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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 흔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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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만의 밑줄#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일수록 설명하지 말고 몸으로 아이 말을 따라 주어야 하는 순간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 귀한 존재를 키우는 부모는 삶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날마다 물으며 살아야 한다.# 눈을 감고 내가 경험한 지난 일들을 생각해보면 좋은 일 나쁜 일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나쁜 일이 생겼을 때 그 일에 반응하고 해결하는 부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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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만의 밑줄

# 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일수록 설명하지 말고 몸으로 아이 말을 따라 주어야 하는 순간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 그 귀한 존재를 키우는 부모는 삶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날마다 물으며 살아야 한다.


# 눈을 감고 내가 경험한 지난 일들을 생각해보면 좋은 일 나쁜 일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


# 중요한 것은 나쁜 일이 생겼을 때 그 일에 반응하고 해결하는 부모의 태도가 아이에게 절대적인 모델이 된다는 것이다.


# 어른이 있기는 하되 그저 거기 서 있을 뿐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남들이 이미 판단을 끝내 버린 아들을 아버지는 훨씬 더 오랫동안 지켜보고 세세히 살핀다는 점이다.


# 기다린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자식과 싸우는 대신 내 속에 있는 욕심과 기대를 솔직히 꺼내서 들여다보고 스스로 싸워야 하는 인고의 시간이다.


그저 기다려주는 아버지 덕분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자기 방식대로 평생할 수 있었다.


사람 안에 있는 그 열정이 평생토록 삶을 가꾸게 하고 외롭지 않게 한다.


# 그래도 옛날 농촌에는 그런 일밖에 할 줄 모르는 용구 삼촌에게 말을 걸어주고 웃어주는 동네 노인들이 계셨다.


# 사람관계, 가족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위로를 번갈아 경험하되 그 안에 너무 오래 머물 필요는 없겠다. 상처를 받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아야 할 것이 있고, 위로와 칭찬을 받으면서도 포기해야 할 것들이 있다. 그걸 구별하는 게 또 삶이다.


# 아이들이 어떤 이유로든지 자기 바람이나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 화를 낼 때, “엄마랑 얘기 좀 해보자.”하고 불러 앉히기 보다는 그냥 가만 내버려두는게 훨씬 낫다.


#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빨리 지나간 일을 잊는다.


# 길을 떠나는 사람은 불행하기 때문에 떠나는 거다. 행복한 사람은 길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 사람들이 탄생보다 죽음에 더 큰 예의와 공감을 나누는 것이 죽은 이를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뒤늦게 알았다.


# 슬프고 불안하지만 또 다시 남은 사람들끼리 어깨를 빌려주며 일상을 만들어간다.

 

# “한가지 기술을 갖고 돈을 벌며 누구에게라도 선물을 베푼다.”



2. 그림책에 관심을 갖게 된 당신에게

살면서 구덩이 안에 빠질 때가 있다. 어둠속에 갇힐 때가 있다. 죽음을 아주 가까이 체험하게 될 때가 있다. 구덩이, 어둠, 죽음에서 빠져나오면 삶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내 삶이 완전히 새롭게 될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나의 경험으로는... 나를 둘러싼 사람들이 그대로이고, 환경이 변화되지 않았다. 다만 내가 힘든 시간을 겪었다는 사실만 추가되었을 뿐이다. 내 삶의 일부에...

 가만히 내가 일상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찾다가 그림책을 집어 들었다. 그림이 좋아서였는지, 그림과 함께 있는 여유있는 짧은 글이 좋아서였는지, 아니면 그림책의 그 순수함이 좋아서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림책에 대한 책을 쓴 사람들을 보면, 힘든 일을 겪었음을 나타내는 문장들이 들어 있다. 그것보다 더 의미있는 것은 그래서 그들이 깨달은 바가 완전히 가까이 다가온다는 것이다. 추상적인 단어가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말들로 내 마음을 위로할 때가 있다. 이 책이 나에겐 그런 책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를 돌아본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내가 정말 참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줄 것 같은 나의 습관이나 태도, 말씨를 알아차리게 된다.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시간. 하지만 알면서도 고쳐지지 않는 다는 것이 너무 또 화가난다. 책 속의 참 많은 밑줄들이 모두 내 아이를 위한 것들이었음을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책을 읽고나서 정리하면서 알았고, 그러면서 내가 얼마나 아이를 위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새삼 느꼈다. 딱 하나만 해보기. 이 책의 모든 언어가 향하고 있듯이 '나는 나의 삶을 살고, 아이는 아이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존중해줄 것'. 이제부터 내 아이에게 존중의 언어와 존중의 태도와 존중의 눈빛을 보내야겠다.



