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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건이 있다. 한 집안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막내는 3살 무렵 한밤 중에 감쪽같이 사라진다. 그러고 30여년의 시간이 지난다. 또 대학 입학을 앞둔 예쁜 소녀는 아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끔찍하게 살해되고 만다. 범인은 잡히지 않고, 10년의 세월이 지난다. 한 집안에서는 갓난애 엄마가 남편을 도끼로 살해한다. 그리고 그 갓난애의 행방은 묘연해진다. 이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사건이 소개되면서 소설이 시작된다. 사라진 아이가 지니고 있던 장난감이 죽은 아버지의 서재 서랍에서 발견되고, 뚱뚱보 변호사 아버지는 일도 관두고 10년 동안 거의 폐인처럼 지내고 있다. 여전히 갓난애의 행방은 묘연하다. 사립탐정 잭슨이 등장한다. 그에게 사람들은 사건을 맡기고, 잭슨은 요란스럽지 않게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이렇게만 보면 소설은 미스터리 같아 보이지만, 사건을 쫓는 잭슨의 행보는 전혀 활력이 없어 보인다. 알고 보면 그에게도 깊은 상처가 있다. 누나가 직장에서 돌아오다 성폭행을 당하고 무참하게 살해당하고, 형은 그 누나를 배웅나가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자살했다. 그리고 지금은 아내와 헤어졌고, 여덟 살 짜리 딸마저 그를 영원히 떠나갈 위기에 처했다. 소설은 사건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 사건들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지금에 조명을 비추고 있고,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 집중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죽거나 사라진 사람들의 무덤과 기억 위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잊지도 못하고. 그러니 소설은 명백히 미스터리물이 아닌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결국 밝혀지는 사건의 전말을 보면 이 소설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사건의 해결이 극적이지 않은 만큼 (무슨 심각하고 정교한 추리나, 아주 활력 넘치는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건의 전말은 한방으로 충격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책을 덮고 그 사건들에 대해 생각해보면 점점 더 충격의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근친상간에, 편애에 따른 질투, 일방적인 사랑, 언니에게 뒤집어 씌운 도끼만행살해사건!!! 사라졌던 갓난쟁이는 거리의 소녀가 되어 있었고, 그 소녀는 살해당한 딸을 잊지 못하는 다른 아빠를 만나고. 사건은 개별적이었고, 서로 연관성이 없었지만, 결국은 서로 연결되고,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간다. 모든 것이 치유된 것이 아니지만, 치유될 수도 없지만, 치유되지 않았음에도 살아갈 수 있어서 살아간다.
결국 이 소설은 살인에 관한 얘기가 아니라, 어떻게든 살아가는,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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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이거 왜 절판되었지. 2004년 출간되자 스티븐 킹이 "최근 10년간 발표된 미스터리 중 최고의 작품이다"라고 극찬 (가끔 킹사마의 강추는 내 기대와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작품은 왜 높이 평가한 것일까 생각해봤더니, 그의 작품처럼 작품속 등장인물들이 사건에 묶여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각기 사연을 가지고 움직이고 자신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하고 소설보다는 좀 더 뛰어나게 만들어진 영드 때문만이 아니라도 꽤나 괜찮은 시리즈인데. 이미지와 시각의 교차, 대화와 행동 등으로 상징적으로 보여지는 인물과 사연들을 BBC에서 매우 뛰어난 작품으로 만들었고, 보다가 중간의 미진한 설명으로 궁금했던 것은 소설로 채워나갈 수 있는데.
