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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너무나 유명한 명반에 리뷰가 전혀 없어 어리둥절할 때가 있다. 이 음반 역시 마찬가지! 헨델의 메시아는 두말할 필요도 없는 종교합창 부문의 최고 히트곡으로 관련 명반이 셀 수 없이 많지만 리히터의 메시아는 그 가운데서도 가장 빛나는 대표 음반이다. 철저한 해석은 한치의 빈틈도 없고 성실한 연주는 거대한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최근 가디너의 메시아가 스타일리시하며 산뜻한 연주로 초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그와는 또다른 진중하고 품격 있는 매력을 발산한다. 한마디로 메시아 연주는 이러해야 한다는 표준을 제시하는 음반이다. 게다가 가격까지 고려한다면 더할 나위 없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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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72년 런던에서 녹음한 칼 리히터의 음반이다. 곡의 내용만큼이나 큰 규모에 잘 어울릴 연주가 필요할 것 같은데 리히터가 그렇게 잘 해줬다.
오라토리오답게 대개 합창은 백성, 베이스는 '그분'의 무게 있는 음성 등과 같은 식으로 나뉜 성악가별 배역을 가만히 짚어봐도 재미있고, '예언과 탄생, 수난과 속죄, 부활과 영생'이라는 3개 부를 거치는 내용의 진행에 집중해도 재미있고, 성악이라 모국어라도 알아듣기 어려울 영어 가사를 끙끙대며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다. 돌림노래가 반복되는 합창들은 특히 재미있다. 그리고 여기 성악가 중에선 소프라노보단 메조소프라노 안나 레이놀즈가 난 좋다.
어렵던 상황에서 24일 만에 작곡했다는데도 헨델 특유의 밝은 분위기를 잃지 않고 온 정열을 쏟을 수 있었던 그 정신 자세가 본받을 만하다. 8번은 귀에 들어오고, 12번은 들뜨게 한다. 베토벤이 인용했다는 가사도 여기에 있다. 14번은 Recitative와 Accompagnato가 번갈아 나오는 게 특이하고, 15번에선 "Glory to God~" 가사를 잊을 수 없다. 20번과 21번은 2부로 바뀌어서 그런지 인상 깊다. 이 음반에서는 마치 채찍 소리 같은 저음으로 시작해 '아이XX~(ㅋ원래는 And with his stripes~)'이라는 고음 합창이 대조되는 23번이 두 번째 디스크 첫 트랙이다. 곧 이은 24번에서 "All we like sheep~" 가사는 앞에 15번에서 올려보냈던 영광을 양 떼가 내려받는 것 같아 흥미롭다. 그러더니 그 뒤부턴 테너가 바짝 긴장시켜선지 31번에 가서야 합창 속 반복되는 "Glory"가 유난히 반갑다. 29번과 37번에서는 하프시코드 소리를 분명히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저 유명한 42번 '할렐루야'에 이은 3부에선 46번이 트럼펫도 있지만 "immorta~~~lity"가 무게감 있다. 뒤이어선 47번 솔로가 48번 듀엣을 거쳐 49번 합창으로 발전하는 게 자연스럽고, 51번 합창은 매우 장엄미가 넘친다. 전체 구조도 그렇고 구석구석도 이렇게 듣는 재미가 곳곳에 가득하다.
표지 그림은 11세기 'Byzantine Illumination'이라고 하는데 아래 잘린 부분은 맨발이다. 속지에는 트랙별 정보와 해설과 전곡 원어와 한국어 가사가 다 있고, 오류는 없는 것 같은데 사진이 전혀 없는 게 좀 아쉽다. 두 디스크 재생 시간이 각각 79'50과 78'13으로, 합치면 장장 158'03이나 되는데도 이런저런 재미로 듣고 있자면 그 시간도 금방 간다. 종교를 떠나 대작 음악으로서 좀 더 친근한 음악이 되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