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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함이 주는 특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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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것 투성이다. 구체적인 묘사나 설명으로 소설을 전부다 이해할 수 없다. 주인공은 계속 야간열차를 타고 낯선 도시로 떠난다. 무작정 야간열차를 타는 건 아니다. 무용수로 무대에 오르기 위해, 일을 위해 때로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떠나는 거다. 주인공은 야간열차를 타고 파리, 그라츠, 자브레오, 베오르라드, 베이징, 빈, 바젤, 암스테르담 등 유럽와 아시아를 여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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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상한 것 투성이다. 구체적인 묘사나 설명으로 소설을 전부다 이해할 수 없다. 주인공은 계속 야간열차를 타고 낯선 도시로 떠난다. 무작정 야간열차를 타는 건 아니다. 무용수로 무대에 오르기 위해, 일을 위해 때로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떠나는 거다. 주인공은 야간열차를 타고 파리, 그라츠, 자브레오, 베오르라드, 베이징, 빈, 바젤, 암스테르담 등 유럽와 아시아를 여행한다. 굳이 이동 수단을 야간열차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밤에 펼쳐지는 아름답고 기이한 풍경, 기차라는 제한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어떤 수상한 사건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다와다 요코의『용의자의 야간열차』에 대한 이야기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역은 정착보다는 부유의 장소다.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목적지를 향해 기다리는 공간,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일회성일 뿐이다. 어쩌면 그런 매력 때문에 주인공은 야간열차를 타는지도 모르겠다.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낯선 행동을 마주하고 예기치 않게 어떤 일에 휘말리는 것이다.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건 오직 기차표와 여권뿐이다.

 

 “그래도 초초함은 없었다. 어디에 도달하고 싶은지, 목적지가 얼마나 멀리 있는지조차 상상할 수 없었고, 한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특히 여름방학에는 끝이 없이 차고 넘치는 액체 상태의 시간 속을 떠다니며 이유도 없이 다른 나라를 방황하면서도, 쓸데없는 짓이라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32~33쪽)

 

 나를 아는 이가 단 한 사람도 없는 공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채 시간을 보낸다는 건 흥분되는 일이지만 알 수 없는 불안을 몰고 온다. 소설 속 주인공도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것을 즐기는 여유가 있었다고 할까. 새로운 공간과 시간,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상은 무척 다채롭다. 주인공은 가만히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한다. 누군가는 사랑을 나누고 누군가는 밀수품을 챙기고 누군가는 낯선 이에게 말을 건다. 그 모든 것은 그곳이 야간열차라서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 누군가는 다음 역에서 내려 다른 곳으로 떠날 것이다. 어딘가에서 다시 만났다 해도 서로를 기억할 확률은 낮다.

 

 당신은 벽이 끊긴 부분을 지나친 후에야 걸음을 멈추고, 돌아가서 그 여자에게 길을 물어볼까 했지만, 망설임이 앞섰다. 말이 통하지 않는 건 딱히 걱정되지 않지만, 우리가 같은 장소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주지 않을 것 같은 불안이 느껴졌다. 그 망막 속에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43쪽)

 

 다와다 요코의 소설은 처음이다. 악스트에서 만난 그녀의 인터뷰가 소설로 나를 이끌었다. 모호함이 주는 특별함이라고 해야 할까. 끝을 알 수 없는 여행에 대한 동경이라고 해야 할까. 아직 그녀에 대한 내 마음은 설명할 수 없다.

 

 “자는 동안에는 우린 모두 혼자잖아요. 꿈속에는 창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도, 출발지에 남겨진 사람도, 이미 목적지에 도착해버린 사람도 있어요. 우리는 애당초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요. 보세요, 땅의 이름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침대 밑을 스쳐지나가는 소리가 들리잖아요? 한 사람 한 사람 다 달라요. 발밑에서 땅을 뺏아가는 속도가. 아무도 내릴 필요 없어요. 모두 여기 있으면서 여기 없는 채로 각자 뿔뿔이 흩어져 달려가는 거예요.” (140쪽)

