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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연구의 흐름이 '거시사'라는 이름을 가지고 왕조나 굵직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던데 비해, 요즘은 대중의 문화나 언어를 연구함으로서 그 시대의 모습을 파악하는 연구방법이 성행하고 있다. 'ㅇㅇ의 역사'라고 해서 어떤 한 영역에 집중하여 역사 연구를 한 책이 많이 나오는 추세이고 이 책도 마찬가지로 색, 특히 파란색이라는 주제를 두고 연구를 했다.
어떤 색을 좋아한다는 것이 꼭 틀에 맞춰져서 그런 성향을 나타낸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파란색을 좋아한다는 것이 왜 그런 성향을 나타낼수도 있는 것인지 책을 읽으며 납득이 갔다. 현대에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데 파란색이 주류색으로 등장한 역사는 길지 않으며 이름도 붙지 않았을 만큼 존재감이 없는 색이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파란색 자체는 물론 존재했지만 사람들이 그것을 다른 색과 변별하지 못했던 것이다. 의식 속에 파란색이 존재하지 않을 때 그 색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인식론적 측면에서 볼 때 타당할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대나 중세에서 주류색은 검은색, 흰색, 빨간색이었다. 이런 색은 굉장히 다양한 의미를 나름대로 가지고 있었으며 성당이나 궁전 등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파란색은 성모마리아 그림의 옷 색깔로 쓰이면서 점차 인기를 얻기 시작했는데 파란색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자 붉은색 염색업자들과 청색 염색업자들의 이권다툼이 심해지기도 했다.
저자는 방대한 역사적 기록물들을 들어 파란색이 미개한 색에서 인기있는 색이 되기까지의 역사를 하나하나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파란색은 옛날에는 잘 쓰이지 않았고 그만큼 다른 색에 비해 의미 부여가 안되어 있는 색이라서 오히려 인기가 있다고 해석했다. 이제 청바지는 대중적인 옷이 되었고, 파란색은 우울함, 차가움을 상징하게 되기도 하였다. 파란색이 보통 진보보다는 보수를 상징한다는 사실은 상징성이 크지 않은 파란색의 역사 때문에 적극적이지 않은 쪽으로 그 상징성이 만들어져 가는지도 모르겠다.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저자가 유럽인이다보니 역사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유색인종들의 문화를 약간은 도외시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동양 쪽은 오래전부터 푸른 색이 꿈, 희망의 상징이었던 것을 생각해볼때 파란색은 서양보다 동양에서 훨씬 먼저 인식되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실도 함께 연구해주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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