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나라, 한국은 사실주의만으로 깔린 재미 없는 역사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에겐 신화가 없다. 단군 신화나, 삼국 시대에서 조금 그런 신화적인 면이 있지만, 그것조차 무시 받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형편에서, 어떻게 신화가 살아 남겠는가. 나는 신화가 가지고 있는 무한적 힘을 믿고 있다. 신화는 역사의 인간을 신적 지위로 오르게 해서, 그 나라의 모든 주체의 바탕이 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우선 그 신화의 주체가 되는 나라에서도 효과가 있다. 고구려 신화는 고구려를 정신적 바탕이 되어 강대국으로 성장하는 힘을 주고, 나라를 체계화 할 수 있고, 반란을 줄일 수 있다. 물론 한 인간이 신이 되는 것은 왜곡이 아니냐고 할텐데, 신화가 없다면, 그 나라의 주체가 허물어 지는 것이었다. 고대 사회는 이렇게 신화를 체계화함으로서 그것을 마케팅 전략으로 삼았던 것이다. 이른바 '신화 마케팅'이다. 그리고 신화는 후대에서도 그 효력을 나타낸다. 나라에서 중대한 사업이 있을 때, 그 신화를 이용해서 정신을 불러일으키면, 군사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는 효과까지 지니게 되므로 신화 사업은 그 나라의 모든 정신적 주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는 우리 신화를 무시하고 있다. 신화가 가지고 있는 무긍무진한 힘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신화로서, 그때 그 나라의 정신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어,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신화가 무슨 황당무계한 이야기인가. 신화는 정신적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쉽게 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신화를 잃어버렸다. 그것이 우리 역사 중에서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다. 일연이 삼국유사에서 단군을 넣은 이유가 무엇인가. 신화로서 외적을 막자는 뜻이 담겨져 있다. 일연도, 신화의 힘을 깨달았던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한국 신화, 설화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요즘은, 서양의 동화가 일반화 되어 있고, 서양의 전설이 많이 동양에도 알려져 있다. 지금의 서양 중심적인 사고의 한 이유이다. 아이들은 서양의 전설을 많이 접해서, 서양의 문화가 일반적으로 되어, 서양의 것이 최고인 것을 깨닫게 되고, 그리하여 서양 중심적 사고가 우리 나라에 퍼지게 되는 계기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에 맞서서, 우리의 신화와 설화들이 많이 동화나, 이야기들로 만들어 졌다면 그 문제를 해소 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될 것이고, 나아가서 신화의 정신적인 면을 이해하는 한국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 "고구려 건국사" 책명부터 거창하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무거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책을 대하면 책의 얇은 두께나 큰 활자는 읽는 이에게 일단 안심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책을 읽고서 가까운 대학후배들에게 간단한 질문을 해보았다. "고구려"라 하면 먼저 무엇이 떠오르냐고. 참고로 역사를 전공하는 후배들의 답변엔 광개토왕이나 장수왕, 그리고 만주를 호령하던 강력함과 그것을 지키지 못한 아쉬움이 주를 이뤘다. 결국 짐작하였던 것처럼 그 누구도 고구려의 건국을 이야기하진 않았다. 왜 그럴까? 우리의 현실에서 고구려 건국신화인 주몽신화는 그저 시험대비용 암기내용일 뿐만 아니라 고구려 건국사는 종합할 수 없는 사건의 나열에만 맴돌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역사의 대중화와 인문학의 위기 속에서 서양의 신화는 아름답게 채색되고 다듬어져 제시되지만, 우리의 신화들은 황당무개한 얘기로 잊혀지고 있음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최근 출판된 이 책은 잊혀지고 멀어져 간 주몽신화의 시대를 다시 열어주고 있다. 저자는 우선 주몽신화의 역사성을 복원하기 위해 주몽신화에 대한 학계의 모호한 태도를 배척하고, 5세기 당대 위정자의 정치적 필요성에 의해 주몽신화가 만들어졌음을 부정한다. 주몽신화는 바로 고구려건국의 시기에 당대인에 의해 만들어지고 계속 회자되어져 온 것임을 논증하고 있다. 또한 일제사학자들이 부정한 고구려 초기의 역사를 일정부분 조심스레 인정하고 그 논거를 주몽신화에서 찾고 있다. 한편으론 진실의 왜곡을 경계하며 주몽신화의 복원을 흥미진지하게 시도한다. 이 책의 장점은 딱딱하게만 생각되어온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충실하게 담고있는 역사적 사실의 묵직함을 잃지 않으면서 말이다. 또 하나는,보이는 조그만 역사적 사실 뒤엔 보여지지 않는 더 많은 내용이 있고, 결국 제대로 된 역사의 복원엔 보이지 않는 역사의 내용을 주의깊게 활용해야한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강력히 주장하며 보여주고 있다. 아쉽게도 뒤쪽에 실린 고구려건국사 연표가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않다. 즉 중간중간 단락에 맞춰 간략하게 정리 삽입했었더라면 역사적 지식이 부족한 독자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저자가 시도한 주몽신화의 복원부분은 하나의 장으로 따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럼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는 당대인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을 떠올릴 수 있었던 숨막힘의 감흥, 이제 무엇으로 풀어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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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건국사 : 되찾은 주몽 신화의 시대 김기흥 저 | 창비 | 2002년 05월
고대 사회경제사를 연구한 저자가 본인의 대학시절 은사라는 사실에서 이 책에 눈길이 갔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재 불고 있는 고구려에 대한 많은 관심으로 인해서 잊고 있었던 신화시대에 대한 아련한 기억에 대해서 알고 싶어졌던 것이 어쩌면 더 큰 욕구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가 기술한 고구려 건국사는 신화의 코드를 통한 고구려의 건국사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있다고 본다. 하늘의 천손으로써의 주몽의 신화는 이전의 학계에서는 주로 고구려 중후기에 성립된 것으로 비교적 믿어져 왔었지만, 저자는 오히려 고구려 초기에 연맹국가 단계에서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서 주몽의 신화는 더욱 발전하고 체계화되었다고 보고 있다.
