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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오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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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배경지식은 말할 것도 없고, (cosmopolitan을 '범우주적', 벤야민과 flanuer를 '벤자민과 게으름뱅이', 섹슈얼리티는 무조건 모조리 '성욕'이라고 번역하는 수준이다)   무엇보다도, 도대체 기본영어가 되는 사람이 번역한 것인지 자체가 의심가는 책이다. (목적어 명사와 수식구 사이에 삽입구가 많은 문장은 도대체 단 하나도 제대로 번역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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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배경지식은 말할 것도 없고, (cosmopolitan을 '범우주적', 벤야민과 flanuer를 '벤자민과 게으름뱅이', 섹슈얼리티는 무조건 모조리 '성욕'이라고 번역하는 수준이다)

 

무엇보다도, 도대체 기본영어가 되는 사람이 번역한 것인지 자체가 의심가는 책이다. (목적어 명사와 수식구 사이에 삽입구가 많은 문장은 도대체 단 하나도 제대로 번역한 것이 없고, 기본적인 from~to 용법조차 틀리며, it이나 the로 앞부분 내용을 지시하는 것도 하나같이 오역했다.)

영어실력이 왠만한 중학생만도 못할 것 같은 이런 사람이 영문학을 전공한 교수라니 놀라울 뿐이다.

 

 

그러다보니, 이 책은 제목부터 오역이다.

"제2의 천년"이라고 번역한 "Second_Millenium"은 "제2의 천년왕국"이다. 이것은 해러웨이가 기독교의 구원서사를 비꼬면서 만들어낸 말로, 책제목일 뿐 아니라 이 책 전체를 꿰뚫는 아주 중요한 표현이다. 표지의 가시면류관을 쓴 생쥐(원서의 뒷표지이기도 한데)는 바로 신대신 자리잡은 과학기술이 "제2의 천년왕국"을 지상에 실현시킬 속죄양으로서, 그리스도의 패러디인 것이다.

 

이 책의 본문에서 저자 해러웨이가 에리히 아우얼바하의 논의를 인용하며 어떻게 기독교의 천년왕국설이 세속화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걸 설명하는 대목(52~54쪽, 원서로는 8~11쪽)에서 번역자가 논지를 파악못하고 한문장도 빼놓지않고 모든 페이지를 통째로 오역 해주신 덕에 뭘 말하자는 건지 번역서봐서는 전혀 알 수 없다. 번역자가 때로 '천년' 대체로 '천년왕국'으로 번역해야할 millenium을 무조건 모조리 '천년'으로 번역했음은 물론이고. 그리하여 천년왕국의 실현fullfilment은 또 그냥 '이행'(어떤 곳에서는 한 술 더 떠서 '수행')이라고 알수없게 번역해놓았다.

 

게다가 저자가 자신의 글을 푸가fugue를 작곡하는 것에 비유하며 책의 중심이 되는(분량상 전체본문의 1/3) 챕터에 붙인 부제인 "두 부분(혹은 성부)로 이루어진 기술과학 푸가"라는 제목을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 기술과학 기억상실증"이라고 아주 개작을 해놓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음악에서의 "푸가fugue"를 모조리 "기억상실증"이라고 번역해놓으신 덕에, 해러웨이가 "나의 이 민족지학적 푸가에서"(나의 이 민족지학적 글에서는 정도의 뜻)라고 써놓은 곳이 번역서에서는 "나의 이 민족지학적 기억상실증에서"가 되어버린다. 번역자는 원저자를 순식간에 기억상실증의 세계로 보내셨다. 이런 엽기적인 코메디가 이 책에서는 단 한페이지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는거.

 



1. 책에 너무나 빈번히 등장하는, 기본적인 단어들의 맥락없는 번역

-너무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기에 이 단어들만 알 수 없게 번역해놔도 책 전체가 알수없어지는 효과가 있다.

