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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검은 토끼와 그 밖의 이야기들 최민우 자음과 모음/2016.5.24.
<머리 검은 토끼와 그 밖의 이야기들>은 최민우의 데뷔작 <반:>을 비롯한 7편의 단편 소설을 엮어낸 소설집이다. 2012년 계간 <자음과 모음>신인문학상에 단편 <반:>이 당선되어 등단한 그는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한국종합예술학교 서사창작과 전문사 과정을 졸업하였고, 제2회 EBS라디오 문학상을 수상했다.
협회 소속인 나는 돈가스 1인기업의 차오를 만나 몇 번 술을 같이 먹은 사이다. 협회의 일로 사라져 가는 사람들에 대해 조사하던 중 그와 관련된 사실들을 알게 되는 <레오파드>, 아버지의 사업실패와 어머니의 가출로 어렵게 아르바이트 하며 대학교 등록금을 마련하는 내가. 치킨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졸도한 사람을 인공호흡으로 살려준 인연으로 떴다방에 취직해 일을 하다가 집나간 어머니를 다시 만나는 이야기 <반:>,
무명가수인 덕진이 재혼한 아내의 고3인 딸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방공연에서 딸을 임신시킨 베이스를 만나고, 지난 시절 연인이었던 민희와 과거의 사람들을 만나며 지난 시간을 회상하는 이야기<머리 검은 토끼>, 해외지부장으로 부임하는 날 전임 지부장의 조롱을 참지 못하고 부정을 고발하며 조직을 이탈하는 옐로우. 국가나 조직은 그를 회유하려다 실패하고, 소설을 써서 비리를 밝히려는 엘로우를 없애는 임무를 맡은 블랙이 옐로우를 제거하는 이야기<이베리아의 전갈>,
필리피노인 피노와 나는 어려서부터 친구다. 피노의 제안으로 금은방을 털다가 주인을 살해하고, 조직보스인 그의 조카에게 쫓기게 된다.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통해 우정과 사랑을 느끼며, 잊어버리고 있던 피노의 여성을 다시 자각하는 <달밤의 고백>, 소설가인 나는 옛 애인 민영의 남편 준호를 우연히 만난다. 다큐멘터리 찍다가 시나리오를 쓰게 되는 준호와 민영은 이혼을 한다. 민영의 친구 세라를 통해 민영의 소식을 들으며 민영과의 모호한 관계에서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나를 그린 <코끼리가 걷는 밤>,
월남전에 참전해 살인을 했던 아버지의 술주정 폭력에 견디다 못해, 술에 취해 토하다 잠든 아버지를 열네 살에 질식사 시키고, 재혼한 남편이 딸을 성폭행한 것을 알고 재혼남편을 죽이려는 딸과 사위를 대신해 살인을 한 부용과 그로 인해 삶이 망가진 딸과 사위에 대한 이야기 <여자처럼>,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소방관인 아버지의 살이 녹으며 죽는 모습을 지켜본 나는 정부에서 마련해 준 컨테이너 타운에 산다. 발전소 주변의 원주민들은 집에도 들르지 못하고 고향을 떠나거나 죽었다. 나보다 몸집이 한배반이나 큰 카키와 나는 출입통제 구역이 된 고향마을을 불법으로 드나들며 원주민들의 물건을 찾아다 주며 살아가는 이야기<붉은 숲>
시골의 유원지에서 벌어지는 노래자랑의 풍경은 아무것도 아니고 다만 서민들 일상의 세계다. 서민들이 한을 풀어내듯 불러대는 노래는 호수의 물고기들을 괴롭히는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노래자랑이 시작되었다. 좋은 추억을 갖고 싶어 나온 아주머니, 개량한복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싶은 아저씨, 양봉장을 빠져나온 할아버지, 자습을 빼먹고 온 여고생이 호수의 물고기들을 괴롭혔다.(P.88)” 그것은 단지 평범한 시민들의 삶이다. 그러나 그들과 관계가 없는 호수의 물고기들에게는 특별한 소음이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주인공인 덕진도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서민으로 이런 저런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딸을 임신시킨 베이스 밴드의 이름이 ‘머리 검은 토끼’다. 밴드의 이름을 ‘머리 검은 짐승’으로 하려다가 ‘머리 검은 토끼’로 바꾼 이야기도 현실 세태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옛말에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마라’고 했다. 결국 거두지 말아야 할 것을 인정으로 거두면 손해를 보게 된다. 덕진의 의붓딸인 민경은 밴드의 막내 베이스를 사랑했지만 결국 그녀의 앞날은 밝지 못한 것이다. 공연이 끝난 밴드의 리더는 막내베이스를 구타하며 공연에서의 잘못을 질타한다. 덕진은 그런 리더와 같은 멤머들을 차례로 구타하며 “로크를 하려면 친해야 한단 말이다. 새끼들아,”하면서 훈계한다. 마지막으로 “덕진이 갑자기 베이스의 옆머리를 손바닥으로 갈겼다. 베이스가 머리를 감싸며 허리를 숙였다. 그는 베이스의 뒤통수를 한 대 친 다음 등짝을 짝 소리 나게 내리쳤다. 베이스는 뜨거운 물에 덴 것처럼 머리와 등을 손으로 바삐 짚으며 방아깨비가 뛰듯 폴짝폴짝 그에게서 떨어졌다. 덕진은 한숨을 푹 쉬고는 말없이 자리를 떴다.(p.92)” 재혼한 아내와 그의 딸에 대한 배신감 등으로 가슴 속에 들끓던 감정을 이런 식의 폭력으로 표현한 것이다.
