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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는 인연 그러나 자유롭지 못한 삶들, [토지 15 (4부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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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의 [토지] 4부는 1929년 원산노동자 파업부터 만주사변, 남경대학살에 이르는 역사적 상황을 지식인들의 입을 통해 증언하고, 1930년대 일제의 폭압과 혼란상을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 그렸다고 한다. 4부 1권인 [토지 13]권에서 서희는 환국과 윤국이 자신들의 삶을 찾아가는 모습에 외로움을 느끼고, 홍이는 용이가 죽자 만주로 갈 채비를 한다. 4부 2권인 [토지 14]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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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의 [토지] 4부는 1929년 원산노동자 파업부터 만주사변, 남경대학살에 이르는 역사적 상황을 지식인들의 입을 통해 증언하고, 1930년대 일제의 폭압과 혼란상을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 그렸다고 한다. 4 1권인 [토지 13]권에서 서희는 환국과 윤국이 자신들의 삶을 찾아가는 모습에 외로움을 느끼고, 홍이는 용이가 죽자 만주로 갈 채비를 한다. 42권인 [토지 14]권에서 서희는 동학 잔당들에게 오백 섬지기 토지를 내놓고 길상은 출옥하여 평사리에 머문다. 명희는 조용하를 떠나 통영근처의 시골에서 보통학교 교사자리를 구한다.)

 

평사리에 머무는 길상은 은연중 지리산 동학 잔당들의 구심점이 되어간다. 진주에서 김두만의 집과 환국의 친구인 이순철의 아비 이도영의 집이 강도에 의해 털린다. 상해 가정부에서 왔다며 돈을 털어간 것이다. 관수가 주가 되어 길상의 묵인아래 이루어진 일이었다. 이도영은 형사의 말에 사실대로 얘기를 하지 않고, 두만은 펄펄 뛰며 애꿎은 사람들을 의심한다. 사건이 발생한지 열흘이 지나도록 경찰은 범인의 흔적조차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사건은 길상이 의도한대로 일본 관헌 하나 죽이는 것보다 더 큰 반향을 사람들의 가슴에 심어 놓았다. 들리지 않는 함성은 차츰차츰 도시를 휩쓸어가고 있었다. 추상적이던 가정부, 상해에 있다는 우리 임시정부, 사람들은 그 존재를 실감하면서 무기력해진 자기 자신을 추스르고 희망의 빛을 보는 것이었다. 잃어버린 조국, 그 조국이 내게로 올 것이다! 그것은 누구나, 남녀노소 빈부와 계급의 차이없이 누구나 가슴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적보다 더 가증스러운 배신자, 반역자, 한겨레의 뿌리에서 나온 친일파 앞잡이들에 대한 응징도 사람들을 흥분시켰다.’(248)

 

환국은 다니던 학교를 때려치우고 동경미술학교에 들어갔다. 어미인 서희의 뜻에 따라 법대에 들어갔었지만 그것은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 길상이 환국의 의견에 동조했다. 서희가 자기 고집을 꺾기로 했던 것이다. 그리고 아들에게 설득당하기 보다 남편에게 설득당했다는 편이 어미로서 위신의 훼손도 없을 것인 즉, 길상도 모르지는 않았다. 서희가 남편에게 복종하여 고집을 꺾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길상은 서희의 현명함을 믿었고 꺾이지 않는 성품을 사랑했다. 그의 인내를 고맙게 생각했다. 어쨌거나 환국은 큰 마찰없이 숙원을 달성한 셈이다.’(314)

 

환국은 일본에 가 있는 관수의 아들 영광이를 찾아보라는 길상의 말을 들었지만 영광을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연히 보통학교 친구인 김수봉을 만나고 그를 통해 송영광의 거처를 알게 된다. 어느 날 영광이 막일을 하다가 시비가 붙어 일본인 패거리에게 맞아 죽을 지경이 된 것을 수봉이 발견하여 병원에 옮기고 환국에게 연락을 해왔다.

