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 7편의 중·단편을 통해 작가 조경란의 이모저모를 대충은 느껴볼 수 있는 작품집이다. 주로 2000년과 2001년에 문학지를 통해 발표된 창작물을 모아 발표된 소설집 「코끼리를 찾아서」 는 일명 '코끼리'로 상징된 원초적 자아를 찾아가는 진지하고 은밀한 여정을 가벼운 수다로 포장함으로써, 첫인상은 가볍고 부담없게 다가오지만, 곧 뒤따라 동반되는 정서적 공명을 통해 무거운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중성이 강한 작품들을 모았다. 서른을 갓 넘은 당시 작가 내면에 무겁게 자리잡고 있던 자아에 대한 질문과 사회적 존재로 끊임없는 소통 속에서 살아야한다는 강박이 만들어낸 외향의 모습 사이의 부조리가 고스란히 작품들 속에 투영되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책 중 유일한 중편소설.. 중편의 분량이니만큼 가장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고 가장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소설집의 대표작으로 꼽을 때 첫손가락에 들 수 있는 작품인데, 이는 단지 이야기가 길고 등장인물이 많아서만은 아니다. 서울 변두리 작은 화실을 배경으로 화실의 강사와 성인 수강생들을 배경으로 같은 장소, 같은 시각에 서로 다른 생각들을 보여주는 이 작품에는 다른 여타의 단편소설에 주연이나 조연으로 등장했음직한 친숙한 인물들의 심리가 간결하지만 깊이있게 묘사된다. 이 단편의 주인공 이름이 '김영희'라는 사실은 오직 제목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해외로 떠난 어떤 가정을 대신해 그들이 맞긴 집에 잠시 기거하던 주인공은 밤마다 현실과 환상이 뒤엉킨 기과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감지하고 원인을 찾기 위해 집안을 뒤지던 중 오래 전 그 집에 살던 어떤 이의 사진첩을 발견한다. 성장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그 사진첩의 마지막 사진은 목발을 짚고 있던 그의 모습이다. 그녀는 그와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당시 매정하게 버린 그가 그리워지고 그의 사랑에 대해 비로서 눈물을 흘린다. 서로가 서로를 사랑했지만, 전체 삶에 있어서는 별반 차이가 없을 사소한 시제의 차이 때문에 어긋난 그들의 사랑이 만들어낸 상실은 첫 작품 「동시에」 에서의 이모의 '회한'과 뒷 작품 「마리의 집」 에서 말희가 느끼는 '상실'과 각각 닿아있다. 이 작품은 김영희가 흘린 눈물 한 방울 의 변주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서로 닮은 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 민속미술관의 안내 데스크를 지키는 주인공 장말희에게 어느 날 영화감독을 자처하는 이성현이라는 청년이 찾아온다. 다짜고차 전시된 미술작품의 사진을 찍겠다고 하는 그가 기어이 사진을 찍고 사라진 뒤 자리에 남아있던 비디오테이프가 인연이 되어 그들은 다시 만나게 된다. 그녀의 옆 방에서 또 다른 비밀을 품고 살아가는 동년배 정미림이라는 여인과 파리로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설정에 메인 그녀, 그리고 영화감독을 꿈꾸는 영화판 떠돌이 이성현이 서로에게 보여주는 위선들 속에는 그렇게라도 붙잡아둬야할 자신들의 마지막 자존심도 결국 그들을 살게하는 '힘(에너지)' 일수 있다는 메세지가 담겨있다. 자신을 시골에서 상경한 '말희'라 소개해도 '아.. 마리씨.. 예쁜 이름이네요'라고 대꾸하는 상대에 대해 아무런 부연도 못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삶 속에 숨은 쓴웃음나는 불편한 진실을 엿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수록된 작품 중 가장 짧고 단순한 스토리라인을 가진 이 작품이 표제작이 된 이유는 이 작품이 작가 자신의 삶을 담아낸 자전적 소설이기 때문이지 싶다. 불안하고 위태로운 삶 속에서 문득 자신의 곁에 머무는 코끼리의 환영을 발견하면서 작가인 주인공은 빠르게 안정을 찾기 시작한다. 