최민우의 소설은 사회의 밑바닥 생활을 하는 서민들의 탈출구를 찾아 나선다. 그것이 비록 현실적이지 못하더라도 상상을 통해 온전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의 소설이 제시하는 것은 풀리지 않는 오리무중의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중요하지 않은 것에서 중요한 것을 발견해내는 이야기들은, 아무것도 아닌 서민들의 특별한 삶의 순간들을 잘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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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검은 토끼와 그 밖의 이야기들>은 최민우의 데뷔작 <반:>을 비롯한 7편의 단편 소설을 엮어낸 소설집이다. 2012년 계간 <자음과 모음>신인문학상에 단편 <반:>이 당선되어 등단한 그는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한국종합예술학교 서사창작과 전문사 과정을 졸업하였고, 제2회 EBS라디오 문학상을 수상했다. 협회 소속인 나는 돈가스 1인기업의 차오를 만나 몇 번 술을 같이 먹은 사이다. 협회의 일로 사라져 가는 사람들에 대해 조사하던 중 그와 관련된 사실들을 알게 되는 <레오파드>, 아버지의 사업실패와 어머니의 가출로 어렵게 아르바이트 하며 대학교 등록금을 마련하는 내가. 치킨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졸도한 사람을 인공호흡으로 살려준 인연으로 떴다방에 취직해 일을 하다가 집나간 어머니를 다시 만나는 이야기 <반:>, 무명가수인 덕진이 재혼한 아내의 고3인 딸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방공연에서 딸을 임신시킨 베이스를 만나고, 지난 시절 연인이었던 민희와 과거의 사람들을 만나며 지난 시간을 회상하는 이야기<머리 검은 토끼>, 해외지부장으로 부임하는 날 전임 지부장의 조롱을 참지 못하고 부정을 고발하며 조직을 이탈하는 옐로우. 국가나 조직은 그를 회유하려다 실패하고, 소설을 써서 비리를 밝히려는 엘로우를 없애는 임무를 맡은 블랙이 옐로우를 제거하는 이야기<이베리아의 전갈>, 필리피노인 피노와 나는 어려서부터 친구다. 피노의 제안으로 금은방을 털다가 주인을 살해하고, 조직보스인 그의 조카에게 쫓기게 된다.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통해 우정과 사랑을 느끼며, 잊어버리고 있던 피노의 여성을 다시 자각하는 <달밤의 고백>, 소설가인 나는 옛 애인 민영의 남편 준호를 우연히 만난다. 다큐멘터리 찍다가 시나리오를 쓰게 되는 준호와 민영은 이혼을 한다. 민영의 친구 세라를 통해 민영의 소식을 들으며 민영과의 모호한 관계에서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나를 그린 <코끼리가 걷는 밤>, 월남전에 참전해 살인을 했던 아버지의 술주정 폭력에 견디다 못해, 술에 취해 토하다 잠든 아버지를 열네 살에 질식사 시키고, 재혼한 남편이 딸을 성폭행한 것을 알고 재혼남편을 죽이려는 딸과 사위를 대신해 살인을 한 부용과 그로 인해 삶이 망가진 딸과 사위에 대한 이야기 <여자처럼>,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소방관인 아버지의 살이 녹으며 죽는 모습을 지켜본 나는 정부에서 마련해 준 컨테이너 타운에 산다. 발전소 주변의 원주민들은 집에도 들르지 못하고 고향을 떠나거나 죽었다. 나보다 몸집이 한배반이나 큰 카키와 나는 출입통제 구역이 된 고향마을을 불법으로 드나들며 원주민들의 물건을 찾아다 주며 살아가는 이야기<붉은 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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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이른바 '신인'이라 불릴 만한 한국 소설가 작품은 읽지 않았다. 이미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만 읽기도 버거웠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머리검은토끼와 그 밖의 이야기들』을 읽은 건, 놀랍게도 '추천사' 덕분이다. 아마 추천사로 책을 읽은 건 내 생애 최초이지 싶다. 추천사를 쓴 사람, 권여선 소설가님이다. 그분이 "대체 불가능한 신인의 탄생"이라고 했으니 닥치고 읽기로. 