 

강혜숙이 영광이를 찾아 집을 나간 후 혜숙의 어미가 백정아들에게는 딸을 줄 수 없다며 딸을 찾아내라고 영광네에게 한바탕 난리를 치고 갔다. 관수가 이 소식을 듣고서 집을 옮긴다. 그리고 딸 영선이를 데리고 강쇠네 집으로 간다. 강쇠를 만나 다짜고짜 영선이를 자부 삼으라고 한다. 관수가 이 지점까지 온 것은 우연도 작심에서도 아니다. 동학당으로 죽음을 당한 장돌뱅이였던 아비, 김훈장을 따라 산에 들어간 사이 행방을 모르게 된 어미, 그리고 은신처에서 만나 부부로 맺어진 백정의 딸인 아내, 그 응어리가 여기까지 오게 했으며 또 앞으로 가야할 길에는 아들 영광의 한이 짙게 서릴 것이다.’(206) 강쇠의 아들 휘와 영선이 혼례를 올렸다.

 

조찬하가 오가다와 함께 서울로 왔다. 인실을 만난 오가다는 함께 찬하를 찾아가고 인실은 찬하에게 명희가 있는 곳을 말한다. 찬하는 오가다와 진주 최참판댁으로 가 길상을 만나고 먼저 와있던 인실과 셋이서 명희를 만나러 통영으로 간다. 명희는 찬하를 보고서 자신의 일에 끼어들지 말라며 분노한다. 여관으로 돌아온 찬하는 수치심에 어쩔줄을 몰라하다가 오가다에게 일본에서 만나자는 쪽지를 남기고 떠난다.

 

동경에서 인실이 찬하에게 만나자고 연락해온다. 인실은 임신한 모습이었다. 찬하에게 아이를 보낼 곳을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한다. 오가다는 인실이 임신한 사실을 모르며, 자신은 아이를 낳고서 만주나 중국으로 가겠다고 한다. 찬하는 인실에게 있을 곳을 마련해주고 한달에 한번꼴로 찾아간다. 오가다에게 연락을 하라고 하지만 인실은 결사코 안된다고 말한다. 통영에 둘만 남겨두고 온 자신 때문이라고 자책하는 찬하..

 

 

많은 인연들이 새로이 얽히기 시작했다. 헌데 그들의 삶이 스산하기만 하다. 영광은 어찌될 것이며 곁에 있는 혜숙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휘와 영선의 삶, 인실과 오가다의 삶, 그리고 찬하와 명희의 삶 또한 시대를 비켜가지는 못할 것 같다. 4부 마지막권으로 넘어간다.

k*****1 2019.03.31. 신고 공감 9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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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금 조달을 위한 시원한 한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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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편 비애가 아닌 생명의 신 (4~10), 제 4편 미래가 없는 인연 (1~6)  사랑엔  국경도 없다고 하지만, 일본 남자와 조선여자라면 어떻게 될까? 유인실은 독립운동을 하다 옥살이도 했고, 무엇보다 그 사랑의 결합이 조국을 배신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박혀있다. 조국과는 상관없이 사랑을 따를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은 안타까웠다. 하지만, 완전히 인연의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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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편 비애가 아닌 생명의 신 (4~10), 제 4편 미래가 없는 인연 (1~6)

 

 사랑엔  국경도 없다고 하지만, 일본 남자와 조선여자라면 어떻게 될까? 유인실은 독립운동을 하다 옥살이도 했고, 무엇보다 그 사랑의 결합이 조국을 배신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박혀있다. 조국과는 상관없이 사랑을 따를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은 안타까웠다. 하지만, 완전히 인연의 고리를 끊어낸다는 마음으로의 하룻밤은 이율배반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 하룻밤은 생명을 잉태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또 무슨 조화인지. 인생은 이렇듯 원하는대로 흘러가지는 않는것 같다. 모 아니면 도라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맡게 될 새로운 생명은 쑥쑥 자라고 있는데, 그 아이는 무슨 죄일까? 임명희를 사랑했지만 형 조용하가 가로채는 바람에 사랑하는 마음만 가지고 있던 조찬하는 그들의 사랑의 증인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오가다에게 알리지도 않고 아이를 낳겠다는 그녀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지켜보고만 있는 조찬하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했다.

 

 평사리로 돌아온 길상은 독립운동의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오히려 형을 살고 나온 것을 바람막이로 이용해서 송관수와 장연학,그리고 지리산에 있는 해도사등과 일을 도모하는 모습들이 그려지고 있었다. 상해 가정부에서 왔다는 말을 남기며 군자금을 위해 도둑질을 했다. 대상은 친일 노릇을 하며 부를 축적하고,평사리 사람들이라면 치를 떠는 두만이 가게와 이순철네. 순철이는 길상의 큰아들 환국의 친구로 그 집은 위장용으로 이용한듯하다. 목표는 두만이네였던 셈이다. 돈을 잃고 분노하지만 혹시나 군자금을 대주기 위해 내통한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을 받을까봐 노심초사한다. 두만이의 아버지 이평 노인의 장례식날 동생 영만이가 형에게 던지는 말은 두만을 조금은 변화시킬 수 있을까?