그녀의 삶을 지배하던 무거운 내면의 목소리를 코끼리라는 넉넉한 덩치의 순한 동물로 객관화함으로써 그녀는 자신의 원초적 자아를 직시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다분히 상징적인데다 절제된 묘사와 과감한 생략을 통해 스토리 상의 간극을 메울 자의성을 독자에게 할애해버린 덕에 신비주의가 완전히 걷힌 건 아니지만, 이 작품을 통해 조경란이라는 작가에 대해 조금은 더 특별하게 다가갈 수 있지 싶다. 군에 있을 때 연병장에서 이천명이 한꺼번에 씹은 사과에서 난 '아삭-'이라는 소리 때문에 소음에 신경질적인 노이로제가 생긴 청년과 원하는 곳에 출장을 나가 원하는 요리를 만들고 함께 먹어주기까지 하는 '요리사 서비스'라는 야릇한 직업을 가진 그의 애인 '가오리'와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다 문 닫을 무렵 벤치에서 맥주를 한 캔 마시는 것이 삶의 전부인 나, 이렇세 세 사람만을 등장인물로 한 작품이다. 이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들 중 가장 '이질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짜장면에 고춧가루가 뿌려졌다거나, 딸기케이크 한 가운데 얇은 초콜릿크림 층이 존재하는 것처럼 다른 작품들과 묘한 조화를 이루기도 한다. 서로 친한 선후배간인 잡지사 실장과 고급 레스토랑 운영자는 홍보 차원에서 모델하우스를 빌려 각계 저명인사를 초청하는 송년이벤트를 준비한다. 음악회와 패션쇼, 댄스파티로 꾸며진 이 행사에 초대받은 이들은 수백여명.. 그들은 모두 다른 이력과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잘난' 이들라는 공통점이 있다. 파티가 자정을 넘어 광란으로 치닫을 즈음 갑자기 모델하우스는 화재에 휩싸이고 참석한 대부분의 이들은 출구를 찾아 헤메이다 죽음을 맞이한다. |
| 조경란의 소설은 항상 나에게 크고 깊은 울림으로 남는다. 감각적이고 치밀한 묘사가 너무나 아름답다. 그의 섬세한 문체를 좋아해서 그런지 크고 작은 사건들에서 비롯되는 강렬한 충격이 없어도 나는 계속 조경란의 소설을 읽는다. 이번 소설집은 작가 특유의 감각이 더욱 두드러진다. <동시에>를 제외하고 다른 작품들은 이미 문예지에 발표될 때마다 부지런히 찾아 읽었던 소설이었다. 사실 처음 그 작품들은 접했을 때 들었던 느낌은, 그저 '어지럽다'였다. 작가의 감각을 좋아했지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린 모두="" 천사="">, <김영희가 흘린="" 눈물="" 한="" 방울=""> 등은 읽고나서 가슴이 꽉 차오르는 만족감이나 감동 이전에 머리가 하얗게 비어버리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인물들간의 관계를 도표로 그리고 스토리를 다시 짜맞춰가며 열심히 몇번을 읽었지만 머리가 더 아파올 뿐이었다. 작가의 매혹적인 감각과 나름대로 단정하게 구성되어있는 스토리에도 공감이 가지 않아서 적잖이 실망도 했다. 이 작품들보다는 <가족의 기원="">이, 그것보다는 <식빵 굽는="" 시간="">이 더 좋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만난="" 적이="" 있다="">는 솔직히 책표지가 예뻤다는 것과 마음에 와닿았던 몇 줄의 문장밖에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지금도 작가의 소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첫 소설집인 <불란서 안경원="">이다. 꼭 써야한다는 절박감이 전달되었고 모든 작품이 가슴 깊이 남았다. <환절기>나 <불란서 안경원="">을 열번 스무번 읽으면서도 그때마다 함께 이 책을 읽었던 친한 친구와 나누고 싶은 얘기가 새로 생겼다. 이제는 아득한 추억이 되었지만 지금도 가끔 그 친구를 만나면 조경란의 소설을 이야기하고 여전히 서로에게 좋은 소설을 권해주며 지낸다. 이 소설집에도 물론 돋보이는 작품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동시에>와 <코끼리를 찾아서="">를 꼽고 싶다. <동시에>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사랑과 약속과 믿음에 대해서 조근조근 털어놓는 주인공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여오는 듯 했다. <코끼리를 찾아서="">는 자전소설인데, 다른 작가들의 자전소설을 읽을 때에도 그러했지만 울컥 눈물이 솟구칠 때가 많았다. <코끼리를 찾아서="">는 작가가 발랄한 문체로 슬픈 사연을 털어놓아서 더 찡했던 것 같다. 