 이 순간에도 나는 나의 생각을 드러내기 위해서 얼마나 '수다스런 수식'들을 갖다 붙이고 있는가. 언제쯤이나 되어야 김춘수 시인과 같은 거장이 말하듯이, 관조적으로 그러면서도 큰 그림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YES마니아 : 플래티넘 l*******d 2002.05.31.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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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은 시 [시집-김춘수 사색사화집]
"뽑은 시 [시집-김춘수 사색사화집]" 내용보기
사람마다 좋아하는 시가 다를 수 있을 테니, 좋아하는 시가 무엇인가를 통해 그 사람의 한 면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은 시인 김춘수가 다른 사람의 시 중에서 뽑아 엮은 책이다. 시 자체로도 읽을 수 있겠지만 작가가 왜 이 시를 뽑았는지에 대한 배경을 읽을 수 있으니 이또한 색다른 읽기의 즐거움이 되겠다.   시인은 네 가지 계열로 나누어 뽑아 놓았다.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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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좋아하는 시가 다를 수 있을 테니, 좋아하는 시가 무엇인가를 통해 그 사람의 한 면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은 시인 김춘수가 다른 사람의 시 중에서 뽑아 엮은 책이다. 시 자체로도 읽을 수 있겠지만 작가가 왜 이 시를 뽑았는지에 대한 배경을 읽을 수 있으니 이또한 색다른 읽기의 즐거움이 되겠다.

 

시인은 네 가지 계열로 나누어 뽑아 놓았다.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시인들의 작품을 평가해 놓은 것을 보자니, 더러 의아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유명하다고 해서 다 뛰어난 작품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 자체도 신기하고, 시인은 다른 사람의 시를 이렇게 읽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신기하기도 했다.   

 

나는, 이 시집을 읽으면서 나는, 시인이 가려 뽑은 시들 중 번외 작품에 마음이 쏠렸다. 서정시도, 피지컬한 시도, 메시지가 강한 시도, 현대성을 지향한 시도 아닌, 말 그대로 이 계열에서 벗어난 시들. 김현승의 '고독'과 기형도의 '빈 집'. 낯선 시는 아니었으나 새삼 옮겨 적어 본다.

 

나는 비주류에 더 끌리는 사람인 걸까.

 

155 

너를 잃은 것을

너는 모른다,

그것은 나와 내 안의 잃음이다

그것은 다만……

 

159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 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김춘수 사색사화집


YES마니아 : 로얄 j***6 2012.12.21. 신고 공감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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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색깔의 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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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춘수가 사화집(詞華集 ; 시선집)을 냈다. 시선집이라면 김춘수가 낸 것 이외에도 수없이 많겠지만, 이번 책은 조금 색다르다. 소월의 시에서부터 기형도의 시까지, 네 가지 색깔(四色)을 가진 시들로 나눈 것이다. 이름난 시인이 꼽은 이름난 시들을 읽는 즐거움에서부터 시작하여, 그 시를 비평한 글까지 함께 읽을 수 있어 좋다. 김춘수가 밝혔듯이 “이 사화집은 일종의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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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춘수가 사화집(詞華集 ; 시선집)을 냈다. 시선집이라면 김춘수가 낸 것 이외에도 수없이 많겠지만, 이번 책은 조금 색다르다. 소월의 시에서부터 기형도의 시까지, 네 가지 색깔(四色)을 가진 시들로 나눈 것이다. 이름난 시인이 꼽은 이름난 시들을 읽는 즐거움에서부터 시작하여, 그 시를 비평한 글까지 함께 읽을 수 있어 좋다. 김춘수가 밝혔듯이 “이 사화집은 일종의 실천비평practical criticism이라고 할 수 있겠고 작품 검증을 통한 한국의 당대 시사(詩史)라고도 할 수 있”다. 즉, 시인은 이 사회집을 만들 때, 오히려 시인의 눈을 통해서라기 보다는 비평가의 눈으로 시를 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인지, 이 사회집 안에 실린 모든 시들이 나를 자극시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만큼 시 비평은 더욱 날카롭다. 김수영 시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에 대해서 메시지가 과도하게 노출되어 있으며 느슨하고 풀어져 있고 매우 처지는 시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비평 뒤에 김수영이 7,80년대를 살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상상은 김수영 시 전반에 대한 평가는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무리 대가의 시라 해도 질이 떨어지는 시가 있다면 다른 전체적인 평가와는 별개로 날카롭게 비평에 임해야 함을 보여준다. 김춘수의 시평은 조금 어려웠다. 전문용어도 자주 등장하는 편이었고 책의 내용을 생각해보면 일반인들이 이 책을 많이 읽지는 않으리라 본다. 한 마디로 베스트셀러가 되기는 힘들겠다는 이야기.
n****w 2003.11.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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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를 사랑하는 민족인가?
"우리는 시를 사랑하는 민족인가?" 내용보기
언젠가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길가는 시민에게 시를 암송하게 한 적이 있다. 놀라웁게도 시 전체는 아니더라도 싯구 한 소절은 다 외우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시를 사랑하는 민족인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시집이 몇만권이나 팔리는 것을 보면 대단한 것 같지만 그렇게 팔리는 시집의 태반이 소녀적 감수성에 기반한 것이라는 데는 조금 실망스럽다. 시인 김추수
"우리는 시를 사랑하는 민족인가?" 내용보기
언젠가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길가는 시민에게 시를 암송하게 한 적이 있다. 놀라웁게도 시 전체는 아니더라도 싯구 한 소절은 다 외우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시를 사랑하는 민족인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시집이 몇만권이나 팔리는 것을 보면 대단한 것 같지만 그렇게 팔리는 시집의 태반이 소녀적 감수성에 기반한 것이라는 데는 조금 실망스럽다. 시인 김추수 선생은 우리 현대시를 크게 네부분으로 나누고 해당 분야의 대표시를 소개하고 있다. 이 사화집을 읽노라면 그 시가 왜 중요한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일종의 시에 대한 평가서인 셈이다. 물론 그 평가는 저자의 자의적인 것일수는 있지만 적어도 우리 시의 성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는 점에서 이 사화집은 큰 미덕이 있다. 시람 모름지기 자연스러운 감정의 산물인 바, 그 산물의 성격은 일반적인 서정적 감수성일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시란 그 감정을 얼마나 압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느냐에 달린 것이다. 시에 대한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곁들여 장황하게 그 시를 소개한 책에 비해 이 사화집에 돋보이는 것은 바로 그 절제감에 있는 것이다.
c*****0 2003.02.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