1)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단어 figure. 다짜고짜 무조건 '비유'라고 번역해놓았다. 물론 figure는 워낙 의미가 풍부해서 만족스러운 한가지 번역어를 찾긴 힘들다. 사실 비유라고만 번역해서는 안되고 맥락에 따라 '형상'이라고 번역해야 한다. 어색한데로 '비유'로 일괄번역하기로 했으면 figure 라는 단어의 함의에 대해(사실 해러웨이가 이 단어를 사용하는 맥락에서는 그냥 사전찾아봐서 알수있는 단어가 아닌데, figure, trope 같은 단어들은 장문의 역자해제를 달아줄 꺼리가 되는, 문학, 역사, 과학 비평사의 중요한 한 조류에서 나온 아주 밀도높은 단어들이다) 역자주라도 달아줘야 한다. 뭐... 역자주를 모조리 위키피디아 베끼는 데 기대는 역자이니 관두고.

아무튼 그나마도 저자 해러웨이 자신이, 이 책에서 자주 쓸  figure 라는 단어가 얼마나 다양하고 풍부한 의미를 띠는가에 대해서 만화까지 동원해 비교적 쉽고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이 번역서에서는 오역투성이로 감히 범접키어려운 선문답이 되었다. 이 부분 차라리 전부 다시 번역을 할 망정 문장별로 일일히 지적하기는 감히 엄두도 나지 않으므로... ;;; 그리고 책 전체를 관통하는 인식론이자 방법론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figure라는 단어에 대해 설명하는 책의 전반부가 알 수 없어지면서, 당연히 이 책 전체도 알수 없게 된다. 물론, 당신이 시간이 많고, 쓸데없이 지적허염심이 심한 독자라면 '워낙 해러웨이가 어렵다자나'하고 간혹 나오는 그나마 독해가능한 부분들을 조각난 채로 읽어가면서 시간낭비를 할 수도 있겠지만.

2) representation을 '재현'이라는 널리 쓰이는 번역어를 놔두고 '표현'이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도대체 representaion처럼 중요한 개념어를 expression 이랑 구분안되게 '표현'이라고 번역해서 어쩌자는 건지, representation을 영한사전 펼치면 처음나오는 해석인 '표현'으로 번역해버린 것을 볼때, 역자는 '재현 representation'이라는 개념을 모르는 것은 아닐까.... (설마, 비교문학전공인데?)

3) articulation 과 splicing 을 둘다 무조건 '접합'이라고 번역했다. 접합은 그냥 붙이는 건데, 사실 저 두 단어다 '잘라낸' 후 다시 다른 연결로 붙이는 걸 뜻한다. 잘라내기와 붙이기 둘다 포함되는 단어. 그래서 articulation에 대해서는 '절합'(분절+접합 정도가 된다)이라는 번역어가 유통되고 있건만. 

4) agency 를 거의 일률적으로 '중개행위'라고 옮기고 (행위성, 힘, 작용, 대리와 대행.. 등으로 맥락에 따라 다르게 번역할 수 밖에 없는 단어인데.) 이를테면 "피조물을 창조자로 오해하고 중개행위를 소외된 객체에게 옮기는 것은 겨우 20세기 말에 이르러 생긴 일 같다."(159) 중개행위를 옮기다니 무슨 뜻일까? 물론 agency 겠거니 하고 대충 짐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짐작하며 읽으려면 뭐하러 번역서를 읽나. 그러고보니 이 책은 object도 모조리 '객체'라고 옮겼다. 

5) 또 reified 나 reification 은 루카치가 논의한 개념의 영어번역으로서, 한국말로는 '물화'로 번역되고 있는데, 무조건 '구체화하다'나 '구상화'로 번역하면 도대체 'embody'(이 책에서는 이것도 거의 구체화하다로 번역하고 있는데)나 'concrete' 같은 단어랑 어떻게 구별?  

