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만 생각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고분자 화학은 또 뭐야 하는 생각으로 이 책을 스쳐 지나쳐 버린다면 서른 여덟이라는 저자를 한꺼번에 놓쳐버리는 아쉬움을 남기게 될 것이다. 40여년이 넘는 세월 내내 고분자를 연구하며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화학자로서의 길을 걷고 있는 진정일 교수님과 고분자 화학실을 거쳐 새롭게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서른 일곱 제자들이 엮어가는 새로운 형태의 과학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고분자라는 생소함이 다소 거북한 분들이라면 화면을 휙휙 지나가면서 등장하는 수많은 전문용어들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의학 드라마를 즐기는 이유를 생각해본다면 위인전 속에서나 만나는 인물들이 아닌 생생한 과학자들의 삶을 접할 수 있는 행복한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고려대 고분자 화학실이라는 공통된 공간을 거쳐 현재에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추억 속에는 교수님의 말이 신의 말과 같았던 호랑이 선생님 진정일 교수님과의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열악한데다 늘 위험 요소를 품고 있는 화학 실험실 생활인데다 실험과정과 결과를 제대로 체크하려면 숙식까지 해야하는 공간이었으니 그 이야기들이 얼마나 무궁무진하겠는가. 연탄불씨 사수하기 프로젝트에서부터 쥐소탕 작전까지 펼쳐지는 열악했던 초기의 실험실 모습, 면접 시험장에서 교수님의 넥타이를 잡으며 애원한 첫 여자 제자 이야기, 만취하여 교수님의 가방을 자기 가방이라 우기며 들고 가버린 제자들이 있다. 실패한 실험 앞에 좌절하고 무서운 선생님 앞에 서면 긴장이 이어지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부족한 시간을 쪼개어 연애전선에 뛰어 들기도 하고, 실험 성공을 기원하며 꿈에서 산신령을 기다리는 그들의 이야기들은 모두가 생생히 살아 있어서 더욱 따뜻하고 구수하다. 밤이 깊어도 불이 꺼지지 않는 실험실 생활이 녹녹치 않은 것은 일찍 출근하셔서 퇴근 전 실험 상황과 그동안의 실험과정을 확인하고 질문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교수님 덕분이었을 것이다. 군대생활을 방불케하는 긴장의 연속을 이겨낸 이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가 당연히 누리고 있는 것들이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고분자는 몰라도 나일론이라면 할머니들도 다 아는 섬유일 것이다. 면과 견, 모가 전부였던 할머니 세대에서 나일론은 혁명과도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탄력있는 스타킹이 나일론으로 만들어졌고 미국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 잡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탄생한 최초의 고분자는 지금도 진화를 거듭하여 새로운 물질들을 만들어내는 연금술사들의 마술은 되풀이되고 있다. 왜 화학자들이 끊임 없이 고분자의 세계 속으로 뛰어드는지 진정일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분자는 분자들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작은 분자의 구조나 그들 간의 상호작용 및 반응은 꽤 많이 이해되고 있으나 아직도 완벽하지 못하다. 그래서 화학자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반응을 시도하며 새로운 화합물을 합성하고 있다. 내가 지난 40여년간 씨름해온 분자는 고분자다. 분자량이 쉽사리 만, 십반, 백만을 넘는 고분자는 지난 세기에 이미 현대의 재료로 자리를 잡았고, 지금은 기능성 신소재로 자주 언급되는 하이테크의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나일론에서 시작한 기적같은 일들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삶을 질적으로 높여주고 있는데 고체와 액체의 중간 특성을 가진 '액정'이 전기장에 의해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 컴퓨터와 노트북의 모니터인 LCD라고 한다. 예전의 TV나 모니터는 뚱보 CRT에서 LCD를 거쳐 조금더 날씬하게 진화하고 있는데 꿈의 OLED라는 물질을 통하여 둘둘 말아 쓸 수 있는 모니터를 볼 날도 머지 않았다고 하니 고분자 연구가 과학이라는 학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과학기술로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고분자화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눈에는 해리포터의 마법지팡이도 영화 속의 상상에만 그치지 않는다. 무엇인가에 감응해서 스스로 빛을 내는 마법지팡이의 재료는 최소한 반도체적 성질을 가져야 하는데 고분자하면 떠올릴 수 있는 플라스틱에 전기를 통하게 하고 빛이 나오게 하는 기적같은 일들은 이미 성공한 일이라 하니 고분자의 세계가 갈수록 신기해진다.
연일 치솟는 기름값이며 매년 변하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인 대체 에너지로서의 고분자 태양전지와 식물성 기름으로 만드는 바이오 디젤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의 연구를 뛰어넘어 생물학의 주요 분야인 DNA 또한 새로운 소재로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DNA가 자외선을 흡수하는 성질을 이용한 자외선 차단 크림, 흡연중 발생하는 발암물질을 효율적으로 흡착하여 제거하는 DNA를 섞은 담배 필터가 제조되고 있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따스한 제자사랑과 뜨거운 학문의 열정을 가진 스승과 제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속부터 훈훈해져옴을 느낀다. 어려울줄만 알았는데 우리들은 이미 고분자 속에서 생활하고 있음을 알고 보니 그 혜택들에 감사하며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와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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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열정이 필요할 때, 이 책을 읽어보세요.
이 책은 고려대 화학과 진정일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여러 명의 대학원생들이(이미 졸업해서 일선에서 일하고 있지만) 쓴 글을 엮은 것입니다.
아침부터 일어나서 밤 늦게까지, 여름 휴가, 겨울 휴가 같은 것도 없이, 명절도 없이 (일년에 쉬는 날이 며칠 안 됨) 열악한 환경에서 화학연구에 몸을 바치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자신의 나태했던 모습이 사라지고 한 (적어도) 2~3일은 본인도 열정에 불타올라 일을 열심히 하게 될 겁니다. ^^
열심히 연구하시는 과학자님들이 정말 우러러 보입니다.
그런데 절판된 게 정말 아쉽네요. 중고도 되게 비싸고요. ㅠ.ㅠ 공짜로 제게 주실 분 없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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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말하는 실험실에서는 무슨일들이 있는걸까?? 석박사과정을 밟아보지 못한..그러니까 실험실과는 관계가 없는 사람들은 간혹 실험실에서 일어나는일에 관심이 많다... 나야..학교다닐때 친구만나러 실험실에 몇번 들락거린것 밖엔 없는데... 그땐 실험실에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위험하고...지루하고...힘든 실험을 하면서 그들이 버틸수 있었던건 열정 때문이라 생각된다..
지금도 고분자화학 연구실 뿐만이 아니라 모든 연구실에선 무언가 일이 일어나고 있을것 같다... 열정과 꿈이란 열매를 매개로....
그냥 있다면 읽어보기에는 부담이 없으나... 굳이 돈주고 구입해서 읽어볼 필요는 없으리란 생각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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