책이 하두 안읽히는 어느날밤, 리모콘을 잡고 스카이라이프 편성표를 보다가 [살인의 역사 (Case Histories)]을 보게되었다. 최근에 미스테린가 해서 보면 다큐멘터리이곤 해서 (심지어 동물다큐이기도...^^) 뭐 보자 했더니만, 요 작품이었다. 나에겐 일종의 징크스가 있어 정말 꼭 보려고 1회 시작 알람을 해도 못보는 작품은 끝까지 못보게 되지만, 우연히 정말 우연히 1회를 보면 끝까지 보게 되는데...이건 왠걸 엄청나게 재밌는데다가 엄청난 수작인 것이었다. CSI를 비꼬는 리처드 캐슬마냥 점점 더 미스테리 수사물들이 OST음악이나 CG, 로맨스와 액션에 신경쓰는 와중에 만난, 정통추리물!!!!! 게다가 이 잭슨 브로디를 연기하는 제이슨 아이작스 아저씨, 왜케 멋있는 건지. 현재 까지 나온 이 시리즈중 3작품을 시즌1의 여섯에피소드 (1권당 2 에피소드씩)로 소개하고 이제 시즌2 제작중이고 올해나온다는데 엄청나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에선 재섭는 말포이의 사악한 아빠 말포이역을 맡았다. 그건 그거고 여기선 가끔 셜록 홈즈삘이 나서, 그도 '셜록 홈즈 연기하면 꽤 괜찮겠다'고 하는 모습을 보여줌. 그를 두고 줄리아와 아멜리아는 개로 치자면, 래브라도니 세퍼드니 하는데...내가 보기엔 음....둘 다 아님 ㅡ.ㅡ)
(각각 2004, 2006, 2008년에 나와 6개의 에피소드로 변신한 시리즈의 작품들. 네번째 [Started Early, Took My Dog (2010)은 시즌2로 시작한다)
이거 보고 소설을 잡으면, 그닥 알고싶지않은 전아내와의 부부생활이나 덜 귀여운 말리나 잭슨의 비서를 보여주고 4개의 개별 사건들이 최대 34년간 분포되어있는 약간의 산만함 등이 눈에 거스리며, 오히려 중요대사는 살리지만 사건들의 시간적 범위를 좀 더 짧게 잡아 산만함을 줄이고 인물의 핵심을 잡아 귀엽게 묘사한 영드 쪽이 더 혹하긴하다. 하지만, 그래도 이 작품의 핵심인 legwork, 사소한 실마리가 결국 사건의 해결로 이어지는 진중한 추리, 인간에 대한 시선이 따뜻하며 우아함을 잃지않은 것들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여기서도 물론, 인간적 고난을 겪는 탐정이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잭슨 브로디. 그는 경찰 출신으로 2년전 이혼과 함께 12년간의 캠브리지셔 경찰을 그만두고 사립탐정으로 개업한다. 아내 조시를 딴 남자에게 빼앗겨 bitter할 수 있음에도 새로 이사간 작은 집욕실에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향수를 뿌리고 8살짜리 딸내미 말리를 가끔 보는 재미로 사는 인물이다. 성폭행및 살인피해자가 좀 가볍게 입었다손쳐도 이를 가볍게 언급하는 이들을 만나면 때려버릴 수 있는, 정신 제대로 박히고 짜증나고 힘들어도 수년간 부려먹은 가난한 노부인에게 청구하지도 못하고, 또 무안한 소리도 안하는 은근 따뜻한 남자이다 (작가인 케이트 애트킨스가 '좋은 남자'라고 말할 만한). 이혼도 하고 경찰도 그만두었지만 이건 극복되었고, 그의 나이 12살에 가족에게 일어난 사건이 그의 인생 속에 블랙홀로 남아있다.
읽어보고 계산하면 시간은 2004년. 그에게 1970년 수학과 교수의 4자매에게 일어난 막내딸 올리비아 실종사건, 1994년에 일어난 변호사의 딸 로라 살인사건, 1979년 어린나이에 결혼한 여인네의 남편도끼살인사건, 그리고 숨겨진 노부인의 사건과 바람난 아내 추적을 의뢰한 약사 등. 당최 이어질 것 같지않은 사건들이 하나씩 밝혀진다.
...때로 잭슨에게는 온세상이 대차대조표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였다. 왼쪽에는 잃은 것, 오른쪽에는 찾은 것이 표시되어 있지만 불행하게도 이 둘은 절대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아멜리아와 줄리아 앤드가 뭔가를 찾았다면, 테오 와이어는 뭔가를 잃었다. 이 두가지 하나로 되어 맞아떨어진다면 인생은 얼마나 쉬워질까...p.95
대강 공식처럼 만들어진 패턴과는 달리, 이 작품은 사건의 해결에 목매지도 시리즈 주인공의 소개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지도 않는다. 사건이 아닌 이름이 장(chapter)의 제목으로 정해지는 것처럼, 등장인물들은 사건이전에서 사건 이후로 사건의 영향과 함께 또 그외로 자신의 인생을 펼쳐나가고 자세한 심리가 묘사된다. 오히려 그 비중에 비하면 잭슨 브로디에 대한 소개는 아직 외적인 부분에 남아있을 뿐이다. 영드에서는 매우 비극적 이미지로만 보여주었던 그의 개인사는 뭉클하고 슬퍼 이 시리즈 중 어딘가에서 꼭 해결되기를 바란다.