이 소설집에는 총 8편과,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평론이 함께 실렸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평론은 읽다 말았다. 뭐라는 건지... 평론가가 이끄는 독서 방향을 굳이 따르지 않더라도 소설집에 실린 단편 중에서는 재밌게 읽을 만한 작품이 몇 있다. [반ː]은 약쟁이를 따라다니는 청년의 모습을 그렸다. 표제작인 「머리검은토끼」는 트로트 딴따라 - 뮤지션을 비하할 의도는 없으나, 이 소설에 그려진 맥락에 어울리는 단어는 딴따라다 - 아버지가 록커 딴따라 사위를 만나는 장면을 담는다. 「이베리아의 전갈」은 은퇴를 앞둔 한 정보부 요원의 드라마틱한 최후를 그린다. 개인적으로는 이들 세 작품을 재밌게 읽었고, 나머지 다소 비현실적이고 종말론적인 이야기는 슝슝 읽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그리 많지 않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현실적인 이야기에서는 남루한 시대이지만 유쾌함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다소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배경과 소재를 택한 이야기에서는 형언하기 힘든 모호함을 독자에게 던지려는 인상이다. 그래서인지 앞서도 썼지만, 비현실적인 작품에서는 크게 공감이 가지 않았다. 메모하고 싶은 문장은 여럿 발견했다. --- 하지만 실제 밝혀지는 진상은 소설처럼 정교하지도, 경천동지하게 상식을 일탈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내 바깥의 세계가 훨씬 기묘하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모든 회사가 경력직을 채용하길 원하는 현상이 그랬다. (11쪽) 도시의 사람들은 도시의 혈관을 따라 흐른다. 한자리에 오래 머무는 일은 드물다.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사랑하고, 싸우고, 길게 소진되거나 빨리 낭비된다. 그러니 무슨 이유로 어디로 가든, 그래서 행복할 수만 있다면 인사 정도 빠뜨리는 거야 상관 없지 않겠는가. (16쪽) 그에게 음악이란 혼자 듣는 게 아니라 잡담과 술주정과 탁한 공기 사이를 아무렇게 돌아다니는 강아지 같은 것이었다. 누가 쓰다듬어주면 컹컹하며 꼬리를 흔드는 것. (68쪽) "로크를 하려면 친해야 한단 말이다, 새끼들아." (92쪽) 세상이 망해가는 게 딱히 나쁘진 않았어. 당연히 힘든 점이 많지. 평소에는 생각도 못 해보던 문제가 생겨. 하지만 평소에 늘 부딪히던 골치 아픈 문제들도 사라지거든. (135쪽) --- 덧. 최민우 소설가에 관해서는 아직 알려진 게 많지는 않은 듯한데. 검색해 보니, 『오베라는 남자』 번역가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흥행에는 소설가의 유려한 한국어 번역이 한몫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2002년부터 이런 저런 글을 써 왔고, 번역도 여러 권 했고, 앞으로 활약이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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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검은토끼와 그 밖의 이야기들』은 단편「머리검은토끼」와 일곱 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아내는 ‘검은머리토끼’는 의붓딸을 임신시킨 남자가 속해 있는 밴드 이름이다.
원래는 ‘머리 검은 짐승’이라는 표현에서 따온 건데 밴드 리더가 토끼띠라서 머리검은토끼로 낙찰을 봤다고 한다. “머리 검은 짐승이 뭔데?” “사람이요. 속담에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 그랬대요. 배신한다면서.” -p. 75 「머리검은토끼」
사실 나는 작가도 토끼띠라서 검은머리토끼라고 한 건가, 라는 단순한 생각을 했다. 그러나 뒤의 해설을 보니 토끼 같은 자식이 더 설득력이 있다.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막상 거두면 토끼 같은 자식이 된다. 배신을 하더라도 여전히 자식은 자식이다. 덕진에게 의붓딸인 민경이 그랬던 것처럼..「머리검은토끼」뿐만 아니라, 다른 단편의 제목도 심상치 않다. 레오파드, [반ː], 이베리아의 전갈, 달밤에 고백, 코끼리가 걷는 밤.. 머리검은과 토끼의 조합처럼 묘한 틈이 있다. 마치 다른 세상 이야기 같지만, 오히려 작가는 이 이야기로 현실을 비판한다.
