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력 추천이다. 팔스타프는 연극적인 성격이 강한 만큼 영상으로 보면 더 재미있다. 트라비아타나 리골레토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팔스타프에 한 번 매력을 느끼면 오히려 다른 오페라보다 더 애착을 갖게 될 것이다. 1980년 공연이지만 특수한 무대장가 필요치 않은 터라 구식이란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세트는 사실적이고 섬세하며 고급스럽다. 등장인물이 많아서 동선 배치가 어색해질 틈도 없지만, 어쨌든 가수들의 움직임들도 자연스럽다. 의상은 색상과 디자인이 많이 절제되어 있는 편이다. 요정들 옷도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팔스타프가 알리체를 만나러 포드의 집으로 갈 때 입은 의상이 제일 화려한데, 그나마 팔스타프를 더욱 우스꽝스럽게 보도록 하는 효과를 위한 것이다(그에 비해 제일 절제된 옷은 바르돌포의 구멍난 누더기다 ^^). 팔스타프 역의 탓데이는, 무례한 호색가 팔스타프 역을 아주 실감나게 연기한다. 어찌나 능청스레 잘하는지 얼굴만 보고 있어도 웃음이 나온다. 빨래통 속에서 쩔쩔 매는 모습이나 우스꽝스런 의상을 입고 자정에 나무 밑에서 알리체를 기다리는 장면은 몇 번을 봐도 재미있다. 노래에도 표정 변화가 다양하다. "L'onore!" 에서는 바르돌포와 피스톨라에게 불같이 화를 내는가 하면, "Io, dunque, avro vissuto tanti anni"에서는 쓸쓸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점잖고 유쾌한 표정을 잃지 않는데, 덕분에 팔스타프는 "저 영감, 혼나도 싸지!" 하는 생각이 들기보단 오히려 친해지고 싶고, 동정심이 가는 노인이 된다. 탓데이만 봐도 아주 만족할 것이다. 이 "팔스타프"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또다른 이유는 펜튼 역의 아라이사다. 아무리 봐도 캐스팅이 정말 잘됐다. 일단 목소리부터가 사랑에 빠진 청년 자체인데다, 노래도 매끈하고 부드럽게 부른다(아라이사 자신이 마침 펜튼 또래의 청년이었을 법하다 ^^). 나네타 역의 페리와의 2중창들도 아기자기하니 예쁘고, 3막의 "Dal labbro il canto estasiato vola"에선 가슴이 아플 정도로 감정을 잘 살린다. 페리와는 마치 실제 커플처럼 연기를 하는데, 사실 그림이 예쁘진 않지만(아무리 봐도 미남 미녀랄 수는 없다-_-) 표정이나 몸짓에서 비밀스런 커플의 느낌이 뚝뚝 묻어난다. 여성 성악들도 모두 잘하는데, 바로 이들이 오페라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역시 가냘프고 우아한 목소리로 요정여왕을 노래하는 나네타의 페리가 눈에 띈다. 다른 성악가들고 모두 목소리도 곱고 여성스러워서, 느린 곡에선 아름답고 우아하지만 빠른 중창들은 수다스럽고 유쾌하다. 외모들도 준수하다. 중간에 화면이 갑자기 느려지는 부분이 있다거나(음악은 제대로 나온다), dvd인데도 화질이 비디오 테잎에 가깝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벌써 20년이 넘은 영상물이니 그건 감수해야 할 것 같다. 장면도 비교적 자세히 나눠져 있고, 자막이나 음향 선택하는 메뉴도 잘 되어 있다. 영어자막도 아주 충실하다. 다만 지역코드 때문에 코드프리 dvd 플레이어가 있어야 한다(지역코드가 0이라면 좋았을텐데.. -_-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