말할 것도 없이 이 책에서는 이런 식의, 기존 한국에서 유통되던 개념번역어들을 이유도 설명않고 무시하고서(정확히 표현하자면 무시했다기보다는 그냥 모르는 듯), 영한사전의 단어 설명중 1번에 나오는 번역어를 택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차라리 일관되게 그렇게라도 했다면!

6) appropriation 은 '전유'라고 많이 번역되어 유통되는 단어이고 심지어 이번엔 네이버 영한사전 1번에도 '전유'라고 나와 있구만, 왜 또 '전용'으로 바꾸시고? 다른 사전 쓰시나?

7) 그리고 decontextualize 는 맥락에서 뚝 떼어낸다는 뜻, 즉 '탈맥락화' 인데 또 왜 전부 '탈텍스트화'라고 번역? 나는 처음에 '탈컨텍스트화'에서 '컨'자가 빠지는 오타가 생긴 실수 인줄 알았는데 책의 다른 곳에서도 계속 탈텍스트화라고 번역을 하고 있는 걸로 봐서는 오탈자 문제가 아닌듯.;;; 

8) 그리고 이 책에서는 접두어 trans-(초월, 너머, 등등의 뜻)가 붙는 단어들이 상당히 중요한데, 이를테면 transspecific 은 이 책의 맥락에서 (생물학적) 종을 넘어선, 이라는 뜻이다.
책에서 유전자조작 생물들을 수식할때 계속 쓰이는 형용사이다.  

그런데 번역서는 이 단어를 모조리  '초특유의'라고 번역하고 있다.(그렇다. transspecific이 사전에 없었던 것이다). '초특유의 이전된 생물'(143) 이걸 읽고 무슨 말인지 알 사람이 있을까? 마치 알타비스타 번역기에 돌린 문장을 보는 듯 하다. '다른 종의 유전자가 이식된 생물'내지 '종의 경계를 넘어서 유전자 조작된 생물'이라는 뜻이다;;;; 해러웨이는 이 부분에서 넙치의 유전자를 이식해서 잘 썩지 않는 형질을 띄게 된 토마토 이야기를 한다. 종과 종의 경계, 식물과 동물의 경계를 다 넘어선 것 아니겠는가.

9) 그리고 transgenic을 모조리 '유전자 이식 생물'이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그러면 p.119쪽에서 "초우라늄 원소"와 "유전자 이식된 생물"을 왜 한 비례식 속에 묶어 놓았는지 영 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그러니까, 영어로는" transuranic : transgenic = "이라는 으로 'trans'(초월하는, 너머)라는 접두어를 둘이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 번역서는 공통된 접두어를 이야기하고 있는 글의 맥락을 싹 지워버리고, 난데없이 (유전자공학과 핵물리학의 둘 모두의)"생성물은 '횡단trans'이다"라는 둥 하는 선문답의 세계로 독자를 보내버리고 있다. "그들의 생성물은 횡단이다" 문맥파악을 못하는 번역자를 만난 덕에 쓸데없이 심오해보이는 선문답이 된 번역의 전형이다.

또, 무조건 '위반'으로 번역해 놓은 transgress내지 transgression 은 물론 '위반'이라는 뜻도 있지만 맥락에 따라서는 좀 더 생물학적인 뉘앙스로 부모를 초월한 자식, 태어난 조건을 초월하다 정도의 뜻도 된다.(예를 들면 126쪽) 바로 transuranic, 초우라늄 원소들은 주기율표를 초월하는 듯 하지만 실은 주기율표를 모태로 태어나 거기에 속해있고, transgenic 개체간, 종간 경계를 초월하여 유전자 재조합된 생물들은 기존 생물학의 분류학을 초월하는 동시에 그 체계 속에서 태어나 거기 속해있다는 것. 이게 이 책 119~217쪽(원서 49-101)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이 된다. 하지만 번역서를 읽고 이를 알아채기에는 원문읽고 이해하기보다(나의 모어는 한국어임에도) 한 100배쯤 어렵다는 거. 이 번역서 전반에서 해러웨이 특유의 재기발랄한 비유적인 말장난들이 이런 식으로 다 죽어버렸기 때문에, 그나마 이책에서 오역이 덜해 읽을 수 있는 부분도 원문보다 훨씬 읽기 지겹다. 