내가 일하는 세계에서 이상한 일이라고는 하나도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내 바깥의 세계가 훨씬 기묘하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모든 회사가 경력직을 채용하길 원하는 현상이 그랬다. 모두가 경력직을 원한다면 신입은 언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걸까? -p. 75 「레오파드」
나도 십여 년 전 그런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 보인다. 이제 회사가 신입도 많이 뽑으니까.. 인턴이고 열정 페이라서 더 문제지만 말이다.
“넌 오늘 비싼 교훈을 얻었다.” 양 팀장이 말했다. “그나마 내가 희망적으로 보는 건 네가 오늘 뭔가를 하려고 했다는 거다. 난 네가 이 일로 배운 게 있다고 생각한다. 손해는 벌충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네가 바뀌느냐 바뀌지 않느냐다. 난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사장님께 따로 잘 말씀드릴 테니까 내일 제시간에 다시 출근해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고 누가 그랬냐, 안 그랬냐 응?” -p. 57 「[반ː]」
주인공은 다음 날 한 시간 일찍 출근해서 청소하고 기세 좋게 큰소리로 인사까지 한다. 그러나 그날 큰 변수가 생긴다. 주인공의 변화보다 변수에 대한 적응이 더 문제라는 것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에 주인공은 완벽하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한자로는 半, 발음 기호로는 [반ː], 사전적 의미는 둘로 똑같이 나눈 것의 한 부분 혹은 일이나 물건의 중간쯤 되는 부분)만 어른이었던 주인공이 비로소 어른이 된 것이다. 선을 넘은 것이다. 이는 이상하게 반에 대한 그리움을 일으킨다. 작가의 반에 대한 애정이 독자에게도 전해진 것 같다. 작가 최민우에 대해 “대체 불가능한 신인의 탄생”이라고 표현했는데, 백번 공감한다. 중요하지 않아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이를테면 반)을 그리는 재주가 탁월하다. 깊이가 있는데 재미도 있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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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검은 토끼와 그 밖의 이야기들 최민우 자음과 모음/2016.5.24. sanbaram <머리 검은 토끼와 그 밖의 이야기들>은 최민우의 데뷔작 <반:>을 비롯한 7편의 단편 소설을 엮어낸 소설집이다. 2012년 계간 <자음과 모음>신인문학상에 단편 <반:>이 당선되어 등단한 그는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한국종합예술학교 서사창작과 전문사 과정을 졸업하였고, 제2회 EBS라디오 문학상을 수상했다. 협회 소속인 나는 돈가스 1인기업의 차오를 만나 몇 번 술을 같이 먹은 사이다. 협회의 일로 사라져 가는 사람들에 대해 조사하던 중 그와 관련된 사실들을 알게 되는 <레오파드>, 아버지의 사업실패와 어머니의 가출로 어렵게 아르바이트 하며 대학교 등록금을 마련하는 내가. 치킨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졸도한 사람을 인공호흡으로 살려준 인연으로 떴다방에 취직해 일을 하다가 집나간 어머니를 다시 만나는 이야기 <반:>, 무명가수인 덕진이 재혼한 아내의 고3인 딸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방공연에서 딸을 임신시킨 베이스를 만나고, 지난 시절 연인이었던 민희와 과거의 사람들을 만나며 지난 시간을 회상하는 이야기<머리 검은 토끼>, 해외지부장으로 부임하는 날 전임 지부장의 조롱을 참지 못하고 부정을 고발하며 조직을 이탈하는 옐로우. 국가나 조직은 그를 회유하려다 실패하고, 소설을 써서 비리를 밝히려는 엘로우를 없애는 임무를 맡은 블랙이 옐로우를 제거하는 이야기<이베리아의 전갈>, 필리피노인 피노와 나는 어려서부터 친구다. 피노의 제안으로 금은방을 털다가 주인을 살해하고, 조직보스인 그의 조카에게 쫓기게 된다.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통해 우정과 사랑을 느끼며, 잊어버리고 있던 피노의 여성을 다시 자각하는 <달밤의 고백>, 소설가인 나는 옛 애인 민영의 남편 준호를 우연히 만난다. 다큐멘터리 찍다가 시나리오를 쓰게 되는 준호와 민영은 이혼을 한다. 