여하간, 영드를 원작보다 먼저 보면서도 느낀 인상이, 참 인간을 따뜻하게 묘사를 한다..란 것이었는데 (그나저나 원작도 좋지만, BBC드라마 제작자, 감독, 각색자 누군지 정말 대단한 실력자이다. 흩어져있는 인물의 이미지를 정확한 배우 캐스팅과 이미지, 대사 등으로 구현해내었다), 마치 [이웃집의 토토로]의 메이를 연상시키는 귀여운 말리와 죽은 딸 로라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전직변호사 테오의 장면은 참으로 감동적으로 아름답다. 토토로를 보고 전혀 무서워하거나 의문시하지않고 그냥 믿고 포근히 품에 안긴 천진하고 순수한 모습 (이는 무서운 숲속 우물가에서 장 발장을 만나자 전혀 무서워하지않고 그의 도움을 받고 걸어오는 코제뜨의 모습과 겹친다)처럼, 걱정하는 테오를 달래도 화내는 아빠를 달래는 말리와, 자기는 믿어도 되지만 말리를 보고 이렇게 순진하다가는 나쁜놈을 믿어 잘못될까 걱정하는 테오. 가정이 깨지고 범죄가 스치고 지나간 이 자리에도 이렇게 순수한 마음을 가진 이와, 아멜리아, 캐서린 같이 여전히 괴로워 가끔 이상하게 변해버린 이들을 보면 범죄의 파괴성이 무섭다가도 또 다시 인간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된다.
(디킨즈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에 나오는 동업자 유령과 같은 이름의 Marley. 어찌나 귀여운지.. 아빠가 같이 있고 싶고 또 전처가 돌봐달라고 해서 같이 수사를 다니다가 집에 데려다 줄때 '엄마에게 오늘 일 얘기하지마'라고 해서 약속해도 깨알같이 일러바치는데.. 소설속에선 어찌나 깜찍한지 '러시아말 배웠다고 말하지 마라'했음에도 뇌물겸 용돈받으며 '스파씨바'하는...ㅋㅋ)
p.s: 1) ...로즈마리는 올리비아를 먹고싶었다...뱀처럼 전체를 삼켜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게 자신의 몸안에 넣고싶었다.....p.31 음, 이 부분, 말하기엔 이상하게 보일까 인정하긴 싫었지만 나도 울강아지보면 느끼는 생각. 다만, [X-file]의 한 인상적인 에피소드에서 자기동생을 자기배에 품고 다니다가 그 작은 동생이 사건을 일으키는 에피소드 마냥, 배에 티안나게 품고싶다는 생각이 더 크지만.
2)'비밀쇼핑'이라는 말이 나오다가 p.185쯤 설명이 나와 알았는데, 물론 우리나라말로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들 '미스테리 쇼퍼'로 말하는데 굳이 생소하게 바꿀 것까지야...
3) 트레일러.