10) 그리고  kinship을 혈연관계라고 번역해놓았는데, 이건 친족관계로 번역해야 한다. 이 책의 내용만 봐도 '여성인간'이랑, 앙코마우스랑 서로 친족관계kinship 라는데, 그걸 혈연관계라고 번역해버린다면, 얘들 둘 사이에 서로 헌혈해서 피라도 나눴다는 건가? ^^;;

또 마찬가지로 kin 을 '동족'이나 '혈연'이라고 번역해놨는데, 동일성을 재생산하는 관계를 벗어난 친족관계를 상상하겠다는 해러웨이의 용법에서 '동'족이라고 번역해주기보다는, 그냥 '친족'정도로 번역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이때 kin 은 related 정도의 뜻이다.

한편, 이와 정반대로 140쪽 같은 경우, '가계 오염에 대한 불안이...'라고 할때 '가계'라고 번역된 lineages는 정말이지 노골적으로 '순수혈통'이라고 번역해 주어도 된다. 이 문장이 나오는 부분은 지식인들의 일종의 자민족중심주의 내지 순혈주의를 조롱하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말이다.  
이건 사소한 번역상 견해차의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해러웨이의 이번 책은 아니지만 다른 책을 읽어보면 '친족관계는 반드시 혈연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왜, 우리가 맺는 친족관계도 결혼으로 만나는 두 남녀가 혈연은 아니잖는가) 같은 말이 나오는데. 만약 이 번역자식으로 번역하면 '혈연관계는 반드시 가계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되버리는 것이다. 바로 이런 식으로 이 책은 '난해'하고 '심오'해졌다. 그리고 역자는 그게 원작이 워낙 난해한 탓이라고 주장한다.

11) Sexuality 를 '성욕'이라고 번역했다. 섹슈얼리티는 '성'내지 '성성'이라고 번역되기도 하다가 역시 만족스러운 번역어가 없어서 대체로 섹슈얼리티라고 그냥 표기한다. <섹슈얼리티 강의>같은 책도 나와있구만. 암튼 이 역자, reproduction은 무조건 '생식'이라고 번역하고 섹슈얼리티는 '성욕'이라고 번역한 덕에, 만약 재생산과 섹슈얼리티의 관계, 같은 구절이 나온다면 이걸 '생식과 성욕의 관계'라고 번역하게 생겼다. 당연히 원문의 뜻을 180도 바꾸는 오역이 된다.(<유인원,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도 이런 식으로 번역해놨음은 물론이고.)

2.  원저자여 이 번역자를 용서하소서!

이 정도가 핵심단어들의 오역이랄 수 있고(물론 더 많은데 다 쓰기도 힘들다), 문장상의 오역은 이제 셀 수도 없다. (번역자는 자기도 무슨 소린지 모르는 책을 무슨 초인적인 끈기로 번역했을꼬 싶다).그걸 다 지적하다가는 책 한권도 쓸 수 있을듯 하다;;  여기서는 맛보기로 몇 개만 살펴보자.


1) 일단 사소한? 실수 중 하나,

"그 ⓒ를 저자나 저자에게서 그 작품을 양도한 양수인으로 옮기는 작은 수정은, 18세기 영국의 텍스트 및 코드의 상품화 제도를 20세기 말 미국의 상품화 제도로 옮기는 겸손한 발걸음이다."(165)

이건 사소한 실수같지만 이 문장이 속한 소단원 전체의 내용을 180도 뒤바꾸는 실수이다;; 원래는 저작권, copyright 표기인 'ⓒ'표기가 18세기에는 저자의 이름에 붙어있다가 20세기 들어서는 만들어진 작품쪽으로 옮겨 붙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번역문에서는 그 표기가 저자에게서 '작품을 양도받은 양수인'으로 옮겨갔다고 해놓았다;;;; 원서 p74, 13번째 줄이다. 중학생이면 읽을 수 있는 from~to용법으로, to가 어디 붙어있는지 확인해보시길. 문제는 이 번역서에서 이런 초보적인 실수가 한두번이 아니라는 것.

