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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레이먼드 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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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책이라는 걸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기승전결이 뚜렷한 것을 좋아했다. 물론 영화나 드라마도 그런 걸 좋아하는 편이다. 읽고나서 생각이 많아지고,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느낌이 드는 것들은 딱! 질색이었다. 그래서 누군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재밌다고 하면 도대체!! 왜? 뭐가? 했었다. 그랬었다. 몇 번을 봐도 나는 도대체 그게 왜 좋은지 몰랐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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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책이라는 걸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기승전결이 뚜렷한 것을 좋아했다. 물론 영화나 드라마도 그런 걸 좋아하는 편이다. 읽고나서 생각이 많아지고,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느낌이 드는 것들은 딱! 질색이었다. 그래서 누군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재밌다고 하면 도대체!! 왜? 뭐가? 했었다. 그랬었다. 몇 번을 봐도 나는 도대체 그게 왜 좋은지 몰랐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달라졌다. 밋밋하기만 한 그 이야기가 은근히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일상적인, 너무나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꽤나 현실적으로 진지하게 보여주는 재미를 알게 된 것이다. 하! 그렇구나! 이 재미구나. 

 

재작년인가? 레이먼드 카버의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읽을 때만 해도 우띠! 그래서 어쨌다고? 라는 말이 나왔었다. 집중이 안 되었다. 분명 나를 책 속으로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읽고나면 뭔가 찝집한 구석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나도 이젠 책 읽는 내공이 쌓인 걸까? 그도 아니면 취향이 바뀌었나? 꽤나 흥미진진(?)해서 빠져들어 간다. 클라이 맥스도 없고, 별달리 큰일도 없다.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다. 다만 소통하지 못하는 그들의  삶의 상처를 무심하게 내보일 뿐이다. 근데도 재미가 있더란 말이다. 호!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삶의 상처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아이를 잃거나, 실직을 당하거나, 알코올 중독자이며, 집 나간 아내로 인해 엄마노릇까지 해야만 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레이먼드 카버는 이렇게 하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내버려둔다. 그래서 그 삶들을 읽다보면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저러고 살아야 하나? 왜 저러고 사는 걸까? 그렇지만 그런 절망적인 순간들이 이해가 되는 것은 그 끝엔 희망이라는 불빛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저러한 삶의 상처 속에서 그래도 살아갈 수 있는 힘! 그걸 레이먼드 카버는 보여준다. 그 순간 단절되었던 그들은 소통하게 되는 거다.

 

소설의 단순함과 현실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 레이먼드 카버, 그가 이젠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정말 아쉽지만, 그래서 이젠 그의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지만, 그래도 내겐 아직 읽지 않은『제발 조용히 좀 해요』가 있으니 두고두고 아껴볼 일이다. 그의 책은. 

j****o 2008.01.14. 신고 공감 15 댓글 5
리뷰 총점 종이책
고전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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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버 책이 결코 쉽지 않다고들 했다. 그러면서도 카버에게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카버, 이 사람, 어딘가 현학적인 구석이 있나보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카버의 <대성당>을 읽고 나서 카버에게 부끄럽고 미안했다. 눈물이 팽그르 돌면서, 외롭고 힘들 때, 이 책이 내 옆에 꼭 있어줬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위안이 되어주는 책. 고마운 책.   조심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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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버 책이 결코 쉽지 않다고들 했다.

그러면서도 카버에게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카버, 이 사람, 어딘가 현학적인 구석이 있나보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카버의 <대성당>을 읽고 나서 카버에게 부끄럽고 미안했다.

눈물이 팽그르 돌면서, 외롭고 힘들 때, 이 책이 내 옆에 꼭 있어줬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위안이 되어주는 책. 고마운 책.

 

조심스럽게 선물하고 싶다.

이 책을 받는 사람이, 카버에 대해 처음의 나처럼 생각할까봐.

그렇지만, 그 사람이 꼭 알아줬음 좋겠다.

고전들이 늘 그렇듯,

현대의 고전인 이 책은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린다.

두고두고 보아도, 변치 않을 책.

 

 

 

m*******r 2008.01.04. 신고 공감 13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소설] 무미건조하고 담담하게 소시민의 삶을 그려내는 레이먼드카버 [대성당]
"[소설] 무미건조하고 담담하게 소시민의 삶을 그려내는 레이먼드카버 [대성당]" 내용보기
레이먼드카버는 하루키의 소설들에 언급이 많이 되어왔던 작가입니다. 이전부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전 <제발 조용히 좀 해요>는 즐겁게 읽었었습니다. 근래에 <대성당>이 완역되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주문합니다.     노란색의 표지와 일러스트가 잘 어올립니다. 책의 제목인 <대성당>은 마지막에 실려
"[소설] 무미건조하고 담담하게 소시민의 삶을 그려내는 레이먼드카버 [대성당]" 내용보기

 

 

 

 

레이먼드카버는 하루키의 소설들에 언급이 많이 되어왔던 작가입니다.
이전부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전 <제발 조용히 좀 해요>는 즐겁게 읽었었습니다.
근래에 <대성당>이 완역되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주문합니다.
 

 

노란색의 표지와 일러스트가 잘 어올립니다.