마치 무협소설처럼 보이는 근래의 드라마를 통해서 주몽의 신화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좋을 것이다. 오히려 그러한 신화와 윤색은 일반인들에게 더욱 많은 역사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는 객관적인 시각을 버려서는 안되고 그런 면에서 본다면 본서는 고구려의 신화시대, 즉 초기 국가성립기의 모습을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서술하고 있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본서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책으로 다가올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시간이 된다면 우리 역사의 찬란한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기마민족 고구려에 대해서 공부해보자. 아마도 많은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저자인 김기흥 교수는 그간 많은 고대사 관련 논문과 책들을 써온 훌륭하신 분이다. 감상주의나 단순한 추측을 배제하고 언제나 객관적인 시각으로 고대사를 연구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시간이 된다면 김기흥 교수의 많은 책들을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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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시키기 위하여 힘을 모으고 있는 까닭에 그 동안 방심하고 있던 우리에게 고구려가 다시 역사의 전면으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던 시절, 고구려하면 '주몽이야기, 광개토대왕, 자명고 이야기, 을지문덕, 연개소문'으로 끝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동명성왕부터 모본왕까지의 이야기는 신화의 시대로 여겨 별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 또 한 가지는 '동명'이라는 이름에 대한 혼란이다. 이 책은 평소 어떻게 가르칠까 궁금해하던 이런 것들을 명쾌하게 풀어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하여 부여의 시조 동명신화가 어떻게 고구려의 주몽신화 속으로 녹아들어 갔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사실 둘 사이의 관계를 쉽게 알려주는 책도 별로 없는 것 같다.) 또한 그 과정에서 신화 속에서 등장하던 인물들과 사건들이 저자의 감정이입을 거쳐 생생하게 우리에게,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다가온다.
우리가 알고있던 이야기와는 다른 저자의 주장도 들어 있어 좀 낯선 느낌도 들지만, 과거의 일들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므로 원인과 결과가 합리적으로 설명이 된다면 이해하는 데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분량도 연표와 참고자료를 제외하면 206쪽에 불과하므로 큰 부담이 없을 듯하다. 이 책을 통하여 고구려에 대한 관심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통로가 되리라 생각한다. 마치 인터넷의 포털 사이트처럼. [인상깊은구절] 삼국사기의 동명왕 본기는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14년 8월에 왕모 유화가 동부여에서 돌아가니, 그 나라 왕인 금와가 태후의 예로써 장사하였고... ...주몽의 어머니 유화는 금와왕의 후궁이었으니 동부여 조정에서는 당연히 그녀의 지위에 걸맞은 예를 갖춰 장례를 치렀을 것이다. 더구나 정실왕비가 먼저 죽어 유화가 왕후의 자리에 있었다면 더욱 성대한 예로써 장례를 치렀을 것이다. |
| 요즘 주몽이라는 TV 드라마가 인기다. 그 때문인지, 드라마가 아닌 책으로 주몽신화에 대한 내용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TV 라는 방송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내용에는 어느정도 인기를 고려한 과장과 재미의 가미를 위한 왜곡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역사 자료가 극히 제한적이며, 신화가 가지는 성격이 과장적이면서 현실을 당시의 반영하면서도 또한 은폐를 통해 정치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해석하는 이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내용의 충실함이나 연구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작가의 노력에서 내가 얼마나 우리 역사에 대해 무관심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를 자신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모습에서 내가 내것을 제대로 알고 지키지 않으면 언제든지 그것은 남의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가지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