 
2) 아아, 이책을 번역한 분!

I hope the original author will forgive you!!!!

 이 책 번역서 160쪽(원서 71쪽)에는 "I hope the original author forgive me." 라는 문장이 있다. 번역서는 이걸 직역하여 뜬금없이 "나는 원본의 저자가 나를 용서해주길 바란다."(마치 번역자의 고백같다 ㅋㅋ)라고 번역해 놓았다. 어쨌든 이상하지 않은가? 해러웨이가 글을 쓰다가 갑자기 용서를 빌어야할 '원본의 저자'란 누구일까? 해러웨이는 남의 글을 베끼고 있었던 걸까? ㅋㅋㅋ 

 그런데 '저자'라는 개념의 역사에 관해 설명을 시작하며 등장하는 이 문장에서 the original author 란 바로, 17세기에 문학작품의 창조자로서 '저자author'개념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유일하게 '창조자의 권위 the Author'를 가지고 있었던 분, 바로 '하느님아버지 God'를 뜻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영어에서 흔히쓰는 god forgive me 라는 말에서 god 대신 'the original author'을 살짝 갈아끼워넣은 농담조의 말장난이다. 그러니까 저 문장은 "저자중의 저자, 신이여 나를 용서하시길!" 정도로 번역되어야 했다. 생물학 배경지식이 없어서 오역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사실 해러웨이의 책을 번역하면서 생물학 배경지식이 없다는 건 정말 큰 문제이지만), 비교문학 전공이시라는데, 문학사적 배경지식은 있으셔야 하는 거 아닐까.

3) "살아있는 존재들을 다루는 조잡하게 맞춰진 혼합된 고대 역사는 곧 다른 역사와 교대될 것이다. 유전적 교환의 긴 전통이 앞으로 다가 올 오랜 시간 동안 산업적 선망의 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142)

 무슨 소린지 하나도 알 수 없지만 뭔가 대단히 심오해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원문은

"The ancient, cobbled-together,mixed-up history of living beings, whose long tradition of genetic exchange wil be envy of industry for a long time to come, gets short shrift."

역자는 아마도 shrift(참회, 속죄, get short shrift 라고 하면 숙어가 되어 가차없이 해치운다 정도의 뜻이된다)를 shift(아마도 '교대'로 번역?)쯤으로 읽은 모양이다.그리고 이 문장의 바로 앞 문장도 오역인데(지적하기도 지겹다), 제레미 리프킨 등의 종족순수주의적 주장과 행태를 비꼬는 조로 서술해준 문장인데, 역자는 아마도 그 문장이 해러웨이 자신의 견해를 펼치는 문장이라고 여긴 것 같다.

아무튼 이 문장은 정체도 모호한 '조잡하게 맞춰진 혼합된 고대역사'(역자자신은 무슨 뜻인지 알까?)가 한술 더 떠 "다른 역사와 교대"될 것이라는 둥 하는 얘기가 아니라,  

"오랜 옛날부터 ancient, 여러가지 방식으로 한데 모이고 cobbled-together,  뒤섞여온 mixed-up, 생명체의 역사는, 생명공학산업이 앞으로 오래동안 질투할 만큼의 전통-유전자를 서로 뒤섞고 교환해온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역사는 가차없이 제거된다.(유전자조작을 반대한다는 리프킨 같은 사람들의 논리 속에서는)"