(FOX TV가 아닌 자기네가 영드, 미드의 본좌라고 주장하는 AXN에서 시즌1 방영해주는데, 잘 챙겼다가 꼭 보시길. 정말 수작임. 이거 보면 틀림없이 말리와 잭슨의 매력에 퐁당 빠지지않고서는 배기지못하는데 내기걸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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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에서 우리는 세 가지 사건을 따라가게 된다. 첫 번째 사건은 자고 일어났더니 어린아이가 감쪽같이 사라진 실종 사건이고, 두 번째 사건은 백주 대낮에 아버지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게 된 첫 날 이상한 남자에게 살해당한 딸의 사건이고, 세 번째 사건은 산후 우울증이었는지 갑자기 아이를 울게 만들었다고 남편을 살해한 여인의 사건이다. 이 사건들을 처음 독자들에게 사건 번호가 적혀 있는 파일을 나열하듯이 보여준다. 그 뒤 잭슨 브로디라는 전직 경찰관 출신이 이혼하고 딸을 가끔 만나는 탐정에게 그 사건들이 어떤 형태로 의뢰되는지를 이야기한다. 그와 동시에 잭슨의 사생활도 보여준다. 아버지의 임종으로 완벽한 해방을 맞은 아멜리아와 줄리아는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아버지의 책상 서랍에서 그 옛날, 세 살이라는 나이에서 더 이상의 아무 것도 알 수 없게 된 사랑스러웠던 동생 올리비아의 인형을 발견하고 경악한다. 그들은 잭슨에게 아버지가 범인이었는지, 동생은 어떻게 된 것인지 아직 종결되지 못하고 이제는 그들 자매 이외에 기억하는 이도 드물어진 사건을 다시금 파헤치게 만든다. 테오는 결코 딸 로라를 잊을 수가 없어서 로라를 죽인 남자를 찾아달라고 잭슨에게 의뢰한다. 그에게는 단서가 거의 없었다. 단지 범인이 입고 있었던 옷만 알뿐이다. 그는 어쩌면 딸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그저 딸이 아이처럼 사랑스러운 존재라고만 믿었던 아버지였을지 모른다. 잭슨이 알아내야 할 것은 범인 찾기보다는 그쪽이 더 쉬울 것 같았다. 언니가 유명한 도끼 살인마라는 낙인을 달고도 이름을 바꾸지 않은 셜리는 언니가 자신에게 맡긴 딸 탄야를 찾아달라고 잭슨을 찾아온다. 하지만 잭슨은 그 의뢰를 맡고 싶지 않다. 그녀의 눈동자가 말할 때 오른쪽으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그건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잭슨은 탄야를 찾아야 하는 건지 셜리의 거짓말을 알아내야 하는 건지 이 건은 흐지부지된다. 이런 잭슨에게 의뢰하고 잭슨이 찾아내는 성과와 상관없이 사건은 시작과 끝은 잭슨이 참여하든 안하든 모두 알려준다. 하지만 그건 독자에게 알려주는 것이지 비밀은 비밀인 채 더 묻히는 경우가 많고 해결이 됐는지 안됐는지 알 길이 없이 끝나기도 해서 기존의 추리소설과는 많이 다른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모두 하나의 사실이다. 사랑을 받은 아이이건,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이건 여자들에게 세상은 너무도 위험한 곳이라는 것이다. 가족도, 학교도, 이웃도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피해자가 된 여자들, 아직 살날이 너무도 많아 보이는 아이들에게는, 또한 가해자가 되어 버린 여성에게도. 그들의 순진함과 순수함, 그리고 세상에 대한 오만과 무지만큼 아니 그보다 더 세상은 무섭고 그래서 딸을 가진 아버지인 잭슨은 이제 여덟 살인 딸을 걱정하고만 있다. 그의 누나가 어린 나이에 살해당했던 것 때문에 그는 희생자 가족에게 공감하는 것이다. 작품은 과거에서 시작해서 현재에 도달한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몇 십 년 혹은 몇 년이 아닌 하루 또는 몇 시간을 현재에서 과거로, 다시 과거에서 현재로 인물들의 관점을 달리해서 교묘하게 짜 맞출 수 있도록 쓰고 있다. 하나의 작은 사건이 잭슨에게 갔다가 다시 아멜리아에게로 오는 그런 일들 속에서 인물들의 심리 묘사를 극대화하고 있다. 사건 자체만을 다루고자 했다면 그 나름대로 괜찮은 추리소설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작가가 다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다. 그것을 캐롤라인의 등장에서 알 수 있고 부랑아 릴리-로즈에서도 알 수 있다. 작가의 이 작품은 범죄의 고발과 살인자를 찾아내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진실을 알아내는 데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작품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희생자의 가족이 오랜 세월 가족의 실종과 살해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였기에 안고 있어야만 했던 슬픔과 괴로움에 대한 치유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도 범죄자를 찾아내는 것과 진실을 밝혀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과 자신의 딸을 걱정하는 생생한 느낌을 전달하는 잭슨의 모습이 이 작품을 높이 평가하게 만들고 있다. 서스펜스 스릴러 반전 미스터리도 좋지만 잔잔한 여운 속에 다른 시각으로 미스터리를 바라보게 만든 것이 이 작품을 ‘범죄소설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한 원동력이었다고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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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사건. 4자매 중 막내이자 천사처럼 귀여운 올리비아의 갑작스러운 실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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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한 마을에서 이렇게 많은 사건이 일어났다니 가슴이 턱 막히는것 같은 공포를 느끼게 된다. 세 가지 사건은 분명 단독으로 일어난 사건이나 세월이 흐르면서 묘하게 얽혀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는새 서로의 아픔을 다독이며 살아가게 되니 어떤 일이든 시간앞에서는 퇴색되기 마련인 것 같아 마음이 아파온다. 분명 죽은 사람들은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싶지 않을 것이다. 기억만이라도 오래 남아있길 바라지 않을까. 많은 세월동안 자신의 죽음으로 마음 아파하는 것은 바라지 않겠지만 말이다.