 

"성은 자기 한 대만 살고 말 생각이요? 성은 왜놈이 천년만년 우리 백성을 누르고 살 기라 믿소? 우리 백성들이 천년만년 왜놈의 종으로 살 기라 성은 그렇기 믿고 있소? 한 가지 틀림이 없는 일은 만일에 나라가 독립한다믄 성이 역적이 된다, 그것만은 틀림이 없을 기고, 삼족을 멸한다믄 조카 두 놈에 우리 새끼들은 우찌 될기요." - p 274

 

 평생 독립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나라를 팔아 먹는데 일조한 귀족 칭호를 받은 고위직들, 철저히 친일하면서 부를 축적했던 장사꾼들, 순사라는 자리 꿰차고 같은 민족을 핍박했던 사람들. 그들의 후손들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부끄러움이라도 알고 있다면 다행일것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가겠지만, 사공이 없으면 배는 움직일 수 없다. 제대로 노를 젓는 한 사람과 그를 믿고 따라주는 사람들에 의헤 배는 옳은 항로를 따라 순항을 할 수 있을것인데, 길상은 지금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토지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길상과 서희였던만큼 소설 속에서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의외로 박경리 작가는 그들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는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한번씩 등장할 때면 역시 멋있는 인물들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응징과 실리, 그리고 인심, 세 가지를 거둘 수 있지. 암살이나 폭탄투척은 총기, 폭탄의 확보가 불가능하고 거의가 잡힐 것이니 인원을 아끼는 뜻에서도 그렇고."

 

 이렇게 군자금 조달을 위한 일은 성공을 했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에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듯했다. 하지만, 독립운동이라는 것이 수많은 위험을 안고 있는 일인만큼 큰 역할을 맡고있는 송관수의 행보는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아들 영광은 백정( 외할아버지가 백정이었다 )의 아들이란 굴레를 안은채 동경에서 힘든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소식을 몰라 길상에게 찾아봐달라는 부탁을 했다. 딸 영선의 안전을 위해서는 지리산에 있는 강쇠의 아들 휘와 급한 혼례를 치뤄주었고. 그리고는 만주로 떠나는 관수. 자신의 가족은 돌보지 못한채 도망자의 신세로 떠돌아야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독립을 위해 일했던 많은 사람들의 삶을 떠올려 보게 되었다.

 

 15권에서는 유인실, 오가다 그리고 조찬하 그들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와 군자금 조달에 대한 문제,  송관수와 그의 가족, 두만이와 그의 아버지의 장례식날의 이야기가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3부는 매 권 450 페이지 정도의 많은 분량이었지만, 4부는 320페이지 정도. 두께의 차이만큼이나 내용도 긴장감면에서나 스토리면에서나 조금은 빈약함이 느껴지고 있다. 4부의 마지막 16권은 어떠할지 바로 만나봐야겠다.

j*****3 2017.09.22. 신고 공감 6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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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5 (4부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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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꼭꼭 숨어라!‘ 들리지 않는 함성은 차츰차츰 도시를 휩쓸어가고 있었다. 추상적이던 가정부(假政府), 상해에 있다는 우리 임시정부, 사람들은 그 존재를 실감하면서 무기력해진 자기 자신을 추스르고 희망의 빛을 보는 것이다. 잃어버린 조국. 그 조국이 내게로 올 것이다! 그것은 누구나, 남녀노소 빈부와 계급의 차이 없이 누구나 가슴 떨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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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꼭꼭 숨어라!‘

들리지 않는 함성은 차츰차츰 도시를 휩쓸어가고 있었다. 추상적이던 가정부(假政府), 상해에 있다는 우리 임시정부, 사람들은 그 존재를 실감하면서 무기력해진 자기 자신을 추스르고 희망의 빛을 보는 것이다. 잃어버린 조국. 그 조국이 내게로 올 것이다! 그것은 누구나, 남녀노소 빈부와 계급의 차이 없이 누구나 가슴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적보다 더 가증스러운 배신자, 반역자, 한겨레의 뿌리에서 나온 친일파 앞잡이들에 대한 응징도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248쪽)

 

 