3. 개인적인 서평

: 그림책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이 읽으면 너무나 좋을 것 같고, 특히 힘든 일을 겪은 직후 자신의 삶에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선물하고 싶다. 그리고 조심스레 그림책을 통해 깨달은 바를 삶에 녹여내보기도 하고, 숨어있던 나를 찾아보기도 하고, 새로운 나를 창조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m********5 2020.01.1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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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을 따스하게 잇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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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자 선생을 그림으로 먼저 만났다. 권정생 선생님이 살던 안동 조탑리 오두막을 그린 그림이었다. 큰 그림도 화려한 그림도 아니어서 그림이 담박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권정생 선생님을 닮은 집을 잘 드러내고 있었거니와 권정생 선생님에 대한 지극한 마음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그림이었다. 그림을 그린이 마음결도 소박하고 따스하리라 여겼다.  힘들 때 나를 도와주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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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자 선생을 그림으로 먼저 만났다. 권정생 선생님이 살던 안동 조탑리 오두막을 그린 그림이었다. 큰 그림도 화려한 그림도 아니어서 그림이 담박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권정생 선생님을 닮은 집을 잘 드러내고 있었거니와 권정생 선생님에 대한 지극한 마음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그림이었다. 그림을 그린이 마음결도 소박하고 따스하리라 여겼다.

 

힘들 때 나를 도와주었던 그림책, 내 인생관을 흔들어 놓은 그림책, 내 소망을 대신 이야기해 준 그림책 들은 꺼내 볼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들려오고 새로운 상상을 하게 한다. 평생토록 그림책 상상을 이어 가며 사람들과 그림책을 놓고 관계를 맺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도 그렇게 그림책을 사이에 놓고 이어진 소중한 인연들이다. (210쪽)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해인이를 생각했다. 비록 서툴렀지만 내가 아빠라고 불리도록 한 첫 번째 생명, 얼마나 귀한 인연인지. 해인이가 아직 누워서 방긋거리는 아기였을 때, 말을 하기 전에 눈을 맞추며 오오오오 마주보며 기꺼워했을 때, 첫 번째 말을 발음했을 때, 아장아장 걷는 아기였을 때, 손잡고 산책했을 때, 먼 섬까지 함께 여행했을 때 등 즐거운 기억이 많다. 그림책을 함께한 시간도 기분 좋게 남아 있다. 그때 나는 동화작가, 만화가, 그림책 글작가와 그림작가, 작가 지망생, 출판 편집자 영업자 제작자 등과 한 달에 한 번씩 그림책을 공부했다. 어른들인 우리는 어린이의 시각이 필요했고 해인이가 기꺼이 그 모임에 참석했다. 모두 어른들인 틈바구니에서 홀로 어린이인 해인이는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냈고 우리는 그 시각을 신선하게 받아들이며 기꺼워했다. 더불어 사춘기를 지나는 해인이와 내게는 한 달에 한 번씩 저녁 시간을 함께하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김미자 선생의 그림책 소개는 사람 관계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만큼 사람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카페 ‘도서관 가는 길’에서 만난 사람들, 이를테면 잘나가던 직장을 멈추어야 할 상황에 처한 선주 씨(『넉 점 반』, 창비), 단짝처럼 지내던 두 아이가 싸워서 만난 두 엄마(『눈물바다』, 사계절), 어느 날 누나가 된 소원이(『누나가 좋다』, 길벗어린이) 이야기는 가슴 찡한 사연이 담겨 있다. 사람과 사람 관계를 따스하고 아름답게 풀어가는 데 그림책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족만큼 미묘한 사람 관계가 어디 있을까. “치사하다가 고맙고, 고맙다가 다시 서운한 게 바로 가족이다.” 그런 만큼 다양한 감정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데 선생은 그림책을 빌어 가족 관계를 깊이 들여다본다. “첫째는 둘째를 키우듯이, 둘째는 첫째를 키우듯 하라는 옛말을” 뒤늦게 깨닫게 된 첫째 딸 이야기는 『피터의 의자』(시공주니어)를 빌어, 외국으로 유학을 가는 아들 이야기는 『아모스와 보리스』(시공주니어)를 빌어 이야기한다. 아버지는 『행복한 청소부』(풀빛)를 빌어, 어머니는 『조그만 발명가』(사계절)를 빌어 이야기한다. 기쁨도 있지만 슬픔과 안타까움이 진솔하게 담겨 있어 여러 번 가슴이 벅차오른다. ‘평생 운전’을 하여 가족 생계를 책임진 아버지가 퇴임식장에서 한 말은 또 어떤가.

