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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책-유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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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유진목만두를 먹었다 나는 아침에 만두를 먹는 걸로 몇 차례 핀잔을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아침에 만두를 먹지 않는다나의 꿈은 아직은 죽고 싶지 않아요 하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나는 만두가 식기 전에 마저 먹었다한밤-유진목신발을 이렇게 예쁘게 꺼내놨데너하고 나하고 예쁘게 떠나려고그믐-유진목남편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모과를 주워 자신의 가방에 넣었다 아내는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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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유진목

만두를 먹었다 나는 아침에 만두를 먹는 걸로 몇 차례 핀잔을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아침에 만두를 먹지 않는다

나의 꿈은 아직은 죽고 싶지 않아요 하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만두가 식기 전에 마저 먹었다

한밤
-유진목

신발을 이렇게 예쁘게 꺼내놨데

너하고 나하고 예쁘게 떠나려고

그믐
-유진목

남편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모과를 주워 자신의 가방에 넣었다 아내는 몸을 씻고 일찍 이부자리에 누웠다

밤에 모과 한 알이 부엌에 놓여 있다

나는 모과를 훔치려고 더 어두워졌다


공책에 시를 옮기는 시간만이 남았다. 연필 깎이에 연필을 돌린다. 밖에는 비가 오는데 빗소리는 묵음이다. 보일러 연통 위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간간이 들릴 뿐이다. 그게 빗소리를 대신한다. 유진목의 『연애의 책』이 좋다는 소리를 들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누구한테 들었던 것일까. 소리를 듣긴 했는데 기억은 없다. 시집을 주문하고 받아서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한참을 잊어버린 척 지냈다. 책상 위에는 시집. 시집이 있다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내게는 연필 수집벽이 있다. 연필만 보면 사고 싶다. 진한심이라고 해서 샀는데 막상 써보면 진한심이 아니어서 실망. 그래도 연필을 쓴다. 우리 사이에 시를 베끼는 연필 소리만이 남아도 좋다. 만두를 먹는 아침을 상상하고 잠시 외출을 해도 될까 신발을 가지런히 놓아 두기도 하고. 모과를 선물하기 위한 어두움을 준비하고.



s*****m 2020.02.25.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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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청량한 연애의 책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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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알지 못하던 좋은 작가를 새로 아는 기쁨이란 책을 종교로 하는 사람들에겐 이루말할 수 없는 기쁨이다. 하지만 이 지구 상에 작가들은 공기 좋은 밤하늘에 걸린 별들의 숫자 만큼이나 가득하고, 호기를 부려 세려고 해봐도 틀리고 다시 틀리고. 그저 무수하다 부를까. 그러면 넓이에 제한을 두자. 시인들. 그리고 우리말로 시를 쓰는 우리말의 시인들. 수많은 책들을 징검다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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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알지 못하던 좋은 작가를 새로 아는 기쁨이란 책을 종교로 하는 사람들에겐 이루말할 수 없는 기쁨이다. 하지만 이 지구 상에 작가들은 공기 좋은 밤하늘에 걸린 별들의 숫자 만큼이나 가득하고, 호기를 부려 세려고 해봐도 틀리고 다시 틀리고. 그저 무수하다 부를까. 그러면 넓이에 제한을 두자. 시인들. 그리고 우리말로 시를 쓰는 우리말의 시인들. 수많은 책들을 징검다리처럼 이어 밟고 내가 도착한 곳은 '시의 세계'다. 나는 그렇게 몇년 째 시의 수심에 있다. 수영을 하거나, 먹을 만한 것들을 얻으러, 어느날은 중심을 잃고 허우적거리다 물을 잔뜩 먹는다. 오늘은 그러다 낯선 이름의 시인의 시집을 한 권을 새로이 건져냈다.  유진목 시인의 시집 <연애의 책>.


'삼인' 시인선에 기대가 크다. 먼저 읽게 된 조인선 시인의 <시>도 같은 시리즈다. 시리즈라 하기엔 아직 2권째인 신생이지만 시집의 하얀 표지들만큼이나 궁금하다. 출간된 2권의 시집이 마음에 쏙 들었으니 나는 마음 놓고 호기심을 길러 보련다. 


