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터를 들여다보면 작은 글씨로 제목의 앞에 짤막한 문구가 적혀있다. 7년만에 느닷없이 찾아온 옛애인, 그리고.. 김도연 작가의 장편소설 '소와함께 여행하는 법'은 소팔러 나왔다가 팔지 못한 사내 폴(선호)과 남편 장례를 마치고 떠나온 여자 메리(현수), 그리고 의뭉스러운 암소 피터(한수)의 우습고도 긴 500마일 여행길의 이야기다. 두고 보세요! 내가 이 소 팔아버릴 테니까! 귀향해서 농사를 지으며 시를 쓰고 있는 선호(김영필). 농촌 생활에 불만이 가득하던 선호는 부모님이 애지중지하는 소 '한수'를 팔기 위해 길을 떠난다. 우시장에 갔지만 마땅치 않은 가격 때문에 소를 팔지 못한 선호에게 7년 전 헤어진 옛 애인 현수(공효진)의 전화가 걸려온다. 넌 아직도 내가 용서가 안되니? 현수는 그녀의 남편이자 선호의 친구였던 민규의 죽음을 알리며 장례식장에 와달라고 하고, 선호는 혼란스러운 감정에 휩싸인다. 아직도 상처가 남아 있는 선호와 달리 여전히 담담하고 자유로운 모습의 현수. 결국 선호는 가는 곳 마다 나타나는 옛 애인 현수와 자신의 답답한 속사정도 모른 채 되새김질만 하는 소와 함께 여행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들의 사연 많은 7박 8일 여행이 시작된다! <영화 줄거리>
담담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는 소설을 읽는 내내 임순례 감독의 이름을 떠올리게 했다. 작품을 읽기 전 영화를 먼저 알았기 때문에 네이버 영화에 담겨있던 장면들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 스쳐갔다는 것도 그 이유중 하나이겠지만, 아무래도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처럼 영화같지 않은 이야기를 가지고 소박한 감동을 이끌어내던 감독의 스타일이 기억에 더 많이 남아있었던게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이 작품에도 특별한 이야기는 없다. 단지 일반적으로 함께 여행을 다닐 수 있는 동물이라 생각되는 개나 고양이들의 동물이 아닌 소와 함께.. 그것도 아주 뜬금없는 이유로 시작된 여행을 담아내고 있다는 사실만이 특별할 뿐.. 요란하지 않은 담담함과 차분함이라는 분위기가 이 작품을 지배하고 있었다. 폴과, 메리, 암소의 여정은 불교에서 말하는 '견셩에 이르는 '과정'을 연상시킨다. 소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는 점과 눈먼 자신의 본성을 깨닫는 과정에서 구도와 치유로서의 새로운 여행서사를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유유한 여행길에 불쑥불쑥 끼어드는 꿈의 환영과 상상력이 더해져 작품의 풍미를 더하고 있다.라는 소개글이 덧붙여져 있긴 했지만, 불교에 조예가 깊지 않은 나로선..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소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는 독특함이, 소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냈던 사내 폴과 소의 차분한 여행 안에서 판타지 적인 요소를 거부감 없이 함께 담아놓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했다. 더이상 쓸모없을 것이라 여겨 팔기위해 데리고 나온 소와 함께한 여정 속에서 주인공 폴은 자신보다는 남을 탓하며 살아온 자신의 삶에대한 성찰을 이룬다. 물론 그건 소뿐만 아니라 그 여행에 동참한 옛 애인 메리가 있었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사랑의 추억과 그때 느꼈던 감정들을 되돌아봄으로서 그는 소의 되새김질처럼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게다가 작품은 그런 성찰이 필요한 사람은 우리 모두라는 사실을 독자들에게도 직접적으로 전한다. 안국동 길은 북적거리는 종로에 비하면 한적한 시골길이나 다름없었다. 공기도 틀렸다. 같은 서울인데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소를 바라보는 시선이 종로와는 사뭇 달랐다. 안국동을 홀로 걷던 사람도 종로에 들어서면 떼거리의 시선에 편승해서 아무렇게나 함부로 타인을 재는 데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았다. 여러모로.. 미안하다.그동안 나는 몰랐었다. 나는 내가 죽은 거라고만 툴툴거렸지 어떤 식으로든 피터와 메리를 죽였다는 생각을 전혀 못한 채 살아왔던 거였다. 소와 함께한 여정에서 떼거리의 시선에 편승해서 아무렇게나 타인을 재는데 익숙해져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종로의 거리는 그냥 단순히 폴이 메리, 그리고 소와 함께 다녔던 여정의 일부가 아니었다. 자신의 시선에서 메리와 피터를 바라봤던 폴의 시선에 대한, 자신을 비춰주는 거울 같았던 소의 눈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폴의 마음에 대한, 그리고 그처럼 그런 자각 없이 현실을 살아'만'가는 우리 모두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성찰의 장소였던 셈이다. 소도 나를 돌아보았다. 메리도 그 눈길에 참여했다.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읽어내려고 애를 썼다. 이제 그만 지지고 볶으러 집으로 가자. 그들의 여행은 모두의 성장을 끝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말 그대로 여행이었다. 소와함께 여행하는 법. 그건 어렵지 않았다. 허나 여행이 그렇듯 사람이 무엇을 느끼는가, 그게 가장 어려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