 

“운전을 하면서 본의 아니게 사고로 먼저 세상을 보낸 목숨이 있습니다. 두고두고 자손들이 복 있는 일을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평생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말을 꺼낸 아버지의 말씀이 묵직한 감동이고, 그것을 또 가슴에 담았을 딸 - 선생의 마음이 아프게 다가온다. 선생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우리 할아버지』, 비룡소), 남편(『오소리네 집 꽃밭』, 길벗어린이)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역시 가장 깊은 공감이 가는 이야기는 자기 자신에 대한 것이다. 집이 답답할 때면 찾아가는 구름산 이야기(『소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 책읽는곰), 집안 형편 때문에 그림을 전공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수요일마다 그림을 그리는 이야기(『나, 화가가 되고 싶어!』, 웅진주니어),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은 뒤의 이야기(『살아 있어』, 보물상자)  들이 깊은 감동을 준다. 깊이 있는 마음과 솔직하고 깨끗한 글쓰기의 힘이다. 그리하여 그림책으로 사람과 사람을 따스하게 잇는 선생에게 그림책을 읽어 달라고 하거나 아니면 읽어 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선생이 있을 ‘도서관 가는 길’에 가고 싶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16.11.2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책집지기를 읽다 17 그림책에 흔들리다 + 그림책꽃밭
"책집지기를 읽다 17 그림책에 흔들리다 + 그림책꽃밭" 내용보기
숲노래 책읽기 . 책숲마실 2024.3.21.책집지기를 읽다17 《그림책에 흔들리다》와 당진 〈그림책꽃밭〉  지난 2019년 8월에 이르러 충남 당진 한켠에 〈그림책꽃밭〉이라는 이름으로 마을책집이 태어납니다. 책집이름 그대로 ‘그림책 + 꽃밭’입니다. 그림책으로 이루는 꽃밭이요, 그림책을 읽는 삶이 꽃밭으로 싱그럽다는 뜻일 테고, 그림책을 읽고 짓고 나누는 모든 손길을 꽃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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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숲마실 2024.3.21.


책집지기를 읽다
17 《그림책에 흔들리다》와 당진 〈그림책꽃밭〉


  지난 2019년 8월에 이르러 충남 당진 한켠에 〈그림책꽃밭〉이라는 이름으로 마을책집이 태어납니다. 책집이름 그대로 ‘그림책 + 꽃밭’입니다. 그림책으로 이루는 꽃밭이요, 그림책을 읽는 삶이 꽃밭으로 싱그럽다는 뜻일 테고, 그림책을 읽고 짓고 나누는 모든 손길을 꽃빛으로 물들인다는 마음이라고 느낍니다.

  저를 낳고 돌본 어버이는 당진군 합덕면에 오래집이 있습니다. 어릴 적에는 어버이 시골집에 자주 찾아갔지만, 어느 해부터인가 더는 가지 못 했습니다. 우리 어버이하고 시골집 어른들하고 무슨 실랑이가 있은 듯하다고 어림했으나, 어른들 일 탓에 합덕 피붙이를 만날 수 없기에 몹시 서운했습니다. 예전에는 인천에서 당진으로 가자면, 먼저 서울 영등포로 가야 했고, 그곳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한참 돌고돌았습니다. 다른 시골도 매한가지일 텐데, 시골로 가는 길은 으레 자갈길에 흙길이요, 한참 시외버스를 달리고 보면 다들 멀미를 하고 게우느라 파리했어요. 시외버스를 탈 적에는 다들 비닐자루를 여럿 챙겼고, 시외버스 앞자락에는 ‘게울 적에 쓸 비닐자루’를 대롱대롱 잔뜩 달았습니다.

  어버이 시골집 어르신은 합덕이랑 삽교에 있었지 싶은데, 언젠가 수덕사까지 온집안이 마실을 갔다가 제가 까무룩 곯아떨어져서 시골집 어르신이 집까지 머나먼 길을 업어서 걸어왔다고 얼핏 들었습니다. 네 시간이 넘었다더군요. 걸어서 갔다가 걸어서 돌아오는 길이었을 텐데, 어르신 등에 안겨서 죽은 듯이 잠든 일은 떠오를 듯 말 듯 꿈같습니다.

  시골집 언니랑 누나는 으레 저를 데리고 멧자락을 넘고 바다로 갔어요. 멧숲에서 개암나무를 찾아내어 “자, 먹어 봐. 과자보다 훨씬 맛있어.” 하고 건네는데, 아작 깨물 적에 퍼지는 시원한 알맛은 마흔 해쯤 지난 오늘에도 새삼스럽습니다.