정도의 얘기이다. 나는 지금 번역의 오류를 지적하려고 거의 직역했지만 당연히 정식으로 번역한다면 앞뒤 문맥을 고려하여 이보다 훨씬 풀어서 번역해주어야 한다. 무슨 얘긴고 하니, 제레미 리프킨등의 사람들은 유전공학이나 생명공학산업이 각 생물종들간의 경계를 넘어 유전자를 뒤섞어 놓기 때문에 위험하고 나쁘다는 식의 논리로 유전자조작에 반대를 하는데, 원래 생명체라는 애들은 태곳적부터 서로 유전자를 막 교환하면서 종을 넘어 유전자를 뒤섞어온 잡종들이므로 리프킨 같은 논리로 유전자조작에 반대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번역자가 이런 논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덕에 이 문장이 있는 142페이지가 통째로 오역덩어리가 된다.
 그리고 이 번역자가 흥미롭게도 '오랜 옛날부터의' 정도의 뜻으로 쓰인 'ancient'를 무려 '고대'라고 번역해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번역자는 예전 <유인원,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에서도, "modern"이 '최근의'정도의 뜻으로 쓰인 것을 "근대적" 이라고 무조건 번역해버리는 바람에 원래는 구체적이고 간단한 이야기를 담고있는 문장을 엄청나게 '심오'하게 만들어주신 적이 있다. 같은 단어도 맥락에 따라 다르게 번역할 수 밖에 없는 데 기계적으로 한 단어에 한 번역어를 대응시키니까 생기발랄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있는 문장이 장난아니게 현학적이고 절대 아무도 알 수 없는 말씀이되버리신다. 말할 것도 없이 이 책에 이런 오역은 한 둘이 아니다.

대체 이런 식으로 번역을 해놓고도 역자서문에 당당하게 "어리둥절하거나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부분"은 해러웨이 때문이니 포기하지 말고 반복해서 읽으라고 독자에게 당부를 한단 말인가? 오, 이 번역자를 용서하소서!

4) 이번에는 이런 선문답 번역도 있다.

"문자 그대로 크로노토프chronotope는 화제의 시간 혹은 시간성이 조직되는 토포스topos를 뜻한다. 화두topic는 진부한 말이며, 수사학적 소재지이다. 장소와 공간처럼 시간은 결코 "문자적"이지 않으며, 단지 그 곳에 있을 뿐이다. 크로노스chronos 는 언제나 토포스와 서로 얽혀 있으며, 이 점에 대해서는 바흐친(1981)이 시간성을 조직하는 비유로 규정한 크로노토프 개념 속에서 풍요롭게 이론화하였다."(108)

 이 지경이 되면 아예 의미전달이 안되기때문에 뭐, 오역때문에 원문을 정반대로 착각할 걱정은 없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여기서 제일 알 수 없는 문장을 먼저 살펴보자.

"화두는 진부한 말이며, 수사학적 소재지이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

"화두는 진부한 말이며"의 원문은 "A topic is commonplace"이다. 
무슨 말인가? 이 문장은 무척 짧게 압축적으로 topic이라는 단어의 어원, 유래를 설명하고 있는 문장이다. 번역자가 이해를 못했음이 분명하다. 해러웨이는 topic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가지고 이 책 여기저기서 말장난을 하는데, 번역자는 책의 모든 부분에서 topic을 무조건 모조리 '화두'라고 옮겨놓았다. 그러니 topic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떄마다 거의 모조리 오역이 되는 건 당연. 그럼 다음과 같은 국내 일간지의 한 시사평론을 참고해보자. 

"'상식'(common sense)이란 고대 파피루스의 같은 페이지를 뜻하는 ‘같은 장소(locis communis-common place)’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여기서 ‘장소’를 뜻하는 그리스 말은 ‘topos’로서, 훗날 ‘topic’의 어원이 되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학생들은 토론의 논제를 적어 둘둘 말아놓은 파피루스를 펴면서 같은 논제가 적힌 장소를 찾아내어 토론했다고 한다. 같은 페이지의 논제에 대해서만 토론이 가능했고, 그래야 논쟁도 생산적이다.
‘같은 장소’라는 말은 훗날 ‘장소에 대한 믿음’으로 의미가 확장되어 여러 사람의 신념과 상식을 담은 ‘이데올로기’라는 의미로 새로이 자리매김을 한다. 이데올로기에 도전하는 것이 ‘이슈’이며, 상식에 기초해 이를 발굴하고 유통하는 것이 언론 활동이다."

