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생활이 어느 정도 지속되면, 부부 관계는 소원해지거나 너무 일상적인 것이 되어서 '생활'을 함께 한다는 데서 비롯되는 익숙한 편안함 이외의 어떤 배려도 사랑도 남지 않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일 게다. 하지만 인간은 사랑과 자극, 관심을 필요로 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안락하고 안정된 가정을 지키고 싶어하면서도 새로운 사람과의 교제와 신선한 섹스를 원하고, 적극적으로 그것을 추구한다. 사람과 경우에 따라 다양한 상황이 펼쳐지지만, 비슷한 것은 이것이다. 반복적인 일상과 생활의 늪에서 여성들은 '자기'를 잃고 점차 피폐해지거나 가족들의 뒷바라지에만 매몰되어 생기를 잃고 늙어가고 있다는 현실. 그래서 어떤 기회로 새로운 애인이 생기면, 애인의 찬사와 대화를 통해 자신을 재발견하고 여자로서, 인간으로서 삶의 활기와 즐거움을 되찾고 삶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토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열정적인 애인이 너무나 좋고 멋지지만, 재미없고 무뚝뚝할 망정, 나름대로 경제력이 보장되고 익숙한 안락함을 제공하는 남편과 가정을 떠날 생각은 거의 조금도 없다는 영악한(어쩌면 어쩔 수 없는) 선택. 쉽게 식을지도 모르는 사랑과 열정을 따라 언제나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여자들은 대부분, 애인의 존재에서 비로소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심한 경우 생의 의미까지도 되찾는다. 좋다. 하지만 읽다 보면 그들의 즐거움은 새로운 존재의 등장으로 인한 또 하나의 환상인 경우가 많다. 그들이 애초에 그들의 남편에게 기대했고, 믿어 의심치 않았을 그런 종류의 환상. 그리고 어떤 여자들은 그것을 눈치채고, 인정하면서도 왜 그것을 즐기면 안되냐고 되묻는다. '나에게는 행복할 권리가 있어!' 그렇지만 가정을 위협할 경우, 그들은 언제고 그 애인들을 떠나보낼 준비가 되어 있다. 그녀들의 애인들이 사랑이 아니라 섹스파트너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그녀들은 왕왕 그것을 사랑이라고 착각한다.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리고 물론 때로는 신선한 환상도 필요하다. 그런 것들이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해 주거나 버틸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들의 즐거움은 종종 어떤 기만 위에 세워지고, 그것이 얼핏 들여다보일 때 나는 불편했다. 물론 이것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다. 사랑과 성, 인간 사이의 신뢰, 혹은 약속의 문제와 함께 사회 속에서 여성의 지위와 자기 정체성, 경제적인 문제, 아이들 문제 등과도 떨어질 수 없는 연관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결혼과 성 등에 대한 다양한 통찰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했던 내 기대와는 달리, 이 책의 여자들은 자신의 경험들은 들려준다는 가벼운 기쁨에 차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더 깊이 내려가 고민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아쉬운 부분이었다. |
| 나에게도 두 남자가 필요할까?.....글쎄....아마도 50살 정도가 되면 그 정답을 알 수 있지 않을까. 그 나이가 되었을 때, 정답이라고 여겨질만한 해답을 가지고 있을만큼 내 자신이 현명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에 나오는 23명의 독일여성들은 결코 퇴폐스럽지 않다. 그들은 그들 자신의 삶을 표현하기를 원했고, 자신의 삶 속에서 최선을 택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그들이 자신의 삶을 그토록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 부러움을 느꼈다. 그들의 삶의 방식은 불륜이라거나,외도라는 이름보다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라고 보았다면 무리일까... 여기에 나온 23명의 여성들이 삶에서 보게 되는 것은, 자기 배우자 이외의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서, 자기 배우자와 자신의 가족들, 또한 무엇보다도 그 여성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것이 공통적이라는 것이었다. 여하튼, 우리 나라 정서상에서는 아직까지 받아들일 수 없는 독일에서의 현실이지만, 이 책에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우리 나라의 수많은 기혼남녀들이 존재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나와 같은 미혼 남녀들 중에도 공감하는 자가 적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