민영의 친구 세라를 통해 민영의 소식을 들으며 민영과의 모호한 관계에서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나를 그린 <코끼리가 걷는 밤>, 월남전에 참전해 살인을 했던 아버지의 술주정 폭력에 견디다 못해, 술에 취해 토하다 잠든 아버지를 열네 살에 질식사 시키고, 재혼한 남편이 딸을 성폭행한 것을 알고 재혼남편을 죽이려는 딸과 사위를 대신해 살인을 한 부용과 그로 인해 삶이 망가진 딸과 사위에 대한 이야기 <여자처럼>,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소방관인 아버지의 살이 녹으며 죽는 모습을 지켜본 나는 정부에서 마련해 준 컨테이너 타운에 산다. 발전소 주변의 원주민들은 집에도 들르지 못하고 고향을 떠나거나 죽었다. 나보다 몸집이 한배반이나 큰 카키와 나는 출입통제 구역이 된 고향마을을 불법으로 드나들며 원주민들의 물건을 찾아다 주며 살아가는 이야기<붉은 숲> 시골의 유원지에서 벌어지는 노래자랑의 풍경은 아무것도 아니고 다만 서민들 일상의 세계다. 서민들이 한을 풀어내듯 불러대는 노래는 호수의 물고기들을 괴롭히는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노래자랑이 시작되었다. 좋은 추억을 갖고 싶어 나온 아주머니, 개량한복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싶은 아저씨, 양봉장을 빠져나온 할아버지, 자습을 빼먹고 온 여고생이 호수의 물고기들을 괴롭혔다.(P.88)” 그것은 단지 평범한 시민들의 삶이다. 그러나 그들과 관계가 없는 호수의 물고기들에게는 특별한 소음이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주인공인 덕진도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서민으로 이런 저런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딸을 임신시킨 베이스 밴드의 이름이 ‘머리 검은 토끼’다. 밴드의 이름을 ‘머리 검은 짐승’으로 하려다가 ‘머리 검은 토끼’로 바꾼 이야기도 현실 세태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옛말에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마라’고 했다. 결국 거두지 말아야 할 것을 인정으로 거두면 손해를 보게 된다. 덕진의 의붓딸인 민경은 밴드의 막내 베이스를 사랑했지만 결국 그녀의 앞날은 밝지 못한 것이다. 공연이 끝난 밴드의 리더는 막내베이스를 구타하며 공연에서의 잘못을 질타한다. 덕진은 그런 리더와 같은 멤머들을 차례로 구타하며 “로크를 하려면 친해야 한단 말이다. 새끼들아,”하면서 훈계한다. 마지막으로 “덕진이 갑자기 베이스의 옆머리를 손바닥으로 갈겼다. 베이스가 머리를 감싸며 허리를 숙였다. 그는 베이스의 뒤통수를 한 대 친 다음 등짝을 짝 소리 나게 내리쳤다. 베이스는 뜨거운 물에 덴 것처럼 머리와 등을 손으로 바삐 짚으며 방아깨비가 뛰듯 폴짝폴짝 그에게서 떨어졌다. 덕진은 한숨을 푹 쉬고는 말없이 자리를 떴다.(p.92)” 재혼한 아내와 그의 딸에 대한 배신감 등으로 가슴 속에 들끓던 감정을 이런 식의 폭력으로 표현한 것이다. 최민우의 소설은 사회의 밑바닥 생활을 하는 서민들의 탈출구를 찾아 나선다. 그것이 비록 현실적이지 못하더라도 상상을 통해 온전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의 소설이 제시하는 것은 풀리지 않는 오리무중의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중요하지 않은 것에서 중요한 것을 발견해내는 이야기들은, 아무것도 아닌 서민들의 특별한 삶의 순간들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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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이 책을 동화책이라 생각했을까? 작고 하얀 은방울꽃과 귀여운 토끼 두마리. 저 멀리 보이는 언덕 끝을 향해 갈 것 같은 토끼를 보면서 나는 어린이들이 좋아할만한 마음 따뜻해지는 단편 동화를 떠올렸다. '머리검은토끼와 그 밖의 이야기들'이라는 제목은 이 소설이 어떤 이야기인지 전혀 예상할 수 없게 만들었고 목록의 부제목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은 또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다.
짧은 단편소설이라 등하교하는 전철 안에서 편하게 읽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짧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속에 축약되어 있는 내용이 생각보다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야기 안에 숨어있는 작가의 의중을 쉽게 파악하지 못해 한참을 생각하고 고민하며 읽었던 것 같다. 마치 학창시절에 배웠던 한국현대문학을 접하는 기분이었다. 결국 책의 마지막에 실려있는 문학평론가의 해설에 도움을 받아 읽으면서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알 수 있었다.