동아일보,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604240067

다시 말해, 영어에서 commonplace 라는 단어는 처음에는 함께 참조하는 페이지, 즉 여러사람이 공유하는 페이지를 뜻했는데, 나중에는 이 사람 저 사람이 다 흔히 쓰는 구절, 개나 소나 쓰는 구절이라는 뜻으로 점차 변형되어 영한사전에 1번 의미로 나오는 '진부한 말'이라는 뜻까지 가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것은 번역하다 보면 부분적으로 있을 수도 있는 실수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해러웨이가 commonplace내지 common이라는 단어를 자신만의 용법으로 자신의 모든 책에서 상당히 자주 쓰기 때문이다. 해러웨이의 글에서 commonplace는 영한 사전 해석 1번에 나오는 '진부한 말'이라는 뜻이 아니라, 정말 말그대로, common place 공동의 공간, 그래서 맥락에 따라 공유지 혹은 공동의 언어를 의미한다. 때로 부정적인 의미로는 '어떤 무리가 공유하고 있는 편견'정도를 의미하게 된다.

이런 말장난은 책의 뒤에서 "문자로 쓰여지는 언어의 공유지에 울타리가 쳐졌다.  the literary commons were "enclosed""와 같은 식으로 연결된다. 해러웨이가 굳이 "enclosed"에 따옴표를 넣어 강조한 이유는 언어에서도 "엔클로저" 운동이 있었다는 비유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양을 치려고 사람을 쫓아낸 식으로 토지에만 엔클로저의 역사가 있는 줄 알았니? 언어에서도 엔클로저의 역사가 있었어. 17세기에 '저자', '저작권'개념의 등장과 함께 말이지. 이런 재기발랄한 비유이다. 이런 식으로 한 곳에 사용되던 표현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비유의 방식을 통해 문제설정을 새로이 하는 것이 해러웨이의 주된 방법론이라면 방법론이고, 해러웨이의 책 전반에 이런 비유 말놀이가 그득하므로 이런 부분은 의역하기보다는 오히려 되도록 직역해주는 편이 좋지 않을까.
(번역서 160, "문학의 공동사용권이 사유화되고"라고 번역된 부분. 물론 원래 글의 재기발랄한 빛이 싹 사라지고 비유적으로 표현을 옮기는 놀이도 사라져 훨씬 무미건조, 딱딱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건 그나마 오역은 아니다.)

또, "장소와 공간처럼 시간은 결코 "문자적"이지 않으며, 단지 그 곳에 있을 뿐이다"라는 문장. 시간이 문자적이지 않다니 이건 또 무슨 선문답인가? 여기서 "문자적"으로 번역된 literal 은 컴퓨터에서는 "상수"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이건 영한사전에도 나오는데...). 어차피 "literal"이 '문자적인'(거의 '고지식한' 정도의 뜻)와 '(변치않는) 상수' 둘 다를 의미하는 영어상의 말장난을 한글로 맛을 살려 옮기기는 불가능한 것 같다. 그러니 두 의미중에 좀 더 한국말로 말이 되는 쪽으로 택해야 하는 문제. 또 원작에서 literal과 figural 을 줄곧 대비시키고 있지만 별개의 역주라도 붙이지 않는다면 이 부분에서는 어차피 원문의 언어유희는 이 부분에서는 조금 훼손할 수 밖에 없다.(어차피 민경숙 번역서에서는 이런 대조가 잘 살아나지도 않았다).   
 