책의 제목인 <대성당>은 마지막에 실려있는 단편입니다.

1983년에 출간된 소설입니다.

한국에서는 초판이 2007년 12월10일에 발행되었습니다.

문학동네에서 발행했습니다.

일러스트는 김민하님의 작품입니다.

프로소설가이자 번역가이신 김연수님이 번역해주셨습니다.

가격은 싸지만은 않은 12000원입니다.

 

 

<대성당>은 퓰리쳐상 후보까지 올라간 적이 있습니다.

점미비평과 모임상 후보에도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본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습니다.

카버는 미국현대문학의 대표작가로 상당히 영향력이 있는 작가입니다.

어린시절부터 제재소 목공,병원수위,교과서편집자,도서관 사서등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열아홉나이에 결혼해서 스물두살에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실직으로 실업수당을 받고,알콜중독에 걸려 힘들게 살아갑니다.

글을 쓰는 것이 삶을 견뎌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습니다.

-우리들이 쓰는 모든 것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전적이다-

카버의 말에 동감이 갑니다.

1979년에는 구겐하임 기금의 수혜자로 선정되었습니다.

1983년 밀드레드 앤 해럴드 스트로스 리빙 어워드를 수상하였습니다.

1988년에는 전미 예술 문학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습니다.

하트퍼드 대학에서는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88년 8월 2일 워싱턴 주 포트 앤젤레스에서 폐암으로 사망하였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습니다.

주요 작품으로 소설집은

제발 조용히 좀 해요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대성당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시를 모은 작품집은

시집은

물이 다른 물과 합쳐지는 곳

밤에 연어가 움직인다

울트라마린

폭포로 가는 새 길

이 있습니다.

책 표지안쪽 날개부분에는 위와같은 내용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즐겁게 읽은 준비는 되었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되는>과 <대성당>, 이 두 단편이 살아남는다면 제가 정말 행복할 겁니다.

독자를 배려할 줄 아는 작가입니다.

<깃털들>은 첫 문장부터 흡인력이 강합니다.

소시민들의 애환을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체프의 집>은  관계가 악화되어 헤어졌던 부부에 대해 써내려갑니다.

그들은 새로 얻은 집에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며 새로운 삶을 꿈꿉니다.

하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 그 집을 비워줘야 할 처지에 놓인다는 이야기입니다.

천천히 그리고 깊게 그들의 환경가 처지가 머리속에 스며듭니다. 
<칸막이 객실>은 매몰차게 버린 아들을 찾아가는 아버지를 그립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는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부부는 장난 전화에 시달린다는 내용입니다.

가볍지 않은 주제이지만 즐겁게 읽었습니다.

소시민의 일상을 거칠고 담담하게 그려낸 점이 인상적입니다.
<비타민> 역시 한번즘은 주위에서 겪었을법한 일을 주제로 다룹니다. 
<조심>을 읽을 무렵부터는 슬슬 피곤해집니다.

일단 잠시 눈을 붙입니다.

깊은 잠에 빠지고 싶지 않아서 핸드폰의 알람을 10분 간격으로 맞추어 둡니다.

<내가 전화를 거는 곳>은 알콜중독자들의 애환을 다룹니다.

알콜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입술을 혀로 훔칩니다.

<기차>는 상당히 짧은 단편입니다.

하지만 내용을 채 이해하지 못한채 넘어갑니다.

후에 다시 돌려 읽기로 합니다.

<열>은 사랑했던 아내가 직장동료와 바람이 난다는 내용입니다.

아이들까지 버리고 집을 나갑니다.

주인공은 배신의 상처와 육아 문제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낸다는 내용입니다.

다른 사람일 같지가 않습니다.

최근 주위에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굴레> 라고 나는 말해본다.나는 그걸 창 쪽으로 들고 가 밝은 빛에 비춰본다.멋질 수가 없는,낡은 검은 가죽의 말굴레 일뿐이다.내가 아는 바는 그다지 많지 않다.하지만 거기에 말의 입에 물리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안다.그 부분을 재갈이라고 부른다.강철으로 만들었다.말의 머리 위로 고삐를 돌리므로 손가락사이로 목을 잡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마부가 그 고빠를 이리저리 잡아당기면 말은 방향을 바꾼다.간단하다.재갈은 무겁고 차갑다.이빨로 이런 걸 물어야만 한다면 금방 많은 것을 알게 댔으리라.뭔가 당겨진다면 그건 떠날 시간이 됐다는 뜻이라고.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대성당>을 발간후 카버는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은 「대성당」의 마지막 장면을 두고 예술에 대한, 뭔가를 만드는 일에 대한 은유라고 말하지만, 아닙니다. 저는 화자의 손에 맹인의 손이 닿는, 그 실제적인 접촉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건 완전히 상상에서 나온 겁니다. 그런 의도는 내게 없었어요. 뭐랄까, 아주 기이한 발견 같은 게 있었던 거죠. 같은 일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서도 일어났습니다. 한 부부가 빵집 주인과 함께 있습니다. 저는 애당초 이 소설을 영혼의 차원까지 끌어올릴 생각은 없었는데,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긍정적인 분위기로 끝납니다. 그 부부는 아이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죠. 그게 긍정적이라는 겁니다. 일종의 영성체 의식인 셈이죠. 두 이야기는 긍정적으로 끝나기 때문에 제가 정말 좋아합니다. 이 두 단편이 살아남는다면 제가 정말 행복할 겁니다."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책입니다.

