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좁은 문"이 상징하는 것은 너무나 많을 수 있기에 작가가 의도한 좁은문을 뭘까하고 잔뜩 기대에 부풀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알리사의 부도덕한 어머니의 불륜의 현장을 목격하고 어린 시절을 조용하고 우울하게 보낸다. 작가는 이렇게 알리사는 묘사함으로써 1인칭 화자인 제롬의 소개가 없더라고 그녀가 암울하고 단절된 내면의 세계를 갖게 되리라는 것을 암시한다. 작가 앙드레 지드의 관념이나 성장과정, 삶을 알면 이 작품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으나, 알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일단은 그에 관한 배경지식이 전현 없이 읽기 시작했다. 앞부분을 읽을 때는 평범한 인물들의 평범한 사랑 얘기 같다. 하지만 알리사가 전혀 거릴낄 것이 없는 제롬과의 사랑에 적극적이지 않는 답답함으로 인해 독자로 하여금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고 있는지 너무도 궁금하게 만든다. 결국 제롬의 사랑을 흔쾌히 용납하지 못하는 알리사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제롬과 알리사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게 되지만 별로 유쾌하지 않은 미묘한 사랑의 숨바꼭질을 하는 것이다. 제롬은 사랑의 고뇌속에 그의 젊은 시간들을 허무하게 흘려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알리사에 대한 너무나 많은 의문만이 남겨진 채 제롬은 알리사의 죽음에 대해 듣는다. 독자는 답답하면서도 작가가 결국엔 이 답답함을 풀어줄 것을 기대하면서 끝까지 읽게 된다. 알리사의 죽음이후부터 작가는 독자들을 이해시키기위해 알리사의 내면의 터져버릴 것같은 고백들이 담겨있는 일기로 결말을 엮어 나간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독자가 이해하게끔 풀어가야 할 알리사의 일기를 통해 독자들은 더더욱 심리가 격하게 된다. 작가한테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추리 소설이 아니어도 이런 느낌을 가질 수가 있다니... 알리사는 제롬을 너무도 사랑한다-- 일기장에 온통 묘사된 내용들이다. 하지만 알리사는 스스로 좁은 문을 택한다. 누구든 자신의 선택에 의해 좀 더 의미있고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삶을 산다. 알리사의 선택도 그녀가 지향하는 "거룩한 삶"자체로는 고귀하다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알리사는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했다. 알리사의 이성은 굳이 대립시킬 필요가 없는 신앙과 제롬에 대한 사랑이 잔인하게 자신 안에서 싸우게끔 만들었다. 결국 이런 잘못된 대결이 그녀를 죽어가게 한 것이다. 가엾은 영혼! 자신의 울타리에서 스스로 사랑과 자유의지를 반납한 듯 보인다. 이렇게 독자는 알리사의 선택에 의문을 가지면서도 작가가 남겨 놓은 한가지 좋은 해석의 가능성에 여지없이 말려들고 만다. 그것은 "알리사"라는 여자 자체이다. 누구든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지만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갈 만큼 고뇌하던 알리사란 인격 그 자체에 독자들은 가슴을 죄이는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녀의 선택의 이유가 그녀의 환경이든 그녀의 내면의 문제이든간에 사랑을 용납할 수 없었던 그녀의 영혼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난 아직도 앙드레 지드가 이 소설에서 의도한 흑백--알리사의 선택이 옳은 것이냐, 아니냐--을 가리지는 못했다. 제롬이 15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알리사를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내용을 마지막 장에 묘사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더더욱 그녀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그의 설정에 쐐기를 박는 것같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어리석은 금욕주의 때문에 알리사가 죽어갔다고 한다면 이 소설은 너무 허무해지고 만다. 작가가 의도한 것은 한갓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치관에 대한 허무함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알리사라는 인물에 대해 깊이 빠져들어 소설의 주인공으로서가 아니라 현실의 주인공으로 일상속에서 때때로 그녀를 기억하기도 한다. 처음에 이 소설을 읽었을 때 단순한 러브스토리 같아서 '속았다, 이게 명작이라니...'란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왜 명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후세까지 왔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