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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하 시인의 산사기행'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다소 불교적인 냄새가 풍기는 제목과 함께 우리나라의 명승사찰이 주제별로 소개되어 있다. 책 속에 충분히 들어있는 사진을 살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제주도 필화사건으로 구속 된후 절필, 11년 만에 다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이다. 절에 대한 기행을 써서 불교신자인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라서 조금 뜻밖이기도 했다.
적멸보궁이란 말을 들어보긴 했지만 정확히 어떤 뜻을 담고 있는 지 잘 몰랐다. 적멸보궁이란 법당 내에 부처의 불상을 모시는 대신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있는 법당으로 바깥이나 뒤쪽에는 사리탑을 봉안하고 있거나 계단을 설치하고 있다고 한다. 불교에서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는 부처와 동일체로 가장 진지하고 경건한 숭배대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643년, 신라의 승려 자장대사가 당나라에서 귀국할 때 가져온 부처의 사리와 정골을 나누어 봉안한 5대 적멸보궁이 있는데, 경남 양산의 통도사, 강원도 오대산의 상원사, 설악산 봉정암, 태백산 정암사, 사자산 법흥사가 이에 해당 된다고 한다.
남해 금산의 보리암은 가본 적이 있어서 반가웠다.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이곳에 와서 백일기도 후 세상을 얻자 산 전체를 비단으로 덮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러나 당시에 그런 넓은 비단을 구할 수 없어 궁리 끝에 비단대신 이름으로 산을 덮어 금산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절 마당에 있는 해수관음상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온 몸으로 빛을 뿜어낸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 관음상 앞에서 기도를 하면 소원 한 가지씩은 꼭 들어준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 나 역시 보리암에 도착해서 이 소문을 듣고 열심히 해수관음상을 돌며 소원을 빌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소원이 무엇이었는지는 잊어버렸지만.
해수관음상 바로 앞에 있는 삼층 석탑 역시 본 기억이 뚜렷하다.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대로 이곳에서는 나침반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책 내용대로라면 알 수 없는 기운으로 인해 나침반이 동서남북을 가리지 못한다고 하니 신기하다.
소개된 사찰 중에는 가본 곳도 있고 이름만 들어본 절도 많았다. 그 중에 화순에 있다는 운주사라는 언제라도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절이다. 작가가 자신을 한없이 슬프게 한 절이라고 소개해서 무슨 사연인가 궁금했다. 운주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절의 모습과는 달라보였다.
운주사가 세상에 소개 된 것은 황석영의 대하소설 "장길산"을 통해서였다고 한다.
-관군에 참패한 장길산이 노비들과 승주 땅으로 숨어들어 새 세상을 꿈꾸며 천불천탑을 세우려다 실패하는 장면이 소설 4부 '역모' 부분에 나온다. 그 역모를 꾀하던 미륵의 땅이 바로 여기 운주사다- 184쪽
운주사에는 고색창연한 법당이나 고승들의 부도밭 대신 산등성이 도처에 삐죽이 솟아 있는 돌부처들과 길가 아무 데나 앉아 있는 여러 모습의 부처들이 불안하고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다고 한다. 그 모습이 너무 처연하여 시인이 자신을 한 없이 슬프게 한 사찰이라고 소개하였나보다. 사진으로 본 부처의 모습도 우리가 알던 황금불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산기슭 아무데서나 불쑥불쑥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다양한 모습의 부처를 보며, 세상살이의 숨은 이치라도 배울 겸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 가면 고집러운 마음 대신 다양성을 인정하는 포용성을 배울 수 있을 것만 같다. 또 나를 낮추어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 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덕을 배울 수도 있을 듯 하다.
정선에 있는 정암사의 눈 쌓인 사진 한 장이 눈에 띈다. 낮은 돌담 위로 내리고 있는 눈발을 보고 있으니 잠시나마 겨울이 느껴진다. 이대로 눈을 감고 겨울 산사의 풍경에 풍던 빠지고 싶다. 시인의 슬픈 마음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산사여행을 하며 지친 일상을 위로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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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련암, 보문사 법흥사 그리고 부석사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사찰들이다. 딱히 불교적인 종교를 지니고 있지 않음에도 오래전부터 이 곳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어 좋았는데.. 홍련암이나 보문사는 보리암과 더불어 3대 관음성지라고 하니 그 사실을 몰랐던 시절부터 좋아하게 된 걸 보면 자연과도 그러하고 이렇듯 모든 것엔 서로에게 끌리는 인연들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몇달 전 읽었던 곱게 늙은 절집은 내가 가보지 못했던 절들이 더 많았지만.. 적멸보궁으로 가는 길은 나 역시 가볍게라도 다 스쳐왔던 산사들이였기 때문에 그런 아쉬움을..절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시인의 시선으로 나 역시 그 산사들을 다시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적멸보궁으로 가는 길은 절에 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절을 좋아하는 시인이 산사를 여행하면서 느끼는 우리들 사람에 대한 관계,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 절을 찾아가는 마음이 더 큰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시인이 말한 절에는 소리가 참 많다 라고 표현한 그 마음이 내 마음으로로 느껴질 수 있었다... 예불소리, 죽비소리, 목탁소리, 풍경소리, 염불소리, 법고소리, 독경소리, 그리고 스님의 큰기침소리까지... 시인이 산사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고즈넉한 감정들이 나역시 좋았고 그런 이유로 산사를 찾는 거라고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이 책을 벗삼아 홍련암을 가고 법흥사를 가보면 시인과 대화를 하며 가는 기분도 들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잠시 해 본다.