가볍고 즐겁게 끝까지 읽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뒤가 캥기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어느새 손과 눈은 첫페이지로 돌아가 있습니다.

다시 차분하게 정독하기 시작합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k*******l 2008.12.10. 신고 공감 1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대성당], 그리고는 덧붙인다. 카버를 읽어라
"[대성당], 그리고는 덧붙인다. 카버를 읽어라" 내용보기
신형철 님의 <느낌의 공동체>의 4부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기'는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예전 윤대녕과 김연수에 이어 신형철 님에 이르기까지... 또 얼마 전 읽은 은희경 님의 '생각의 일요일들'에도 예외 없이 등장하는 이가 레이먼드 카버였다. 그리고 그의 대표작 <대성당>이 이어진다.    어떤 비평가가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을 일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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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 님의 <느낌의 공동체>의 4부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기'는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예전 윤대녕과 김연수에 이어 신형철 님에 이르기까지... 또 얼마 전 읽은 은희경 님의 '생각의 일요일들'에도 예외 없이 등장하는 이가 레이먼드 카버였다. 그리고 그의 대표작 <대성당>이 이어진다.

    어떤 비평가가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을 일러 '가장 완벽한 단편' 운운하는 걸 보고, 또 한 비평가가 백기를 들었구나, 했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기에, 그제야 <대성당>을 찾아 읽었다. 뭐랄까, 완벽한 단편이었다. - 느낌의 공동체(P285), 신형철 저, 문학동네, 2011

신형철 님의 극찬이 계속된다. 더불어 김연수와 무라카미 하루키가 비교된다. 참 맛난 표현들.
세련된 비교 되시겠다.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가끔 주제넘은 충고를 한다. 나 자신은 소설을 단 한 줄도 써본 바 없으면서 말이다. "인물의 내면을 말로 설명하겠다는 생각을 접어라. 굳이 말해야 한다면, 아름답게 말하려 하지 말고 정확하게 말해라. 아름답게 쓰려는 욕망은 중언부언을 낳는다. 중언부언의 진실은 하나다. 자신이 쓰고자 하는 것을 장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 장악한 것을 향해 최단거리로 가라. 특히 내면에 대해서라면, 문장을 만들지 말고 상황을 만들어라." 그리고 덧붙인다. "카버를 읽어라"

    일본에서 카버를 처음 소개한 사람은 무라카미 하루키였다. 우리가 지금 읽고 있는 한국어판 <대성당>을 번역한 사람은 소설가 김연수다. 김연수는 누구인가. 이를테면, 일이 년에 한 권씩 책을 내는데, 그러고 나면, 당신이 책 내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상이 주어지고,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그런 부류의 작가다. 하루키와 김연수라니, 어쩐지 공정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장의 국가 경쟁력이랄까, 그런 차원에서 말이다. 이제는 하루키의 문장으로 카버를 읽는 일본 독자들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 느낌의 공동체(P287), 신형철 저, 문학동네, 2011

이렇게 신형철 님의 이야기를 펼쳐보이는 이유는, 글 자체의 맛도 맛이지만 '최고' 운운하는 평가가 100% 공감되기 때문이다. 20세기 후반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레이먼드 카버.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 '리얼리즘과 미니멀리즘의 대가', '체호프 정신을 계승한 작가' 등으로 평가받는 그다.

그런 그가 <대성당>을 쓰면서,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과 <대성당>, 이 두 단편이 살아남는다면 제가 정말 행복할 겁니다."라고 말한다. 그의 소박한(?) 바람은 수많은 카버 마니아를 만들어냈고, 밀도 있는 이야기 전개와 탁월한 인물의 내면 묘사가 그를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총 12편의 단편이 실렸다. 그 중 <조심>,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대성당>이 단연 눈에 들어온다. 알콜 중독으로 아내와 결별한 로이드는 심각한 장애(귀 막힘)를 갖는다. 우연히 찾은 아내가 조심스럽게 그의 귀를 닦아주는 걸로 마무리되는 <조심>. 피폐한 주인공의 삶(술, 결별, 죽음과도 같은 허무)을 소통을 방해하는 귀막힘으로 그려내고, 그것이 스스로 만들어낸 내적 장애임을 암시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실린 단편 중 가장 처연하며 슬픈 내용을 담고 있다. 생일을 맞은 아들을 위해 케이크를 주문한 앤. 마침 아들이 하교길에 뺑소니 사고를 당하게 되고 위태위태 집에 돌아와 쓰러지고 만다. 가벼운 뇌진탕으로만 알았던 아들이 영영 깨어나지 못하는 상황. 인정머리 없는 빵집 주인은 하룻밤 새에 엄청나게 전화를 해댄다. 케이크를 찾아가라고.