<연애의 책>을 구입하고 읽는 도중에도 나는 시인의 성별을 알지 못했다. 미리 알려하지 않았고, 그의 이름에서 섣부르게 성별을 판단할 수 없었고, 시는 남자였다가 여자였다가 또 남자이거나 여자였다. (시집을 모두 읽고 인터넷의 사진들을 보고 결국 성별은 알았다.) 나는 이런 시가 좋다. '연애'를 제목으로 쓸만한 시집이라면 더욱이 이런 시가 좋다. 왠지 모르게 공평한 느낌이다. 내가 사는 이곳에서 나는 그것이 공평했으면 좋겠다. 남자로서 살지만 여자도 불편하고 슬퍼하지 않는 곳이라면 좋겠다. 내가 가진 몫이 크다면 그녀에게 덜어주고 싶다. 나혼자 김나는 고봉밥을 앞에 두고 싶은 마음이 없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이. 


유진목 시인의 다음 책 소식을 들었다. 분명 머지않아 읽어볼 것이다. 이 시집을 읽었기에 어쩔 수 없이 생긴 계획이다. 나는 그만큼 이 시집이 좋다. 고전의 고즈넉한 취향까지 느껴지는 이 시집은, 요란하기 그지없는 광폭한 경쟁 시대의 잔칫상에서 제 역할을 다한다. 나는 시인의 활자들로 무언가를 씻어내린 듯하다. 



g******l 2018.03.1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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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하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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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님 인터뷰였나 알게되어서 식물원이라는 시집과 함께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사랑에 관해 너무 흔해빠진 에세이나 시집이 많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른 느낌이에요. 생각보다 자주 펼쳐서 읽게되는 책이에요.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라 조금 더 다양한 사랑의 모습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읽은 지 좀 되어서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요. 연애를 시작하는 혹은 사랑을 하는 어떤 친구들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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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님 인터뷰였나 알게되어서 식물원이라는 시집과 함께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사랑에 관해 너무 흔해빠진 에세이나 시집이 많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른 느낌이에요. 생각보다 자주 펼쳐서 읽게되는 책이에요.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라 조금 더 다양한 사랑의 모습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읽은 지 좀 되어서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요. 연애를 시작하는 혹은 사랑을 하는 어떤 친구들이 있으면 선물해주고 싶어요.

e******7 2020.06.0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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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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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는 청승도 재능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며, 어떤 시는 아예 끝장을 내려 한다. 유진목의 시가 우리에게 살짝 내비추어 보여주는 것은 바로 삶의 저 슬퍼서 찬란한 어둠이며, 삶의 저 즐거워서 컴컴한 빛이다." - 조재룡슬퍼서 찬란하다 라는 말이 어쩐지 아름다워서 좋아했던 날이 이제는 알 것 같아서 슬프고 찬란하다 라는 말을 사랑하게 됐다. 반짝이는 아름다움은 눈물 때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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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는 청승도 재능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며, 어떤 시는 아예 끝장을 내려 한다. 유진목의 시가 우리에게 살짝 내비추어 보여주는 것은 바로 삶의 저 슬퍼서 찬란한 어둠이며, 삶의 저 즐거워서 컴컴한 빛이다." - 조재룡

슬퍼서 찬란하다 라는 말이 어쩐지 아름다워서 좋아했던 날이 이제는 알 것 같아서 슬프고 찬란하다 라는 말을 사랑하게 됐다. 반짝이는 아름다움은 눈물 때문이라는 것을 보는 것 같다. 삶에서 사랑을 뺄 수 없으니 연애의 책이란 모든 삶과 사람의 책이라고 느껴진다. 연애 라는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감정의 단어는 한 사람의 삶에서 아닌 적이 없을 것이다. 언제나 현재진행형으로 계속 자라나고 있다. 그걸 이제 알게 되었다.
g******3 2020.02.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