적멸보궁으로 가는길은 내게..마음으로 부터의 진정한 여행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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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하 시인의 발걸음을 따라 절집으로 들어서면 보이지 않던 것들도 환하게 보이고, 들리지 않던 소리들도 아련히 귓바퀴를 적셔온다...'시인 안도현님의 말이다. 이책을 읽고 책속의 절을 다시 한번 가본 사람은 누구나 알것이다, 이말이 얼마나 정확하고 명확했는가를.. '적멸보궁 가는길'을 읽다보면 나는 절에 가고 싶다가 아니라,이미 절에 들어가있다. 내위에는 대웅전의 높고 낮은 천장이 있고, 내뒤에는 산과 바다의 적막이 있으며, 내 눈에는 꽃들이 떨어지고, 내 귀에는 사람들의 사각거리는 소리와 아련한 풍경소리,법고 소리가 들린다.그의 산사기행집은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절의 모양새가 아니라 절의 의미,사람이 함께 살아가고, 사람의 힘으로는 이루어질수 없는 일에 대한 작고 큰 염원들,그리고 그 염원들이 모여 또다른 색을 지니게 되는 그런 힘 말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가봤음직한 한국의 유명하다는 관음성지, 삼보사찰,적멸보궁들속에 이런 속깊음이 있다는것을 지금에라도 알게 된것은 나에게는 행운이다. 아직 가보지 못한 운주사라는 절이 내속에 이렇게 자리잡게 된것도 나에게는 또다른 행운이다. 절에가는 걸음은, 나를 내비치러 가는것이다, 나를 버리러 가는것이다, 또다른 나를 담아오는것이다. 마음의 키를 낮추고 대신 넓이를 넓히는것,그것이 절에 가는 마음걸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아련한 글은 이런 기행에 조금의 보탬이 될수 있을것이라고 확신한다. [인상깊은구절] 와불을 둘러보고 내려오는데 서로 등을 기대고 앉은 두 돌부처의모습이 새삼눈에 들어온다. 바람에 기대고 있어도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부처마저 저렇게 서로 등을 기대받쳐주고 있거늘 하물며 우리같은 미물들이야 어찌 서로 기대고 받쳐주지 않을것인가. 석양에 붉게 물들어가는 돌부처들의 표정이 그렇게 다양할 수가 없다. 고통받고 천대받는 자들의 표정은 어둠이 내릴수록 더 잘보이는지도 모른다. 행복한 자들의 표정은 하나지만 불행한 자들의 표정은 셀수 없을 정도로 많다. |
| 어느 모 단체에서 사찰 순례 떠나기 전에 사서 본 책인데, 한 마디로 진부하고 상투적인 여행서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시인 자신의 사적인 얘기가 별로 없어 아쉽지만, 오히려 군더더기가 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나오는 웬만한 절은 나도 거의 다녀왔지만, 똑같이 보고난 이후에 서로 느끼는 것이 어떻게 그리 다를 수 있는지 신기할 뿐이다. 우리가 다 본 것을 이산하 시인은 전혀 새로운 눈으로 볼 뿐만 아니라 그것을 표현하는 글 역시 눈부신 감성과 사색적인 깊이가 잘 조화되어 있어서 몇 번이나 다시 읽어도 지루하지가 않아 좋았다.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갈수록 내 가슴속으로 눈부신 벚꽃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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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진신사리가 있다는 적멸보궁을 여행한 책 이산하의 "적멸보궁가는 길"을 읽으면서 모처럼 책에 밑줄을 그었다. 이 책은 조용한 미소가 깃든 - 아니 겨울비 내린 오후의 - 얼굴을 하고 있다고나 할까? 읽으면서 조용히 밑줄을 그어 본다. 이산하 씨가 적멸보궁 가는 길은 내가 '들키면서'가는 길이라고 하더니 이 책을 읽으면서 난 다시 여행을 꿈꾸어 본다. 어쩜..... 어쩜.....구절구절을 읽다가 금세 밑줄을 네댓개 또 그은다. 때론 적막하기도 하고, 때론 지나치게 사색적이기도 하다가 따스한 가슴을 만나기도 했다가...... 그가 간 곳들, 나 역시 화엄사도 갔었고, 운주사도 갔었고,선운사도 갔었고, 또 부석사도 송광사도 보리암도 갔었지만 다시 가보고 싶은 이유는 너무 많아져 버렸다. 그가 책 서문에서 기쁨이 죽이고 병이라면 슬픔은 밥이고 힘이다라고 했던 말에 절대 동감하면서 말이다. 왠지 삶에 대해 생각하면서 여행을 하고자 하는 이에게 이 책은 그 여행에 촉매제가 될 것이다. 또한 왠지 눈부신 봄 어디론가 떠나고자 하는 자에게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기쁨이 죽이고 병이라면 슬픔은 밥이고 힘이다. |
|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우리 어머니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전국에 있는 절은 안 가본 곳이 없을 만큼 절을 좋아하시는 분이다. 그래서 나도 삼보사찰, 적멸보궁, 관음성지가 어디쯤인지는 알고있었다. 그러나 가 본 곳은 수학 여행 때 간 홍련암이 전부였다. 그래서, 이번 방학 때는 전국 절을 순례하기로 마음먹고, 관련 서적을 찾고있던 터에 이산하 시인의 산문집 '적멸보궁 가는 길'을 읽게 되었다. 시인이 쓴 책이라 그런지 하나 하나 시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묘사가 잘 되어 있었다. 그 곳에 가보지 않아도 이미 간 듯한 느낌을 주고 사진도 잘 나와있어서, 자연 속의 절집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들게 하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감상에 치우쳐있어서, 여정은 별로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교통편이라든지, 약간의 안내정도만 있었어도, 여행 책자로서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