  그림책이란, 어린이부터 누구나 읽고 누리고 나눌 수 있도록 깊고 넓게 이야기를 다스린 꾸러미입니다. 글을 배운 적 없는 할매도 그림만으로도 줄거리를 읽을 수 있으며, 한글을 모르는 이웃사람도 스스럼없이 마주할 수 있습니다.

  당진 〈그림책꽃밭〉을 언제 찾아갈 수 있으려나 손꼽는데, 2024년에 이르도록 좀처럼 당진마실을 하지는 못 합니다. 당진마실을 하는 날에 《그림책에 흔들리다》 느낌글을 쓰자고 생각했는데, 이러다가는 느낌글을 내내 못 쓸 수 있겠지요.

  우리 아버지는 아직도 부엌일을 하나도 안 하는지 모르겠으나, 어버이한테서 제금을 난 1995년에 이르도록 우리 아버지는 설거지를 아예 한 적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서로 만난 2016년까지도 아버지라는 분은 설거지를 통 안 했을 뿐 아니라, 라면조차 못 끓이는 줄 압니다. 어릴 적에 어머니를 거들어 부엌일을 할라치면 “사내녀석이 고추 떨어진다!”는 꾸지람을 들었는데, 이때마다 언니는 “고추 떨어져도 되니까, 부엌일 거들지 않으려면 아버지는 암말을 마셔요!” 하고 큰소리를 치며 둘이 싸웠습니다.

  아마 우리는 밑마음을 못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밑마음을 못 바꾸어도 됩니다. 밑마음을 가꾸면 되거든요. 숲바람을 맞아들이면서 가꿀 노릇입니다. 들바람을 쐬면서 가꿀 수 있습니다. 바닷바람을 마시면서 가꿀 만하지요.

  두 아이를 낳아 돌보는 길에, 모든 집안일을 도맡았습니다. 똥오줌기저귀를 빨래하고 삶고, 밥을 끓이고, 집안을 치우고, 이러면서 바깥일을 하고, 낱말책(국어사전) 쓰는 일을 했습니다. “그 집은 가시내가 뭘 하나?” 하고 따지는 분이 제법 많았는데, 집일이건 밖일이건, 맡아서 할 사람이 하면 될 뿐입니다.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돌볼 적에 아이들이 사랑을 물려받을 수 있어요. 이러는 하루 한켠에 그림책도 만화책도 나란히 놓으면서 오순도순 이야기밭을 누리기에 즐겁습니다.

  그림책에 흔들리는 길에 문득 하늘을 새롭게 바라봅니다. 그림책을 품는 길에 가만히 들꽃을 쓰다듬습니다. 쉰 살에도 일흔 살에도 아흔 살에도, 그림책을 읽고 쓰고 노래할 수 있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마을과 나라와 별은 푸르게 거듭나리라 생각합니다. 앙금도 멍울도 생채기도, 남이 아닌 내가 스스로 어린이 곁에서 살림씨앗을 한 톨 심을 적에 천천히 녹이고 풀 만하다고 느낍니다.

ㅅㄴㄹ

《그림책에 흔들리다》(김미자 글, 낮은산, 2016.5.10.)


그림책 한 권이 인생 전체를 바꾸어 놓지는 않지만 마음을 흔들어 놓는 일은 참 많습니다. (15쪽)

유정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것을 계기로 나는 또 한 번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노력했다. 유정이에게 예쁜 분홍색 원피스를 사 입히고 새로 산 학용품 하나하나에 이름을 써서 붙였다. 신입생이 되는 딸아이에게 기울이는 나의 정성은 곧 아이를 향한 엄마의 기도라고 믿었다. 기억하건대 입학식 날 아침에도 유정이는 내가 사 준 옷이 싫다고 입을 빼물었다. (44쪽)

평소 집안일을 도맡아 할 때는 일이 많아 투덜거렸는데, 그 일을 하지 말라고 하니 마치 내 귀한 것을 빼앗긴 것처럼 아쉬웠다. 여태 내가 하던 일을 안 하고 지켜보는 것도 어렵지만, 그 일을 하느라 서툰 식구들이 서로 싸우는 것을 보는 게 더 힘들었다. (124쪽)

아이들과 어울려 재미나게 놀지 못하다가 엉뚱하게 밥 타령이나 하는 남편, 모처럼 가족 나들이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우울한 나, 이 둘 사이에 놓인 아이들 역시 즐거울 리가 없다. 이 나들이에서 얻은 게 있다면 동물원에서 서로 다른 방에 갇힌 동물들처럼, 남편과 나 역시 서로 연결되지 못하고 자기만의 생각에 갇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17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이달의 사락 h*******e 2024.03.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