앤과 남편인 하워드는 빵집 주인을 뻉소니 차량의 주인, 즉 악마와도 같은 인간으로 여기고 결국 아들이 사망하자 그를 찾아나선다. 빵집 주인과의 조우. 하지만 그 또한 한평생 처절하도록 외로운 존재였고, 부부는 이내 그와 하나가 된다. "뭘 좀 드셔야겠습니다." 빵집 주인이 말했다. "내가 갓 만든 따뜻한 롤빵을 좀 드리지요. 뭘 좀 드시고 기운을 차리는 게 좋겠소.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거요." 그가 말했다.(P141)

아들이 죽은 날, 부부는 죽일 듯이 빵집 주인을 찾아갔다. 그 곳에서 그들은 빵을 먹는다. '더이상 먹지 못할 정도로 먹었다. 새벽이 될 때까지, 창으로 희미한 햇살이 높게 비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는데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P143) 카버의 소설속엔 외롭고, 낮고, 아픈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치유 혹은 관계 맺는 방식은 한결 같다. 보다 높은 층위의 위로와 하나됨으로 마무리된다.

<대성당>은 또 어떤가? 맹인에 대한 막연한 편견을 깨고 새로운 방식의 소통을, 함께 눈을 감고 대성당을 그리는 것으로 형상화한다. 간결함 속에 묵직함이, 깔끔하다 못해 칼로 재단하듯 문장은 꼿꼿이 벼려진 채로 책을 수놓는다.

책을 덮고 표4에 실린 문구가 콕~하고 와 박힌다. "종소리처럼 긴 여운...... 스산한 일상의 풍경에서 건져올린 삶의 신비!" 이보다 정확한 표현이 있을까? 그의 소설은 파트리트 쥐스킨트의 그것을 대할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시간이 좀 지나면, 묵직하게 차오르는 감동과 깨달음.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글쓰기의 레토릭으로 '카버 읽기'를 즐겨 쓰나 보다. 오랜만에 층위가 다른 감동을 맛본 소설이었다.

헌데 이렇듯 반듯하고 꽉 찬 느낌의 단편들을 우리나라 작가 누군가의 소설집에서 발견한 것 같은데... 아무리 기억하려 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누구더라?



t******2 2011.08.09. 신고 공감 9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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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는 보물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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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된 글을 다 읽고난 후 원문을 굳이 찾아내고 싶어지는 경우는 두 가지 상황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번역 세계의 모럴 해저드를 발견한 경우로, 극악의 번역으로 읽으면서 계속 제3의 해석을 하게 만드는 글을 만났을 때. 둘째는 정말 기대에 찬 눈망울로 '아, 이 장면은, 이 묘사는 본래 어떻게 쓰여 있을까?' 하는, 번역글에 대한 만족감의 또 다른 형상화를 체험하는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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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된 글을 다 읽고난 후 원문을 굳이 찾아내고 싶어지는 경우는 두 가지 상황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번역 세계의 모럴 해저드를 발견한 경우로, 극악의 번역으로 읽으면서 계속 제3의 해석을 하게 만드는 글을 만났을 때.

둘째는 정말 기대에 찬 눈망울로 '아, 이 장면은, 이 묘사는 본래 어떻게 쓰여 있을까?' 하는, 번역글에 대한 만족감의 또 다른 형상화를 체험하는 경우.

 

문학적 관성의 미학이라고 할까. 레이몬드 카버는 한결같다. 그의 삶은 언제나 행간에 투영된다. 그가 창조하는 인물들과 지나치게 몰두한 듯한 배경 탐색은 장면을 어렵지 않게 구성해 낼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떄쯤이면 글을 쓰는 카버의 머릿속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단편집 속의 모든 글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의뭉스럽게 숲 주위만 돌다가 놓아 줄 때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이 있다. 확실하게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그의 텍스트 속에서 내 삶의 현재형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쯤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마침표 뒤에 내 시간표가 숨어 있는 느낌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과 '열'은 다 읽고 나서도 놀란 마음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후루룩 책장을 넘기는 것으로 경의를 표했다.

'대성당'은 표제작스러운 '무언가'를 덜컥 던져 놓는다. 스티비 원더를 떠올리며 읽어 내려 갔지만 안경을 쓰지 않았다기에 유치하게도 살짝 마음이 멀어진 것은 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읽고 역시 처음으로 돌아가 후루룩 책장을 넘겼다.

'비타민'과 '내가 전화를 거는 곳'은 개인적으로 시나리오로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이 나게 한 글이다. 이런 글들에서 카버스러운 깔끔함은 더 자주 만날 수 있다.

다른 글들 역시 그냥 읽고 '음-'하는 감탄-탄식이 아닌-을 만들어 내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누군가에겐 머리를 울리는 이입을 허락할 것이라는 사실도 믿고 있다.

w******1 2007.12.23. 신고 공감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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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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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라는 번역가 덕택에 더 많이 팔리고 있지 않을까? 10월 20일로 1판 4쇄를 찍었던데 단편집이고 아직 카버가 한국에서 그리 유명하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많이 팔았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근데 내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아주 아주 좋았다! 돈 주고 산 게 전혀, 저~~언~~혀 후회스럽지 않았다. 1988년 50세의 나이로 작가가 이른 나이에 죽었다는 게 안타깝기까지 했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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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라는 번역가 덕택에 더 많이 팔리고 있지 않을까? 10월 20일로 1판 4쇄를 찍었던데 단편집이고 아직 카버가 한국에서 그리 유명하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많이 팔았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근데 내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아주 아주 좋았다! 돈 주고 산 게 전혀, 저~~언~~혀 후회스럽지 않았다. 1988년 50세의 나이로 작가가 이른 나이에 죽었다는 게 안타깝기까지 했다. 내가 뭐라고. 하여튼 굉장히 마음에 들고, 굉장히 훌륭한 소설들이 담겨 있다.