바로 <토지 15 (4부 3권)>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함성의 폭발이었다. 바로 <토지 14>에서 느꼈던 모래알갱이만큼 많은 사람들의 독립 의지, 숨죽여가며 겹겹의 모진 세월을 견디었던 사람들의 함성이 크게 울려 퍼져 전율하였다. 흥분의 도가니! 짜릿한 환희 속에 나 역시 함께 하였다. 그간 관수, 강쇠, 연학, 석의 이야기를 통해 짐작하면서도, 언제나 그 비밀스런 일들, 이야기 소기에서도 항상 쉬쉬하면서 전개되었던 일들이 이번에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물밑에서 조금씩 일렁이던 커다란 파고가 휩쓸고 갔다. 이쯤이서 예전 드라마에서 본 장면, 뇌리에 깊이 각인된 그 장면 속 이야기가 이번에 터질 줄 전혀 알지 못했다. <토지>를 읽은 적이 없었기에 당연한 것이지만 갑작스런 전개에 깜짝 놀랐다. 명희와 찬하, 인실과 오가다의 이야기로 침울했던 분위기 속의 반전이라 더욱 흥미진진했다. 또한 그간 ‘김환’의 중심으로 했던 여러 사건들은 회상의 형식이었고, 무언가 하고 있지만,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간이 속사정을 알 수 없었던 이야기의 정면 등장은 온 마음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간 길상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고, 드디어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4권 3권의 차례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바로 산사람들의 혼인과 장례식날 밤이었다. 누군가의 결혼과 죽음! 그 누군가의 이야기가 각각의 사건 속에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미래가 없는 인연’들의 이야기들로 가득 찬 전개 속에서 강쇠의 아들 ‘휘’와 관수의 딸 ‘영선’의 결혼은 그 자체로 활짝 핀 이야기꽃이었다. 그 과정 속의 작은 소동 조차도 기분을 가볍게 해주었다. 그물망처럼 촘촘히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오가다와 인실의 이야기는 그들처럼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일제 시기, 반세기에 걸친 시간 속에서 다양한 인물들의 삶, 그리고 개개인의 삶 속 갈등과 좌절 그리고 시대의 모순과 팍팍했던 삶을 외면하기가 이젠 어렵게 되었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사람들의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녹아있는 진실, 스스로 깊이 생각할 수밖에 없는 여러 삶의 질문들이 나를 일깨운다.

 

이평의 장례 후, 두만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는 나 역시 질겁할 정도로 뜨끔하였다. 영만의 이야기는 두만이 아닌, 바로 ‘나 들으라는 소리’ 그 자체처럼 느껴졌다. 그간 ‘제 앞만 쓸고 사는 인간’이란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자꾸만 되묻고 있었지만 여전히 머릿속에서 울리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 하지만 영만이 이야기를 통해 더욱 나를 돌아보면서 실타래처럼 엉켜 있던 생각들이 풀어진다. 그동안의 자기모순의 늪에서 방황하며, 자기변명에 급급했던 내 안에, 어떤 지혜와 용기가 조금씩 자리하며 나를 행동하게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안에 즐거운 비명들로 가득 들어차는 기분이다. 바로 이러한 작은 변화가 <토지>의 힘일까? 내가 읽는 이야기 속에서, 잃어버렸던 나만의 빛을 찾아가는 기분이다. 각각의 인물들의 이야기는 지향해야 할 삶의 방향을 일러주는 듯하다.

 

d******3 2012.09.1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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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4부 3권 - (상처받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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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진행되는 중간중간 등장인물들의 긴 대화가 이어질 때가 있다. 그런 대화 속에는 언제나 깊이 있는 생각들이 담겨있었다. 때론 작가의 생각이 투영되기도 했고, 작가를 통해 당시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생각이 반영되기도 했다. 그리고 때론 정리된 생각이 일목요연하게 나열되기도 했고, 때론 복잡한 생각이 그대로 뒤엉킨 채 늘어지기도 했다. 그들의 긴 대화가 이어질 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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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진행되는 중간중간 등장인물들의 긴 대화가 이어질 때가 있다. 그런 대화 속에는 언제나 깊이 있는 생각들이 담겨있었다. 때론 작가의 생각이 투영되기도 했고, 작가를 통해 당시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생각이 반영되기도 했다. 그리고 때론 정리된 생각이 일목요연하게 나열되기도 했고, 때론 복잡한 생각이 그대로 뒤엉킨 채 늘어지기도 했다. 그들의 긴 대화가 이어질 때면 난 나의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곤 했다. 그들의 유식한 대화에 난 쉽사리 끼어들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저 경청하기만 해야 했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 중간중간 감탄을 하며 그 한없이 깊은 생각과 풍부한 표현에 빠져들곤 했다.