코끼리는 자신을 짓누르는, 부담스러운 짐인 동시에 희망의 여지를 품고 있는 듯한 이미지였다. 나와 함께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코끼리를 찾아보려고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마련해준 소설이었다. 아쉬움도 많이 남지만 여전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는 조경란이다. 나는 이제 <불란서 안경원="">을 읽으며 잠 못들던 스무살의 대학 신입생은 아니지만, 그때 느꼈던 깊은 공감과 소설을 향한 동경을 조경란의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얻고 싶다.불란서>코끼리를>코끼리를>동시에>코끼리를>동시에>불란서>환절기>불란서>우리는>식빵>가족의>김영희가>우린>동시에> |
| 조경란의 세번째 소설집인 '코끼리를 찾아서' 이 책에 실린 총 7편의 중·단편들에 일관적으로 흐르는 공통어가 있다면 그것은 '사라짐'입니다. 복국을 끓여먹고 자살한 한 할머니도 있고, 2년 전쯤 홀연히 소식을 끊고 사라진 사촌 언니도 있고, 어떤 미술 선생의 자살도 있습니다. 심지어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의 죽음도 있습니다. 가장 인상 적이었던 것은 '나는 마을의 이발사'라는 작품에 나오는 다음의 구절입니다. "......군대에 있을 때였어요. 어느 날 연병장에 2천 명 정도가 모였어요. 간식으로 사과 1개씩을 지급하더군요." 그가 자조하듯 내뱉었다. 사과. 2천 명. 거기까지 듣고 나서 나는 캔맥주 하나를 더 꺼냈다. "실시! 라는 구령 소리에 맞춰 연병장에 모여있던 2천 명이 한꺼번에 와삭, 사과를 씹기 시작했죠.와삭와삭...그건 정말이지 끔찍한 소리였어요. 아마 상상이 잘 안 갈 거예요." 단절과 결핍, 그리고 존재의 부재로 인해 주인공들이 겪는 심리적인 공황상태, 그리고 각각의 죽음들이 썩 유쾌한 뒷맛을 남기지는 않지만 문장 자체는 굉장히 다듬어진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묘사적인 그녀의 화법은 종종 전체 내용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길지 않고, 화려한 수사어구도 쓰지 않는 그녀의 문체는 읽는 사람의 호흡을 빠르게 가져가 작품 전체를 긴장감있게 읽도록 유도합니다. 그것이 그녀의 의도이든 아니든...누가 제게 이 책이 재미있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여러 복잡한 설명을 하지 않고 "그다지 재미 없다"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제게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조경란의 팬이 아니라면. |
|
조경란님의 소설은 다소 무겁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조경란님의 소설들이 그러하였고 이 소설집 역시 읽으면서 내내 무겁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조경란님의 소설 안에서 풍기는 그 무거운 색체가 좋다. 단편 하나 하나에 삶의 존재를 찾아가는 여정, 그런 주제를 무겁지만 편안히 읽을수 있도록 만들 힘이 조경란님에게는 있다. 오래전에 '코끼리를 찾아서' 라는 책을 구입해 놓고서는 한참 동안은 그저 책장에서 머무르다가, 최근에야 책을 읽기 시작했다. 깊어가는 가을 향기랑 너무나 잘 어울리는 소설이고, 삶의 즐거움이나 흥겨움 보다는 삶의 존재, 그리고 마음 속에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차분하게 정돈되어 있는 글이다. 조경란님의 처음 작품인 '나의 자줏빛 소파'에서의 느낌을 다시 한번 확인할수 있는 7개의 단편 주옥 같은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이다. [인상깊은구절] 이성현이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녀는 눈을 내리뜨리며, 테이블 밑으로 두 손을 얽어쥔다....그러고 보니, 이성현이 한음절씩 한음절씩 굳은 목소리로 입은 연다. 당신도. 그는 이제 웃지 않는다. 그녀는 옆 의자에 놓았던 가방을 집어든다. 나랑. 그녀는 한쪽 손으로 테이블을 민다. 비슷한 족속이쟎아, 이거. 그녀는 화다닥 의자를 밀치곤 밖으로 뛰어나간다. |
