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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순례자’를 읽고서 그곳 산티아고를 무척이나 동경하고 있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그 곳으로 순례를 나서보고 싶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길을, 타박 타박 한발 한발 내디뎌 보고 싶었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느꼈던 부러웠던 점은 대부분의 도시가 전통을 짓밟지 않은 가운데 자연스러운 발전을 가져갔다는 점이였다. 수백 년 전에 누군가도 걸었을 것 같은 돌이 깔린 길을 걸으며 번번이 파헤쳐 지는 우리들의 보도블럭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고 그 복잡한 도심 한복판에 유유히 도는 트램을 보면서 그들의 여유가 부러웠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여유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것이라 여겨왔는데 이 책 ‘영남대로’를 읽으며 아직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뭉클했다. 책 제목이 좀 촌스럽고 딱딱하다 싶은 선입견이 먼저 들었지만 책의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나는 이 책에 완전히 사로잡혀 들었다. 기차로 승용차로 아무 생각없이 지나던 그 길이 수많은 세월 우리의 조상들이 걷던 그 길이였다 생각하니 당장에라도 운동화 한 켤레 신고서 걸어보고 싶단 생각이 물밀 듯 밀려들었다. 그들의 첫째 날이 밝았을 때 그 일원에 내가 속해 있는 듯 가슴이 설레고 그들이 길에서 비를 맞을 때 내 마음도 함께 젖어들었다. 물질만능주의에 젖어 오직 잘 먹고 잘사는 일에만 전 국민이 몰두하는 사이에 완전히 결단 났을 거라 여겼던 우리의 옛길이 아직은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긴 하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깨달으며 그것이 그렇게 감사할 수 가 없다. 차가 우선인 지금의 도로정책으로는 언젠가는 더는 어찌해 볼 수 없는 포화상태의 날이 곧 오고야 말지 않겠는가? 대연동에 사는 내가 서면으로 출퇴근 하면서 자전거를 이용하고 싶으나 아무리 용기를 내어 보아도 아무리 궁리를 해보아도 지금의 도로사정으론 너무 위험한 것 같아 그저 체념하고 만다. 비만이 전 세계를 위협하는 질병으로 우리를 짓누르는 가운데 걷는 것 보다 더 좋은 운동이 없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지금 내가 사는 이 곳에서 마음 놓고거닐 수 있는 곳이 몇 곳이나 될지.... 많은 이들이 제대로 걸어보기 위해 스페인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서 산티아고 순례길 에 오르는 아이러니 속에서 그토록 멋진 우리나라에만 있는 영남대로를 지금이라도 재정비하여 한국판 순례길로 만들어 보면 어떠할지, 한국에 오면 구경할게 체험할게 없다라는 푸념을 하는 외국인들에게도 멋진 경험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이미 없어져 버린 길을 만들어 가며 희미하게 남은 길에 감사하며 14박 15일에 걸쳐 남대문에 그들이 도착했을 때 내가 직접 거기에 닿은 강렬한 느낌에 사로 잡혔었다. 그것이 글쓴이의 역량인가? 부산을 출발하여 영남대로를 따라 걸어 북한을 통과해 중국까지 걸어보는 대장정을 꿈꾸어 본다. 책속의 구절처럼 ‘마음껏 꿈꾸어라 거기에는 돈도 들지 않는다.’ 마음으로 벚꽃이 흩날리는 영남대로를 천천히 걸어본다... 가슴이 벅차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