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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다 혹은 ‘흰’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기쁨보다 슬픔의 이미지가 강하다. 다른 사람들은 기쁨을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겐 슬픔이 먼저 떠오른다. 내가 최초로 ‘희다’라는 것에 매료 된 것은 어린 시절 동네에서 보았던 저녁놀이었다. 저녁놀하면 빨갛거나 노란 것을 연상하지만 이상하게 그날은.. 빛이 하얀 게 들어왔던 것 같다. 늦은 낮잠에서 깨어나 아무도 없는 집에 멍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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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다 혹은 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기쁨보다 슬픔의 이미지가 강하다. 다른 사람들은 기쁨을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겐 슬픔이 먼저 떠오른다. 내가 최초로 희다라는 것에 매료 된 것은 어린 시절 동네에서 보았던 저녁놀이었다. 저녁놀하면 빨갛거나 노란 것을 연상하지만 이상하게 그날은.. 빛이 하얀 게 들어왔던 것 같다. 늦은 낮잠에서 깨어나 아무도 없는 집에 멍하니 앉아 있던 나는 하얗게 들어오는 빛을 보며 울었다. 아무도 집에 없었으니까. 나를 놓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식구들에 대한 원망으로 울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엄마는 나를 놓고 도망(?)간 게 아니라 동생을 업고 시장에 가셨고, 언니와 오빠는 밖에서 놀고 있었으니... 정말이지 착각은 자유였던 셈. 시간이 지나 어린이가 되고 청소년이 되고 아가씨가 되고 어른이 되었지만 희다라는 의미는 여전히 고귀하면서 슬프다. 혼자 있는 시간 역시 하얀색에 비유하는 나를 발견하곤 하는데, 흰색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건 어쩜 어려운 색이기에 애써 부인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흰색은 그래서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이미지를 지닌다. 흰색에 의미를 둔 적도 없고, 흰색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고자 마음먹었던 적도 없으니... 예약 신청을 해 놓고 잊고 있던 내게 한강 작가의 책 은 묘한 두려움을 갖게 한다. 결코 두껍지 않은, 아니 오히려 너무 얇은 듯 한 책을 마주한 나는 바로 읽을까 말까를 고민했다. 장편 소설에 두께가 어느 정도 되면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겠지만 이렇게 얇은 책은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끝나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존재한다. 때문에 책을 받고도 나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늘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책을 펼쳐들었고, 나는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소설이라 하기에 수필 같고, 수필이라 하기에 시 같은 이 책은 묘한 매력이 있다

 

입김

어느 추워진 아침 입술에서 처음으로 흰 입김이 새어나오고, 그것이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 우리 몸이 따뜻하다는 증거. 차가운 공기가 캄캄한 허파 속으로 밀려들어와 체온으로 덥혀져 하얀 날숨이 된다. 우리 생명이 희끗하고 분명한 형상으로 허공에 퍼져나가는 기적. (72)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습관처럼 나는 하고 입김을 불곤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린 시절엔 더욱. 하얗게 올라오는 입김이 많으면 많을수록 바깥공기는 차가웠던 경험. 아마 누구나 하지 않았을까? 내 몸이 따스할수록 하얗게 올라오는 입김이 많아 장난처럼 입김 불어 넣기를 했던 어린 시절이. 많이 하면 머리가 멍하고 띵했던 기억... 그건 이 글처럼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살아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다가 가끔 장난처럼 한 행동 속에서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꼴이 되기도 하는 것. 입김이라는 것이 삶의 또 다른 이름일 수 있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햐얗게 웃는다

햐얗게 웃는다, 라는 표현은 (아마) 그녀의 모국어에만 있다. 아득하게 쓸쓸하게 부서지기 쉬운 깨끗함으로 웃는 얼굴 또는 그런 웃음. (80)

세삼 하얗게 웃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 생각했다. 짧은 글 안에서 다양한 뭔가를 상상하는 나를 발견하곤 깜짝 놀란다. 하얗게 웃는다... 미치도록 행복한 웃음을 가지고 우리는 하얗다고 표현할까? 아닌 것 같다. 하얗게 웃는다는 건.. 많은 아픔을 내포하는 것 같고 슬픔은 감싸 안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부서지기 쉬운 깨끗함이라는 말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이 주는 주제가 이렇게도 다양함에 또 놀란다

 

소설이기보다 수필이나 시 같은 이 글들을 읽으며 나는 또 나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내가 가진 내 삶의 에 대해. 하얗게 웃지만 슬프지 않은 웃음이면 참 좋겠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그렇게 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한강 작가의 여리지만 단단한 얼굴을 상상한다. 그녀이기에 가능한 소설은 아닐까 하고...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k*****3 2016.05.27. 신고 공감 5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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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하프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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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최신작 흰. 예약판매 때 소설이라는 말에 얼마만인가 하고 냉큼 주문을 했더랬다.헌데 받고 나서 펼쳐보니 어? 이거 소설 맞아?일반적으로 우리가 소설에 대한 편견(?)이랄까 형식을 예단하지만 여러종류의 소설이 있지 않은가? 심지어 한 문장 소설도 있다.각설하고 한강 작가의 그동안의 작품들을 읽어보면 알 수 있듯  처연하지만 끝끝내 저항하고 또 처연한 인물과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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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최신작 흰.

예약판매 때 소설이라는 말에 얼마만인가 하고 냉큼 주문을 했더랬다.

헌데 받고 나서 펼쳐보니 어? 이거 소설 맞아?

일반적으로 우리가 소설에 대한 편견(?)이랄까 형식을 예단하지만

여러종류의 소설이 있지 않은가? 심지어 한 문장 소설도 있다.

각설하고 한강 작가의 그동안의 작품들을 읽어보면 알 수 있듯  처연하지만 끝끝내 저항하고 또 처연한 인물과 이야기들..

그 이미지들이 '흰'이라는 타이틀과 시나 에세이 같은 문장들로 압축되어 있는 소설이다.

 

한강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는 우선 전작을 먼저 권하고 싶다.

YES마니아 : 로얄 g********2 2016.07.0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