최민우 작가의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특별한 삶을 산다. 퇴물 가수, 사기꾼, 비밀요원 등등.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분위기가 모두 비슷하게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의욕 제로에다, 되는대로 살아가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그리고 현실적인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판타지적인 허구의 이야기도 있는데 전체적으로 어두운 느낌의 단편소설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등장인물들이 풍기는 그 분위기는 '권태'라는 현대인들의 고질병이었던 모양이었다. 답을 알고 나니 어딘지 꽉 막힌듯이 답답했던 가슴이 뚫리면서 주인공이 왜 그런 대사를 읊었는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덕분에 이야기들이 더욱 더 재밌게 느껴졌다.
단편들 중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소설은 <달밤에 고백>이었다. 평범하게 시작해서 기묘한 이야기로 발전하더니 뒤에 반전을 숨기고 있는 기상천외한 소설이었다. 이런 흥미진진한 재미 속에 '권태', '극한'이라는 키워드가 녹아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나름 신인작가라고도 할 수 있는 최민우 작가가 대단해보며 그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오히려 내 바깥의 세계가 훨씬 기묘하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모든 회사가 경력직을 채용하길 원하는 현상이 그랬다. 모두가 경력직을 원한다면 신입은 어네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걸까? _p11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더 반복하고 싶다. 최민우 소설이 제시하는 풀리지 않는 사소한 비밀들, 구름 같은 이야기들, 중요하지 않은 것에서 중요한 것을 발견해내는 이야기들은 일상서의 미열을 감각해내고 있다. 그렇게 해서 권태라는 질벼에서 홰ㅣ복해 욕망-삶을 다시 일렁이게 만들 첫번째 파도를 예감하고, 아무것도 아닌 자들의 특별한 삶의 순간들을 표현하고 있다. 화창하지 못하게, 너무나 문학적으로. _p260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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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최민우 작가는 저와 서사창작과 동문입니다. 하지만 저보다 굉장히 유능해요! 오배 씨 소설 있잖아요, 그것도 번역했고 절대 카톡안하는 특이한 남자지만 따땃한 사람입니다. 책도 굉장히 민우오빠 다워요. 따뜻하지만 무조건 받아주는 따뜻함이 아니라 어딘가 앨리스의 원더랜드로 간 듯한 느낌. 책 한 권을 가직 굉장히 멀리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이에요. |
![]() “틈”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긍정적인 이미지와 부정적인 이미지 둘 다 떠오른다. 가령 “틈새시장”이라고 하면 새로운 기회와 연결되어 긍정적인 이미지가 부각되는 것 같고, “틈만나면”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올바르지 못한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부각되는 것 같다. 이렇게 놓고 보면 “틈”은 긍정과 부정의 이미지를 모두 가진 단어이고 바꿔 말하면 이도저도 아닌 단어가 된다. <머리검은토끼와 그 밖의 이야기들>은 그 “틈”에 관한 이야기들로 일상의 틈 그 틈사이에 껴 있는 흔한 이웃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흔한 이웃들이지만 그 이웃들이 일상의 틈새에 겪는 이야기들은 우리 삶과 너무 동떨어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내용들이라고 할까? <머리검은토끼와 그 밖의 이야기들>의 저자 최민우는 “대체 불가능한 신인의 탄생!”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반:]” 이라는 단편으로 계간 자음과 모음 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본 책에는 작가의 총 8개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으며 머리검은 토끼도 그 단편들 중 하나의 제목이고, 상을 받았던 [반:] 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처음 책을 접했을때는 판타지요소가 가미된 동화를 상상했었지만 실제 우리가 사는 환경을 기본으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아슬하게 오가는 이야기들고 구성되어 있다. “여기 실린 이야기들은 상상의 산물이며, 현실과 조금이라도 겹친다면 순전한 우연의 일치다. 전혀 겹치지 않는다면 그 또한 놀라운 우연의 일치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첫 번째 이야기 [레오파드]에서는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틈을 찾는 사람들이 1인 돈가스집의 열리지 않는 나무문으로 사라지는 내용을, 두 번째 이야기 [반:]에서는 집 나간 어머니를 우연히 취직하게 된 비윤리적인 회사를 통해 만나게 된 사연을 다룬다. 단편들 중 책의 제목과 동일한 머리검은 토끼에서는 의붓딸의 혼전임신 (심지어 고등학생)으로 골머리를 썩는 퇴역 가수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속고 속이는 세상속에서 머리검은 토끼 같은 사람들과 새하얀 토끼같은 사람들의 틈바구니 어딘가에서 자신의 존재를 되돌아 보게 된다. 최민우의 소설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은 우리가 삶에서 느끼는 허전함 처럼 어딘가 한 두 군데씩 삶의 빈자리를 끌어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우리와 닮았기에 가볍게 시작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아리송한 전개로 흘러가다 이렇다할 결론이 없이 끝이 난다. 어쩌면 결론이 없는 이야기 조차 우리 삶과 닮아 있기에 그의 소설이 주는 자극은 일상의 자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수도 있겠다. 조금은 특별한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일상적인 그런 이야기들. 일상의 틈에서 발견한 놓치기 쉬운 감성들을 최민우의 <머리검은토끼와 그 밖의 이야기들>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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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머리속에서 나온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를 이야기, 어디에도 있을 법한 이야기. 제목을 보면서 부터 떠오르는 생각이었다. 머리검은 토끼...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둬바야 소용없다'란 오래된 속담이 떠오르면서 이 이야기는 원더랜드 속의 앨리스처럼 이상한 나라 속의 사람이야기가 아닐까? 이상한 나라는 어딜까? 우리 사는 그냥 세상. 어디나 똑같을 법 하지만 어디에도 없을 세상이야기. 이 책의 제목을 본 느낌은 그랬다.