간만에 표지가 괜찮은 책을 발견했다.

 

깃털들

체프의 집

보존

칸막이 객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비타민

조심

내가 전화를 거는 곳

기차

굴레

대성당

 

뭐니뭐니 해도 백미는 마지막 단편 '대성당'이다. 카페 이리에서 연극으로 볼 때도 좋았지만 활자로 읽어도 소름이 쫘-악 돋았다.

카버는 그리 많은 작품을 썼다고 보기는 힘들다. 단편 소설집 세 권과 몇 권의 시집 뿐이다. 장편소설은 하나도 안 썼다. 소설집 세 권을 순서대로 들자면 '제발 조용히 좀 해요',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대성당' 이다. 세 권 모두 같은 제목으로 문학동네에서 번역했다. 그런데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무척 안 좋다. 이유인고 하니, 번역이 형편없다는 것. 나는 속물적인 욕심 때문에 주로 yes24에서 책을 사는데 사기 전에 꼭 리뷰를 확인하는 이유가 번역이 어떤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번역 서적을 구입할 때 가장 억울한 경우가 바로 훌륭한 원작의 형편없는 번역 아닐까. 사실 원작과 비교하며 읽지 않는 한 조금 읽어서는 번역이 잘 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다. 그래서 적어도 중반까진 읽어야 '아, 이게 좀 이상하다, 아무래도 번역 때문인 게 틀림없다'고 확신할 수 있게 된다. 사서 읽은 경우야 말할 것 없이 분통 터지는 일이지만 빌려 읽는 것도 여간 화가 나는 게 아니다. 이미 대충의 줄거리는 중반부까지 알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좋은 번역본을 새로 구해 읽는 게 별로 내키지 않는 것이다. 귀찮기도 하고. 그러니 형편없는 번역은 어느 경우든 독자로서는 피하고 싶은 최악의 경우인 셈이다.

물론 yes24나 포털싸이트 블로거들의 평가가 우중들의 어리석은 평가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보면 나 역시 그런 '우중'에 속할 것이므로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나와 비슷한 독서량, 선호를 가진 사람들의 평가이므로 그들이 안 좋다고 생각하면 나도 그렇게 생각할 게 틀림없다. 영화와는 달리 소설에서는, 다른 사람들을 믿고 선택해도 후회하는 경우가 드물다.

 

카버의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문체인 것 같다. clear and hard,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체, 라는 표현이 정말 빛이 날 정도로 어울린다. 단어나 품사의 위치 변화로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 문장 자체의 색깔이 다르기에 가능한 문체인 것 같다. 독자를 소설 속으로 깊이 빨아들인다. 하루키 이후로 문체에 깊이 매력을 느낀 작가는 카버가 처음이다(7년 쯤 전에 하루키의 거의 모든 작품에 심취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하루키가 싫어지기 시작해서 그동안 '해변의 카프카'를 제외하고 그의 작품은 하나도 읽지 않았다).

또 나는 왠지 카버의 소설에서 공선옥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공선옥은 우리 시대의 가난함을 처절하게 경험했다. 그리고 작가 본인의 경험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을 자주 소재로 삼는다. 예를 들어 아이를 임시보호소에 맡겼던 것, 몇 번의 결혼과 몇 번의 이혼 같은. 카버도 비슷하다. 여러 단편의 주인공들은 작가 본인처럼 남자이다. 썩 나쁜 사람들은 아니지만, 알코올 중독증이다. 카버 본인 역시 알코올 중독증에 걸렸던 적이 있다고 한다. 또 그는 19살에 16살의 소녀와 결혼해 40살에 이혼했는데, 이른 결혼과 가난함과 아이들... 뭐 이런 것들이 여러 작품에서 자주 등장한다. 일찍 결혼한 것도 공선옥과 비슷하다면 비슷한 점이다.

소설집 '대성당'은 그가 술을 완전히 끊고 나서 쓴 것으로, 앞의 두 소설집과는 많이 다르다. '희망적'이다. 여기서 잠깐 카버 본인의 말을 빌려 오면,

"사람들은 대성당 의 마지막 장면을 두고 예술에 대한, 뭔가를 만드는 일에 대한 은유라고 말하지만, 아닙니다. 저는 화자의 손에 맹인의 손이 닿는, 그 실제적인 접촉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건 완전히 상상에서 나온 겁니다. 그런 의도는 내게 없었어요. 뭐랄까, 아주 기이한 발견 같은 게 있었던 거죠. 같은 일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서도 일어났습니다. 한 부부가 빵집 주인과 함께 있습니다. 저는 애당초 이 소설을 영혼의 차원까지 끌어올릴 생각은 없었는데,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긍정적인 분위기로 끝납니다. 그 부부는 아이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죠. 그게 긍정적이라는 겁니다. 일종의 영성체 의식인 셈이죠. 두 이야기는 긍정적으로 끝나기 때문에 제가 정말 좋아합니다. 이 두 단편이 살아남는다면 제가 정말 행복할 겁니다."

