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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와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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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얼핏 들으면 멋지다. 가만히 생각하면 무얼까 싶기도 하다. ‘언젠가 시간이 되는 것들’은 물건일까, 추억일까. 두 가지를 합쳐서 추억이 담긴 물건이라고 하면 괜찮을지. 물건만 있는 건 아닌 듯하다. 역사가 담긴 건물도 들어가지 않을까. 유럽은 오래된 건물이 많이 남아있다. 그런 곳에 가 본 적은 없지만 책에서 보아서 안다. 새로운 건물을 지을 때도 까다롭다. 우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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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얼핏 들으면 멋지다. 가만히 생각하면 무얼까 싶기도 하다. ‘언젠가 시간이 되는 것들’은 물건일까, 추억일까. 두 가지를 합쳐서 추억이 담긴 물건이라고 하면 괜찮을지. 물건만 있는 건 아닌 듯하다. 역사가 담긴 건물도 들어가지 않을까. 유럽은 오래된 건물이 많이 남아있다. 그런 곳에 가 본 적은 없지만 책에서 보아서 안다. 새로운 건물을 지을 때도 까다롭다. 우리나라는 오래 남기지 않고 부수고 새로 짓는다. 오래전에 지은 건물은 얼마 남아있지 않다. 시간이 엄청나게 흐르면 모든 게 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지구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오래 남는 것도 있으리라고 본다. 우리가 오래전에 공룡이 있었다는 걸 아는 건 화석이 남아서다. 어떤 건 땅속에 묻히기도 했구나. 어쩐지 그런 일은 엄청난 재해가 일어나고 모두가 한꺼번에 죽어야 할 듯하다. 이런 무서운 생각이 더오르다니. 내가 너무 나중을 생각한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세계 여기저기를 다닌다. 그런 걸 좋아해서기도 할 거고 지금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 가고 싶어서기도 하겠지. 어딘가에 갈 때는 주제를 정하고 가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주제일지 모르겠지만. 가는 곳에 따라 다르겠지. 한국이라면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그곳에 가 볼 만한 곳이 어딘지 꼭 알아보고 가지 않아도 괜찮다. 난 불쑥 어딘가에 떠나지 않지만 한국 안에서는 불쑥 떠나는 게 훨씬 좋을 것 같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갈 때는 두 가지가 있다. 시간이 넉넉해서 그곳에서 오래 지낼 수 있다면 주제 같은 거 없이 가도 괜찮을 듯하다. 짧은 시간 동안 갔다 와야 한다면 조금 공부하고 가면 낫겠지. 알고 가도 낯선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난 어딘가에 가 본 적이 없어서 가려는 곳을 알고 가는 게 좋을지 그냥 가는 게 좋을지 잘 모르겠다. 이것도 정답은 없겠다. 그때그때 형편에 따르면 되겠지.

어딘가에 가는 걸 좋아하는 이화정은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이제는 필름을 많이 만들지 않는가보다. 언젠가 들은 것 같기도 하다. LP가 나오기도 하던데, 다시 필름을 쓰는 사람이 많아지는 날이 올까. 필름은 비싸다. 현상에 인화까지 해야 하니. 지금 사람은 거의 천천히(아날로그)와 빠르게(디지털) 사이에서 살지 않을까 싶다. 나도 컴퓨터 쓰지만 아직도 좀 천천히 가는 편지를 쓴다. 필름카메라 쓰는 사람이 적을까, 편지를 쓰는 사람이 적을까. 이 말에서 쓰다는 다른 말이구나. 어딘가에 가는 것도 세상이 빨라졌기에 할 수 있는 거다. 빨라져서 좋은 것도 있고, 안 좋은 것도 있다. 그게 조화를 이루면 좀 나을 텐데 싶다. 그건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건가. 도시는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도시여도 옛날 모습과 지금 모습이 함께 있으면 어쩐지 재미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찾아보면 그런 곳 있겠지.

