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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주목할 만한 동화작가를 들라면 단연 김남중 작가를 들 텐데 그이의 출세작이다. 광주항쟁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소년소설이라는 장르에 잘 녹인 이 작품을 통해 작가의 진가는 비로소 주목받았다. 원종찬 선생님은 “가난하지만 꿋꿋하게 삶을 지켜가는 소외된 이웃들이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의 현장을 어떻게 겪어나가는지 감동적으로 그려낸 역작”이라고 평가하고 있거니와 정당한 평가라 할 만하다. 이야기는 이준행 목사가 현내 마을의 모현 교회에 이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현내 마을은 이리역 폭발사고의 최대 피해 지역이다. 게다가 모현 교회는 현내 언덕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건물로, 이 년 전 목사가 시내 교회로 옮긴 뒤부터 내내 비어 있다. 먼지투성이에다 귀신이 나올 것처럼 생긴 모현 교회는 낮에는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였고 밤이면 취한 사람이 드러눕거나 동네 청년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었다. 가난한 마을 개척교회의 목사로 찾아든 이준행 목사의 험난한 앞날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이준행 목사의 고난은 모현 교회에서만 그치지 않고 광주로 이사한 뒤에도 이어진다. 오히려 광주에서의 고난은 더해져 광주항쟁을 겪으며 끝내 목숨을 잃는다. 그토록 아끼던 제자 용일이를 도청에서 몸으로 덮어 살려내고 희생한 것이다. 용일이는 광주항쟁에 관해 이준행 목사와 의견을 달리했는데 이준행 목사는 기꺼이 용일이를 살리고 희생한 것이다. 도청의 유일한 생존자 용일이는 이준행 목사의 뜻을 비로소 이해하고 “너희는 따라 할 수 없는, 우리만의 방법으로 다시 싸워 줄 테다. 이길 때까지 덤벼 줄 테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우리를 어떻게 짓밟든 끝까지 싸워 줄 테다. 절대 잊지 않을 거다.”며 결의를 다진다. 이준행 목사의 이야기로 시작해 이준행 목사의 제자 이야기로 이야기가 끝나니 이준행 목사가 주인공이라 할 만하다. 이준행 목사와 용일이가 주요 인물의 한 축이라면 이준행 목사의 딸인 서경이와 서경이의 동무 선학이가 또 다른 한 축이다. 그리고 이 작품이 ‘소년소설’이게끔 하는 것은 서경이와 선학, 그리고 이들의 동무인 은성이와 승제 같은 이들이 주요 인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데 동참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경이를 둘러싼 선학과 승제의 미묘한 감정, 은성이를 좋아하게 된 선학의 사춘기 감정이 이리역 폭발사고와 광주항쟁이라는 묵직한 소재를 가볍게 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마냥 가볍지만은 않으니 “어릴 적에 화가 나거나 슬퍼지거나 울고 싶거나 겁이 날 때면 입 안 가득 고인 침을 세 번 삼키며 그 순간을 참는 법”을 배운 서경이의 모습이나 선학이를 돕는 승제의 모습에서 지난 시대 소년 소녀들의 속 깊은 모습과 진한 우정을 볼 수 있다. 승제가 선학이의 어깨를 툭 때렸다. 선학이도 승제의 어깨를 툭 때렸다. 잠깐 동안 둘 사이가 어색했던 적도 있었지만 둘은 누가 뭐래도 가장 친한 친구 사이였다. 서로 손을 잡은 채 선학이가 물었다. “네가 서경이한테 알려 줬지?” “응. 미안하다.” “미안하긴. 나한테도 편지할 거지?”(204쪽) 승제가 서경이한테 편지 쓴 것을 이야기하며 이별하는 장면이다. 승제가 서경이한테 선학이네가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고 편지를 썼기 때문에 서경이 아빠인 이준행 목사의 주선으로 이사를 하게 된 것이다. 서로 티격태격하기도 했지만 승제의 깊은 속과 선학을 향한 우정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상 이들 소년 소녀들뿐만 아니라 이준행 목사, 용일이 같은 주요 인물들과 대부분의 인물들은 모두 속 깊은 사람들이다. 이웃들과 정을 나누며 자신의 본분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광주항쟁의 소용돌이는 거세 이들에게 저항이라는 선택을 강요했으니 결국 이준행 목사의 죽음과 용일의 수감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용일은 수감 생활을 마친 뒤 교회로 돌아와 빛바랜 야학 출석부를 펼쳐 들고 정답던 이름을 부르며 싸움의 뜻을 다진다. 이와 같이 1977년에 일어난 이리역 폭발사고와 1980년 광주항쟁을 소년소설 속에 녹여낸 이 작품은 귀중한 문학적 성과를 이루었다. 다양한 등장인물을 통해 총체적인 접근을 하여 감동을 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소년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선학이-승제-서경이-은성이의 비중보다 이준행-용일의 비중이 더 크고 이야기를 실제로 끌고 가는 인물도 어른들이다. 더 큰 문제는 소년 소녀들이 보고 겪은 이리역 폭발사고와 광주항쟁의 의미가 적극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년 소녀들이 겪고 느끼며 생각하는 이리역 폭발사고와 광주항쟁이 폭 넓게 드러났을 때 우리는 좀 더 제대로 된 작품을 만나지 않았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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