내가 봐도 이 두 단편은 다른 단편들과는 눈에 띌 정도로 다르다. '희망적'이라는 점이 말이다. 그리고 특히 두 작품은, 마지막 장면까지 끌어 올리는 작가의 솜씨가 아주 예술적이다. 와. 난 진짜 감탄했다.

또 그의 말 앞머리에서는, 여러 독자들이 '대성당'의 마지막 장면을 현실의 어떤 것에 대한 은유라고 해석한다는 언급이 나온다. 나도 이 작품을 연극으로 접했을 때 그렇게 생각한터라, 깜짝 놀랐다. 작가 본인이 나한테 "그게 아닌데요..."라고 말한 셈이니까. 근데 기분이 나쁘기보다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니까. 카버를 좋아하는, 아마 당시 미국의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나처럼 보기도 했다는 뜻이니까. 왠지 뿌듯하달까? ㅎ

대단한 작가라는 건 확실하다. 발표된 작품이 많지 않은 건 아쉽지만. '제발 조용히 좀 해요'도 사서 읽어볼 생각이다. 또, 책 날개 앞머리에 카버를 두고 '체호프 정신을 계승한 작가'라는 표현이 있어서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카버의 작품을 '문학을 들려주다'로 기획한 이범씨의 작업일지에도 체호프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그래서 검색해보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체호프 단편선'이 있길래 주문했다. 체호프의 소설이 어떤 것이길래? 궁금하다. 기대된다!

하지만 그 인생은 이제 지나가고 있었다. 그 지나침은 - 비록 그게 불가능하게 보였고 그가 맞서 싸우기까지 했지만 - 이제 그의 일부가 됐다. 그가 거쳐온 지난 인생의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열, 287쪽)

그녀는 한숨을 쉬더니 몸을 뒤로 기댄다. 그녀는 손을 내게 내맡겨둔다. "이렇게 말할 거예요. '꿈은 아시다시피 빨리 깨면 좋은 거지요.' 그렇게 말할 거예요." 그녀는 무릎까지 치마의 주름을 편다. "누가 물으면 그렇게 대답할 거예요. 하지만 이젠 그렇게 묻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그녀는 다시 숨을 내쉰다. "얼마나 걸리나요?" 그녀는 말한다. (굴레, 310쪽)

a*****l 2008.11.15.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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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세상에서 제일 잘난 단편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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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재갈은 무겁고 차갑다. 이빨로 이런 걸 물어야만 한다면 금방 많은 것을 알게 됐으리라. 뭔가 당겨진다면 그건 떠날 시간이 됐다는 뜻이라고.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p322     #01 단편소설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제 좀 이야기에 집중해볼까 싶을 때 막 끝나버리는 허무한 단막극. 그게 내가 사랑했던 남자와의 만남을 닮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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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재갈은 무겁고 차갑다. 이빨로 이런 걸 물어야만 한다면 금방 많은 것을 알게 됐으리라. 뭔가 당겨진다면 그건 떠날 시간이 됐다는 뜻이라고.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p322

 

 

#01

단편소설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제 좀 이야기에 집중해볼까 싶을 때 막 끝나버리는 허무한 단막극.

그게 내가 사랑했던 남자와의 만남을 닮아서 싫어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들은 조금 달랐다.

이제 막 이야기를 시작한 듯하지만 그 마지막이 깊고 묘해서

빨리 끝나도 견딜 만했다.

짧은 사랑을 하려면 이 책처럼 하면 되겠다 싶었다.

 

#02

등장인물들은 모두 아주 건조하다.

나는 그 점이 좋았다.

먹먹하지 않고, 구구절절 자기 이야기를 해대지 않으며,

'자신만이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피해자인데, 그들은 모두 상처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03

이 책의 번역자는 작가 김연수다.

흥미로운 사람, 김연수. 그의 책을 읽으면 한국 작가는 오직 김연수만이 있을 뿐이다라고 생각할 만큼

빠져든다. 예전에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를 다 읽고(이것도 단편소설집이다), 김연수 책이라면 모두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의 번역자가 김연수라니...

레이먼드 카버와 김연수는 어딘가 닮은 것 같다.

맞다. 그 건조함이 닮았다.

맞다. 그 건조함 가운데 깊이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점이 닮았다.

 

다음 책은 김연수의 여행집을 읽어야겠다.