요즘은 중국 쪽에 많이 가는가보다. 이화정은 새벽에 비행기를 타고 홍콩에 가서 아침을 먹기도 한단다. 홍콩 타이항에는 오래된 음식점도 있다. 예쁘거나 별난 병을 가져온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자신이 마신 건 그렇다 치고, 이화정은 마시고 싶지 않은 것뿐 아니라 가게 주인한테 달라고 해서 가지고 오기도 한다. 어딘가에 가면 뭔가 기념이 되는 걸 남기도 싶을지도 모르겠다. 이화정은 사진과 그곳에서 산 옛날 물건일지도. 한번은 괜찮은 사진집을 좌판에서 건졌다. 새로운 물건이 깨끗해서 좋지만, 오래된 건 익숙하고 추억이 있어서 좋다. 시간을 담아둔 게 많으면 좋겠지. 나한테는 그런 게 뭐가 있을까.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사람은 추억으로 살기도 한다. 좀더 천천히 살면 추억이 더 쌓일까.



희선




☆―

사람이나 물건이나 만날 때도 있지만, 결국 언젠가는 떠나보내야 할 시간도 온다.  (234쪽)


인터뷰에서 나가오카 겐메이는 절대 버릴 수 없는 디자인을 이렇게 말했다. “이야기다. 내력이 있는 것은 버릴 수 없다. 물건이 태어난 배경이나 어떤 사람이 어떠한 생각으로 만들고 팔고 있는가. 이러한 이야기가 보이는 것은 버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243쪽)


이달의 사락 n***8 2016.08.17. 신고 공감 5 댓글 14
리뷰 총점 종이책
언젠가 시간이 되는 것들 -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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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행과 관련된 책을 볼 때 관심을 가지고 보는 부분이 생겼다.책의 내지나 표지는 어떤 종류를 썼는지, 다른 책과 차별된 디자인은 어떤 면이 있는지, 여행 사진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어떤 피사체를 담은 사진인지, 여행을 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지, 어떤 시선을 가지고 여행을 했는지, 다른 여행 책과 차별화된 점은 무엇인지, 등글로 옮기고 보니 조금 딱딱해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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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행과 관련된 책을 볼 때 관심을 가지고 보는 부분이 생겼다.
책의 내지나 표지는 어떤 종류를 썼는지, 다른 책과 차별된 디자인은 어떤 면이 있는지, 여행 사진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어떤 피사체를 담은 사진인지, 여행을 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지, 어떤 시선을 가지고 여행을 했는지, 다른 여행 책과 차별화된 점은 무엇인지, 등

글로 옮기고 보니 조금 딱딱해졌지만, 원래 디테일하게 관찰하는 것이 부족한 나는 전반적으로 다른 책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본다. 예전에는 그냥 그 여행책 자체가 주는 여행지의 느낌을 주로 느꼈던 것과 달라진 부분이다.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 책의 저자는 '빈티지 여행'이 콘셉트다. 시간이 담긴 오래된 것들을 좋아하고, 모은 것은 잘 버리지 않는 성격인 것 같다. 빈티지 여행의 콘셉트를 담은 책답게 표지도 내지도 갱지에 가까운 종이이다. 필름 사진으로 담은 여행지의 모습도 콘셉트에 맞게 잘 전해진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나의 콘셉트에 오롯이 잘 담았다.

어떤 식의 집착이든 그 집착은 애정의 극단에서 비롯되고 그렇기 때문에 사연이 존재하고, 슬픔이 깃든다.
<287쪽>

나는 어떤 것에 집착하는 것을 멀리하는 성격이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집착하는 것이 싫다. 집착을 한다는 것은 고통이 따른다. 왜냐하면 세상 어떤 것도 영원한 것이 없기 때문에 언젠가 이별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집착을 하면 집착을 하는 만큼 이별의 슬픔도 커질 것이다. 그래서 애초에 집착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야기나 역사를 좋아하기는 하는데, 물건은 잘 집착하지 않는다. 싫증을 잘 느끼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다. 당연히 여행을 할 때도 역사가 있는 장소를 좋아하기는 하는데, 쇼핑이나 물건과 관련된 여행은 잘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우연히 스치는 벼룩시장은 있어도 일부러 만나는 벼룩시장은 없었다. 낡고 오래된 느낌의 물건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시간의 흔적이 있는 물건이라고 해도 나에게는 그냥 낡은 물건일 뿐이다. 이런 나랑은 조금 다른 면을 지닌 여행 에세이라서 흥미로운 책이었다. 평소 잘 생각해 보지 않았던 시간이 누적된 물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YES마니아 : 로얄 f******u 2018.08.2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