| 오랜만에 만나는 조경란의 단편소설집이다. 여러 작품들 중에서도 나는 특히 첫번째 실린 '동시에'라는 소설이 마음에 들었다.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가지게 되었으나 남자가 죽자, 그를 따라 자살을 시도한 조카를 바라보며 나직하게 속삭이는 이모의 고백... 그 고백적인 어투도 차분하여 마음에 들었지만, 이야기를 시작하는 도입부의 '먼 옛날의 숲'의 이야기는 신화적이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리고 숲의 나무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다는 벌목꾼의 이야기도 그 신비로움을 더해주어 나아가 인간의 인연의 신비로움이 어떤것인가를 어렴풋이 느끼게 해주었다. 이모의 말대로 마음속에서 그를 떠나보내지 않는 한 그는 절대 떠난 것이 아니라는, 그를 기억하는 한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라는... |
| 조경란씨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나의 자줏빛 소파'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개인적으로 문학과 지성사 출판사를 좋아하는터라 그곳에서 나온 단편집을 즐겨본다. 그러던 중 눈에 띄게 된 조경란씨... 나의 자줏빛 소파를 읽으면서 다소 냉철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감정의 기복을 드러낸다니 보다는 그것을 그냥 서술한다고 해야할까? '코끼리를 찾아서'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 반 정도 읽었는데 역시나 주인공들의 복잡한 심리를 드러낸다기 보다는 관찰자적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답답하게도 느껴지지만, 머리속으로 끊임없이 생각하게 해준다는 면에선 괜찮은 듯도 싶다. 책이란 것은 우리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해준다는 매력이 있기에... |
|
조경란의 소설에서는 서사적인 스토리보다는 순간적인 상황묘사나 심리묘사가 많다. 그것이 조경란 소설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전작 '우리는 만난 적이 있다'에서는 실망을 많이 했었는데 이번 작품은 그래도 전작보다는 나았다. 이 소설집에서는 6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있는데 작품마다 수준의 차이는 있는 것 같지만 말이다. 하지만 서사와 묘사를 절묘하게 조화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조경란은 아무래도 묘사를 위해서 서사를 희생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서사적인 줄거리를 찾는 나로서는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고, 시점이 자꾸 바뀌고 화자가 자꾸 바뀌어서 혼란스럽기도 하다.
'동시에'나 '우린 모두 천사' 등의 작품보다는 '코끼리를 찾아서'나 '라메르 모델 하우스' 등의 작품이 더 매력적이다.
그녀의 매력이 더이상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서사를 찾고 싶다. 그녀의 소설에서.. [인상깊은구절] 그가 전화를 해주었으면, 하고 기다릴 때가 있다. 나의 코끼리 이야기를 이해해주고 귀 기울이는 사람은 그밖에 없으니까. 나는 수화기를 붙잡고 코끼리 얘기만 갖고도 한 시간쯤은 수다를 떨 수 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사진을 찍지 않는다. 그래도 보이는 게 있다. 이따금씩 집이 꿈틀, 움직일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아, 코끼리가 왔구나, 짐짓 생각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