이 책은 단편소설 여럿을 묶어서 낸 작품집으로 한편을 제외하고는 이미 다 발표 되었던 단편들이라 한다. 짧은 각각의 단편들은 하나하나 이야기를 가지고 나열되어 있으며, 그 나열 속에서 어떤 규칙성을 상상하며 읽어 나갔지만 잘 모르겠다. 그냥 읽어 나갔다.
중요하지 않은 것이 중요한 협회 소속의 비밀 요원은 사람들이 실종되는 일들이 일어나자 공공봉사라 되뇌이며 사건을 조사한다. 실종된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엔 모두 평범해 보였으나 말하지 못할 고통스런 비밀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왕따로 고통받고 있던 남중생, 남편 몰래 여자와 불륜에 빠진 회사원, 교감선생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고생, 본사로 부터 협박당하던 우유대리점주, 시어머니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던 며느리. 그들의 가족과 지인들은 비밀을 이야기 했다면, 적절한 해결책을 찾으려 했을것이라 한다. 그들을 조사중 알게 된 1인 틈새 대리점. 사건을 해결한 듯 보이지만 사건의 중심에는 비밀 요원과 약간의 인연이 있는 이가 있다. 그리고 그는 도움을 청하는 듯한 전화를 걸었지만 그냥 끊는다. 그리고 사건이 어느 정도 정리 된 듯 보이는 순간 그를 도와달라며 한 여성이 찾아온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위해 휴학을 하고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일하는 대학생. 우연히 매장에서 호흡곤란을 일으킨 홍사장을 인공호흡으로 구하고, 그의 회사에서 근무할 것을 제안받는다. 두달이면 학비를 벌 수 있다는 말에 직장을 옮겼지만 출근하자마자 그 직장이 사기회사임을 깨닫는다. 일명 떳다방. 행사장에서 외로운 아줌마... 들의 욕구를 자극하며 물건을 비싼 값에 팔면서도 적응하지 못했던 어느 날. 일명 '거미'라 불리는 여자 바람잡이들 사이에서 가족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를 발견하게 되지만 그날 경찰은 떴다방으로 들이닥친다.
행사장을 다니며 오래된 히트곡 <마음 먹은 대로 가는 인생>을 부르는 덕진. J시의 오페라홀에서 시민노래자랑에 초대가수 요청을 받는다. 오페라홀이 어딘지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황에다, 재혼한 부인 현숙이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민경이 수험생이자 미혼모가 된 사실을 알게되자, 초청 공연 하루 전날 J시의 오페라 홀로 간다. 민경의 아이아빠는 '검은머리 토끼'라는 밴드의 베이시스트이며, 결혼할 것이라 하지만 덕진은 알 수 없다. J시에서 과거 함께 알고 지내던 다른 가수도 만나고, 첫번째 결혼 중 저질렀던 불륜의 대상이자 지금도 못잊는 자신을 떠난 여인 '민희'도 만날 기회가 생기지만 그는 민희의 무대만을 보고 일어선다. 그리고 게릴라콘서트로 행사장에 온 '머리검은 토끼'의 무대 뒤 다툼에서 베이시스트를 도와주면서 '로크는 친해야 한다.' 는 말만 하고 자리를 뜬다.
머리 검은 토끼라는 책 제목을 보면서 나도 '머리 검은 짐승' 속담을 떠올렸고, 사람이야기 일 것이라 추측했다. 그럼에도 토끼라는 말을 쓴 것에 오히려 의미를 두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떠오르는... 이 소설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모두 어디에나 있음직하지만 누구나 다 이해하는 일반적인 일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배신을 하는 검은 머리 짐승, 이상한 사건에만 연루되는 토끼. 이 밴드의 베이시스트는 민경을 배신할 것인가? 검은 머리 짐승인데... 거두는게 아니라는데 말이다.