2008. 07. 03

 

 by pEPe+

 

s********4 2008.07.23.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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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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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은 중년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중년남자들은 문학에선 소외계층이다. 주류가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은 중년남자 이야기를 들려준다. 멋지다. 사실 소설이란 것이 중성적이다. 아니 문학 자체가 중성적이다. 마치 교회 같다. 여자와 아이들만 득시글거린다. 그런 곳에서 중년남자들 이야기란다. 멋지다. 중년남자들은 물기가 없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나이 먹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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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은 중년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중년남자들은 문학에선 소외계층이다. 주류가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은 중년남자 이야기를 들려준다. 멋지다. 사실 소설이란 것이 중성적이다. 아니 문학 자체가 중성적이다. 마치 교회 같다. 여자와 아이들만 득시글거린다. 그런 곳에서 중년남자들 이야기란다. 멋지다. 중년남자들은 물기가 없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나이 먹으면서 건조해졌다. 나도 그렇다. 어느새 중년인데, 모든 것이 메말라가는 것을 느낀다. 로션을 발라도 꺼칠하다. 그런 나에게 중년남자들 이야기인 <대성당>은 어떻게 다가왔을까.

 

나는 ‘체프의 집’을 좋게 봤다. 알코올에서 해방되고픈 남자 이야기다. 이름이 웨스. 그는 전처이자 화자인 ‘나’와 ‘그 여름’ 동안 재기를 꿈꾼다. 재기라고 해봤자, 그냥 술 참고 사는 것이다. 해변과 바다가 내다보이는 집에서 청량음료와 과일주스를 마시면서.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뚱뗑이 린다 때문이다. 웨스는 짜증을 낸다. 웨스의 짜증이 보통 때의 짜증과 다름을 ‘나’는 안다. 하지만 ‘나’는 그 서글픈 짜증을 듣기 위해 ‘온갖 일들을 다 팽개치고 600마일을 달려온 게 아니’다. ‘나’는 다시 사랑을 하고 싶다. 그뿐이다. ‘나’는 웨스의 열아홉 살을 기억한다.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안다. 들판을 가로질러 달려가던 그때.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소설은 거기서 끝난다. 웨스는 과연 재기를 할 수 있을까. 그건 모르겠다. 다만 그가 나와 꽤 닮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 역시 걸핏하면 짜증을 낸다. 웨스보다 나은 점은 술을 자제할 수 있다는 점. 그러나 감정은 잘 조절하지 못한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썩 잘 안 풀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폭발 직전이다. 강퍅해있다. 아내는 그것을 지적해주는 유일한 사람이다. 오늘도 아내는 말했다. 내가 사람들 기분을 망치는 데 선수라면서, 왜 그렇게 변했느냐고.

 

<대성당>의 화자인 ‘나’도 나랑 비슷하다. 나처럼 소설 속의 ‘나’도 곧잘 빈정대는 투의 농담으로 상대방의 기분을 망치기 일쑤다. 그래서인지 나는 ‘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장님에게 “기차여행은 어떻게, 좋았습니까? 그런데 어느 쪽에 앉으셨나요?” 라고 물을 수도 있는 문제다. 악의 없이 그냥 궁금해서 물은 것이다. 또 장님 옆에서 텔레비전을 볼 수도 있다. 그건 악취미가 아니라 늘 집에서 하던 짓이니까, 그저 오늘도 하는 일상적 행위일 뿐이다. 그리고 솔직히 장님이 아니라고 해도, 아내의 남자친구하고 같이 텔레비전을 보지 않으면 도대체 무슨 할 얘기가 있을까. 그런 뜻에서 딴 짓 좀 했던 것이다.

 

더구나 <대성당>의 ‘나’는 아내가 생각하는 만큼 경솔한 사내는 아니었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 그는 장님과 펜을 쥔 손을 맞잡고 대성당을 그리면서 감탄한다. ‘이거 진짜 대단하군요.’ 라면서. 번역한 김연수 씨는 ‘이거 정말 뭔가 있군요.’ 라는 말 대신에 그렇게 번역했다고 옮긴이의 말에서 밝힌다. 원문은 It's really something. 나는 무슨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도 그 부분이 좋다.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뭔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나와 같은 중년남자들도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이다. 나도 남을 배려하고 싶다. 다만 배려 전에 조금 더 솔직해지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가끔 무례해지는 게 문제지만.

 

나는 꽤나 솔직한 편이다. 아니 나 자신을 솔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솔직함이 좋은 덕목이라고 여긴다. 그래서인지 상대방에게 가끔 필요 이상으로 함부로 말하는 모양이다. 오늘 일만 해도 아내에게 한 말이 지나쳤다. 나는 대화 내내 냉소적이었고, 마지막엔 버럭 화를 냈다. 많이 미안하다. 어째서 나는 상대방의 기분을 무시하는 이상한 사람이 되었을까. 모를 일이다. 이것도 세월의 신비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한때 문학을 하고 싶었던 사람인데, 그런 내가 감정이 없다는 소리까지 듣게 되다니.

 

며칠 전 일이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서, 문득 여름이 가는 것이 못내 서운하다고, 이런 쓸쓸한 날엔 어릴 적에 애지중지 키우다 갑자기 죽어버린 토끼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아내가 놀랬다. 나는 바람 부는 창가에 서있었고, 정말로 여름이 가는 것이 섭섭했고, 실제로 키우던 죽은 토끼가 생각났는데, 그런 나에게 “자기도 그런 감정 있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무감각해졌을까. 나는 지금의 내 인생이 크게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고쳐야 할 것이다. <칸막이 객실>의 ‘그’처럼 잘못된 길로 접어든 기차를 타고 계속 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감정이 메말라 가는 나와 같은 중년남자들에게 <대성당>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책이다.

