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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내가 만난 최고의 역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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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주의 세리(稅吏)가 농가를 돌며 ‘닭’을 징수하고 있다. 그러던 중 어느 한 농가에 이르러 임산부가 있음을 알게 된다. 세리는 닭의 머리만을 징수하고 몸은 농가에 남겨둔다.     -영주가 돼지를 먹일 도토리를 모은다. 영주는 숲속으로 말을 달리고, 종복이 머리에 평평한 방패를 이고 뒤를 따른다. 그 동안에 방패 위로 떨어진 만큼의 도토리가 영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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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주의 세리(稅吏)가 농가를 돌며 ‘닭’을 징수하고 있다. 그러던 중 어느 한 농가에 이르러 임산부가 있음을 알게 된다. 세리는 닭의 머리만을 징수하고 몸은 농가에 남겨둔다.

 

 

-영주가 돼지를 먹일 도토리를 모은다. 영주는 숲속으로 말을 달리고, 종복이 머리에 평평한 방패를 이고 뒤를 따른다. 그 동안에 방패 위로 떨어진 만큼의 도토리가 영주의 몫이다. 그 이상 요구할 수 없다.

 

 

-농로에서 농민의 짐수레가 수렁에 바퀴가 빠졌다. 맞은편에서 다가오던 영주는 가신들에게 이를 도와주라고 명한다. 영주도 “말에서 내려 수레를 밀어주어야 한다”. 비록 한 발을 수레바퀴에 올려놓는 것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이렇게 말해주어야 한다. “가거라. 그리고 잘 다녀오너라.”

 

 

 

  우리가 대개 마르크스에 의지하여 인식한 유럽의 중세는 영주-농노라는 관계 가운데 경제외적 강제가 횡행하는 봉건적 생산양식을 상기시키며, 이에 조응한 극렬히 대립되는 계급구조에 주목하게 된다. 그리고 유럽의 중세는 착취하는 영주와 예속된 농노가 상존하는, 고립되고 분산된 장원의 점철로서 표상된다.

 

 

  그런데 <중세를 여행하는 사람들>에 게재된 위의 일화들은 영주와 농노의 관계를 일방적 착취의 모습을 넘어 관습에 의해 일정 정도 영주로부터 자신(혹은 공동체)의 이익을 지켜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로서 영주의 억압과 착취가 없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은 아니다. 다만, 중세는 단순하지 않았으며 나름의 복잡하며 흥미로운 방식으로 관계가 얽혀있었음을 확인시켜 준다.

 

 

  오늘날의 법은 급격한 사회변화에 반응하여 새롭게 구성된다. 그러나 중세 유럽의 법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살아온 전례”에 있었던 셈이며 그것이 관습이다. 과연 중세의 사람들을 오늘의 우리가 직접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웃집 닭이 우리집 마당에 날아들어, 나는 그것을 잡아먹는다. 이웃은 분노한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준거는 오늘의 우리는 도저히 흉내낼 엄두도 낼 수 없는 것이다. “지붕 위로 올라가, 오른팔을 왼팔 밑으로 하여 머리털을 잡고, 왼손으로 낫날의 끝을 잡아 던진 거리 안까지 그 닭이 날아든 것이라면 먹어도 정당”

 

...!!!

 

 

 

2.

 

 

  아베 긴야의 <중세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요즘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역사서술의 방식인 미시사, 문화사와 닮아있다. 그런데 대개의 미시사, 문화사의 접근이 너무 작고 지엽적인 것에 몰두한 나머지 하나하나 흥미로운 작은 주제들의 파편의 나열에 그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이는 정치, 영웅, 연대를 탈피한 주변부에 대한 긍정적 시도가 남긴 그림자이기도 하다.

 

 

 

  내가 이 책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많지 않은 분량(본문312p)에 중세의 다채로운 공간과 생활상(목차를 보라)을 일일이 그려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과사전식 서술 따위가 아니라, 총체적인 유럽 중세를 그려내는데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역사서술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것이며 진정 대가다운 면모라 하겠다. 정말이지 벅찬 마음으로 양서를 권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

 

 

b******r 2008.07.16.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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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여행, 구경한번 잘했네~
"중세여행, 구경한번 잘했네~" 내용보기
<중세 유럽 산책>에 이어 중세독일사학자 아베 긴야의 미시사를 읽었다. 저자는 중세 유럽의 농민, 목자, 나루지기, 목로주점 주인, 제분업자, 목욕탕 주인, 집시, 거지, 편력하는 직공 등 중세를 살았던 다양한 서민들의 삶을 보여 준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중세의 삶을 대개 사극영화나 설화 등을 통해서 공주, 기사 등 지배계층 위주로 접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목욕, 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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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 산책>에 이어 중세독일사학자 아베 긴야의 미시사를 읽었다. 저자는 중세 유럽의 농민, 목자, 나루지기, 목로주점 주인, 제분업자, 목욕탕 주인, 집시, 거지, 편력하는 직공 등 중세를 살았던 다양한 서민들의 삶을 보여 준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중세의 삶을 대개 사극영화나 설화 등을 통해서 공주, 기사 등 지배계층 위주로 접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목욕, 세금, 농업, 빵, 거지에 대한 적선 등을 통해 진짜 땀냄새 진동하는 중세민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당연히 기존의 중세 역사서에서 왕이나 황제, 교황의 역사와 영토 분쟁 등을 지루하게 접했던 것에 비해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고 생생하게 읽을 수 있다.

 

중세유럽을 다룬다고는 하지만, 독일지역 위주이기에 읽어가면서 우리가 흔히 알고있듯 기독교 지배하의 중세와는 달리, 일반 서민의 풍습엔 기독교 이전 게르만의 신화와 풍습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도 새로웠다. 물론 기독교와 결합한 형태이긴 하지만. 그리고 파도 거센 강을 건너기 위해 사람 모양의 빵을 강물에 바치던 풍습 등, 일반 민중의 풍습은 동서고금 공통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러고보니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있는 서양만의 전통이라는 것이 근대 이후에 형성된 것이 대부분이며, 중세 시절에는 차이보다 인류공통의 풍습과 문화가 훨씬 많았던 것 같다. 이 부분은 더욱 공부해서 알아보아야 할 듯.

 

무식한 독자 주제에 어줍잖게 말해보자면, 이런 역사서 읽는 행위를 통해 나와 다른 시대, 다른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면, 현재 나와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폭이 더욱 깊고 넓어지게 되는 즐거움을 더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중세를 여행하는 사람들'이란 제목은 책 내용이 아니라 이 책을 다 읽고난 독자를 가리키는 명칭인듯. 책 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외친다."구경한번 잘했네~" 

 

사족

1 책 표지가 아주 예쁘고 세련되었다. 겉을 싸지 않고 그냥 들고 다니며 읽어도 '폼난다' 지금 같이 읽고 있는 중세사책으로 <서양의 역사에는 초야권이 없다>란 책이 있는데, 이 책은 도저히 들고다니며 읽지 못하겠다. -_-;;

2 브뤼겔의 그림이 앞에 컬러로 실려 있다. 신난다.

3 '저지독일어'와 '고지독일어'의 차이를 몰라서,(지리적 차이 외에) 저자가 설화를 언급하면서 말한 부분 일부를 이해못하겠다. 누구 아시는 분 깨우침 주십사.

4 틸 오일렌슈피겔 설화의 내용을 몰라서 아쉽다. 저자 말로는 일본에서는 독일어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던데. 그 유명한 케스트너의 문장으로. 이 부분 역시 아시는 분 도움 주세요.

 

m******n 2009.08.16. 신고 공감 1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