이 단편 소설집 중 '여자처럼'은 가장 강한 울림을 가지고 왔다. 삶이 이리도 팍팍함을. 그리고 그래도 감내하며 살아가야 함을. 차갑고
물컹하고 비릿한 생살을 씹으며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부용은 남편의 넓적다리 살을 먹었을까? 지금처럼 생살로 씹었을까? 누가 만져도 고기는
고기다. 먹는 사람에겐 똑같은 것... 이라는 마지막 문구에 '그래 고기는 고기지. 먹는 사람은 그 고기를 누가 다루었던 관심없다. 그 고기를
어떻게 키웠던 모르면 그저 똑같은 고기다. 소고기라 생각하고 먹는다면 그저 똑같은 고기다.' 먹는 이들에게만 그럴까? 밖에서 보는 사람들에게도
내 불행은 그저 어디에나 널린 흔한 불행일뿐이다.
최민우의 단편 소설들은 어느 하나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것이 없다. 오히려 모든 것에 아이러니를 첨가한다. 소설이 한참 진행중에... 이제 좀 실마리가 보일까? 하는 기대가 생기면 그 곳에서 끝이 난다. 읽을 수록 무언가 미진하고 스멀스멀한 것이 기어올라오는 느낌이다. 그런데도 책을 덮지 못하게 한다. 동화는 항상 주인공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사는 것으로 끝난다. 추리 소설은 사건을 해결하고 사건의 이면에 숨은 진실을 가감없이 까발려 준다. 그러나 이 소설들은 이야기를 하는 중에 끊어버린다. 무언가 미진하게 남는 끈끈한 덩어리에 온몸이 휩싸이는 듯 하면서도 묘하게 그래 이런게 인생인거지. 라는 수긍을 하게 만든다. 이런 마무리들이 아무것도 아니면서,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특별한 것처럼 머리속에 기억으로 남게 하는 것 같다. 검은 머리 토끼의 덕진의 히트곡은 <마음 먹은 대로 가는 인생>이지만 덕진의 인생은 무엇 하나 마음 먹은 대로 되는 것이 없어 보이는 것 처럼.
한동안 이 책이 준 일상의 이야기들이 머리속에 남을 것 같고, 뉴스의 사건 사고 란을 보면서 이 이야기가 모티브일까? 하는 생각도 들 것 같다. 그리고 이 문장이 기억날 것 같다 "중요하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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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검은토끼와 그 밖의 이야기들 최민우 저 | 자음과모음 | 2016년 05월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p.11 이를테면 모든 회사가 경력직을 채용하길 원하는 현상이 그랬다. 모두가 경력직을 원한다면 신입은 언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걸까? p. 24 중요하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 다들 잘 알겠지만. p. 25 대개 최선의 해결책은 늦게, 보통은 그 해결책이 소용없게 되는 시점이 되어서야 머리에 떠오르는 법이다. p. 52 최면적인 열광이 행사장을 휩쓸었다. p. 75 머리 검은 짐승’이라는 표현에서 따온 건데 밴드 리더가 토끼띠라서 머리검은토끼로 낙찰을 봤다고 한다. “머리 검은 짐승이 뭔데?” “사람이요. 속담에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 그랬대요. 배신한다면서.” p.149 세상일이 옳고 그른 걸로 딱 나뉘진 않아. 늘 불확실한 상황에서 판단하고 결정하지. p. 157 그런 프로그램들의 진짜 역할은 사실 시청자들에게 상대적인 안도감을 주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타인의 불행을 전시하면서 말이에요." p. 192 징조란 일이 벌어진 다음에 따져보고 나서야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니던가?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드는 묘한 구성. 환타지 소설은 아닌, 매우 현실에 기초하여 그려진 소설이지만, 8개의 단편을 다 읽어갈 때 까지 좀처럼 감을 잡을 수 없는 전개, 그래서 딱히 주요 맥락이 이렇다 라고 정의내릴 수 없는 느낌이 강합니다. 혼전 임신, 의붓 아버지와 마트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아내, 그리고 딸, 살인, 죽음, 뮤지션의 현실, 여관에서 단둘이 사는 부녀, 옛 애인의 남편과의 조우, 청년실업, 열정페이, 다단계 판매, 온갖 사기, 이혼, 방사능 사고 등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8개의 단편에 현실감있게 등장합니다. Ps. 이 소설을 읽으며 오늘도 사회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 보이는 것만이 다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