 

“내가 갓 만든 따뜻한 롤빵을 좀 드시지요. 뭘 좀 드시고 기운을 차리는 게 좋겠소.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서 아이가 죽은 부부에게 빵집 주인이 하는 말이다. 이는 카버가 내게 직접 말하는 것이다. 나는 아이를 잃지는 않았지만, 내가 아이였던 과거시절의 촉촉한 감수성을 잃었다. 그렇게나 감정의 물기가 풍부했던 나. 지금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를 일이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안다. 나도 들판을 달리던 때가 있었다. '중년을 지나면서 자신에게 찾아온 회한과 무력감에 대해서 말하'는 빵집 주인처럼 나도 변해버린 내 인생에 대해서 이렇게 토로하고 싶은 심정이다.

 

“나는... 그러니까 몇십 년 전에는 다른 종류의 인간이었는지 몰라요. 지금은 기억도 안 나는 일들이니까 나도 잘 모르겠소. 어쨌든 내가 어땠건 이제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라는 거요.... 나는 못된 사람이 아니오. 적어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내가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전혀 모르겠다는 사실만은 당신들도 이해해주기 바라오.. 내 진심을 받아주고 나를 용서해주면 안 되겠소?”

 

빵집 주인이 갓 만든 롤빵 같은, 촉촉한 카버의 단편들을 읽고, 나는 조금 기운을 차렸다. 나는 나를 대신해서 중년의 비루함을 구차하게 변명해준 <대성당>의 중년남자들이 고맙다. 덕분에 마음이 편해졌다. 나와 같은 인간이 여럿 있다는 점이 가장 위안이 된다. 그나저나 오늘 아내에게 함부로 말한 것을 사과하는 것이 좋겠다. 그 사과야말로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가정의 평화에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을테니까 말이다.

a****1 2015.09.2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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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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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몬드 카버에요. 소금덩어리처럼 저리고, 하지만 강렬한! 이번 대성당은 특히나 그러하네요. 가장 최근에 읽은 작품이라 그러할 수도 있지만요. 오래전에 읽었던 그의 다른 작품집들까지 서재에서 모조리 꺼내어 책상에 올려두었어요. 다시 읽어보려고요. 책욕심을 버리려고 하지만, 멋진 작가들은 책욕심을 품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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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몬드 카버에요.

소금덩어리처럼 저리고, 하지만 강렬한!

이번 대성당은 특히나 그러하네요.

가장 최근에 읽은 작품이라 그러할 수도 있지만요.

오래전에 읽었던 그의 다른 작품집들까지 서재에서 모조리 꺼내어 책상에 올려두었어요.

다시 읽어보려고요.

책욕심을 버리려고 하지만,

멋진 작가들은 책욕심을 품게 하네요.

 

 

s******1 2008.11.1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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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다..레이먼드 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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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과 대성당을 읽는 것 만으로도 이 책에서 줄 수 있는 것은 다 주었다고 생각 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머지의 글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별것 아닌을 읽는 순간 그 속의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지금 살아 있는 내 이웃의 그것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일것 같다..파아란 슬픔을 닮아 있었던 그 아픔을 풀어 내는 이야기 앞에 가슴이 멍해져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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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과 대성당을 읽는 것 만으로도 이 책에서 줄 수 있는 것은 다 주었다고 생각 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머지의 글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별것 아닌을 읽는 순간 그 속의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지금 살아 있는 내 이웃의 그것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일것 같다..파아란 슬픔을 닮아 있었던 그 아픔을 풀어 내는 이야기 앞에 가슴이 멍해져 오는 아픔도 느끼었지만 이 작가의 놀라운 문장에 감탄과 존경도 같이 하게 만든....

 

제발 조용히 좀 해요를 읽을때만 해도 난 사실 잘 몰랐다..레이먼드 카버란 작가에 대해서..그리고 외국소설은 번역에 의한 완성도에 따라 읽는 느낌이 너무 달라 지기 때문에 쉽게 읽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아...
그런데 이 책은 정말 너무 재미있었다.물론 재미에 번역도 한몫했을지 모르겠다.읽어 나 가는 내내 느낌이 굉장히 부드러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성당은 모두 12편의 단편으로 된 이야기였는데
별것 아닌것 같지만,도움이 되는 과 깃털 그리고 대성당이 특히 좋았다.

 별것 아닌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것은 가끔 단막극으로 나올 법 한 극의 요소들이 담겨 있었는데...그 진행되어 지는 과정이 너무 완벽했고..슬픔을 끌어 내는 그 절박한 감정과 사람들의 순간의 감정은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또 하나의 매력은 여기 실린 단편에서 모두 여운을 남겨 둔다는 것이 좋았다.
처음엔,
나도 모르게 결말이 왜 이럴까 라고 생각 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책 속에 실린 제목과 내용의 흐름을 따라 가다 보면 그렇게 여운을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두었다는 것이 오히려..나름의 상상을 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 좋았다.

 오랜만에 단편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그런 책을 읽은 것 같다...

w*******i 2008.01.04. 신고 공감 1 댓글 6