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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고 싶음이 죽고 싶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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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도 넘게 나이 차이가 있는 큰누나는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어머니가 나를 낳으려고 산통을 할 때 아버지가 일하는 밭으로 울며불며 달려가던 누나는 어머니가 혹시 잘못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되어 자꾸 무릎이 꺾였답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동생 걱정도 뒤따랐다고 합니다. 그 때부터였을 것입니다. 큰누나는 막내 동생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이미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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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도 넘게 나이 차이가 있는 큰누나는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어머니가 나를 낳으려고 산통을 할 때 아버지가 일하는 밭으로 울며불며 달려가던 누나는 어머니가 혹시 잘못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되어 자꾸 무릎이 꺾였답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동생 걱정도 뒤따랐다고 합니다. 그 때부터였을 것입니다. 큰누나는 막내 동생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이미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논과 밭에서 일하느라 자식을 돌볼 겨를이 없었으니 항상 큰누나 등에 업혀 지냈습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큰누나 등에 업혀 지내며 오줌을 싸고 똥을 쌌는지 큰누나 등은 성할 날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막내 동생에게 매 한 번 든 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막내 동생이 과자를 사주지 않는다고 큰누나 머리카락을 휘어잡고 끌고 다니기조차 하였습니다. 그렇게 막내 동생의 어머니가 되어주던 큰누나도 어느덧 손자 손녀를 두었으니 기른 정이 소록소록 더해갑니다.

 

 

큰언니 상희

 

큰언니가 업어 길렀어요

큰언니 상희 아래로

둘째언니 종희

셋째언니 삼희

그리고 막내딸 말희

제가 말희여요

 

아버지는 남의 논에 일 가시고

어머니는 남의 집에 일 가시고

 

집에서는 큰언니 등에 업혀

제가 자라났어요

 

큰언니가 시집갔다

형부와 헤어지고 돌아왔을 때

보퉁이 하나 들고

비닐가방 하나 들고 돌아왔을 때

제일 반가워한 것은

저였어요

큰언니의 설움 따위 통 모르고

큰언니의 따뜻한 등짝만이 반가웠어요

 

두 사람의 정

업은 정

업힌 정

 

큰언니는 제 고향이었어요

어머니보다

더 어머니여요

큰언니가 길러낸 저는

큰언니의 동생이 아니어요 딸이어요

 

이 나라의 큰언니들

어머니보다

더 어머니들이어요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어요

 

저 아득한 창천(蒼天) 구만리도 이 세상 기른 정으로밖에는 갈 수 없는 곳이어요

 

 

‘저 아득한 창천(蒼天) 구만리’도 올라가게 할 수 있는 이 세상의 기른 정. ‘어머니보다 / 더 어머니’인 ‘이 나라의 큰언니들’의 모습은 비단 동생을 업는 모습만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밀가루 준다는 말을 듣고 / 이번에는 / 저 혼자만이 아니라 / 동생 옥렬이 업고 / 검둥이 개 한 마리까지 데리고 가서 // 나와 / 내 동생 / 그리고 우리집 개 / 이렇게 삼인분 주시오 하고 / 몇 번이나 떼’(「삼인분」)를 써 끝내 삼인분의 밀가루를 타내고야 마는 옥렬이 누나 옥선이에게서도 나타나고, ‘우길도 해녀 / 열일곱 명이 / 큰돈 벌러 강원도로 실려가 // 동해 해일을 만나 다 물귀신 되’자 ‘밤마다 /이 사내 / 저 사내에 / 몸 주어 울음 달’(「우길도 사당」)랜 전달보 마누라에게서도 나타납니다. 그런가 하면 ‘조선의용군 제2지대 제7대 대장 / 김학철에게 반해버’린 ‘농부 라오양(老楊)의 늦둥이 딸 / 열입골살 처녀)’(「친(琴)」)에게서도 나타나고, ‘주먹밥 들고 찾아온 두일순’(「포옹」)에게서도 나타납니다.

 

 

포옹

 

이미 껴안아버린 두 마음

껴안았다 아니 껴안겼다

껴안았다 아니 껴안겼다

 

천년의 희열

 

왜 살고 싶음이 죽고 싶음인가

 

천년의 어리석음 빛나거라

 

인공시절 어느 칠흑 그믐밤

숨은 구자묵과

주먹밥 들고 찾아온 두일순의 등짝 모기 물리며

죽어도 좋아

죽어도 좋아


YES마니아 : 골드 g*******g 2008.06.10.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