어쨌든 그러므로 글의 저 부분은 다시 의역하자면,

"시간을 의미하는 크로노스와 장소를 의미하는 토포스를 합친 조어인 크로노토프는 문자그대로 공간으로서의 시간, 혹은 시간성이 조직되는 장소 topos를 뜻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토픽topic'이라는 단어는 토포스를 어원으로 하는데, 어원의 유래를 쫓자면 공유되는 공간 commonplace을 의미한다. 다시말해 '토픽'이란 언어를 통해 구성되고 공유되는 장소를 뜻한다. 장소와 공간처럼 시간도  "변치않고 literal" 그냥 거기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간 chronos은 언제나 공간 topos과 서로 역동적으로 얽혀있는데, 바흐친(1981)은 시간성이 조직되는 모양새 figure 를 뜻하는 크로노토프라는 개념을 통해 이런 점에 대해 풍요롭게 이론화하였다."

이 정도가 된다. 그리고 물론, 정식으로 번역한다면 이보다 훨씬 더 풀어서 번역해줄 수 밖에 없는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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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 책의 일부가 오역일 뿐 그럭저럭 읽을만한 책일 거라고 생각하는 대단한 포용력을 가진 분을 위해. 마지막 지적.

멀리 갈 것도 없이 본문의 첫 페이지부터 오역이 줄을 잇는다. 원작을 읽어봤다면 어렵지않게 모든 페이지에서 오역을 찾아낼 수 있음은 물론이고, 한 페이지 가득히 의미불명의 개작이 되어 있는 부분도 숱하다.
38쪽 "닐리는 그 사이보그를 프로그램하는 동료 에이브럼을 돕는데, 노파 말카의 집에서", 원문에서 에이브럼이 사이보그 프로그램하는 것을 돕는 이는 닐리가 아니라 말카다.
완전히 무신경하게도 이단자(37쪽)라고 번역했다가 이교도(39쪽)라고 번역했다가 하는 heretics는 그냥 통일해서 '이단자'라고 번역해야 한다. 이단과 이교는 엄연히 다르다. 심지어 저자 해러웨이가 이 단어가 등장하는 부분에서 번역서의 각주 4번(당연히 의미불명 오역이 되어있는데)에 섬세하게 '이단heretics'과 '이교infidels'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해놓기까지 했다.

그리하여, 39쪽 이후 여러페이지에 걸쳐 계속해서 '무신론자들'이라고 번역된 infidels는 이 글에서는 '무슬림'(글에나오는 팔레스타인 여성들을 포함한)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교도'라고 번역되어야 한다. 번역자 덕에 무슬림이 무신론자가 되었다. Alas! 해러웨이가 붙여놓은 각주에서 그걸 설명하고 있는데 번역자는 이해를 못하고 각주까지 엉망으로 번역해놓았음은 물론이다.

그리하여 이런 내용을 번역자가 전혀 소화하지 못하는 바람에 "oppositional"이 뭘 의미하는지 번역서에서는 완전히 애매모호하게 번역되어 그냥 계속 '대립적'(뭐에 대립?)이라고 번역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리고 별로 문장이나 내용이 어렵지도 않은 이 본문 첫 세 페이지에만도 위에 지적한 것 말고도 가지가지 오역이 있다;;;;
바로 뒷장 40쪽으로 넘어가면 바로 눈에 띄는, 'cosmopolitan'이 무려 '범우주적'이라고 번역되어 있고....42페이지에서는 아예 한 문장을 빼먹고 번역을 안해버리기까지 했지만 어차피 이 페이지는 페이지 통째로 오역이랄 수 있으니 그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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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도 없으니 이쯤해두고, 제발 출판사는 사람들의 돈과 시간을 빼앗고, 무엇보다 마음아프게는 그나마도 해러웨이에 관심을 가질 소수의 사람마저 씨를 말리고 말 이 유해한 번역서를 속히 절판시켜주시기 바란다;;;;  때로 이런 건 수돗물에 독극물타는 거보다 한 100배쯤 더 나쁜 짓일 수 있다.

m******t 2007.12.21. 신고 공감 14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