여러명의 자식들중 유독 이뻐하는 아이의 실종과 죽음, 세상천지가 암흑이었을 것이다. 아버지 빅터가 죽어 아멜리아와 줄리아는 유품을 정리하던 중 올리비아가 늘 가지고 다니던 블루 마우스를 보게 된다. 텐트안에서 아멜리아와 올리비아가 함께 잠들었으나 올리비아는 실종되고 그 시신조차 찾을 수 없었는데 아버지 물건에서 나온, 올리비아가 늘 가지고 다니던 블루 마우스가 발견됨으로써 이 사건의 재수사를 의뢰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사실 난 올리비아를 죽인 사람을 빅터로 생각했으나 범인은 정말 예상외의 인물이었다. 빅터도 연관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잭슨에게 도움을 청하는 아멜리아와 줄리아, 꽤 시간이 지났는데 과연 잭슨이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잭슨이 꼭 해결하리라는 확신은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대하게 된다. 이미 많은 세월이 지나버려 사건을 해결하는데 있어 전혀 긴박감은 찾을 수가 없다. 그저 가족을 잃어 상처받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함께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그래서 조금 지루하다.
사건이 일어날때 마다 이 사건들이 어떻게 연결이 되는 것인지, 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수가 없어 어리둥절해하며 읽었다. 사랑하는 딸 로라를 잃은 테오, 역시 범인을 찾지 못해 잭슨에게 의뢰하고 주변인들을 만나며 잭슨은 로라를 죽인 범인을 찾게 된다. 자식을 땅에 묻었지만 살아있었다면 몇살이었을지를 생각하며 여전히 마음에 두고 그리워하는 테오. 그런 그가 안쓰럽다. 하지만 아직 자신의 곁에 살아있는 딸인 제니퍼에 대해서는 로라만큼의 사랑도 주지 않는 그를 보면 냉정하다는 생각도 든다. 자신의 이기심에 또 다른 사람에게 아픔을 주고 있으니까.
남편을 도끼로 죽이고 감옥에 간 미셸, 그녀의 딸 탄야는 여동생이 맡게 된다. 그러나 언니의 바램대로 탄야를 기르지 못하고 형부의 부모님에게 아이를 맡겨 버리는 셜리, 탄야를 찾고 싶으나 연락도 되지 않아 잭슨에게 의뢰하게 된다. 잭슨 자신조차 자신의 생명을 노리는 누군가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으나 성폭행을 당하고 죽은 누나의 생각에 여러 사람의 의뢰를 거절하지 못한다. 자신도 딸이 있고 가족을 잃은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하면서 자신의 아픔도 서서히 치유가 된다.