 

 

“....... 신비와 현실적인 두 관념을 수용한 것에 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본 말로는 한을 원한으로 쓰고 그것은 복수라는 묘하게 엽기적인 분위기를 갖는데 우리가 말하는 한에는 거의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어요. 한이 된다. 한이 맺혔다. 할 때는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빼앗겼든 당초 주어지지 않았든지 간에 결핍을 뜻하고, 한을 풀었다. 할 때는 채워졌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해서 결핍은 존재할 수 없는 방향으로, 채워졌음은 존재하는 방향으로, 그렇다면 그것은 생명 자체에 관한 것이에요. 한은 생명과 더불어 왔다 할 수 있겠어요. 한의 근원은 생명에 있다 할 수도 있겠어요. 흔히 지옥이다 극락이다 하는 말을 쓰는데 하나는 공포의 상태, 하나는 안락의 상태, 그것은 정지된 상태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극락이나 지옥보다 실감 있게 쓰이는 말이 내세와 차생이에요. 이어짐으로써 시간 위에서 있음으로 해서 생명은 존재하는 거니까요. 한은 내세에까지 하나의 희구 소망으로서 조선사람들 가슴에 있고, 때문에 현실주의와 신비주의는 조선사람에게 융화된 사상이라 한 거예요. 황당하지도 합리적인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

 

- <토지 4부 3권> 중에서 -

 

 

작가 박경리. 토지를 한 권, 한 권 읽어갈 수록 참 대단한 분이란 생각이 든다. 토지는 한 시대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사람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없이는 절대 그려나갈 수 없는 작품이기에 더 그랬다. 토지에 등장하는 여러 명의 박경리. 그녀는 여러 명의 자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지만, 나는 그들을 이해하는 것은 커녕 그들을 따라 시선을 옮기는 것도 버거운 많이 부족한 독자였다. 내 나이가 더 해지면 그때 즘이면 나도 이들처럼 유식한 대화를 해볼 수 있으려나..? 아직은 난 그저 경청하련다.

 

사람은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한다. 신은 우리에게 견딜 수 있는 정도의 아픔만을 주기에. 하지만 아픔은 상처를 남기고, 그 상처는 아물더라도 그 흔적을 남기곤 한다. 벽에 박힌 못은 못을 빼내더라도 그 자국을 그대로 남겨 놓듯이 말이다.

 

이번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흔적이 남는 상처 자국을 남기며 아파해야 했다. 명희는 이혼이라는 흔적을, 인실이는 임신이라는 흔적을, 관수는 백정의 남편이라는 흔적을, 한복이는 살인자의 아들이자 친일파 형의 동생이라는 흔적을, 찬하는 일본인과의 혼인이라는 흔적을, 휘는 순간의 욕망이라는 흔적을, 숙이는 사랑의 열병이라는 흔적을. 사람들은 갖가지 상처를 갖고 있었고, 그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보며 아파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 흔적도 삶의 일부이기에 보듬으며 한 발, 한 발 내딛어 보지만, 결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보이지 않는 세상에 숨고 도망가는 사람들.

 

다음 편에서는 이들이 그 흔적을 보듬고 세상 밖으로 나오길 바래본다.

 

 

 

- 연필과 지우개 -

 

 

 

 

 

제4부

1929년의 원산 노동자 파업에서부터 만주사변, 남경대학살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상황이 주로 지식인들의 입을 통해 생생하게 증언되고, 농촌붕괴와 도시유랑민들의 증가 등 1930년대 일제의 폭압과 혼란상이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 전개된다. 특히 조선과 일본의 역사와 문화, 예술, 사상, 민족성 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전편을 통해 폭넓게 제시된다. 서희의 아들 환국과 윤국의 성장, 길상의 출옥, 군자금 강탈사건 이후 만주로 도피하는 송관수의 갈등, 명희의 이혼과 새로운 삶, 유인실과 일본인 오가다의 사랑, 그리고 인실의 도피와 변신, 색소폰주자로 떠도는 송관수의 아들 영광의 모습 등이 그려진다.

 

s*******r 2012.09.0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