r*********s 2018.01.08.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모든 사건은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이다
"모든 사건은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이다" 내용보기
<용의자의 야간열차>는 매우 특이한 소설이다. 여지껏 한번도 읽어본 적 없는 종류의 책이다. 모든 소설은 삼인칭 혹은 일인칭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야간 열차 안에서 주인공은 바로 우리가 된다. 이 소설은 이인칭, 즉 당신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그날 오후부터 밤까지 당신은 함부르크 역 근처에 있는 작은 홀에서 춤을 추었다(p.9).조용히 책상 앞에 앉아 남의 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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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의 야간열차>는 매우 특이한 소설이다. 여지껏 한번도 읽어본 적 없는 종류의 책이다. 모든 소설은 삼인칭 혹은 일인칭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야간 열차 안에서 주인공은 바로 우리가 된다. 이 소설은 이인칭, 즉 당신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날 오후부터 밤까지 당신은 함부르크 역 근처에 있는 작은 홀에서 춤을 추었다(p.9).


조용히 책상 앞에 앉아 남의 사생활을(소설을 읽는다는 건 기본적으로 관음증을 전제한다) 훔쳐보려던 당신은 느닷없이 함부르크의 댄스홀로 소환당한다. 관객이 아닌 행위 주체로서 이 여행에 참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설은 여행을 한다는 것, 즉 누추한 일상을 벗어던지고 마음에 낀 생활의 때를 벗기고자 하는 그 당연한 판타지를 충족시키지 않는다. 야간 열차는 도처에 숨어 있는 암초를 만나 깨지고 뒤틀리고 멈춰 선다. 여행을 지배하는 건 설렘이 아니라 낯설음이다. 낯설음은 자극과 흥분 말고 불안과 걱정을 낳는다. 덜커덩 거리는 열차의 소음과 진동이 심장을 자극한다. 불안은 더 증폭된다.


야간 열차에서의 여행은 우리가 꿈꾸는 그런 판타지가 아니다. 여행은 인생에 대한 일종의 메타포처럼 느껴진다. 깨지고 뒤틀리고 좌절하는 우리의 인생. 지름길을 찾아 고군분투하지만 결국엔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되고 마는. 이 지점에서 나는 우리가 인생에 대해 갖고 있는 고정 관념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깨닫는다. 예컨대,


삶에 목적이 있다는 게 가당한 얘기일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질문이 얼마나 황당한지를 알 수 있다. 나는 어딘가에 도착하기 위해서 혹은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다. 존재는 그처럼 가볍지 않다. 존재가 있고 목적이 있는 거지 목적에 따라 존재가 생기는 게 아니다. 그래서 깨지고 뒤틀리고 멈춰서는 이 여행을 실패한 여행, 혹은 망가진 여행으로 생각하는 우리의 관점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가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의 계획이 엉성하거나 바보같거나 멍청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목적지라는 게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평생 여행자로 살아간다. 여행은 목적지로 다시 달려가기 전에 잠시 휴식을 취하는 막간의 행위가 아니다. 인생이 곧 여행이다. 따라서 우리가 하는 모든 실패, 모든 좌절, 모든 성공, 모든 웃음, 모든 슬픔, 모든 눈물, 모든 환희는 그 자체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정해진 목표를 기준으로 달성 완료, 미완료로 구분될 수 없다. 모든 사건은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이다.


그래서 열차의 지연, 잘못된 기차에 타는 것, 짐을 잃어버리는 것 등등은 인생이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는다. 파리행 열차가 파업으로 브뤼셀 역까지 밖에 가지 않았다면 우리의 삶은 미완료 된 게 아니다. 브뤼셀에서 새롭게 탄생하는 것이다.


저자 다와다 요코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있어서 천재적인 것 같다. <용의자의 야간열차>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에피소드가 열세 개나 묶여 있다. 흥미진진한 여행기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고 대단한 미스테리나 스릴러를 암시하는 듯한 제목도 터무니 없는 기대였다는 게 금방 드러나지만, 소설은 마치 정해진 곳 없이 부유하는 유령 열차를 탄 것처럼 흡입력 있는 현장감을 전달한다. 내가 왜 이렇게 지루한 얘기를 읽고 있을까? 생각하는 순간 당신은 어느새 야간 열차의 침실칸에 누워 소설이 뿜어대는 불안과 신비를 온 몸으로 체험하게 될 것이다.

s*******r 2017.01.2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