탄야가 아닌 릴리-로즈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여자, 노숙자처럼 살아가지만 테오에게 딸은 아니지만 로라만큼 마음의 안정을 주는 그녀. 올리비아를 죽인 범인은 물론 올리비아가 묻힌 곳도 찾게 되는 잭슨, 그로 인해 아멜리아, 줄리아에게도 안정이 찾아오는 것 같다. 적어도 올리비아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았으니까. 범인은 멀리 있지 않다. 가까이에 있는 이들에게 희생당하여 오히려 이것이 더 끔찍한 생각이 들게 한다. 잭슨의 누나를 죽인 사람만 알 수 없을뿐 30년간 이 마을에서 벌어진 3가지 사건의 수수께끼는 다 풀어진다. 참 대단하지 않은가. 이렇게 오랜시간이 지났는데 해결되다니, 경찰들의 무능함만 부각된 것은 아닌지. 이제 사람들은 아픔을 딛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살아갈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수 없지만 이제는 마음의 안식을 얻어 편안해졌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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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범죄물에서 벗어난 조금은 톡특한 내용이 이채로웠던 작품. 사립 탐정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가 특별한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을 이야기를 들어줄 뿐이고, 사건은 사건 자체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된다. 아주 충격적이지는 못한 결말이었고, 중반부 아주 지루했던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책을 덮어버릴 정도는 아니였다는 것이 위안을 주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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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를 보면 케이트 앳킨슨을 ‘영국 최고의 휴먼미스터리 작가’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피로 얼룩진 살벌한 범죄소설에 따뜻한 인간미를 덧입힌 작품”이라는 번역자의 후기 역시 휴먼미스터리 작품으로서의 ‘살인의 역사’를 함축적으로 정리한 문구입니다. 이야기는 영국 캠브리지에서 벌어졌던 세 개의 사건을 동시에 전개시키는데, 1970년, 3살 때 흔적도 없이 사라진 올리비아 랜드를 찾는 일, 1979년, 남편을 도끼로 살해하고 수감된 미셸의 갓 태어난 딸 탄야의 행방을 찾는 일, 1994년, 아빠의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로라를 살해한 괴한을 찾는 일 등입니다. 사건의 성격만 놓고 보면 정통 미스터리와 다를 바가 없는 설정이지만 이 작품을 휴먼미스터리로 소개한 이유를 몇 가지 꼽아보면, 우선, 이야기의 뼈대 자체가 진실 혹은 진범 찾기보다는 2004년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희생자 가족들의 고통 또는 회한에 맞춰져있기 때문입니다. 희생자들은 하나같이 가족들에게 사랑받던 딸 또는 동생이었고, 그들을 잃은 가족들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34년간 아물지 않는 상처 속에 살아왔습니다. 민낯 그대로 상처와 고통을 드러내는 가족이 있는가 하면, 그것들을 꼭꼭 봉인한 채 자신의 삶에 충실하려고 발버둥치는 가족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무겁고 어두운 톤으로만 풀어놓진 않습니다. 영국식 냉소를 담은 시니컬한 문장이나 풍자와 해학이 묻어나는 블랙유머를 구사하는가 하면, 어쩐지 안쓰럽고 애틋한 시선으로 캐릭터를 바라보는 듯한 묘사를 동원하기도 합니다. 이 작품을 휴먼미스터리라고 정의할 수 있는 두 번째 이유는 세 개의 사건을 수사하는 잭슨 브로디(전직 경찰이자 현직 사립탐정)의 캐릭터가 탁월하거나 하드보일드한 면모를 자랑하는 명탐정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능력자일 뿐이며 그의 수사 방법 역시 딱히 특별하다고 할 것 없는 일반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그는 (비록 이혼 후 아내가 키우고 있지만) 딸을 가진 아버지의 입장에서, 또 어린 시절 소중한 가족을 연이어 잃은 비극을 겪은 입장에서 의뢰인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그들의 호소를 들어주는 일에 더 힘을 씁니다. 물론 나름의 성실함으로 대부분의 사건을 해결하지만 일부는 그의 의지와 무관하게 우연과 운명에 의해 해결되기도 합니다. 휴먼미스터리라는 장르적인 특별함도 그렇지만, 세 가지 사건이 묘하게 접점을 갖게 만든 형식적인 독특함도 눈길을 끄는 부분입니다. 세 사건 모두 캠브리지라는 한 공간에서 벌어진 탓도 있지만, 작가는 약간의 작위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세 사건에 얽힌 인물들이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도록 설정해놓았습니다. 독자에 따라 그 작위적인 인연을 불편하게 느끼는 경우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수용 가능한 수준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오히려 한 가지 잘 이해가 안 된 부분은 번역 제목이었는데, 이 작품의 원제는 ‘Case Histories’입니다. 어떻게 번역해야 원제의 맛이 잘 살아날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은 후의 솔직한 느낌은 ‘살인의 역사’라는 번역 제목은 어쩐지 내용과 잘 매치되지도 않을뿐더러 약간은 전략적(?)인 냄새가 풍기는 느낌이었습니다. 제목만 보고 거창한 스릴러를 연상한 독자들에겐 약간의 배신감이 남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휴먼미스터리라는 색다른 장르에 호기심이 있거나 미스터리엔 관심이 없더라도 영국식 냉소와 유머가 뒤섞인 묘사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살인의 역사’는 의외로 매력적인 작품이 돼줄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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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본 미드 예고편의 원작소설이라는 말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