| 나에게는 두 남자가 필요하다. 참 흥미로운 제목이다. 일부일처제가 인간, 아니 자연의 욕구를 반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하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은가. 맨날 어찌 밥만 먹고 사냐고.. 가끔 라면도 먹고 빵도 먹어야 하는 것처럼.. 이 책은 제목 그대로이다. 그녀들이 한 남자, 남편이 아닌 애인을 두는, 두 남자가 필요한 이유.. 그것도 조금 보수적이란 생각이 드는 독일여성들이 말이다. 자신의 케이스를 각각 수록하였으며, 그들의 사생활 보장을 위해 이름과 직업, 거주지 등은 변경하였다. 제목에 끌려 선택한 책이지만 읽을수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뭐야, 이거 주부잡지 한 켠에 가명 써서 나오는 수기들과 다를 것이 없잖아.. 하지만 그것이 정답이다. 이 책은 독일의 한 잡지에 연재되었던 글들을 묶어서 책으로 낸 것이다. 작가가 쓴 글도 아니고 일반인이 쓴 글을 번역까지 해서 출판하다니.. 이 책이 그만큼 쇼킹해서 였을까.. 내 생각에 번역을 통해 출판할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다. 우리 사회 역시 기혼자의 외도가 독일 만큼 빈번할 것이다. 이혼하는 커플이 3쌍 중 1쌍이라하니, 그 중 이혼사유 중 외도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예전보다 더 빈번한 것은 당연하겠지. 예전보다 자극과 유혹이 더 많아지고 혼인관계에서 감정의 문제가 과거보다 더 많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어쩜 당연할 것일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게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것은 그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기혼자의 외도 중, 그것도 여성의 외도를 책으로 묶어서 출판할 수 있을만큼 우리 사회가 개방되어 있거나, 이 정도는 수용할 수 있다는 말이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미혼이라 그런지 책의 내용이 낯설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책을 선택할 때는 결혼해서 일부종사하는 것에 대해 여러 관점에서 비교분석하는 것을 기대했는데, 이것은 일종의 경험담이여서 좀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여러 가지 케이스가 나와서 남의 사생활을 몰래 엿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다지 유쾌하지도 않았다. 아마 내가 결혼을 했다면 더 많이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남의 혼외연애 이야기, 그것도 케이스별로 살펴보는 이야기는 아직 내겐 버거운 이야기이다. 그녀들의 마음을 십분 공감할 수 없는건 아니지만 책으로 엮기에 조금 무리가 아닌가 싶다. |
| 그녀들처럼 내가 독일에 태어나 내 몫의 것들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교육받을 기회가 있었다면 나 또한 그녀들처럼 살까? 물론 가정형에 대한 답들은 늘 무용지물이다. 한국에서 한국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관계가 있고, 분명 그녀들의 그 문화 속에서도 용인되지 못하는 그 무엇인가가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득 부럽다..자신이 원하는 것. 그것이 육체적 관계이든 정신적 사치이든 그런 모든 것들에 관해 자신이 원하는 걸 확인할 수 있다는 게. 그리고 그 확인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가...참, 사람이 쏠리면 안 되는데 요즘 쏠리는 이 기분. |
| 불륜 관계의 여자들의 수기모음이다. 드러내 놓고 얘기하는 독일과 숨기는 한국, 정도는 다르지만 사람사는 곳은 다 같지 싶다. "혼외정사가 건전한 결혼생활에 오히려 도움을 주고 있다. 만약 바람피우는 일이 없다면 결혼 생활 유지란 힘들었을 것!"이라는 당돌한 말이 수긍 되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결혼이 사랑의 결실이나 혹은 사랑을 더 깊게 한다는건 60년대 신파조의 말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므로 외로워서, 또는 사회구성원으로서 관행이니까, 남들이 다하는거 당연히 해야하니까 안하면 모자라는 인간취급이니까, 잘나지 못하면 결혼이라도 해야지라는 인식... 지금 우리는 결혼에 대해 재해석해야 할 시기에 놓여있는것은 아닐까? 인생사가 다 모순이라지만 이 여자들의 이야기 "난 그나 그의 아내에게서 아무것도 빼앗은게 없어요. 남편과 애인 둘 다를 다른 방식으로 사랑해요. 풍요로운 내삶을 위해 그 둘중 하나를 선택할 순 없어요. 내겐 둘 다 필요해요."라는 말.. 하지만 그 말을 내뱉는 그녀도 애인과 남편을 완전히 소유할수 없었음에 절망하고 질투하고 다른 이에게 그와 똑같은 절망을 안겨주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어디에서 연유하는가? 사회구조적 모순? 도덕적 모럴? 개인적인 미성숙인가? 믿음을 배신하고 혹은 배신당하고 자신을 찾기위해 애인을 구했다는 것을 그저 바람난 사람들의 변명이라고 해도 할말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독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한국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것은 미화된 사랑과 인간의 오래된 결혼제도라는 것이 이 시대에 새롭게 조망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혼외정사를 개인적 삶의 질의 향상이나 자아존중감이란 점에서 단죄할 치부가 아니라 나름대로 긍정하면서 삶의 모순을 전반에 드러냈기 때문에 인정을 받고 있는듯 하다. 게다가 학술서나 사설이 아니므로 판단은 독자나름에게 맡겨둠으로서 우리는 여러 예를 통하여 현실적으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 결혼과 사랑에 대한 나름의 사고를 전개시켜 나갈수 있다. 그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삼류잡지에나 오르내릴만한 여자들의 불륜이야기 모음집이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